사이버펑크: 엣지러너 패미통 인터뷰 ㄴ트리거

Q.사이버펑크 엣지러너의 제작이 정해진 경위는요?

혼마 사토루

발단은 CDPR의 전 디렉터 Rafal Jaki입니다. 당시에는 CDPR 본사에서 사업 개발 부문의 디렉터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나도 밑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애니 기획이 시작된 것은 Rafal 씨가 2017년 여름 경에 '애니를 제작하고 싶다'고 말을 꺼낸 것이 계기입니다.

그는 일본 문화를 정말 좋아해서 바르샤바 대학의 일본어 문헌학부를 졸업했는데, 예전에는 일본 만화를 폴란드에서 판매하는 일도 했습니다. 작년에 CDPR에서 제작한 만화 위쳐 로닌의 원작도 담당했습니다.

Q.그때부터 어떤 흐름으로 애니를 만들게 됐나요?

혼마 사토루

애니를 만들고 싶다고 말을 꺼낸 2017년에 Rafal 씨를 중심으로 바로 본사 작가진이 잠정적인 플롯을 짜고, 사내 경영진을 상대로 기획 프레젠테이션을 해서 GO사인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18년 봄에 실제로 제작회사를 정하기 위해서 사이버펑크 2077이라는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걸 원작으로 삼은 애니 제작을 해보지 않겠습니까?하고 각 회사를 돌아다녔습니다. 4~5 회사를 돌아다녔는데 이번에 제작을 맡은 트리거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Q.제작회사를 트리거로 결정한 이유는?

혼마 사토루

트리거의 반응이 가장 열정적이었다는 게 솔직한 이유입니다. 또 CDPR은 달리 없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트리거가 사이버펑크한 세계관의 애니를 만드는 신선함이 시청자들한테도 서프라이즈가 될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Q.이마이시 감독은 이번 프로젝트 제의를 듣고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이마이시 히로유키

나는 평소에 거의 게임을 하지 않아서 솔직히 사이버펑크 2077이란 작품을 몰랐어요. 다만 트리거 안에도 CDPR의 팬인 스탭이 있는데 그 친구가 강하게 추천했습니다. 나도 위쳐 시리즈는 해봤고 그 완성도에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요즘 시대에 사이버펑크한 세계관의 작품을 만드는 게 재밌을 거 같았어요. 저는 세대면에서 사이버펑크 붐을 고등학생~대학생 무렵에 통과했거든요. 그런 애착도 있기 때문에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거죠.

그리고 원작물을 만들어 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감사하게도 오리지널 작품을 많이 만들었는데, 오리지널 애니는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인 반면, 너무 자유로운 부분의 폐해도 느꼈거든요. 좋은 의미로 제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원작물을 만들고 싶었어요.

Q.이마이시 감독님은 게임의 오프닝을 담당한 적도 있으신데, 게임을 원작으로 애니를 만드는 건 첫체험이죠. 게임 원작을 애니로 만들어보니 어땠나요?

이마이시 히로유키

같은 원작물이더라도 예를들어 실사 영화나 만화의 애니화는 영상으로서의 '답'이 한번 나와있으니까, 그걸 애니로 만드는 허들이 상당히 높아요. 그런데 게임은 개개의 플레이어가 조작해서 체험한 기억이 있는 만큼, 편집은 하지 않죠. 영상에 대한 자유도가 약간 있어요. 그 점도 작업하기 편하겠다, 재밌게 작업할 수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다만 힘든 점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프로젝트가 시작됐을 무렵에는 게임이 아직 완성되어 있지 않았으니까 우리도 이 게임의 진짜 재미나 매력이 어딘지 상상할 수 밖에 없는 조건인데, 실제로 소비자가 이 게임의 어디를 마음에 들어하고, 어떤 점에 거부감을 느낄지 상상하면서 만드는 작업은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특수한 사례였습니다. 그게 특히 고생한 지점입니다.

Q.애니를 시청했는데 감독님을 비롯해 스탭들이 아주 자유롭게 만든 것처럼 보였습니다. 다만 아마도 감수 과정에서 여러 의견 충돌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일본의 애니 제작회사 트리거와 폴란드의 게임회사 CDPR은 분야도 나라도 전혀 다르니까 소통으로 고생하지 않았나요?

혼마 사토루

우리는 이마이시 감독님한테 민폐를 끼치는 입장이었죠.(웃음)

이마이시 히로유키

아닙니다.(웃음) 민폐는 우리가 더 많이 끼쳤죠.(웃음)

혼마 사토루

서로간의 입장 차이는 역시 컸습니다. CDPR은 사이버펑크 2077의 권리를 보유하고 있으니까, 예를 들어 외부 회사에 '이런 PR영상을 만들어주세요'라고 말하면 말한 대로 만들어져서 돌아오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그건 그런 일이니까 당연하죠.

근데 이번에는 CDPR은 처음에 가까운 케이스로 제작진행의 대부분을 트리거라는 외부 회사에 맡기는 형식이 됐습니다. 지금까지의 CDPR은 스스로의 신념에 따라 스스로 작품을 만들고, 스스로 판매를 했으니까 외부 회사가 주축이 되어 작품을 만드는 건 아주 드문 일입니다.

