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여귀 후시미 츠카사x나친적 히라사카 요미 대담 1/3 라노베


취재・글 / 시라토리 시로

후시미 츠카사가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를 출판했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다.

읽기 전부터 재미가 전달되는 제목. 간결하고 읽기 쉬운 문체. 깔끔하게 정리된, 그러나 매력과 특징이 넘쳐나는 캐릭터들. 그리고 실재하는 블로그를 작중에 등장시켜서 발매에 맞춰 그곳에 인터뷰 기사를 게재하는 광고 기법. 라이트노벨의 학원 러브코미디 장르가 2008년 8월 10일 그 하루를 경계로, 격변한 것 같았다.

라노베 작가나 편집자들은 내여귀의 성공을 따라하고자, 비슷한 제목의 작품을 대량 생산했다. 내여귀의 굉장함은 그때까지 라노베에 관심이 없었던 독자층을 끌어들인 것에 있다. 결과적으로 라노베 업계는 공전의 러브코미디 붐으로 들끓었다.

그 1년후인 2009년 8월.
라노베 업계에 새로운 격진이 발생했다.

히라사카 요미의 나는 친구가 적다를 읽은 순간, 수많은 라노베 작가들은 그 파괴적인 재미 앞에 절망했다.

내여귀는 압도적인 신선함과 재미가 있었으나, 기존의 라노베 왕도를 답습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나친적은 히로인이 토를 한다는 파천황적인 캐릭터 조형, 기승전결 따윈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듯한 구성 등, 기존의 라이트노벨의 약속 그 자체를 전부정하는 무시무시한 작품이었다.

선배 작가나 편집자들이 득의양양하게 떠들던 창작론과는 전혀 다른. 이채로운 나친적은 순식간에 주목을 모으고 2011년도 라이트노벨 시리즈 판매량 1위를 획득할 만큼 인기 작품이 되었다.

내여귀와 나친적의 폭발적인 히트로 활기가 생긴 라노베 업계였는데, 그 그늘에는 전혀 팔리지 않아서 포기하는 작가도 무수하게 많이 존재했다. 나도 그 한 명이 될 터였다.

내여귀와 같은 2008년에 발매한 데뷔작은 전혀 안 팔리고, 나친적과 같은 달에 발매한 두 번째 작품도 짤렸다. 두 번 연속으로 폭사한 사실도 쇼크였지만...후시미 츠카사와 히라사카 요미라는 두 사람의 재능에 압도되어 마음이 꺾였기 때문이다.

'동세대에 그런 천재가 둘이나 있으서야 내 차례는 없다...'
'아무도 내 책은 읽고 싶지 않을 거다...'

그런 나를 붙들어 준 것은 어느 라노베 작가의 인터뷰 기사였다. 단 한마디였지만 그 작가는 확실하게 내 작품을 입에 담아주었다. 전혀 안 팔렸고, 아무도 읽지 않았으리라 생각했던 데뷔작. 그 작품을 높이 평가해준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용기를 얻었으니까. 그 작가는 바로 내여귀의 작가 후시미 츠카사였다.

내여귀와 나친적의 차기작으로 후시미와 히라사카는 기묘하게도 같은 라노베 작가를 소재로 고르고, 그걸 멋지게 써냈다. 내여귀 발매로부터 14년. 나친적 발매로부터 13년.

그리고 에로망가 선생의 최종권이 발매되는 이틀 전이라는 타이밍에 두 사람의 대담이 실현됐다.

Q.이번 대담은 라노베 작가 대담 2회차입니다. 1회는 아카호리 사토루 선생님과 미즈노 료 선생님었는데 오늘도 그런 느낌으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눈다면 좋겠습니다...그럼 먼저 두 분이 친해진 계기부터 물어봐도 될까요? 2010년 5월 라이트노벨 페스티벌에서 대담도 하셨는데 그 무렵에는 이미 친한 사이 같았는데요.

후시미

히라사카 씨와 사이가 좋아진 계기는 전혀 기억이 안 나요. 뭐였죠?

