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노 요시유키가 말하는 하사웨이, G레코, 코로나 애니



주간 플레이보이에서는 1년 반만에 하는 인터뷰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척추협착증의 영향으로 걷는 게 불편해졌어. 내가 걷는 영상을 보면 '이거 환자잖아!'라는 생각이 들어. 현장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건 앞으로 3년정도 남았겠죠.

갑자기 그런 서글픈 말은 하지마세요...그런데 코로나 백신은 맞으셨나요?

6월에 2회 접종을 했습니다. 맞고나서 안도했어요. 이렇게나 TV에서 요란을 떨면 그야.

부작용은 있었나요?

아아코 씨(사모님)가 반나절 나른해하긴 했어요. 나는 3~4시간 몸이 무겁구나 생각한 정도. 근데 친구는 이틀간 잠만 잤다고 하더군요. 뭐 항체가 몸에 생긴다는 것은 생체 그 자체를 강화하는 것이니까...50만명, 100만이나 접종을 하다보면 그중에 부적합자가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죠. 그래서 일부 세론처럼 거칠게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과연. 그러면 이번 인터뷰의 주제에 들어가고자 합니다. 영화 [기동전사 건담 섬광의 하사웨이]가 6월에 개봉, 토미노 감독님의 신작 극장판 [G의 레콩기스타 Ⅲ 우주에서 온 유산]도 7월 22일에 개봉했습니다. 또 4월에는 건담 최초의 실사영화가 넷플릭스에서 전세계 서비스된다는 사실의 발표도 있었습니다.

그러고보면 5월말에 중국 상하이에서 실물 대형 건담이 공개됐죠. 건담은 올해 42주년을 맞이하는데 인기가 쇠퇴하긴커녕 오히려 세계에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단적으로 말합니다. 그건 메인 스폰서가 건재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반다이라는 장난감 회사는 그저 프라모델을 만드는 것뿐만이 아니라, 세계에서 영상 스트리밍을 맡고 상권을 아시아까지 확장시켰죠. 왜 이정도까지 월드와이드하게 할 수 있었느냐? 그건 건담이 로봇물이니까 입니다. 그런데 '로봇물'의 진짜 의미가 뭔지 알아요?

으음...뭘까요?

'아이를 상대로 한 비지니스'라는 뜻입니다. 인간은 초등학생에서 중학교까지 시기에 흡수한 것에 평생 구애되거든.

확실히 초등학생 때 건담과 만나서 지금도 여전히 애호하는 중년층도 많이 있죠.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라는 매체는 소비자가 어린이라서 그들이 성장한 이후에도 컨텐츠로 남을 가능성이 있죠. 실제로 내 경우 건담의 비지니스가 성장하는 것과 함께 내 존재도 인정받게 됐어요. 옛날처럼 '아아, 애니 만드는 사람이구나'하고 깔보이는 일도 없어졌지. 솔직히 목숨을 건졌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감독님은 '건담은 싫어'라고 발언하셨는데 건담이나 로봇물을 긍정할 수 있게 된 것인가요?

원래부터 긍정했어요. 긍정은 하지만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것은 지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나는 작가로서의 재능이 없었어요. 그거야 말로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1972년)에서 타카하타 이사오 감독님이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일을 하면서, 그들같은 인텔리 상대로는 전혀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내가 뭘 할 수 있는지를 필사적으로 생각해서, 이윽고 '로봇물'의 전임 종사자가 되어 있었죠.

하지만 TVA는 스폰서의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건담을 소설화했죠. 소설을 쓴 사실을 만들어두면 작가로서의 내가 사회적으로 인지되지 않을까 하는 계산이 있었습니다. 작가 개인으로서는 장난감 회사를 이용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식으로 해보면서 절감한 것은 '비지니스는 기업에 맡겨야 한다'는 것. 개인 크리에이터가 저작권을 잘 가동한 예는 얼마 없죠. 월트 디즈니조차 그렇습니다. 디지니는 부도날 위기의 시기가 있었는데, 기업가들의 도움으로 현재도 존속하고 있죠. 나는 그걸 30년전부터 의식했습니다.

