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도 여친 히로유키가 말하는 팔리기 위한 분석과 어필 만화


히로유키 선생님은 요즘처럼 SNS가 활발하지 않았던 시절부터 개인 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적극적으로 작품을 어필하셨습니다. 상업 데뷔를 하기 전부터 작품을 알리기 위해서, 만화가가 되기 위해서 어떠한 연구나 노력을 하셨나요?

당시 개인 사이트에는 1페이지 씩 만화를 올렸는데 접속자 분석으로 어떤 작품을 많이 보고 있는지 반응을 체크했습니다. 그리고 인기가 있는 다른 만화 사이트를 연구해서 어떻게 차별화 시킬 것이냐, 어떻게 하면 돋보일까, 반응을 체크했습니다.

돋보이기 위한 차별화라 하시면?

요즘과 다르게 당시의 WEB만화는 러프 그림 그대로라서, 그렇게까지 작화 레벨이 높지 않았어요. 그래서 스크린톤을 붙여 깔끔하게 완성시킨다거나, '나라면 이렇게 할텐데'라는 생각이 드는 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했습니다.

남은 것은 다양한 소재를 하나하나 시험삼아 그리고 공개하는 일의 반복. 그렇게 하니까 반응이 좋았던 것에 법칙성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저 계속해서 온갖 시도를 했고 하나 대박을 치면 '좋아 다음!'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는 동안 '나는 이런 만화를 재밌게 그릴 줄 아는구나'라며 내 작풍이나 방향성이 보였습니다.  

그렇게 PDCA(플랜, 두, 체크, 액션)을 하신 거군요. 방향성을 굳힌 계기가 된 작품이 있나요?

비주얼 노벨 게임 [월희]의 동인지 '그래서 나는 렌을 덮친다'입니다. 이 책이 지금의 작풍을 결정지은 하나의 터닝포인트인데, 블랙 유머나 변태같은 발언을 하는 남자 캐릭터를 통해 좋은 반응을 느꼈어요.


좋은 반응을 느꼈다는 것은 어떠한 점에서인가요?

캐릭터의 감정이 크게 움직이는 점입니다. 근데 이건 내 취향이라기보다는 온갖 만화에 다 해당되는 일이지만요. 캐릭터의 감정이 크게 반응하는 대목을 큰 컷으로 그리는 걸 의식하게 됐습니다.


말씀대로 히로유키 선생님의 특징이네요.

이 동인지의 평이 좋아서 이 임팩트를 다른 오리지널 만화에서 했던 게 데뷔작 [동인워크]입니다.

[동인워크]의 테이스트는 [월희] 이차창작에서 얻은 것이었군요.

[동인워크] [만화가랑 어시스턴트랑] [바보걸]로 계속해서, 내 스타일이 일단 완성됐습니다.

가장 알기 쉬운게 [바보걸] 네번째 컷에서 캐릭터의 큼지막한 얼굴로 리액션을 하는 마무리가 엄청 많아요.


만화는 무슨 일이 일어나면 그에 대한 동기가 생겨납니다. 그게 행동으로 이어지고, 누군가의 반응이 되돌아오죠. 그 반응이 돌아온 순간이 가장 기분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걸 로지컬하게 만들면 [바보걸]이 됐습니다.

스스로 만화가라는 점을, 혹은 자기 포트폴리오를 어필하기 위해서는 여러 수단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가령 지금 히로유키 선생님이 데뷔하기 전 신인이라면 어떻게 행동하실 건가요?

누군가의 눈에 들기 위해서는 우선 RT를 타야하기 때문에 아무튼 트위터에 4페이지 만화를 올려서 여러가지 해시태그를 달겁니다.

이차창작과 오리지널, 어느 쪽이건 상관없지만 나라면 처음에는 이차창작으로 봐주는 사람을 늘리지 않으려나? 우선은 좋아하는 작품의 일러스트나 만화를 그려서 팔로워를 늘립니다. 팔로워가 1000명 이상은 되지 않으면 싸워나가기 힘들테니까요. 재밌는 내용을 그리면 RT를 탈 정도의 팔로워 숫자를 갖춘 시점에서 오리지널 만화도 섞어 그리고...그런 식이겠죠.