외부 회사의 제작물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토양이 CDPR에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트리거에서 애니를 만드는 게 결정난 다음에도 엄청난 양의 자료를 준비했죠. 우리는 애니의 프로는 아니지만, 역시 창작에 대한 철학이 있기 때문에 '이런 애니가 좋다'며 각본 아이디어를 건네거나, 1화는 애니메틱스(그림 콘티 영상)를 제작해서 목소리도 스탭이 더빙해서 약 20분 분량의 영상도 만들었죠.

이런 일들은 '좋은 애니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앞선 나머지 초래한 결과인데요, 이 같은 제작 방식이나 가치관은 트리거의 페이스와 크게 달랐습니다. 이 차이를 조율하는 작업에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마이시 히로유키

그렇죠. 디테일한 부분은 언어의 장벽 같은 문제도 있었는데 그보다 게임과 애니의 제작방식, 재미를 창출하는 방식, 소비자를 대하는 방식이 전혀 달랐다는 게 결정적이었어요.

CDPR이 초기에 보내준 각본은 게임으로 즐긴다면 아주 재밌을 거 같았어요. 그런데 그걸 우리가 영상화했을 때 재밌어지느냐 하면 '이건 게임으로 플레이하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애니가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CDPR과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내용을 바꾸게 됐습니다.

CDPR은 원작자니까 원작을 지키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것과 비슷할 만큼 '재밌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열의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하고 싶은 말은 거침없이 진심으로 팍팍 했죠.

혼마 사토루

제작 후반부는 특히 그랬죠. 진심을 스트레이트로 말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그러는 편이 결과적으로 작업하기 편했습니다.

이마이시 히로유키

처음에는 주뼛주뼛 말했는데 '이 사람들은 말하면 이해해주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우리도 애니로 만들 거면 최고의 작품으로 만들고 싶으니까 '이렇게 만들지 않으면 납득을 할 수 없다. 우리가 납득하지 못하는 물건은 소비자도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대꾸했습니다. 그걸 CDPR쪽에서 이해해주었을지는 나는 모르지만요.

혼마 사토루

아마 이해했을 겁니다.(웃음)

이마이시 히로유키

다행입니다.(웃음)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퀄리티 추구를 하는 자세 같은데서 CDPR과 공감을 했어요. 그래서 에둘러 말하는 게 아니라, 솔직하게 말하는 게 잘 전해질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 소통에 관한 스트레스는 없었습니다.

혼마 사토루

CDPR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부탁드렸습니다. 예를들어 전체적으로 느와르 풍으로 만들어서 슬픈 결말을 맞이하는 엔딩으로 끝을 낸다는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번 애니도 그렇게 되었죠.

다만 세세한 부분은 이마이시 감독님과 미팅을 거듭하면서 여러모로 조정했습니다. 이마이시 감독님이 뜨거운 말로 설득을 해주셨어요. 제작 도중부터 체제도 바뀌어서 Rafal 씨가 OK를 해주면 사내에서 통과하게 됐기 때문에 나나 동료 엘더도 Rafal 씨를 설득한다는 한가지에 집중해서 진행도 비교적 수월해졌습니다. 지금 시청자들이 마음에 들어하는 포인트 중에서 트리거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장면이 잔뜩 있습니다.

Q.초기 CDPR이 제시한 각본이나 장면은 완성판에 얼마나 남아 있나요?

혼마 사토루

예를 들어 1화의 흐름은 거의 CDPR의 구상입니다. 데이비드가 사고에 휘말려 엄마를 여의고, 사이버 웨어를 인스톨한다....는 흐름이죠. 다만 애니메이션 각본에 그걸 녹여내는 작업은 트리거에서 했습니다. 그외에 메인에 관련된 스토리 등 CDPR의 제안이 베이스가 된 전개도 여럿 있습니다.

후반부가 될수록 각본의 우사 요시키 씨, 오오츠카 마사히코 씨의 아이디어가 강해진 것 같아요. 특히 9~10화의 스토리는 거의 트리거가 만든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아담 스매셔를 애니메이션에도 쓰고 싶다고 제안한 건 트리거니까요.(웃음)

Q.작품을 공개한지 좀 됐는데 SNS에서 평가가 높습니다. 반응을 보고 어떠신가요?

이마이시 히로유키

인터넷 반응 정도밖에 현재는 볼 방법이 없지만 꽤나 호의적인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게임 원작의 애니라서 최대한 게임 팬이 실망하지 않게끔 신경을 썼기 대문에 게임 팬이 호평을 해주는 게 특히 기뻤습니다.

Q.이런 건 사이버펑크 2077이 아니라는 의견은 찾아볼 수 없네요. 트리거의 애정이 담겨있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혼마 사토루

이마이시 감독님은 사이버펑크 2077을 제대로 플레이하셨으니 말이죠.

이마이시 히로유키

높은 평가를 받은 요인으로 세계관의 괴리가 없다는 점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혼마 씨가 말씀하신 대로 이야기 전반을 베이스로 CDPR에서 만들어준 이야기의 골격을 사용했고 세세한 설정 부분의 아이디어도 제공해주셨습니다. 그런 공동제작 덕분에 세계관의 괴리가 없는 겁니다.