30년전이면 극장판 [기동전사 건담F91]이나 TVA [기동전사 V건담]을 만들던 시기인가요?

맞아요. 당시에 기존의 제작회사나 스폰서로부터 독립해서 스튜디오를 만들려고 생각한 시기가 있었거든. 근데 돈 계산을 1년정도 해봤더니 완전히 우울증에 걸리고 말았지.

다만 일본의 애니메이션 업계에는 스튜디오 지브리라는 독립독보의 전례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지브리에는 타카하타 감독이나 미야자키 감독 같은 크리에이터 뿐만이 아니라, 프로듀서인 스즈키 토시오의 존재가 있었기에 그만큼 클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브리는 디즈니와 제휴했단 점도 감안하면, 그 레벨로도 이게 한계냐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기동전사 건담 섬광의 하사웨이]는 흥행수익 20억엔에 육박하는 대히트를 기록했습니다. [섬광의 하사웨이]는 토미노 감독님이 89년에 집필한 동명의 소설이 원작입니다.

영화 [섬광의 하사웨이]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어요. 이건 내 지론이기도 합니다. 영화라는 매체는 최종적으로는 감독의 것. 그래서 참견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같은 스튜디오(선라이즈)의 같은 층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거니까, 참견하자고 마음 먹으면 이러쿵 저러쿵 말하게 되지. 예를들어 [섬광의 하사웨이]의 그림 콘티를 이런식으로 책상에 탁!하고 내던진다음 (토미노 감독 주간 플레이보이 잡지를 책상에 내던지면서) '이거 뭐야? 너 원작 안 읽었지!?'라고 말해버려. [G의 레콩기스타]가 없었다면 소동을 일으켰을지도 모릅니다. 내맘대로 그림 콘티를 수정해서 '이걸로 만들어!'라고(웃음)

[섬광의 하사웨이]는 보셨나요?

솔선해서 볼 생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원작자의 업무로서 봐야만하죠. 그래서 개봉 전에 똑똑히 봤습니다.

감상은?

관여하지 않은 작품이라서 감상은 말 못해요. 의견을 말하면 좋건 나쁘건 간에 시장에 편견을 주게 되니까 노코멘트입니다.

과연. 그런데 토미노 감독님은 [바다의 트리톤](1972년)에서 처음으로 TVA 총감독을 맡으셨는데 [트리톤]은 테즈카 오사무 선생님의 원작만화가 있었죠. [트리톤] 제작당시 테즈카 선생님이 이렇게 만들어달라고 주문한 게 있나요?

있을리가 없지. 테즈카 선생은 당시 넘버원 만화가입니다. 내가 존경하는 작가이기도 했죠. 그러나 그만큼이나 다수의 작품을 배출하다보면 작품에도 걸작과 망작은 있죠. 그리고 [트리톤]은 못만든 작품이었기 때문에 철저하게 뜯어고친다, 불만이냐!라는 태도로 임했습니다.

그점에 테즈카 선생의 클레임은 일절 없었습니다. 어디 그뿐일까 원작만화는 연재 당초에는 [푸른 트리톤]이라는 제목이었는데, 애니메이션이 방송되고 단행본이 나올 때는 [바다의 트리톤]이 되어 있었죠. 그걸 본 순간, 테즈카 선생이 내가 한 일을 인정해주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고보면 [트리톤]을 다 만든 다음에, 선생을 직접 만났어요. 어느 영화의 시사회에서. 상영이 끝난 다음에, 테즈카 선생이 2m 정도 앞에서 내 얼굴을 보고 '(방금 본 영화) 지독했지!'라고. 제일 먼저 한 말이 이겁니다.(웃음) 이렇게 말을 걸어줬다는 것은 내가 [트리톤]을 만든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그런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래도 테즈카 선생님은 감독님의 [트리톤]에 대해 창작자로서의 의견은 뭔가 있었을지도 모르죠.

