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다 쥿키 47NEWS 인터뷰 2/2 애니


하나다 쥿키 47NEWS 인터뷰 1/2 

애니메이션 집필의 보람은 뭘까요?

오늘은 [일상]을 쓰고 내일은 [노게임 노라이프]를 쓰고, 모레는 [이윽고 네가 된다]를 쓸 수 있다는 점. 게임을 잘 알지 못하더라도, 개그를 잘 치지 못하더라도 일로서 쓸 수 있다는 점은 정말로 즐겁습니다. 그 어떤 천재 작가, 크리에이터일지라도 어쩔 수 없이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작품의 범위가 한정되어 있잖아요? 

하지만 시나리오 라이터는 순정만화도, 이세계전생도 온갖 장르를 체험할 수 있죠. 그점은 아무리 계속 일을 해도 신선함을 잃지않고, 새로운 발견이 있습니다. 다만 그 대가로 평범한 작가들처럼 나만의 작품은 결코 만들 수 없죠. 작가나 화가, 디자이너가 자기 손으로 작품을 완성시켜, 발표하는 형식으로 타인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점과 대조적으로 애니메이션의 시나리오 라이터는 설령 오리지널 작품이더라도 자기 손으로 작품을 완성시킬수는 없습니다.

말하자면 어떤 인간, 어떤 모습으로도 변할 수 있지만 진정한 자신은 결코 거울에 비치지 않는 저주에 걸린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창작 관련 직업을 꿈꾸는 사람한테 있어서는 자기승인을 어떻게 다스릴 것이냐가 상당히 중요한 장애물입니다. 시나리오 만으로는 결코 작품은 완성되지 않고, 어디 그뿐일까 쓴 시나리오를 실제로 읽는 것은 제작스탭 뿐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는 상당히 특수하고 이상한 직업이죠.

작품간의 상승효과도 있나요?

있습니다. 이런 방식이 있다거나, 특히 장르가 다른 두 작품을 동시에 쓰다보면 이런 표현이 있구나, 이런 전개도 있구나 하는 식으로 다른 한쪽의 시나리오에 유입시켜보면 상승효과가 생깁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의 각본 집필의 재미는 뭘까요?

원작을 읽을 때랑 비교해서 각본을 쓸 때가 훨씬 더 원작자가 겪은 창작의 고통이 엿보입니다. 왜 이 대사를 쓴걸까, 읽기만 해서는 모르는 사실을 시나리오로 내가 쓰고 나면 과연 그래서 여기서 이렇게 한거구나 하고 손에 잡힐듯이 이해되는 순간이 있어요. 보는 사람들 즐겁게 만들기 위해 작가가 최선을 다하고 있죠. 그 노력의 흔적을 추체험할 수 있다는 점은 아주 매력적입니다.

오리지널 작품의 경우는요?

역시 상황에 맞춰서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캐릭터라면 여기서 이런 행동을 하겠지, 도저히 재미있게 느껴지질 않아서 이 부분까지는 파기하고 전혀 다른 내용을 다시 써보자는 식으로요. 그런 걸 스탭과 하나부터 고민하는 것은 힘이 들지만 역시 즐겁습니다.

본인의 작풍은 어떤한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앞서 말했듯이 자신의 작풍이 확립되지 않는다는 게 이 직업입니다. 그래서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내 시나리오은 오리지널도 원작물도 반드시 읽었을 때 '하나다 쥿키'라고 도장이 찍혀있습니다. 이름을 보지 않더라도 내 시나리오라는 걸 알 수 있다는 소리를 들을 때가 많아요.

스탭도 시청자도 내 시나리오에 호의적인 사람은 대체로 그점을 장점으로 듭니다. 역으로 내 시나리오를 거북해하는 사람은 대체로 그점을 단점으로 듭니다. 즉 장점과 단점이 똑같은 포인트입니다. 젊었을 적에는 그점으로 많이 고민했지만 나이를 먹어감과 함께 여기까지 온 이상 이대로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다만 엄밀하게 따져서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라이터의 역할을 감안하면 바람직하지는 않은 일이죠. 다른 모습이 되어야 하는데, 내 일부가 남아있는 셈이니까요.

이 일을 하면서 할아버지(전위작가 하나다 키요테루)의 영향을 느끼시나요?

