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소다 마모루 용과 주근깨 공주 인터뷰 1/2 애니


[용과 주근깨 공주]의 제작은 어떤 식으로 시작됐는지 말씀해주세요.

인터넷을 무대로 삼은 작품은 줄곧 만들고 싶었어요. 20년전부터 인터넷을 무대로 삼은 작품을 만들었는데 처음에는 [극장판 디지몬 어드벤처 우리들의 워게임!](2000년)이었죠. 그다음에 [썸머 워즈](2009년)였습니다.

대체로 10년 주기로 인터넷을 무대로 삼은 작품을 만들었는데 인터넷은 10년마다 엄청나게 큰 변화가 있는 것 같아요. 그걸 무대로 삼은 새로운 작품을 만든다면, 현재를 반영한 엔터테인먼트 영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걸 위해서 뭘 하면 좋을까 고민하기 시작한 게 3~4년 전일까요? 처음에는 어렴풋이 생각하기 시작한 정도였지만, 현재는 겨우 완성되어가는 참이죠.


[썸머 워즈] 때의 인터넷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세계가 됐죠.

전혀 다르죠. [썸머 워즈] 무렵은 겨우 아이폰3가 발매됐을 무렵이니까요. 딱 영화를 만들 때 '아이폰이 일본에도 발매된다나봐'라는 말이 나왔거든요.

'오! 그럼 극중에도 등장시키자'라고 생각해서 와비스케라는 캐릭터한테 아이폰을 쥐어줬고, 나머지 캐릭터는 전부 폴더폰입니다.

그랬군요!

폴더폰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된 시대였기 때문에 [썸머 워즈]의 이야기를 그려낼 수 있었던 측면이 있겠죠. 지문인증 묘사를 넣어보는 등, 당시보다 발전된 테크놀로지를 그렸지만 10년 정도 지나니 [썸머 워즈]의 세계를 현대가 따라잡은 느낌입니다. [썸머 워즈]에서 했던 일들은 대충 현실에서도 할 수 있게 됐죠.

그렇다면 현재의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인터넷에서 이런 일이 가능하다면 좋겠다는 것들을 담아서 인터넷을 무대로 삼은 영화를 만들면 즐거울 것 같았어요.

지금이니까 그릴 수 있는 인터넷 세계는 분명히 존재하죠.

20년 전에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은 굉장히 한정된 사람들 뿐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젊은이들이 인터넷을 써서 세계를 바꾸는 일을 희망적으로 그렸어요. [디지몬] 때는 그랬죠.

[썸머 워즈]는 드디어 젊은이부터 노년층한테까지 인터넷이 보급되어 다같이 참가하면 이런저런 재밌는 일들이 있어,라는 내용을 그렸습니다.

그다음이라면, 현재는 현실과 인터넷 세계가 한없이 가까워졌습니다. 좋은 일만 있는 게 아니라, 인간사회가 갖고 있는 부정적인 부분도 포함해서 인터넷으로 인해 증폭됐고, 마치 하나의 현실처럼 자라잡은 것이 현재입니다.

처음부터 인터넷이 있는 세계에 태어난 새로운 젊은이들은 어떤 식으로 살아갈지를 생각하며 만든 것이 이번 [용과 주근깨 공주]입니다.

현재의 인터넷 사회를 그려냄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미녀와 야수]를 모티브로 삼은 측면도 있죠. 이유가 뭔가요?

원래부터 뮤지컬 영화를 하고 싶었어요.

나는 [미녀와 야수]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토에이 동화에 입사한 것이 30년전인 1991년입니다만, 그 해는 디지니가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 [미녀와 야수] 개봉년도였어요.

애니메이터가 얼마나 빈곤한지는 다들 익히 아시겠지만, 당시, 오이즈미의 욕조 없는 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 목욕탕을 다니면서 상당히 힘든 직업이라고 생각했어요. 토에이 동화에 입사한 것은 좋았지만, 더 괜찮은 직장이 없을까 생각했었죠.