그야 그렇죠. 영화는 자주 보는 사람이었으니까.

그걸 말하지 않았던 것은 테즈카 선생님의 각오겠군요. 토미노 감독님은 그 때의 테즈카 선생님과 같은 입장, 자세를 '하사웨이'에서 취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과연...고맙습니다. 지금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깨달았는데, 그렇군, 나는 테즈카 선생과 같은 입장이 되어 있었구나. 그건 아주 기쁜 일이지만...싫다 참.(양손으로 얼굴을 덮으면서) 그런 나이가 되어버렸구나. 그렇겠지, 이제 곧 80살이니까!

그런데 4월에 실사판 건담 속보가 있었습니다. 이 작품도 토미노 감독님이 관여하지 않는 작품으로 [섬광의 하사웨이]와 마찬가지로, 여러 생각이 있지는 않을까...

실사판도 기본적으로는 노코멘트이지만, 여러 일들이 있었다는 말만큼은 했으면 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토미노한테 감독을 맡긴다는 아이디어가 없었던 이유는 왜지?하고 화가 납니다. 근데 내 나이로는 헐리우드에서 실사는 못찍겠지 하는 실감도 했어요.

실사영화는 육체노동입니다. 학생시절에 영화 현장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는데, 영화의 카메라맨이나 조명기사는 말도 안 되게 건장합니다.

당시의 카메라와 조명기재는 보통 무거운 게 아니니까 말이지? 그걸 들고서 그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산을 오르거든? 실사 영화는 그런 세계입니다. 현재의 나한테는 그만한 체력은 남아있지 않아요. 그래서 조금 더 어르신들을 소중히 생각합시다,라고 말하게 해주세요.(웃음)

한편 현재 개봉중인 극장판 [G의 레콩기스타 Ⅲ]는 감독님이 직접 참여한 토미노 순도 100%의 작품입니다. 다만 감독님은 본작을 '건담은 아니다'라고 공언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뭔가요?

G레코와 건담의 큰 차이는 전기물이냐 아니냐 하는 차이, 세계관의 차이입니다. 지금까지의 세계관의 건담을 만들고자 들면, 전장의 이름이 다를 뿐인 똑같은 이야기가 되어버립니다. 심지어 '우주세기'는 새로운 이야기가 계속해서 만들어져서 비좁은 상태입니다. 거기에 새로운 이야기를 도입하는 건 힘도 들고, 흥미도 없었어요.

그래서 '우주세기'에서 2000년 흐른 세계를 상상해봤어요. 인류는 우주전쟁에서 사멸할 뻔 했다. 그 전쟁에서 살아남은 무리가 역사를 되찾았다...그렇게 생각해봤더니 새로운 이야기를 손에 넣을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원래부터 TVA G레코는 '아동 방송'으로 만들고 싶었거든. 그건 그야말로 앞서 말한 것과 통하는데, 어린이용으로 만들어서 20년후, 30년후에도 전개할 수 있는 작품이 될지도 몰라.

우주세기 팬은 어른이 많으니까, 그들이 죽으면 맥이 끊길 가능성이 있잖아요? 가능하면 현재의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 G레코의 세계관을 써서 새로운 이야기를 그려나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어떤 점을 의식하고 세계를 구축했나요?

의식한 것은 현재의 정치가, 자본가, 우주개발자는 근미래의 가혹함을 생각하지 않는 점입니다. 진심으로 우주에 진출해서 영토를 확보하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깨달았으면 하는 부분은 인류는 아폴로 계획으로 한줌의 사람이 달표면에 가서 발을 갖다댔을 뿐이거든.