Q.혼마 씨는 완성된 애니를 보고 어떠셨나요?

혼마 사토루

자화자찬이지만 정말 최고의 애니였습니다. 근데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세간의 평이 좋을지는 상상 못했어요.

나는 라스트 9~10화를 보면 지금도 펑펑 울만큼 작품에 몰입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애니메이션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니까 세상에 있는 몇 만 편의 애니메이션 작품과 경쟁하며 얼마나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지 전혀 예상을 할 수 없었어요. 게임이면 다소나마 경험이나 식견이 있기 대문에 어떤 평가를 얻을 수 있을지 어느 정도 예상이 되지만요.

실은 게임 팬이 보니까 흠집 찾기 같은 관람 방식으로 보지 않을까 조마조마 했어요. 예를 들어 1화에서 애니멀즈가 커다란 총을 쏘는 장면이 있는데 탄환의 발사 레이트가 원작과 비교하면 엄청 빠르거든요.(웃음)

Q.헤비머신건 "MK.31 HMG"말이군요. 듣고 보니 그렇네요(웃음)

혼마 사토루

그것도 기우였습니다. '여기가 잘못 됐다!' '여기는 원래 이렇게 묘사해야 한다!'는 시청 방식이 아니라, 그런 디테일은 무시하고 사이버펑크 2077의 애니메이션 작품으로서 즐겨주셨습니다. 개중에는 '게임을 뛰어넘었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도 있습니다. 게임을 만든 우리 입장에서는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심정입니다만.(쓴웃음)

Q.이마이시 감독님은 넷플릭스 스타일인 전화 동시 공개 방식으로 제작한 게 처음이시죠? 지금까지와 감각이 다른 점이 있나요?

이마이시 히로유키

종래의 TVA는 1화 시청자의 반응을 살피면서 몇 화 뒤의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게 기본이었습니다. 시청자의 반응을 보고 스토리를 바꾸는 일은 없지만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하는 정보를 스탭들과 공유하면서, 시청자들의 평가 자체를 모티베이션으로 삼아 애니메이션 제작을 이어나갔습니다. 그런 평가를 쌓아올리며 만들어 나가는 것이 TVA의 감칠맛입니다.

다만 이번에는 반응을 일절 보지 못한 채로 끝났습니다. 완성된 게 2022년 4월이니까요. 완성하고 약 반년이 지나서야 드디어 반응을 볼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신기한 감각이었어요.

Q.시청자의 반응이 어떤 의미로 정답 맞추기가 되었군요.

이마이시 히로유키

네. 내 나름대로 의도가 있어서 '이렇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만들었지만 소비자가 보지 않으면 실제로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답을 알 수 없어요. 나는 하드한 작품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소프트하다고 여길지도 모르고요.

이번 사이버펑크 엣지러너의 배경미술은 특수한 방식인데, 게임 세계의 재현성을 높이기 위해서 게임 화면의 스크린샷을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그걸 부정적으로 보면 '게임의 그림을 트레이스한 것 뿐이잖아!'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게임을 재현해 주었어!'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봐 주셨습니다.

Q.배경을 애니 오리지널로 만들수도 있었을텐데 왜 게임 자료를 쓰자고 생각하셨나요?

이마이시 히로유키

게임 팬을 즐겁게 만들자고 노선을 정했을 때 배경원화는 게임 스크린샷을 써야 잘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나이트시티의 배경 원화를 만약 손그림으로 그린다면 지금 같은 영상은 절대 못 만듭니다.

이번 작품의 무대는 가공의 미래도시라서 만약 빌딩을 그린다면 빌딩 하나하나를 직접 디자인해야 합니다. 빌딩의 창문 형태부터 색깔까지 전부요. 미술설정으로 몇 장 그리는 정도로는 끝이 안 나고, 모든 거리의 모든 컷에 쓸 수 있는 디자인을 할 필요가 있어요. 일반적인 애니메이션은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기 힘듭니다. 그런데 사이버펑크 엣지러너는 오픈월드 게임이라는 원작이 있고, 무대인 나이트시티의 3DCG가 통째로 존재합니다.

나이트시티는 디자인의 세밀함이 굉장해요. 그렇게 퀄리티 높은 디자인으로 건물에서 간판, 도로도 신호등이 수없이 설치되어 있죠. 그런 거 애니메이션으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왜 이런 일에 돈과 노력과 재능을 쏟아 붙는 거야!?'라고 처음 봤을 때는 아연실색했습니다.

이걸 손그림 애니메이션으로 그리라고 하면 무리입니다. 게임으로 보는 경치보다 수준이 떨어질 뿐입니다. 여럿이서 그리니까 신호기, 도로, 표식 같은 것을 손그림으로 통일시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배경을 직접 그리는 게 게임 팬이 보기에 감점 요소에 불과하다면 차라리 게임 자료를 그대로 쓰자고 생각했죠. 그럼에도 몇 가지는 새로 디자인을 할 필요가 있었지만, 최대한 오리지널을 쓰려고 했습니다.