히라사카

라노벨부에 내여귀 드립을 살짝 쳤더니 후시미 씨가 메일로 연락을 해왔지. 그렇게 서로 문자를 주고받게 됐고. 그래서 둘이서 라이트노벨 페스티벌에 갔어요. 나랑 후시미 씨가 대담을 하기 전쯤에 열렸던.

후시미

맞아 그랬어.

Q.라노벨부는 2008년~2009년에 걸쳐 출판됐으니까 그 무렵에 서로 알게 됐다는 말씀이시군요. 근데 후시미 선생님은 어떻게 히라사카 선생님의 연락처를 알았나요?

히라사카

당시에는 블로그를 하고 있었는데 거기에 연락처가 써있었거든요.

Q.그럼 후시미 선생님이 라노벨부를 읽고 자기 작품을 언급해서 작가 블로그를 찾아서 메일을 보낸 건가요?

후시미

그랬던 거 같아요.(웃음)
나는 상을 받지 못해서. 동기가 전혀 없거든요. 그래서 그 반동으로 친구 만들기에 힘썼던 거 같아요.

Q.과연. 저도 신인상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해합니다. 히라사카 선생님은요?

히라사카

데뷔하고 바로 믹시로 다른 작가 분과 아는 사이가 됐죠. 그리고 이것저것 저질러서...네.

Q.치, 친구가 생겼다...는 소리로 이해하면 되겠지요?

히라사카

인터넷상의 연결고리는...네.

Q.뼈가 있는 대답이네요.(웃음)

히라사카

당시에는 지방에 살았기 때문에 현실에서 동업자와 만날 기회가 없었고 인터넷 교류가 거의 전부였습니다.

Q.풍문에 의하면 두 사람은 건강진단을 같이 갈 만큼 사이가 좋다고...

히라사카

내가 나친적 애니화를 기점으로 상경한 이후로는 함께 게임을 하거나 여행을 가곤 하게 됐죠.

Q.과연. 후시미 선생님은 계속 관동에 사셨으니까 말이죠?

후시미

오랜 세월 치바에 살았지만요. 이사를 할 때마다 점점...편집부와 가까워졌어요.(웃음)

Q.하하하 에로망가 선생에서 아다치구를 자주 언급해서 철썩 같이 토쿄 출신이라고 생각했습니다.(웃음)

후시미

아다치구는 어린 시절에 살았어요. 에로망가 선생의 지방 드립은 유소년기의 추억을 떠올리며 쓰고 있어요.

타케나카

후시미 선생님, 히라사카 선생님, 시라토리 선생님도 포함해서 서로 동기라는 의식이 있나요?

Q.후시미 선생님은 저보다 2년 정도 선배고, 히라사카 선생님은 그보다도 몇 년 더 일찍 데뷔하셨는데요...

히라사카

벌써 10년 이상 알고지내서 선배 후배 같은 의식도 없기 때문에 동기라고 해야할까, 같은 업계에서 함께 싸운 동료 같은 감각이죠.

후시미

당시의 선배들은 물론 그렇지만 나는 라노베 작가 중에서 나쁜 사람을 만난 적이 없어요. 다들 매너있어요. 존경하는 선배 후루하시 히데유키 선생님도 직접 만나 뵐 수 있었고요! 직접 '그 작품의 다음 내용은 어떻게 되나요?'라고 물어볼 수도 있었어요!

후루하시 선생님과 비슷할 만큼 동경하던 아키야마 미즈토 선생님도 힐끔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만족합니다. 말을 걸 배짱은 없었지만요.(웃음)

※ 후루하시 히데유키 블랙로드로 2회 전격게임소설대상 대상수상. 중후한 작품에서 경쾌한 단편까지 폭넓게 쓴다. 훗날의 전격문고의 흐름을 쌓아 올렸다.

※ 아키야마 미즈토 EG컴뱃으로 전격문고 데뷔. 이리야의 하늘, UFO의 여름은 세카이계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고, 라노베 작가 중에서 아키야마의 팬이라 공언하는 사람이 많다.