영지라고 생각하다니 바보 아냐? 애초에 식민지로 만들어서 뭘 할건데? 우주에서 인간이 살려면 공기랑 물이 필요하거든? 거기에 이주해서 몇 년을 살 수 있는데?하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죠.

심지어 지금의 우주개발, 단발 로켓을 쏘아올리는 것밖에 생각 못하는 사람들은 진심으로 허술합니다. 로켓 엔진은 무척 부자유하거든. 토쿄 대학의 교수한테서 러시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 관한 얘기를 들었는데 그 기지의 주변 20km는 로켓 연료의 유해물질이 떨어져 있어서 사람이 살 수 없다고 하더군요. 방사선보다 훨씬 무서운 물질이 그 주위 어디에나 있다고 하더군요.

최근에는 민간 로켓도 활황인데 로켓 연료는 지구환경을 오염시킨다는?

맞습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현재의 로켓으로는 1000명 남짓한 인간을 달까지 유송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G레코는 지구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 많은 사람, 화물을 운반 가능한 궤도 엘리베이터 '캐피탈 타워'를 설정했습니다.

캐피탈 타워는 리니어 모터로 된 교통기관으로, 지구와 우주를 왕복합니다. 이게 매일 운행되고 있어서, 비로서 물류가 성립하죠. 물류가 성립하니까 사람은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궤도 엘리베이터의 중간에 화물을 내리기 위한 역을 만들었습니다. 케이블 500km마다 너트라는 이름의 역(인공위성)을 설치했습니다. 500km마다라는 것은 토쿄-오사카 사이의 거리를 상정하고 있습니다.

그런 여행 도중에 아무것도 없으면 심심하지 않겠어? 우주여행이니 관광이니 해도 계속 창밖을 봐도 성좌가 있을 뿐. 그런 걸 3일이나 하면 질리겠죠.

G레코Ⅰ의 서두신에는 치어걸 누나들이 다리를 들어올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건, 그런 이벤트라도 없으면 우주여행 따윈 못해먹는다는 의미야.(웃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500km마다 있는 너트 사이를 운행하는데 크라운이라고 부르는 5량 편성의 곤돌라를 설정했어요. 이걸로 간신히 우주에 존재하는 물자를 운반하는 게 가능하지. 이거 실제로 우주 엘리베이터를 연구하는 멤버는 생각 못하는 발상입니다. 그러면서 우주와 지구의 물류를 구축한다니 꼴깝떨고 있습니다. 그래서 G레코에선 그걸 철저하게 사고했습니다.

G레코가 굉장히 미래지향적인 이야기라는 사실을 이해했습니다! 그러면 감독님 마지막으로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최근 1년 코로나로 세계가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나는 이 일련의 소동은 인류사에 좋은 경험, 좋은 자료가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지금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정신줄을 놓지말고, 사람을 죽이지말고, 평온한 생활을 손에 넣을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합니다. 그러는 사이에 꼭 G레코 시리즈를 아끼고 돌봐주세요. 할아버지가 정혼(精魂)을 담아 만들었다고, 보라고!

덧글

  • 무지개빛 미카 2021/08/29 15:34 # 답글

    헉! 토옹 건강이 그렇게 나빠지셨다니...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앞으로 3년? 이제 이렇게 건담의 역사가 끝나가는 겁니까?
  • 존다리안 2021/08/29 16:02 # 답글

    궤도 엘리베이터는 탄소나노큐브가 대량생산되어 여러 소재들에 큼직하게 쓰일 수 있게 되지 않는
    한은 어렵습니다.

    로켓은 일단 연료의 문제지요. 수소가 그래도 가장 친환경적이고 그렇지 않아도 제프 베이조스의 재활용 로켓이 수소 연료를 내세워 스페이스 엑스에 대해 환경적 우월성을 홍보합니다.
  • ㅇㅅㅇ 2021/08/29 19:17 # 삭제 답글

    잘봤습니다. 정말고맙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