Q.배경이 게임에서 본 적 있는 경치로 가득해서 개인적으로 좋았습니다.

이마이시 히로유키

그리고 그렇게 만들면 일본 애니메이션 문화의 성지순례가 가능해지거든요. 애니메이션에서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 게임으로 가본다는.

그것도 CDPR이 나이트시티의 개발중인 데이터를 전부 쓰게 허락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밖에도 소리 효과나 자동차의 3D 데이터도 전부 빌려주셔서 고마웠습니다.

다시 원래 화제로 돌아와서 게임의 배경을 썼다고 시청자가 반겨줄지는 제작을 하는 동안에는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들의 작품이 뭐를 했는지는 알고 있지만, 무엇을 이루었는지는 소비자가 봐주셔야 처음으로 알 수 있죠. 작품이란 소비자의 목소리가 닿는 것으로 완성되는 법이라고 새삼 실감했습니다.

Q.제작 당시에는 시청자의 목소리가 없다는 점은 역시 불안했나요?

이마이시 히로유키

아뇨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할 마음가짐이니까 불안한 마음으로 만들었다는 뜻은 아니고요. 뭔가 좀 허전해!라는 게 정확할지도 모르겠어요. 조각이 결여된 상태라고 할까요?

Q.CDPR에서 시사회를 했나요?

혼마 사토루

물론 했습니다. 그런데 애니는 시사회 피드백을 반영하기가 힘들더군요.

게임 제작은 α판, β판 같은 마일스톤이 있어서 제작 과정 도중에 플레이 할 수 있는 환경이 있거든요. 그 과정에서 여긴 이렇게 만들자고 다 같이서 의견을 모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애니는 그림으로 완성되어 애니메이션으로 움직이는 것은 마지막 공정입니다. 그리고 3D가 아니라 손그림이라서 리테이크를 내리기도 어렵죠. 따라서 그 타이밍에 근간에 관한 피드백을 해봤자 현실적으로 반영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 사실을 트리거가 처음부터 말했어요. 각본은 CDPR 상층부에도 보여드렸고 그림 콘티 작업 마지막까지 '이런 연출은 원작과 괴리가 생기니까 바꿉시다'라고 감수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림 작업은 바꿀 수 없기 때문에 그건 트리거를 믿고 그대로 갔습니다. 그래서 시사회 이후 사내 피드백이 있어도 기본적으로 트리거에 전하지 않았습니다.

Q.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감수하셨나요?

혼마 사토루

프리 프로 단계에서는 캐릭터의 디자인이나 복장, 연출에 이르기까지 사이버펑크 2077답지 않은 점을 우리도 기탄없이 의견을 공유했습니다. 다만 실제 제작에 들어간 이후에는 '이 간판은 2077년의 최신상품을 광고하는 것이니까 애니 무대의 시대에 있으면 이상합니다' '벽에 생긴 탄흔이, 사용한 총에서 발사된 탄수랑 일치하지 않습니다'라는 정도였습니다.

또 음향이 제대로 지청한 총소리가 입혀졌는지, 나이트시티에서 횡단보도를 건널 때 흐르는 Dont’t walk 음원의 인터벌이 게임이랑 비교해서 너무 빠르지 않는지, 같은 자잘한 감수에도 힘을 기울였습니다.

나머지는 트리거가 자유롭게 만들게 두는 것이 프로듀서로서의 역할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Q.지금부터는 좀 더 깊이 애니메이션 내용을 다루고자 합니다. 본작은 에로, 그로테스크 같은 요즘 TVA에서는 방송되지 않는 표현이 가득해서 놀랐습니다. 애니메이터들도 평서에 그리지 않는 것들을 그릴 수 있어서 신이 났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땠나요?

이마이시 히로유키

애니메이터도 있는 그대로를 그릴 능력이 있는 사람은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예를 들어 팔을 비틀면 뼈가 튀어나온다거나, 총을 맞으면 내장이 튀어나온다거나.

다만 그로테스크한 걸 좋아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고 나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규제니까 감춰야 한다던가 그런 이유로 표현을 굽히는 게 정말 질색입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그로테스크한 묘사도 있지만, 보면서 그렇게 그로테스크하게 느끼지는 않았을 거예요.

Q.네. 충격이나 상쾌함이 상승한 묘사의 하나였지 그냥 그로테스크하기만 한 것으로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마이시 히로유키

다행입니다. 그런 묘사를 제대로 한 이유는 불쾌함을 전하고 싶은 게 아니라 잔혹한 일이나 슬픈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배치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Q.그같은 리얼리티 추구와 동시에 마구마구 튀어 오르는 피처럼 디포르메 표현도 어떤 의미로는 상쾌했습니다.

이마이시 히로유키

애초에 캐릭터 디자인 자체가 디포르메되어 있어서 세계관이나 연출도 그 스케일에 맞춰 과장했습니다.

혼마 사토루

예를 들어 자동차 묘사는 약간의 과장이 대단했어요.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않는 절묘한 균형감 덕분에 게임 팬도 애니 팬도 만족하는 작품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Q.계속해서 이야기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전체적으로 남녀의 연애나 성장, 혹은 성공 스토리를 그린 시나리오입니다. 애니는 어떤 의미로 왕도 느낌이었는데 애니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만든 건가요?