타케나카

그렇게 말을 걸어서, 동경하던 작가 분과 친해지는 일이 있나요?

후시미

나는 동경하는 작가 분과는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아요. 작품과 분리하고 싶거든요. 그래서 좋아하는 작가일수록 깊게는 사귀지 않죠. 그렇지 않나요? 히라사카 씨?

히라사카

맞아요. 맞아.

Q.나는 그야말로 후시미 선생님이나 히라사카 선생님한테 그런 감정을 품은 측면이 있습니다. 윗세대의 선생님들은 머나먼 존재라서, 오히려 말을 걸기 편할지도 모르겠어요.

히라사카

이렇게 말해도 데뷔 당시에는 모난 성격이었던지라 믹시 같은데서 선배 작가들의 창작론에 시비를 건 적도 있습니다...떠올리고 싶지 않네요.

Q.히라사카 선생님은 일찍부터 SNS를 잘 쓰고 있다는 인상인데, 젊은 시절에는 실패도 하셨군요.(웃음)

후시미

나는 전격문고에 관해서 말하자면 다른 작가와는 거의 만나본 적이 없네요. 다만 이가라시 선배나 미카케 씨나 토바시 씨 정도. 다들 좋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히라사카 씨가 췌장염에 걸리기 전까지는 꽤 자주 같이 마시곤 했죠.

※이가라시 유사쿠 4회 전격hp단편소설 최우수상을 수상. 대표작 노키자카 하루카의 비밀.

※미카케 에이지 11회 전격게임소설대상 최종선고 후보. 대표작으로 공허의 상자와 제로의 마리아.

※토바시 신지로 13회 전격게임소설대상 금상 수상. 문의 바깥으로 데뷔. 데스게임 계열 소설이 특기.

Q.나친적 8권 후기의 정말 웃을 수 없는 그 사건 말이군요. 급성 폐렴으로 죽을 만큼 배가 아파서, 구급차를 부르는 게 몇시간만 더 늦었어도 아마 저세상을 갔을 거라는...

후시미

그 전날에 같이 마신 게 접니다.

히라사카

맞아! 마지막으로 같이 마셨던 게 후시미 씨입니다!

후시미

그 때 내가 카라스미를 가져 갔거든요. 그랬더니 히라사카 씨는 처음에 배가 아픈 이유가 카라스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고 하더라고요. 너무하지 않나요!

히라사카

달리 특이한 음식을 먹지 않았으니까 카라스미 식중독인가? 싶었지.

Q.근처 병원에 가서 '단순한 위장염'이라는 진단이 나왔죠. 그래서 발견이 늦어진 바람에 위험했었군요.

후시미

정말 무섭습니다...

Q.돌아가셨을지도 모르니 말이죠...GA문고라는 미지근한 물에서 계속 집필을 한 저한테는 신인상 수여가 1년에 4번이나 있었던 MF문고J는 경쟁이 심하다는 이미지였습니다. 순직자도 나왔고...

히라사카

관계자 중 몇 분이 돌아가신 건 사실이지만...그렇다고 MF가 작가한테 무리를 강요하는 일은 없었어요. 오히려 전격 같은 대형 출판사가 더 무섭다는 인상이었죠. 출판권 확보 경쟁이 심해서 마감을 어기면 1년간 책을 낼 수 없다는 얘길 들었거든요.

후시미

어디까지나 제 감각이지만, 비지니스 라이크에 시비어한 환경이었습니다. 같은 전격문고 작가도 동업자였지 동료는 아니라고 할까요? 동지의식은 없어요.

히라사카

나도 레이블에 대한 충성심이나 소속의식 같은 것은 거의 없었죠.

다만 나친적이 팔리기 시작한 무렵에는 다른 MF작품도 히트작이 잔뜩 나왔죠. 그래서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작가, 편집자를 포함해서 MF전체가 '이대로 카도카와를 뛰어넘어서 라노베 업계의 천하를 거머쥘 거야!'라는 가보자고 일체감이 있었어요. 편집자들과 무모한 술자리도 가졌었고...