근데 트위터에서 RT를 타는 건 어려운 일 아닌가요?

아뇨 RT를 타는 건 제일 간단해요.

'만화책으로 잘 팔릴 것'을 최종목표로 칩시다. 그 한단계 아래에 있는 게 '잡지에서 인기작이 되는 것'. 또 그 아래 단계에는 '잡지 연재를 따내는 것'. 그 아래에 '동인지가 잘 팔리는 것'. 그 아래에 '인터넷에서 RT딸 받는 것'.

과연 낮은 허들부터 하나씩 클리어하는 목표를 설치해야 한다고?

골을 생각해보면 RT를 받는 것은 제일 아래 단계라서 난이도도 낮다고 생각해요. 트위터에서 4P로 실험하는 건 엄청 편하잖아요? 그리고, 올리고, 반응이 별로면 바로 버리면 되죠. 그걸 반복해서 자기 안에 성공을 쌓아올리는 거죠.

앞서 말한 PDCA를 반복하는 것 말이군요.

트위터에서 RT를 받는 것과 비교하면 연재를 따내는 게 더 힘듭니다. 정말로 재밌는 만화인데 편집자 취향에 맞지 않으면 연재를 못한다는 불확정요소도 많죠. 근데 RT를 많이 받으면 그점을 돌파하기 쉽죠. '이 작품은 트위터에서 유명해요. 동인지도 잘 팔립니다'라고 말해두면 설득력이 늘어나죠.

RT를 많이 받은 작품을 바탕으로 동인지를 만들 수도 있지만, 출판사에서 제의가 온다거나 담당 편집자한테 원고를 가져가서 상업지에 단편으로 연재하는 것도 선택지로 있고 말이죠. 그점에 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단편을 상업지에 1편, 45P 연재하는 것은 빡셉니다.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 어떨지 미지수인 만화를 잡자에 한편 그린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엄청 괴로운 일입니다. 그럴거라면 동인지로 만드는 편이 돈은 되죠. 그래도 돈보다 중요한 것은 '돈을 지불해서 읽을 가치가 있느냐 어떤가'하는 점을 동인지는 직접 볼 수 있죠. 그 이유가 아주 큽니다.

RT 너머에 그곳에 돈에 발생하느냐 여부를 확인하는 거군요.

[그녀도 여친]의 프로토타입 동인지도 똑같은 흐름이었어요. 상업지로 느닷없이 새연재를 시작하는 건 리스크가 커서 실패했을 때 수습을 할 수 없어요. 처음에는 트위터로 시험해보고, 동인지를 내서 '독자가 1000엔을 낼 가치가 있는 만화인지 아닌지'를 확인했습니다. 리스크 관리면에서 괜찮은 시도 아니었나 생각해요.

갑자기 연재를 시작해서 어시스턴트를 고용하고, 생활시간의 대부분을 만화에 쏟아붙는 것이 막대한 리스크라는 말씀이시군요.

네. 연재로 실패하는 것은 대미지가 크기 때문에 실패를 줄이기 위한 시책입니다. 연재를 시작하면 코스트가 엄청나게 올라가기 때문에 불투명한 부분은 가능한 줄여두고 싶습니다.

단편이 잡지 앙케이트에서 좋은 평판을 얻었더라도, 연재해서 단행본이 팔리느냐 어떤가 하는 점은 모르는 부분이 많아요.

코스트가 낮은 장소에서 실험을 하고 성공 패턴을 늘려나간다. 그렇게 점점 코스트를 들여서 연재를 히트시키는 거군요.

특히나 신인이 갑자기 연재를 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봐요. 연재를 하는 사이에 '이건 통할 것 같다'고 감각으로는 어렴풋이 알게 되지만, 처음 1화는 정말로 세상에 내놓기 전까지는 불투명하거든요.

몇 번이나 연재를 한 히로유키 선생님도 그러신가요?