그 때는 아직 버블이 터지기 직전 정도였었죠. 광고도 엄청나게 돈을 들였던 시대였는데, 대학 친구가 외국에 가서 광고를 촬영하고 왔다느니 이런저런 말을 하는데, 나는 직장과 아파트 말고는 목욕탕 정도밖에 가는 곳이 없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미녀와 야수]를 봤어요. 그것도 극장이 아니라 비디오로 봤죠. 극장에 갈 돈도 없었으니까. 그래도 엄청나게 근사해서, 이렇게 근사한 작품이 세상에 있는 거라면, 조금만 더 애니메이션 현장에서 버텨볼까 생각했어요.

너무 근사했기에 박스 세트를 사버렸죠. 연수입이 100만엔도 되지 않는 시대에 박스세트는 2만엔이었죠.

연수입의 50분의 1 정도 가격입니다.(웃음) 그래도 그만큼 대단했으니까 갖고 싶다!고 생각했죠. 내용물은 VHS판 영어판과 일본어판, 사운드트랙 일본어판과 영어판, 그리고 또 하나가 워크인 프로그레스판이라는 게 포함되어 있었어요. 그게 뭔가하면 요컨대 미완성 [미녀와 야수]입니다. 그게 딸려 있었죠.

미완성판,인가요...?

즉 소위 원화 촬영이나 동화 촬영이 들어 있는 것입니다. 즉 제대로 완성시킨 내용은 아닌거죠.

이유가 뭔가하면 뉴욕 영화제였나 어딘가에 [미녀와 야수]를 상영할 예정이었는데, 그 스케줄을 맞추지 못했으니까 제작 중인 상황 그대로 내버렸다는 버전입니다. 미완성판인데 영화제에서 상영했더니 엄청난 갈채를 받았다고 해요.

이 버전을 보면 어떻게 애니메이션을 만드는지를 알기 쉬워요. '트랙업(피사체에 카메라를 접근시키는 촬영기법)의 폭이 이만큼 있습니다'라거나, 동화의 단계에서 이렇게나 매끄럽게 움직이고 있다거나, 그런 점을 알기 쉬웠어요. 제작현장에 막 들어온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참고가 됐습니다.

무엇보다 영화가 근사했기 때문에 이런 일을 언젠가 할 수 있다면야 애니메이션 현장에 조금 더 있어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줬어요. 그게 저한테 있어서의 [미녀와 야수]입니다.

언젠가 이런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항상 생각했고, 여러 자리에서 좋아하는 영화를 질문 받았을 때 [미녀와 야수]라고 답했습니다.

근데 [미녀와 야수]는 뮤지컬이잖아요? 어떻게 하면 애니메이션으로 뮤지컬이 가능할지 고민했습니다. 이번 작품은 결과적으로 뮤지컬은 되지 않았지만, 중요한 요소로 노래는 남았죠.

내용면에서도 [미녀와 야수]에서 그려지는 '보편적인 것'을 현대에 표현하고 싶어서 [용과 주근깨 공주]를 만들었습니다.


감독님 염원의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군요.

실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년)도 같은 제작 방식입니다. 츠츠이 야스타카 씨의 원작(1967년)이 있고, NHK의 소년 드라마 시리즈 [타임 트래블러](1974년)이 있고, 오바야시 노부히코 씨의 실사영화(1983년)이 있죠. 2006년 당시에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만든다면 어떤 식으로 현대를 반영시켜서 어떤식으로 그 시절의 젊은이들을 향해서 만들 수 있을지를 강하게 의식했죠.

[용과 주근깨 공주]는 똑같은 방법론입니다. 원작이 만들어진 18세기의 프랑스의 상황과도, 디즈니가 영화를 만든 1991년의 상황과도 다른 현재에 [미녀와 야수]를 만들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하며 만들었습니다.