그래서 미디어 팩토리가 카도카와에 매수 되면서 마음이 가라앉았다...고 해야할까 얼이 빠진 심정이 든 것은 사실입니다.

후시미

저는 러브 코미디 작가 전체라는 카테고리로, 일방적인 동료 의식이 있습니다. 새로운 러브 코미디 히트작이 나올 때도 분하다는 감각은 없어요.

러브 코미디 히트작이 계속 생겨나는 환경은 우리들한테는 순풍이죠. 좋은 일 밖에 없거든요. 새로운 타입의 히로인이 브레이크하거나, 유행이 바뀔 때는 분하다기 보다 배울 기회라고 생각하고, 베낄만한 게 있으면 베끼고 싶네요.(웃음)

본받을 점은 본받아서, 자양분으로 삼고 싶습니다!

Q.다른 작가에 대한 의식이 화제가 된 참인데 히라사카 선생님은 여동생만 있으면 돼 인터뷰에서 '이츠키도 하루토도 작가로서의 타입은 다르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컴플렉스를 품고 있는 서로 닮은 사람이라서 둘 다 내가 아닐까'라고 말씀하셨잖아요?

히라사카

네.

Q.근데 저는 이렇게 생각하거든요. 엄청나게 잘 팔린 작품을 썼고 업계의 누구나가 천재라고 인정하는 그런 히라사카 선생님이 대체 누구한테 컴플렉스를 품는다는 건가요?

히라사카 

나는 컴플렉스 덩어리입니다. 예를들면 나보다 잘 팔리는 사람이나, 이 라이트노벨이 대단하다 1위를 따낸 사람이라거나.(웃음)

Q.으하하하하!(시라토리는 1위를 한 적이 있다.)

히라사카 

후시미 씨나 시라토리 씨는 질투 대상의 필두입니다! 굉장한 소설을 읽으면 '이걸 쓴 사람이 내가 될 순 없을까...'라고 생각합니다.

Q.저도 컴플렉스를 느끼는 타입의 작가라서 세대가 겹치는 후시미 선생님과 히라사카 선생님한테는 특별한 감정이 있습니다. 그런 감정이 있기에 이같은 기사를 쓰자고 마음 먹은 거지만...후시미 선생님은 그런 감정은 별로 가져본 적이 없으시다고?

후시미

맞아요. 작품으로 경쟁하고 있다는 감각은 없습니다. 내 작품의 양분이 되면 그걸로 충분하죠. 그다지 비교는 안 해요.

히라사카 

함께 라노베 업계를 부흥시키면 좋겠다!는 마음은 나도 후시미 씨랑 똑같아서 있어요. 근데 그건 그거고 성공한 사람은 샘이 납니다.

Q.히라사카 씨가 그런 말을 하시면...

후시미

근데 (우리가)안 팔리던 작가이던 시절에 늑대와 향신료가 엄청나게 팔렸잖아요?

Q.팔렸죠. 나는 갓 데뷔한 무렵이라서 마침 라이트노벨 페스티벌에서 하는 강연자가 하세쿠라 아스나 선생님이었어요. 그걸 혼자 보러 갔습니다. 부러웠죠. 일단 내 책도 가져갔는데...마지막까지 꺼내들 수 없었습니다. 전혀 안 팔려서 같은 라노베 작가라고 이름을 대는 게 부끄러워서...

후시미

그 작품에는 살짝 질투를 했을지도 몰라요. 같은 신인상의 상을 받은 분이셨고, 내 일방적인 원한이랄지,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는 감각이 있었습니다.(웃음)

히라사카 

후후후

후시미

반드시 이길 거야!라는 동기부여를 해주는 고마운 존재였습니다.

Q.그런 감정이 안 생기는 건 아니군요.

후시미

작가와 직접 만나게 됐을 때는 그런 감정이 생기지 않을 수는 없죠.