몇 년을 그려도입니다. '이 새연재, 괜찮을 것 같긴 한데...어떠려나?'하고 불안한 상태로, 나는 연재를 시작하고 싶지 않아요. 불안을 자신감으로 바꾸기 위해서라도 먼저 WEB에 공개하고, 동인지를 내고, 자신감이 생긴 다음에 코스트를 지불하고 싶습니다.

그런 시험을 하지 않고, 한번에 연재해서 대히트를 하면 그야 엄청 멋있죠! 근데 나는 멋보다 실리를 취하기 때문에 허세는 부리지 않아도 됩니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만화보다는 누군가 읽어주는 촌스러운 만화를 선택하겠습니다.(웃음)

그 발언 멋있네요! 트위터는 만화가가 되는 지름길이군요.

확산되기 쉬움과 그림 4장으로도 재미를 전달할 수 있는 편리성이라는 점에서 트위터는 만화가와 상성이 좋습니다.

한편 유튜브는 만화가와 상성이 나빠요. 나도 일단은 하고 있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웃음) 상성이 좋은 만화가도 있겠지만 모든 생활을 걸고서 완전 진심으로 하지 않는다면 죽도 밥도 되지 않을 겁니다.

만화가와 유튜브의 상성...어째서일까요?

예를 들어 일러스트레이터인 사람이 일러스트 그리는 법에 관한 동영상을 올리면 나름대로 수요는 있을 겁니다.

같은 방식으로 만화 그리는 법을 스트리밍 방송해보면 좋지 않을까요?

아뇨 만화를 그리고 싶은 사람은 일러스트를 그리고 싶은 사람보다 압도적으로 소수입니다. 모교가 전혀 다르니까 죽도 밥도 안 될겁니다.

니즈가 적다는 말씀이군요.

만화는 스토리도 구상하고, 그림도 잔뜩 그려야 합니다. 배경처럼 그리고 싶지 않은 것도 그려야하고...즉 만화는 귀찮아!

귀찮으니까 만화를 그리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다.(웃음) 크림존 선생님이나 이토 라이프 선생님처럼 유튜브에서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문거군요.

만화 창작에 관한 얘기를 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토크로 보는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건 이미 만화를 그리는 재능과는 다른 영역입니다. 나는 말재주도 없고, 개그맨처럼 웃기는 경험담도 없어서 만화를 그리고 있는데, 그 전장에서 싸우는 건 불리하죠.(웃음)

선생님은 트위터 말고도 픽시브 팬박스나 틱톡 같은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서 자신의 작품에 관한 정보를 알리고 있습니다. 이같은 새로운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유는 뭔가요?

단순하게 뭘 계기로 내 만화를 읽어주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입구를 늘리는 목적입니다. 작품을 만들면서 새삼 느끼는 점은 '내 작품을 알리는 것'은 무엇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어디에서 누가 독자가 되어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써먹을 수 있는 플랫폼은 뭐든 씁니다.

인지도의 향상이군요.

픽시브 팬박스는 내향적인 서비스라서 인지도는 그다지 오르지 않지만 틱톡은 작화를 배속으로 업로드하면 그럭저럭 많은 사람들이 봐줍니다. 그리고 젊은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 틱톡에는 독자적인 세계가 있어서, 트위터로는 닿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장소에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 여기에 있어'라고 어필하는 것은 효과가 제로는 아니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전의 일환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 수고스러운 일도 아니라서 안하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서요.

풋워크가 가볍네요.

풋워크의 가벼움으로 따지면 유튜브에서 같이 방송을 하고 있는 미야지마 레이지 선생이 최상급이라서, 그 친구한테 감화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만화만 그런 게 아니라, 뭔가를 어떤 툴로 프로모션을 하는데 있어서 한명이라도 팔로워를 늘리는 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화가는 만화가 안팔리면 답이 없습니다. 나는 애니메이션도 만들어주셔서, 많은 사람의 힘을 빌리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주신 분들에게도 환원하고 싶기 때문에 그 보은의 의미에서도 여러가지 노출은 늘리고 싶습니다. 애니메이션 관계자가 '이 작품에 참여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어요.