이마이시 히로유키

주인공을 학생으로 삼은 이유는 그게 CDPR이 했던 주문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혼마 사토루

네. 게임의 주인공 V는 상당히 특수한 존재였습니다. 애니는 훨씬 일상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일반시민들한테 포커스를 맞추고 싶다는 CDPR의 강렬한 요망이 있었죠. 그 아이디어 중 하나가 주인공이 학생일 것이었습니다.

이마이시 히로유키

게임은 사이버펑크 SF 테마를 깊이 파고듭니다. 조니 실버핸드의 존재나 인간의 의식을 테크놀로지로 변환하는 컨스트럭트 같은 걸로요. 그런 것이 사이버펑크 SF의 가장 중요한 테마입니다.

그래서 애니는 오히려 그 점은 건드리지 않으려고 했습니다.게임과 애니의 테마가 겹치게 되고, 조니 실버핸드 이전에 그런 에피소드가 존재하면 역사가 틀어져버리니까요.

그리고 CDPR의 요청 중에서 나이트시티를 적으로 돌리면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도 있었죠. 처음부터 주인공이 패배하는 게 전제였습니다.

혼마 사토루

절대조건이었죠.

이마이시 히로유키

주인공이 반드시 패배하는 걸 조건으로 내걸다니 보통은 그러지 않죠. 나는 오히려 그 점에 끌렸습니다.(웃음) 오히려 나는 그런 일을 해서 혼나는 일이 많았으니까요.

혼마 사토루

그 부분은 우리도 정말 양보할 수 없었습니다. '기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이마이시 히로유키

실제로 완성된 게임을 해보니까 모든 에피소드가 그런 느낌었어요. 이 사람들은 정말로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철저하구만 하고 생각했습니다.(웃음)

일본의 애니는 비교적 상냥한 이야기가 많으니까 말이죠. 1970년대면 구원이 없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런 걸 바라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표현으로 만들기 힘들어졌으니까요. 클라이언트가 '이기지 못하는 결말로 만들어 줘!'라는 주문을 받는 일 자체가 일단 없으니까 무척 보람이 있었습니다.

Q.다만 엣지러너의 엔딩은 슬픈 결말이긴 해도, 울컥하고 눈물이 나는 전개도 있다고 해야할까, 그냥 슬프기만 하지는 않죠.

이마이시 히로유키

학생 주인공이니까요, 자칫하면 정말로 괴롭기만 한 이야기가 될 뻔했습니다. 어른이 나쁜 짓을 해서 인과응보의 결말을 맞이하는 것은 임협물 같은데서 그려지기 때문에 납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평범하게 살던 소년이 말려든 결과 대가를 치른다,니 정말 구원이 없다고 해야 할까...

여기에 감정이입을 시키는 것을 전제로 어떤 이야기로 성립시키느냐가 중요했습니다. 단순한 방관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입을 시키는 게 전제인 점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제작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고민한 결과 사이버펑크라는 장르와는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자연스럽게 순애물 느낌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런 조건이 맞물려서 그 결말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혼마 사토루

그 점은 트리거의 각색의 힘이 컸습니다.

이마이시 히로유키

연애물의 색은 각본을 맡은 오오츠카 씨 영향이 강합니다. 나보다 오오츠카 씨 취향이 아닐까 싶네요.

Q.데이비드의 죽음은 옆에서 보면 의미가 없죠. 다만 본인은 루시를 구한 것, 그리고 꿈을 이루어준 것에 어떤 의미로 구원이 있었다.

이마이시 히로유키

그렇죠.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무의미한 죽음이지만 본인은 납득이 가는, 의미가 있는 죽음이라는 위치 설정을 했습니다. 그래도 역시 옆에서 보면 슬픈 이야기인 쪽이 나이트시티답죠.

Q.루시도 마지막에 달에 가지만 결국 달에 가는 건 아무래도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데이비드'와 달에 가는 것이 본래의 꿈이었던 것 같은.

이마이시 히로유키

그건 그렇겠죠. 루시는 도중부터 달에 가는 것은 목적이 아니게 되었어요. 하지만 데이비드는 달에 간다는 그녀의 꿈을 이루어주는 걸 목표로 했습니다. 그런 점은 남녀의 사소한 엇갈림이죠.

혼마 사토루

엔딩을 어떻게 만들지도 많이 다투었죠.

이마이시 히로유키

맞아요...CDPR은 우리 상상을 아득히 웃도는 가혹한 결말을 제안했어요...

혼마 사토루

상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지금의 결말은 아주 순해진 겁니다.(웃음)

이마이시 히로유키

너무 애니 같게 끝내버렸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Q.지금도 꽤나 슬픈 결말인데 그보다 비참했다고요?

혼마 사토루

네 뭐...그렇습니다.(쓴웃음)

이마이시 히로유키

그게 CDPR의 쩌는 점입니다. 트리거도 삐딱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쨉도 아니었습니다.(웃음)

Q.세세한 설정도 묻고 싶습니다. 데이비드는 산데비스탄 사이버웨어를 사용하는데 수많은 사이버웨어 중에서 왜 산데비스탄을 고르셨나요?