Q.인간이니까 말이죠. 기준은 뭔가요? 매상인가요?

후시미

나보다 대단한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면 질투의 대상이 되지는 않을 거예요.

Q.후시미 선생님은 내여귀 히트로 갑자기 인생이 바뀌면서 어떤 느낌이었나요?

후시미

즐거웠어요! 갑자기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독자가 늘어났죠. 그리고 감상을 써주는 사람이 생겨났어요. 반응이 커서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반면 바쁘기는 했는데...돌아보면 당시에는 엄청 필사적이었죠. 쓸데없는 생각을 할 틈이 없었어요. 다양한 기획을 제안해주셨는데 그 모든 것에 '네! 하겠습니다!'라고 답하는 스탠스라서.

Q.주어진 미션을 소화하는 집필 스타일?

후시미

그런 식이죠. 기획 제안이 오면 기본적으로 거절하지 않습니다.

이 대담 자체도 그렇지만요. 하는 쪽이 틀림없이 득이 되고요. 굉장히 신납니다.

내여귀 신간 발매 당시 매번 인터뷰를 한 아키바 블로그 기획도 그렇습니다. 기사 자체도 재밌고, PV수도 꽤 나왔어요. '좋은 타이밍에 띄워줘서 고마워!'라는 마음 뿐입니다.

Q.선전 측면도 고려하시는거군요.

후시미

네.

Q.첫번째 작품이...팔리지 않았다는 경험이 있으니까?

후시미

(쓴웃음) 그렇겠죠.

아무튼 당시에는...빨리 팔리고 싶다거나 돈이 필요해 같은 저속한 생각으로 가득했습니다.(웃음)

Q.저속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요...다들 그렇게 생각하잖아요.(웃음) 히라사카 선생님은 나친적 1권으로 인생이 확 바뀌었나요?

히라사카 

1권부터 극적으로 바뀐 게 아니라 서서히 팔린 느낌입니다. '왠지 지금까지랑은 좀 다른데?'라고 느낀 건 2권이 나온 다음입니다.

Q.2권에서. 세나의 표지도 좋았다는 말씀이신가요?

히라사카 

여러 요소가 있었겠지만 2권이 처음부터 기세가 좋았어요. 그때부터 자꾸 증쇄를 찍게 됐고...엄청난 일이 됐구나 싶었죠.

Q.후시미 선생님은 팔린다는 것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고 하셨는데 히라사카 선생님은 어땠나요?

물론 '팔리고 싶다'는 마음이야 있었죠. 근데 네크로마나 라노벨부도 그럭저럭 순조로웠어요. 이보다는 좀 더 팔리는 정로...생활이 안정되면 좋겠다는 정도였죠.

Q.그 순조로웠던 라노벨부를 3권으로 끝낸 이유는?

라노벨 드립을 치는 기 빡세서...

Q.처음부터 3권으로 끝낼 예정으로 집필했나요?

아뇨. 몇 권으로 끝낼지는 생각하지 않았죠. 라노벨 소재에 한정해서 이야기를 만드는 게 생각 이상으로 바로 한계가 와버렸어요...

Q.후일의 여동생만 있으면 돼는 창작이 메인인 이야기인데, 라노벨부는 독서 감상에 대한 이야기였죠.

그렇죠. 라노벨에 대해서 서로 논하는 식의. 평판 자체는 아주 좋아서 '일상 코미디, 통하겠다'는 감촉을 느꼈기 때문에 빨리 같은 장르의 신작(나친적)으로 옮기자고 결정했습니다.

Q.후시미 선생님의 데뷔 당시에 대해 질문하겠습니다. 데뷔작 열세번째 앨리스는 SF죠? 심지어 라이트노벨치곤 상당히 하드한 전개가 계속되는 SF였습니다.

후시미

감사합니다! 사전에 보내준 자료(질문 사항 등을 적은 메모)를 읽고서 '이거 전부 읽어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Q.아닙니다. 그런데 1권 휙에 '학원물로 다시 고쳐썼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라노벨치곤 하드하다고 생각하는데...훨씬 하드SF였다는 말씀이신가요?