히로유키 선생님은 상업 연재를 하면서 동인지도 내고 있죠. 상업과 동인을 병행할 때 어떤식으로 시간관리를 하시나요?

기합...기합입니다!

설마했던 정신론...!

상업연재의 마감이 끝난 직후에 동인 마감이 이틀후라고 칩시다. 그러면 이틀만에 완성시킬 수 있는 만화를 그린다. 단지 그뿐입니다.

마감일을 역산해서 내용을 정하는건가요? 이틀에 1권이라니 상당히 힘든 일이라고 보는데요...

그야 존나게 힘들죠! 그 이틀간은 지옥입니다.(웃음)

그렇게까지 해서 양립을 하게 만드는 동기는 뭔가요?

나는 1년에 적금하는 금액을 정해놨어요. 상업 연재를 하다보면 단행본이 XX부 팔렸으니까 올해는 이정도 부족하다...라고 바로 계산할 수 있어요. 그러면 여름과 겨울에 2권씩 신간을 내야지,라는 식으로 전체적인 결산을 맞추면 수입이 안정됩니다.

수입원이 많으면 머니 플랜을 세우기 쉬운 거군요.

맞습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연재를 한편 더 늘리는 건 힘들기도 하고, 팔릴지 어떨지도 알 수 없습니다. 동인지는 전체적인 매상도 읽기 쉽습니다.

참고로 상업과 동인에서 '먹히는 만화'에 차이가 있나요?

동인지와 상업지의 가장 큰 차이가 가격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업지는 200페이지 만화가 500~800엔 정도에 팔립니다. 동인지는 300페이지로 500엔 정도 단가니까, 수익이 압도적으로 좋죠. 따라서 동인지가 적은 코스트로 돈이 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적은 페이지로 장사를 하는 만화의 내용은 범위가 좁거든요.

30페이지 정도에 500엔을 지불할 수 있는 내용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수집성이 있다거나, 야한 내용이라거나. 반대로 상업 연재는 다음 내용이 궁금한 장르...예를 들어 데스게임물을 동인지로 그려봤자 잘 팔릴 것 같지는 않네요.

동인지로 잘 팔리기 위해서는 수집성이 필요...확실히 저도 동인지를 구입할 때 그점을 보고 돈을 내고 있네요.

소녀가 귀엽거나 야한 내용은 페이지수와 관계 없으니까요. 상업 만화의 200페이지로 지갑을 열게 만드는 것과는 싸우는 법이 다릅니다.

'소녀가 귀엽다'가 됐건 뭐가 됐건 좋으니까 30P로 500엔을 지불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나. 그걸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상업연재에서도 활용할 수 있고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입 말고도 상업과 동인을 양립하는 메리트가 있나요?

상업도 동시에 하고 있으니까 모티베이션이 올라가는 일은 있죠.

말은 좀 그렇지만 동인지는 1000부나 2000부 팔리면, 장사로 성립해요. 근데 내 경우에는 그 환경은 '좀 더 위에 올라가고 싶다'는 의욕이 나지 않아요. 한편 상업 연재는 천장이 없으니까 '더 높이, 더 많이'하고 의욕이 생갑니다. 작품에 참여하는 사람도 많아서 '다같이 함께 힘내봅시다'라는 기분이 들죠.

선생님은 예전부터 만화가의 '돈버는 법'이나 '생존전략'에 대해서 동인지나 트위터, 인터뷰에서 때때로 열변을 하셨습니다. 이같은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이유가 뭔가요?

가장 큰 이유는 만화가는 돈을 못번다고 여겨져서, 만화가를 꿈꾸는 사람이 줄어들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힘든 측면도 있지만 나는 만화가는 아주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밌고 보람도 있고 잘풀렸을 때의 리턴도 꽤 좋죠. 하지만 인터넷에 올라오는 건 꼭 '만화가를 했다가 잘 풀리지 않은 이야기'뿐이잖아요.

부정적인 정보가 퍼지기 쉬운 건 인터넷의 특성이니까 말이죠...