이마이시 히로유키

처음에는 케레즈니코프였어요. 내 기억에 CDPR에서 케레즈니코프나 산데비스탄 같은 가속 가능한 장치를 넣어달라고 요청해서요.

Q.게임의 산데비스탄은 직접 쓰면 주위가 슬로우모션, 적이 쓰면 순간이동 효과입니다. 근데 애니는 '시간을 멈추고 고속이동'을 하는 표현이 됐는데 이런 표현이 된 이유는 뭔가요?

혼마 사토루

그것도 많이 고민한 부분입니다. 게임과 같은 표현으로 할지 아니면 애니만의 표현으로 할지.

이마이시 히로유키

3D는 모델이 만들어져 있으니까 그걸 슬로우로 바꿔도 많이 번거롭지 않습니다. 근데 2D는 슬로우모션으로 움직이는 한장 한장의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습니다. 심지어 천천히 영상이 움직이는 형편 상, 평소보다 정성껏 그려야합니다. 일반적으로 3장으로 그릴 수 있는 액션도 슬로우는 40장은 그려야 하는데 그림이 바로 보이니까 사소한 뎃생 실수도 전부 수정해야 합니다.


산데비스탄을 쓸 때마다 그런 작업을 하면 납품을 절대 못 맞춥니다. 그래서 지금 표현으로 정했습니다. 애니메이션의 산데비스탄은 슬로우 모션 용도로 작화를 한 게 아니라 평범한 액션의 동작을 작화로 그려서, 그걸 정지영상으로 늘어놓은 겁니다. 언뜻 본 화면의 정보량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허풍으로, 지속시켜서 슬로우처럼 선보이는 것이죠. 이건 몇 십 년이나 전부터 쓰고 있는 고전적 기법 중 하나입니다. 이 표현은 낡은 티가 날지 모르겠으나, 한장 한장을 세세하게 색을 바꾸는 건 요즘이니까 가능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너무 리얼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게임 표현을 따라해봤자 게임 화면보다 리얼하게는 만들 수는 없어요. 그걸 목표로 삼은 시점에서 디포르메 된 애니메이션 캐릭터 디자인의 의미가 없어지니까요. 디자인을 추상화했으니까 영상표현도 추상회해야 스타일이 통일된다는 이유도 있어서 그런 표현이 됐습니다.

Q.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데이비드는 메인의 파츠를 물려받아 고릴라 마초가 되고, 심지어 완전히 양손 양발이 로봇 파츠가 되어 마치 덴드로비움이나 돗톤보리 로보 같은 모습이 됩니다. 이마이시 감독답다고 생각했는데 그 데이비드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요?

이마이시 히로유키

마지막에는 오리지널 병기를 등장 시키고 싶다고 우리가 요청했습니다.

혼마 사토루

CDPR의 요청은 로봇을 조작하는 게 아니라 데이비드가 로봇과 일체화하는 것이었습니다. 데이비드가 대형 사이버 스켈톤을 장착하는데 원래는 훨씬 로봇을 탄 느낌이었거든요.

그리고 유선형의 매끈한 디자인이 좋다고 요청했습니다. 근데 그러면 아담 스매셔와 실루엣이 겹친다며 트리거가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내서 마지막에는 '사지를 절단하고 접속하는 형태라면 괜찮아요'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그 로봇 같은 것을 데이비드한테 붙여 놓은 모습을 캐릭터 디자인 담당 요시나리 요우 씨가 해주셨습니다. 

이마이시 히로유키

처음에는 외골격을 주축으로 생각해서 골격만 있는 파워드슈트 같은 걸 피부에 직접 꿰매 붙여서 원래 모습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느낌이 좋을 것 같았어요. 다만 전혀 강해 보이지도 않았고 쓸데없이 작화만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게임에서 밀리테크가 사용하는 이족보행 병기나 로이스의 신체에 달린 파츠 같은 걸 기반으로 상상을 했습니다. 그거라면 세계관과 어긋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한편으로 평범한 파워드슈트 같다는 문제도 있었어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팔과 다리를 절제한다는 아이디어를 제공해주셨어요.

'그렇군! 신체를 확장하는 거니까 손발을 절단해도 되는구나!'하고 납득했습니다. 나는 상식에 없는 발상을 하겠다고 생각했으면서 의외로 안전장치를 걸어두고 있었다고 깨닫게 됐습니다.(웃음) '이게 더 확 와닿는다! 손발을 안 그리면 작화도 편해지고!'라고 생각해서 그런 설정이 됐습니다.

혼마 사토루

그건 인스톨하면 되돌릴 수 없는, 엣지의 저편으로 간다는 연출을 위해서도 좋았던 점입니다. 사이버펑크 2077의 세계는 평범하게 다리를 교환하곤 하니까, 만약 데이비드가 살아있다면 다리를 다시 달수도 있겠지만 이 이야기 구조 안에서는 더는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했다는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이마이시 히로유키

마지막에 아담 스매셔와 대결하는 것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개조 후의 데이비드는 언뜻 보면 아담 스매셔보다 우락부락하고 큼직한 겉모습만 봐선 엄청 강해 보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속 빈 강정 상태라는 쪽이 서글픔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외형만 강해진 척 하는 점도 청년 답고 괜찮겠다 생각했죠.