후시미

분위기는 많이 달랐어요.

열세번째 앨리스는 전격문고대상에 응모해서 2차 선고까지 진출했다가 떨어진 작품이거든요.

Q.2차군요. 최종까지 올라가지 못했다.

후시미

네. 근데 마음에 들어한 편집자가 두 분 계셨어요.

그래서 그 편집자들한테 '어떤 점이 좋았는지'를 듣고서 고쳐 쓴 것이 데뷔작입니다.

99퍼센트 정도는 고쳐 썼기 때문에...당시의 원통함 같은 것이 후기에 드러났을지도 모르겠네요.(웃음)

Q.그랬죠.(웃음) 특히 최종권인 4권의 후기에는 '이 4권은 투고작의 리메이크로, 노트북 안에 잠들어 있던 등장인물이나 이벤트신을 부활시킬 수 있었다'...는 내용이 쓰여있습니다.

후시미

다만 내가 러브 코미디를 배울 계기가 된 작품이긴 했습니다. 두 사람의 편집자를 납득시키지 못하면 책을 출판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거든요.

우선은 그 두 사람이 즐길 수 있는 내용을 쓰고자 러브 코미디를 필사적으로 연구한 기억이 납니다.

Q.히라사카 선생님은 러브 코미디를 연구한 적이 있나요?

히라사카

다른 오락작품을 읽고서 어떤 점이 재밌는지를 분석하는 버릇은 직업상 있습니다. 다만 한발 더 나아가서 연구를 위해서 읽자고 의식한 적은 없네요. 특히 러브 코미디는 원래부터 좋아서 자주 읽었던 거고요.

Q.러브 코미디를 쓰자고 결심하고 연구를 시작했을 때 참고 삼은 작품이 있나요?

후시미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이누카미!입니다.

Q.이누카미!인가요. 같은 전격문고 러브 코미디로 만화화, 애니화, 영화화 등 미디어믹스 된 작품입니다.

후시미

인기도 있었겠다 교과서로 삼는데 아주 좋았어요.

그리고 같은 담당 편집자의 작품은 전부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죠. 당시의 히트작이라고 생각했던 작안의 샤나나 금서목록을 전부 읽었습니다.

Q.메타적인 시점으로 담당 편집자를 공략하자고 생각했다...는 의도였나요?

후시미

당시에는 일단...히트작을 만들자는 단계가 아니라 그 전 단계로, 어떻게든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만 했어요. 

Q.노키자카 하루카의 비밀도 읽으셨나요?

후시미

읽었죠 읽었어요!

Q.그 작품은 내여귀와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내여귀 1권 띠지가 '노키자키 하루카 씨도 대절찬!!'이었고요.

후시미

감사한 일이죠.

Q.하드SF를 쓰던 무렵에 영향을 받은 작가는 어떤 분인가요?

후시미

단독으로 키시 유스케 선생님입니다.

크림슨의 미궁을 좋아했거든요. 천사의 속삭임도 정말 좋아해요. 그같은 공포체험을 텍스트로 표현해내는 점을 존경했어요. 그래서 나는 처음에는 호러 작가가 되고 싶었어요.

Q.네?

후시미

전격에 응모한 건 보험이랄까...돈이 필요했을 뿐입니다.(웃음)

그래서 러브 코미디도 전혀 중요시하지 않았죠. 살짝 썼을 뿐이거든요. 그랬더니 편집자가 높이 평가해준 것은 그 살짝 쓴 부분이었던 모양이라.

그걸로 인생이 바뀐 것일지도 몰라요.

Q.지금 하신 말씀은 그야말로 에로망가 선생 12권이네요. 본인은 가볍게 썼을 뿐 전혀 중시하지 않았는데 독자한테 전혀 다른 평가를 얻는다는.

후시미

하하하!

Q.근데 키시 유스케 선생님이었을 줄은...그럼 신작이 신세계에서 같은 언뜻 이세계 학원 드라마풍인데 다크한 느낌이 된다거나?