물론 만화가를 목표로 해도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건 이해합니다. 운빨겜을 하는 건 괴롭죠. 그래서 리스크를 줄여서 확률을 높히고 싸우면 좋은 직업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습니다.

앞서 말했던 SNS부터 단계를 밟아나가는 방식이군요.

정말로 재능이 넘쳐나서 '점프에 실렸더니 대히트!'라는 식의 초천재는 그런 짓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근데 그렇지 못한 사람은 만화업계는 어쩔 수 없는 운빨겜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리스크를 최대한 줄여서 싸우는 편이 낫죠.

살아남기 위한 확률을 올리는 방법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지만, 그걸 진지하게 생각해나가면 실패하는 확률은 줄일 수 있어요.

히로유키 선생님의 생존전략이나 노하우를 알려주고 계신 셈인데, 경합 상대나 라이벌을 늘리게 되는 것 아닌가요?

글쎄요? 나는 남들이 그리고 싶어하는 멋있는 만화는 그리지 않으니까 경쟁은 안 해요. 촌스러운 만화를 그리고 있으니까요.

[그녀도 여친]은 촌스럽지 않은데요?

아니 양다리를 걸치는 만화라구요? 누가 이런 걸 그리고 싶어합니까! 그래도 꼴사나운 만화도 읽어주는 사람들이 즐거워한다면 나는 그걸로 만족합니다.

그 XX를 그린 선생님이신가요!라는 식으로 작가가 존경과 동경의 눈으로 보지는 않는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런식으로 누군가 동경하고, 목표의 대상으로 삼는 만화가가 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나는 촌스러운 만화를 계속 그리면서 내가 즐거우니까요.(웃음)

예전에 다른 매체의 인터뷰에서 '잘팔리는 만화는 전부 1권을 체크한다'고 하셨습니다. 만화가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작품을 접할 필요가 있나요?

나는 그렇게까지 많은 작품을 체크하지는 않아요. 근데 10만부 팔린 만화는 무언가 '일점돌파의 세일즈포인트'가 있기 때문에 그건 체크해서 분석합니다.

잘팔리는 만화의 팔리는 부분을 자기 작품에 반영한다는 뜻인가요?

아뇨 나는 타인의 만화를 참고해서 내 만화를 그리지는 않아요.

인기 작품을 체크하는 건 '그 만화가 10만부 팔렸다면 내 이 만화는 7만부 정도 팔리려나?'라며, 스카우트의 정밀도를 높히는 의미가 더 큽니다. 머리속에 그같은 기준을 만들기 위해서는 러브코미디에 편중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읽을 필요가 있는데 전체적으로 히트작을 알아두면 정밀도가 올라갑니다.

오히려 100만부 이상 팔리는 만화는 척도가 기능하지 않아요. 그 경지까지 가버리면 일점돌파가 아니라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맞물려서 총합적으로 팔리고 있기 대문에 척도로 삼기 힘듭니다.

그래서 나는 10만부 정도의 만화를 읽을 때가 제일 '맞아맞아, 이해돼!'라고 느낍니다. 내 만화가 그 정도 부수가 되기 쉬운 것도 아마 그런 이유가 아닐까.(웃음)

영화나 드라마처럼 다른 엔터테이먼트의 히트작은 참고하시나요?

재밌게는 보지만 만화를 파는 관점의 최적해는 '만화를 읽는 것'이죠.

직접적인 힌트가 되기 어렵다?

애초에 만화와 영상작품은 미디어가 달라서 잘할 수 있는 일과 잘할 수 없는 일이 다르죠.

예를들어 영화의 총격전이나 카체이스는 그것만으로도 흥분되잖아요? 근데 만화는 그런 장면을 그려봤자 소리도 없거니와 그림도 멈춰있기 때문에 영화만큼의 박력을 전달하기는 힘들죠.

근데 만화는 '총격전을 하는 것으로 인해서, 캐릭터의 감정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느냐'를 그리는 건 잘할 수 있어요.