혼마 사토루

디자인은 완전히 '패배 디자인'이죠.

이마이시 히로유키

아담 스매셔를 최강의 존재로 만들고 싶었거든요. 지기 위한 디자인이 되었습니다.(웃음)

Q.메인의 사이버 사이코시스가 진행되면서 황야가 때때로 화면에 떠오릅니다. 유소년기의 추억이 플래시백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어떤 의도가 담겨있나요?

이마이시 히로유키

그건 나이트시티 바깥 어딘가라는 이미지입니다. 유소년기의 메인의 회상처럼 비춰지고 있으니 그게 메인의 원풍경이겠죠. 무슨 일이 일어날 때마다 그 기억이 뒤섞이게 된다는. 극중에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은 부분이라서 보는 사람의 해석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혼마 사토루

포장된 길이 있는데 도중에 없어지죠. 데이비드가 점점 사이버 사이코시스가 진행되면서 데비이브의 원풍경 나이트시티의 십자로에 서있는 비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메인도 데이비드도 같은 길이 나온 것은 의도적 연출이 아닐까 했는데요.

이마이시 히로유키

실은 내가 상정하지 못한 이미지입니다. 그건 6화에서 뜬금없이 나왔는데, 6화의 그림 콘티와 작화를 담당한 신인 연출가 이가라시 카이가 그림 콘티 단계에서 그런 연출을 넣었어요. 그게 재밌어서 나도 최종화인 10화에 그 아이디어를 재이용한 겁니다.

Q.캐릭터 얘기를 하자면 레베카의 코미컬하고 큐트한 느낌이 트리거다웠습니다.

혼마 사토루

레베카는 애초에 당초 각본에는 없었던 캐릭터입니다. 트리거가 만들었죠.

이마이시 히로유키

네 우리쪽에서 디자인도 제안했습니다. 2D 애니, 그리고 트리거의 애니메이션다운 캐릭터 디자인은 캐릭터를 구분해서 그리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가령 게임에서 팬앰, 주디, 로그 세 사람이 나란히 서있어도 당연히 구분이 갑니다. 근데 2D 애니로 디포르메해서 그리면 갑자기 전부 똑같아 보이는 거죠. 약간의 나이 차이, 복장의 질감 같은 게 전부 사라져 버려서 색으로 밖에 구분을 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애니를 만들 때 신장 차이나 체격 차이를 의도적으로 만듭니다. 그걸 확실하게 해내지 못하면 시청자가 무의식적으로 캐릭터를 판별하는 영역에 이르지 못해요. 레베카 같은 키가 작은 캐릭터를 등장 시킨 것은 그걸 위함입니다.

또 레베카의 디자인은 한번 보는 것만으로 루시가 절대적 히로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런 점까지 고려하면 자연스럽게 그런 캐릭터가 됐어요. 피랄처럼 손이 긴 캐릭터도 있고, 메인처럼 말도 안 되게 몸집이 큰 사람도 있으니까요.

이마이시 히로유키

레베카 같은 캐릭터가 있으면 스탭의 모티베이션이 올라간다는 말은 오오츠카 씨 발언이었을 겁니다. 오오츠카 씨는 각본상으로도 굉장히 레베카를 마음에 들어했죠.

혼마 사토루

원래 대사가 더 많았는데 많이 줄였다고 하셨죠.

이마이시 히로유키

내가 많이 덜어냈습니다.(웃음)

Q.참고로 피랄과 레베카는 사망할 때 남매가 똑같이 3카메라 연출입니다. 의도적인 건가요?

이마이시 히로유키

네. 피랄은 원래 갑자기 죽는 전개였는데 레베카는 결과적으로 갑자기 죽는 모양새가 되어서. 좀 눈에 띄는 죽음이 아니면 인상에 남지 않는 장면이 되어버리기 때문에요. 그럴거면 오빠랑 같은 연출로 하자고 생각했죠. 개인적으로 상당히 마음에 드는 장면입니다.

Q.레베카의 죽음 때문인지 게임 속 아담 스매셔를 레베카의 샷건 '카네이지 GUTS'로 때려박는 사람이 속출했습니다...

혼마 사토루

엄청 많아요(웃음) 데이비드의 자켓과 레베카의 샷건은 애니메이션이 공개되기 1주일 전에 게임에 실장됐습니다. 그 타이밍에는 단순한 애니 PR 아이템이죠. 근데 애니를 본 사람은 왜 팔코가 데이비드의 자켓을 가지고 있고 V에게 넘겨주었는지, 왜 레베카의 샷건이 거기에 떨어져 있었는지가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게 내러티브로 아주 좋은 점입니다. CDPR도 일개 아이템에서 스토리 요소를 느껴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넣은 것이거든요. 최초에는 단순한 PR아이템으로, 그리고 애니를 보고나면 그 아이템의 의미를 알게 된다는 하나로 두 번 즐길 수 있는 시도가 아주 좋았습니다.