후시미

후후후 취미로는 쓰고 싶습니다. 호러 작품도.

Q.저는 원환소녀의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후시미

좋아합니다!

※원환소녀 하세 사토시의 라이트노벨. 스니커 문고 간행. 하드한 스토리와 큐트한 히로인을 양립시킨 명작. 쿠레나이, 로큐부, SHI-NO 시노와 나란히 라노벨 4대 로리 작품으로 통한다.

Q.후시미 선생님은 라이트 노벨을 좋아해서 쓰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키시 유스케 선생님 이름이 나온 건 정말 의외입니다. 그건 그렇고 나는 열세번째 앨리스의 3권 1화가 현재의 후시미 작품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는데요...

※단편 '여자 기숙사의 잠자는 공주' 서브캐릭터 키리야마 마코토와 미야타 레나를 주인공으로 삼은 스핀오프. 세상 물정 모르고 집안일을 할 줄 모르는 레나의 방을 마코토가 청소하는 과정에서 서로 친해지는 모습을 묘사했다. 본편의 복잡한 설정은 전혀 쓰지 않고 대화 중심으로 진행하는 학원 러브 코미디로 구성되었다. 훗날의 후시미 작품의 싹을 찾아볼 수 있는 가작.

후시미

러브 코미디를 쓰기 시작하자 독자의 반응이 많이 돌아왔어요. 그걸 반영시킨 내용이 아니었나...싶습니다.

1권과 2권을 쓸 때도 러브 코미디 연구는 계속 했기 때문에 그 성과를 시험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을 겁니다.

Q.러브 코미디 연구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후시미

베껴 써본다거나...효과는 없었습니다.(쓴웃음)

당시의 나는 대사의 중요성이나 가독성 같은 걸 전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어요.

...나는 책을 읽는 게 특기였거든요.

Q.네?

후시미

그래서 '읽기 불편하다'는 독자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어요.


나는 1P에 글이 잔뜩 써있으면 편이 이득이니까 개행은 적을수록 좋아요. 글자 하나에 담긴 정보량이 더 많으니까 히라가나보다 한자가 좋다는 독자거든요.

아무리 한자를 많이 써도, 어려운 표현을 써도, 일본어가 옆에 주석으로 붙어있으면 읽을 수 있다고 진심으로 생각했죠. 그런 점이 전혀 다르구나, 연구를 다시 하게 됐습니다.

Q.그 계기는 뭔가요?

후시미

으음...편집자가 재수 없는 놈이었던 점?

데뷔 전에 하는 교육이 엄격했어요. 나는 반발심 같은 게 없어서요. 순종적인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네! 하겠습니다!'라고만 대답했죠.

그래도 모든 행동은 직접 납득하고서 했습니다. 감사도 원한도 많이 있죠. 돌아보면 즐거웠습니다.

Q.내여귀 얘기로 들어가고 싶습니다. 이 작품은 친 여동생과의 연애나, 미성년자가 야겜을 하는 등 사회적인 터부를 건드리고 있는데, 그런 소재를 다룬다는 점에 관한 두려움은 없었나요?

후시미

아주 좋은 질문이네요. 엄청 답하기 어렵습니다.(웃음)

우선 전제로 당당하게 발표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민감한 문제를 다룰 때는 작중에서도, 안 되는 부분은 안 된다고 쓰자고 정해 놓았습니다. 공포는 느끼지 않았어요. 필사적으로 재밌는 내용을 쓰는 것만 생각했죠.

Q.내여귀를 집필한 시기는 앨리스 최종권 무렵과 겹치나요?

후시미

앨리스 연재를 끝내는 게 정해진 후에 네코시스라는 작품을 집필했어요. 그렇게 네코시스를 출판을 진행했는데...그 출판 찬스에 내여귀가 끼어든 형식입니다.