물론 영상에서 착상을 얻어서 만화에 녹여내는 것도 한가지 방법입니다. 근데 내 경우에는 '만화를 읽는 사람들이 뭘 잔뜩 읽었는가. 어떤 만화가 지금 많이 읽히느냐' 그게 정보원으로 가장 강하다는 게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그러면 선생님이 자기 작품의 내용을 구상할 때 의식하는 게 있나요?

작업용 아이패드 거치대에 '그 내용으로 당신은 텐션이 오릅니까?'라는 포스트잇을 붙여놨어요. 내가 지금 신경쓰는 점입니다.

머리로 생각하고, 의식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나요?

적어놓지 않으면 잊어버려요. 만화로 성립시키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기 때문에. 근데 '성립은 하는데 이게 재밌나?'라는 의문부호가 붙을 때가 있어요.

그냥 성립만 시키는 게 아니라 텐션이 올라가는 내용으로 성립시키는 게 가장 어렵죠. 그래도 그걸 최우선으로 치지 않으면 재밌는 만화는 못그립니다.

같은 내용을 계속 그리다보면 초기충동이 사라져서 '뭐가 재밌는지 모르겠다'는 상태가 된다는 창작자 사레로 종종 듣습니다.

러브코미디는...간단히 말해서 고간에 물어보면 알 수 있어요!

하반신에 오느냐 어떤가, 리비도에 물어보라?(웃음)

맞습니다. 그편이 신용할 수 있잖아요.(웃음) 성립하니까 OK가 아니라, 그 내용으로 나는 즐거운가 어떤가, 텐션이 오르느냐 어떤가. 내가 즐겁다는 생각이 들때까지 아이디어를 짜내는 게 힘든 점이죠.

히로유키 선생님은 자주 '페이스 다운하고 싶다'고 하시는데, 주간연재에 더해서 각 SNS 활동까지 오히려 워커홀릭처럼 보입니다.

이번에는 [그녀도 여친]의 애니화도 빨랐기 때문에 부산스럽게 여기까지 와버렸지만, 이제부터입니다. 이제 나는 무리하지 않겠다고 인생의 노선을 선회했거든요.(웃음)

[바보걸] 당시, 도중에 주간연재를 포기해버렸기 때문에, 똑같은 일을 두번이나 반복하고 싶지 않습니다. 주간연재를 의무감으로 하면 정말로 마음이 죽습니다. 그래서 [그녀도 여친]은 내가 괴롭지 않을 정도로 일하는 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어떤 방식인가요?

작화를 작업하지 않고, 열심히 좋은 그림을 그리려고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의 나는 완성시키는 걸 목표로 그렸거든요. 이제는 제대로 좋은 그림을 목표로 그리고 있습니다.

차이가 뭔가요...?

작업으로 그림을 끝마치는 걸 목표로 삼으면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지만 재미없어요. 그래서 괴롭죠.

'좋은 그림을 그리자!'고 정하는 편이 시간은 걸리지만 즐겁습니다. 좋은 그림을 목표로 삼는 편이 그림으로 즐거워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이보다 좋은 일이 없죠.


데뷔한 이래 드디어, 이제와서야 그곳에 도달한 느낌인가요?

그렇습니다. 엄청나게 빙빙 돌아왔습니다! 내가 즐기지 못하면, 특히 주간연재는 노동환경이 심각하게 블랙하니까요.(웃음)

만화는 '의무감'이나' '일이니까'라는 이유로는 계속할 수 없습니다. 일을 즐기는 법을 연구하는 게 중요합니다.

덧글

  • 더스크 2021/11/20 13:31 # 답글

    내용하곤 다르게 엄청 계산해서 만들어진 만화였네요 ㄷㄷ
  • 크르크르 2021/11/21 01:48 #

    원래 공산품들이 가장 열심히 기획 및 계산과정을 거쳐서 나옵니다.
  • ㅇㅇ 2021/11/23 15:33 # 삭제 답글

    그런 치밀한 노력 덕인지 더 이상 발전이 없을 거라는 예상을 깨고 모든 면에서 전작보다 훨씬 좋아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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