아닙니다. 어머니가 상당히 유복한 집안 사람이라서 어릴적부터 살짝 속세와 동떨어진 사람들을 많이 만난 일도 한몫해서 조부를 특별하게 생각하거나 의식해본 적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부친(교수 하나다 레이몬)께 시나리오 라이터가 되겠다고 밝혔을 때는 '역시 우리집안 사람은 부친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버릇 하는구나. 우리집 전통이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되어버리는 측면은 있나 생각했습니다.

본인이 할아버지랑 닮았구나 생각한 점은?

성격은 조금 이해합니다. 아무튼 심술맞죠. 스트레이트하게 애정표현을 못하고, 어린이였던 나한테마저 귀여운 까닭에 심술을 부리는 사람이었습니다. 유치원생인 나한테 '참 부드럽고 맛있어 보이는 귀구나. 냄비를 가져와서 지금부터 삶아먹어야지'라고 말하곤 내가 우는 모습을 보면서 기뻐하던 얼굴은 지금도 기억합니다.

하지만 심술맞은 기질은 나한테도 있는데 그게 좋게 작용해서 시청자의 허를 찌르는 일이 될 때가 있어요. [우주보다 먼 곳]의 마지막 메일 장면으로 말할 것 같으면 스토리를 구상할 때 잘됐어 잘됐어 하는 결말로 끝내고 싶지는 않다는 캐릭터나 시청자를 향한 심술이 작용한 덕분에 탄생한 장면 같아요. 너무 지나치면 시청자의 미움을 사니까 조심하고는 있지만요.

애니메이션은 예술인가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은 없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고 씁니다. 그점을 의식하면 아무래도 칭찬받고 싶다,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이 드러날 것 같거든요. 제작자 중에서도 심야 애니메이션의 오락작품을 혐오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분들의 작품을 보면 '예술이라고 칭찬받고 싶어'라는 마음이 작품 전체에서 엿보입니다.

하나다 키요테루의 손자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점은 그런 사람들에게 컴플렉스를 품는다거나 주눅들지 않는다는 점일까요? 개인적으로는 세계적으로 평가를 받는 예술적 애니메이션도, 끝난 순간에 내용을 잊어버릴법한 오락 애니메이션도 평등한 하나의 작품, 만드는 고생은 똑같다. 차이는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 그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예술이라는 라벨을 애니메이션에 붙이려드는 법이죠.

애니메이션 각본가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소질은 뭘까요?

계속 이 일을 하면서 생각하게 되는 점은 재능이나 문재가 아니라 인간성의 문제인 것 같아요. 각본가가 되는 것만이라면 누구든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재밌게 쓰고 싶어'라는 목표에 불쾌할 정도로 집착할 수 있는 사람, 그 고생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일을 지속할 수 없죠. 그리고 시나리오 라이터는 기본적으로 프리랜서라서 의뢰가 오지 않으면 일이 없는 불안정한 직업.

심지어 작가처럼 다른 일을 하면서 투고 같은 걸 할 수도 없으니까 운좋게, 아니 운 나쁘게? 시나리오를 쓰는 것 말고는 다른 일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다른 재능을 살린 안정된 직업을 찾아서 다들 그만둬 버리거든요. 따라서 시나리오를 쓰는 것 외에 할 줄 아는 일이 없다는 소질은 필요할지도 몰라요. 내 주위의 시나리오 라이터를 살펴봐도 다 그런 사람들 뿐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동업자들한테 혼나려나.(웃음)

덧글

  • 네프요나 2021/09/02 17:35 # 답글

    "계속 이 일을 하면서 생각하게 되는 점은 재능이나 문재가 아니라 인간성의 문제인 것 같아요. 각본가가 되는 것만이라면 누구든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재밌게 쓰고 싶어'라는 목표에 불쾌할 정도로 집착할 수 있는 사람, 그 고생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일을 지속할 수 없죠. 그리고 시나리오 라이터는 기본적으로 프리랜서라서 의뢰가 오지 않으면 일이 없는 불안정한 직업.

    심지어 작가처럼 다른 일을 하면서 투고 같은 걸 할 수도 없으니까 운좋게, 아니 운 나쁘게? 시나리오를 쓰는 것 말고는 다른 일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다른 재능을 살린 안정된 직업을 찾아서 다들 그만둬 버리거든요. "

    쓰라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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