Q.전격문고는 작가가 너무 많아서 매달 정해져 있는 출판 파이를 경쟁한다고 하던데...그 중요한 기회를 갑자기 다른 작품으로 돌렸다고요?

후시미

편집자가 전화로 '재밌는 기획이 떠올랐으니까 이걸 써봐주지 않을래?'라고 했어요. 그래서 샘플을 써서 보냈더니 '이쪽으로 갑시다. 네코시스는 없던 걸로'라고 했죠. 나중에 네코시스도 출판시켜줬지만, 당시에는 확정적이었던 입금이 미정이 됐기 때문에 조바심이 났습니다.

Q.하하하!

후시미

그렇게 내여귀를 먼저 내게 됐어요.

Q.죄송합니다. 즉 내여귀라는 작품은...후시미 선생님이 슬쩍 써보고, 그걸 편집자가 재밌다고 말해서 시작한된건가요?

후시미

'여동생물에, 오타쿠 설정으로 써줘'라고 편집자가 전화를 했어요.

Q.친동생으로?

후시미

네.

Q.과연...친동생이란 점과 야겜을 소재로 다루는 점 당시에는 어느 쪽이 반응이 컸다고 생각하나요?

후시미

야겜입니다. 여동생 히로인은 최종적으로 서로 맺어지느냐 맺어지지 않느냐는 논외로 하고, 있기야 있었어요. 그래서 그쪽은 크게 신선하지 않았을 거 같아요.

Q.게임 부분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여동생 히로인과 야겜 둘 다, 그만한 히트를 한다는 점에서는 관련이 없었죠?

후시미

재밌으니까 히트한 거 아닐까요.

Q.작품이 재밌으니까, 말이군요.

히라사카

임팩트는 있었죠. 여동생이 야겜 매니아라는 점은.

상당히 특이한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동생이 히로인이나 오타쿠 취미 소재는 과거에도 있었어요. 근데 여동생과 주인공이 사이가 ㅠ나쁘고, 그 둘이 친해지는 계기가 야겜이라는 점은 신선하고 임팩트가 있었죠.

Q.키리노는 갸루잖아요. 요즘 표현으로 말하자면.

후시미

네.

Q.그 설정은 요즘도 생생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10년 이상 지난 요즘에야 갸루 붐이 왔죠. 후시미 선생님의 작품은 제목을 짓는 방식으로 라노벨 업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기도 했지만, 갸루를 등장시킨 점으로 히로인 속성 그 자체를 확장시킨 측면도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후시미

네.

스스로는 그리 의식하지 않았어요. 대체로 리퀘스트대로 쓰고, 거기에 내 나름대로에 살을 입혔더니 좋은 히로인이 생겨났습니다. 그 점에 계산은 없었어요. 내 공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Q.이건 개인적인 감각인데...후시미 선생님 작품은 전부 1~4장 구성에 기승전결이 정확하게 정해져 있잖아요?

후시미

네.

Q.아마도 플롯을 짤 때부터 확실하게 정해놓고서 집필을 하고 있죠. 그리고 또 하나의 특징이 캐릭터가 저마다 알기 쉽게 역할이 할당되어 있고, 그게 겹치지 않죠. 내여귀는 오타쿠라는 속성 중에서도 사오리 같은 촌스러운 오타쿠와 쿠로네코 같은 중이병 오타쿠를 멋지게 분류해서 캐릭터로 생명을 불어 넣었죠. 그 알기 쉬운 스토리, 캐릭터성이 라노벨을 대표하는 작품이 된 요소라고 생각하는데...후시미 선생님이 스토리나 캐릭터를 만들 때 의식하는 점은 뭔가요?

후시미

기본에 충실일까요? 나는 처음부터 러브코미디를 좋아했던 것이 아니라, 쓰다 보니 좋아진 타입이라서 이론적으로 만들고 있거든요.

특히 시나리오 구성과 서브 캐릭터는 거의...뭐랄까, 한 발짝 물러나서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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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익명 2022/12/21 15:04 # 삭제 답글

    업계 탑들끼리 서로 칭찬해주기 바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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