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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게임 사이버펑크 2077은 2020년 연말에 발매됐습니다. 이번 애니메이션 기획이 시작된 것은 언제쯤이었나요?
처음 제의를 받은 것은 프로메어를 제작하던 무렵이라고 생각하므로, 2018년 초쯤이었나? 당연히 게임 자체는 아직 개발중이었는데 트리거 사내에도 개발회사인 CDPR이 제작한 위쳐 시리즈 평판이 아주 좋았어요.
위쳐는 이번 엣지러너와 마찬가지로 넷플릭스에서 애니화됐죠.
위쳐를 만든 게임회사가 이번에는 SF를 만든다. 심지어 사이버펑크. 사이버펑크는 젊은세대의 일러스트레이터들 사이에서 살짝 유행하고 있다는 느낌은 있지만, 이제는 레트로라고 불러도 될 장르죠. 그걸 이제와서 만든다는 게 꽤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개발중인 게임을 봐가면서 함께 각본을 만든다...는 작업부터 시작했습니다.
게임 개발과 병행해서 애니메이션 기획도 진행한거군요. 이번에 각본은 해외팀과 공동작업이었는데 어떤 식으로 진행됐나요?
처음에 CDPR측에서 바탕이 되는 스토리를 가져왔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그게 너무 게임적이었다고 해야할까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어요. 그쪽 스탭은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그렇기에 우리한테 제의를 했다고 생각했거든요. 애니메이션에 대한 이해도는 높았지만, 역시 게임의 가치관이 베이스에 있었습니다. 직접 플레이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이 사건과 그에 대한 리액션으로 감정이입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게임과 다르게 객관적으로 봐야하거든요. 그냥 사건이 일어나고, 거기에 반응했다...는 걸로는 부족한데 그 순간 등장인물이 어떤 심정인지 알아볼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게임과 애니의 미디어의 차이 같은 게 컸다?
만약 이게 게임이고 내가 플레이하는 거라면 틀림없이 재밌을 겁니다. 근데 애니메이션과 같은 스토리로 봤을 때는 '주인공한테 감정이입해서 응원하고 싶어지는 기분'이 들기 힘들다는 뜻이죠. 그에 관한 의견은 아주 많이 주고 받았습니다.
주인공의 동기부여 같은 것을 강하게 내세울 필요가 있었다?
그렇습니다. 또 하나의 이벤트가 끝나면 그걸로 감정이 끊기는 게 아니라 다음 전개에 이어진다. 그게 마지막까지 이어지지 않으면 시청자도 계속 시청할 동기가 사라질 거라고 봤어요. 그래서 우리쪽에서 이것저것 아이디어를 내서...그 소통을 1~2년 정도? 상당히 오랜 기간 했습니다. 큰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히로인 루시나 적의 보스 느낌, 그리고 엮이는 갱의 분량을 정리했죠. 제대로 주인공 데이비드한테 시선이 갈 수 있게,라는 점을 상당히 신경썼습니다.
이마이시 감독이 게임을 보고 재밌다고 생각한 점은요?
내용이 상당히 하드해서 일본의 레이팅도 18세 이상이거든요. 이상한 얘기지만 PC판으로 말할 것 같으면 캐릭터 메이킹으로 자기 성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웃음) 심지어 크기나 털색도 고를 수 있어서 최곱니다.(웃음) 이런 기분의 게임이라면 마음껏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이상한 눈치를 보는 일이 해야할까요? 있는 건 숨기지 않습니다. 애초에 깡패들의 세계 같은 걸 그리고 있는 게임이니까, 감추거나, 가족이 즐길 수 있게 표현을 완곡하게 하는 건 기분 나쁘죠. 사이버펑크 2077은 그런 대목의 벽을 걷어치운 느낌이라서 즐겁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드한 세계관이기에 표현에도 거침이 없는 거군요.
그리고 사이버펑크라고 할까 그 무렵의 SF가 갖고 있던 감각, 종말에 향하는 느낌을 지금 만들면 이렇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이버펑크2077은 신체를 개조하는 게 당연한 세계인데, 그 결과 죽음이 바로 코앞에 있죠. 그 감각이 아주 리얼해서 좋았습니다. 그래서 사이버펑크SF보다는 영웅본색, 스카페이스 같은 갱스터 영화, 느와르물로 묘사를 철저하게 할 수 있겠다 싶어서 흥미가 생겼어요. 나쁜 녀석이 나쁜 짓을 하고, 기어올라간 끝에 파멸하는 식의 내용이죠. 파멸의 미학 같은 것을 그릴 수 있겠다 싶었죠.
죽음과 삶이 서로 인접한 세계가 무대라는 의미에서는 살짝 천원돌파 그렌라간이 떠올랐습니다. 주인공 데이비드와 그를 이끄는 팀리더 메인의 관계는 어딘지 그렌라간의 시몬과 카미나를 연상시킵니다.
그렇죠.(웃음) 카미나는 멋진 느낌의 유언을 남기고, 의미있는 죽음을 성취한 느낌이지만 메인은 그렇게 좋지는 않은 거 같아요.(웃음) 오히려 이번에는 감동적인 방향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훨씬 드라이하게 묘사했죠. 그 결과 다른 종류의 슬픔 같은 것으로 향하게 된 것 같아요. 선배를 따라서 같은 길을 걷기 시작했는데, 그 선배가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고, 나도 그런 결말을 맞이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 운명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고, 이 나이트시티라는 도시에 있는 시점에서 이미 데이비드의 인생은 더 나아질 일이 없죠. 그런 여건 아래서 어떤 식으로 발버둥칠 것이냐,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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