Q.게임에 애니 관련 업데이트를 하는 걸 이마이시 감독님은 알고 있었나요?

이마이시 히로유키

게임 속의 BD로 애니를 살짝 볼 수 있다고 하길래 '오오 그런 일까지 해주는구나'하고 감동했습니다. 다만 레베카의 샷건은 나중에 알았어요. 그 샷건은 나도 페인트를 신경 써서 만들었기 때문에 그대로 등장해서 기뻤습니다.

Q.애니 효과로 사이버펑크 2077의 플레이어수가 급증했습니다.

혼마 사토루

정말 감사합니다. 타이밍에 맞춰 게임 광고를 하면서 다소 노리기는 했는데 정말 이렇게 붐이 될 줄은 생각 못했어요.

사이버펑크 2077은 솔직히 게임으로 한번 실패해서, 팬들에게 폐를 끼쳤습니다. 그때부터 수정을 거듭해서 쾌적하게 즐길 수 있게 됐는데 해외에서는 '애니가 CDPR에 세컨드 찬스를 줬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애니를 보면서 이번에는 V와 조니 실버핸드의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찬스를 트리거가 준 점에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Q.산데비스탄을 쓰는 플레이 스타일도 유행해서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끼치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혼마 사토루

흥미롭죠. 그런 점이 애니와 게임의 상승효과라고 생각합니다. 애니를 보고 현실세계에서 데이비드를 흉내낼 순 없지만 게임이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죠.

Q.이렇게 호평인데 엣지러너의 속편을 고려하진 않으시나요?

혼마 사토루

개인적으로는 앞으로도 일본의 스튜디오와 함께 작업하며 애니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다만 오해가 없게 말해두자면 사이버펑크 엣지러너는 원래 스탠드 얼론 작품이라서 '실은 지금 몰래 시즌2 제작중입니다'라는 일은 없습니다. 앞으로 애니를 또 만들게 되더라도 그게 시즌2일지, 전혀 다른 작품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Q.패러데이는 엄청난 거물 느낌이었는데 최종적으로는 잔챙이처럼 끝이 났기 때문에 패러데이가 제대로 활약하는 모습도 보고 싶습니다.(웃음)

혼마 사토루

겉모습도 포함해서 최고의 픽서 느낌이지만 아주 그릇이 작은 사람이었죠. 어쩌면 겉모습만 힘써서 꾸민 사람 아닐까요?

나이트시티 안에서 픽서는 어디까지나 중개역에 불과합니다. 기업이라는 압도적인 존재가 있는 상황에서 픽서는 아무리 애써도 성공을 거두는 이야기가 되기 힘들 겁니다. 픽서가 정점을 목표로 하면 변변치 못한 꼴을 겪게 된다는 것을 엣지러너를 통해서 알 수 있을 겁니다.

일단 옹호를 하자면 패러데이는 잔챙이로 묘사했지만 일본어판은 이노우에 카즈히코 씨, 영어판은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같은 저명한 배우가 목소리를 연기했죠. 캐릭터로서의 겉모습도 포함해서 물론 힘을 줬습니다.

Q.참고로 일본어판 성우진 캐스팅은 트리거가?

이마이시 히로유키

오디션은 혼마 씨도 함께 검토했지만 기본적으로 트리거가 정한 캐스팅을 CDPR에 검토 받은 식입니다. 나는 최근 작품은 같은 성우한테 의뢰할 때가 많아요. 근데 이번에는 게임 원작이기도 해서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기 때문에 최대한 같이 작업해본 적 없는 성우한테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캐스팅은 애니보다 영화 더빙 이미지가 강한 분한테 부탁드렸습니다.

Q.이나다 테츠 씨나 신타니 마유미 씨는 이번에 어디에 나올까 팬이니까 궁금했습니다.(웃음)

이마이시 히로유키

기대하셨다면 미안합니다.(웃음)

Q.그럼 마지막으로 사이버펑크 엣지러너를 본 분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마이시 히로유키

게임팬은 물론이고 게임을 즐기지 않은 분도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이버펑크 계열 소설은 설명이 부족한 경우가 굉장히 많아서, 전문용어도 많고 잘 이해가 안 되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채로 읽어나가는 것이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본작도 사이버펑크 계보의 작품이니까 설정의 의미는 알지 못하더라도 주인공들의 감정의 움직임을 이해하면 그냥 볼 수 있게 신경 썼습니다.

게임을 해보지 않은 사람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겁니다.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꼭 게임을 해주세요. 전체 10화로 짧으니까 몇 번이고 반복해서 시청해주신다면 정말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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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네프요나 2022/10/23 16:22 # 답글

    "처음에는 외골격을 주축으로 생각해서 골격만 있는 파워드슈트 같은 걸 피부에 직접 꿰매 붙여서 원래 모습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느낌이 좋을 것 같았어요. 다만 전혀 강해 보이지도 않았고 쓸데없이 작화만 힘들었습니다." ㅋㅋㅋㅋㅋ 시행착오가 많았구몬...
  • jhn 2022/10/27 21:38 # 삭제 답글

    번역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 fgh 2022/10/28 04:43 # 삭제 답글

    번역감사합니다.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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