고전이란 새롭게 다시 만들기에 고전의 의미가 있죠. 항상 새로운 요소를 반영하는 것으로 인해 항상 다시 태어나는 것이 고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말씀대로 [시간을 달리는 소녀]도 똑같은 제작방식이었네요. 이정도로 감독님을 매혹시키는 [미녀와 야수]의 매력은 뭔가요?

[미녀와 야수]를 생각하다보면 '현대 기준의 미녀는 뭘까?'라고 생각하게 되잖아요. 그리고 저는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에서 어떤 점이 좋은가 하면 야수가 좋아요. 야수는 '변해가는 존재'입니다.

실은 미녀는 미녀인 그대로니까 그다지 변화가 없어요. 물론 매력적이기도 하지만요. 미녀는 유럽이 됐건 일본이 됐건 봉건적인 사회속에서는 주어진 역할 밖에 없습니다.

야수는 변할 기회가 있지만 미녀는 감옥속에 유폐된 것처럼 변할 기회가 없어요. 그래서 '현대의 미녀'를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질문이 필요해져요.

현대의 [미녀와 야수], 현대의 미녀, 현대의 야수는 뭘까를 생각하다보니, 다다른 결론이 [용과 주근깨 공주]가 됐다는 뜻입니다.

현대의 야수나 미녀는 어떠한 것인지, 어떠한 것들에게 억압을 받고, 어떤 식으로 해방되고 싶은지.

인터넷은 이중성이 기본입니다. 즉 인터넷 속의 자신과 현실의 자신이 항상 있는 셈이잖아요. 그게 그야말로 야수적이죠.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에 어쩌면 인터넷 세계를 사용하면 현대의 [미녀와 야수]라는 컨셉을 보다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게 3년 정도 전입니다.


저는 온라인게임 유저라서 이해가 갑니다. 야수처럼, 겉모습과 속이 다른데, 그 속으로 엑세스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죠. 이런 구조는 실은 인터넷 세계에서는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는 말씀이시군요?

그쵸? 현대는 인터넷의 존재로 인해 이중성, 삼중성의 사회로, 즉 또 하나의 자신이 있는 게 보통이 됐어요. 옛날에는 자신이란 건 하나였어요. 혼네와 타테마에가 있지만, 혼네는 보이지 않게 할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중성이 있다는 사실을 본인밖에 모르는 세계였죠.

그러나 이제는 누구나 인터넷에 뒷계정을 갖고 있거나, 인터넷의 인격과 현실의 인격이 다른 것이 평범한 일이죠.

몸치장을 한 아바타, 과장된 SNS의 아이콘, 화려한 이름, 그런게 당연한 일이잖아요. 그런 일이 극히 평범하고 이제는 가상세계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생활하고 있는 셈이죠.

가상세계는 언뜻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지지만, 우리들은 이미 세계가 이중화되어 있는 상황속에서 살고 있죠. 온라인 게임을 하는 사람은 특히 그 감각이 강할 거라고 생각해요.

있죠.

온라인게임 속이 하나의 세계라고 느끼는 영역까지 가버렸죠?

말씀하신대로입니다.

그 세계 속에서 연애나, 얘는 참 괜찮다고 생각하는 일도 있거든요. 그런 경우에는 어떻게 하시나요? 현실의 파트너와 어떻게 타협을 보시나요?

게임 속에서 사귀는 플레이어도 있지만, 저는 실명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게 무섭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30대라서 그 수준까지는 가본 일이 없습니다.

오프 모임도 안 해요?

지인은 있습니다. 온라인 게임을 계기로 결혼을 한 사람도 있어요.

그렇죠. 애초에 데이트 어플을 통해 사귀는 것 자체가 우리 쇼와 인간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발칙한 이미지인데(웃음), 요새는 당연한 일이죠.

그런 일이 괜찮다면 온라인 게임으로 연애를 하는 게 뭐가 문제냐 이 말입니다.


그런 부분에서는 현실과 인터넷의 세계가 상당히 카오스 상태라고도 할 수 있죠. 이중화, 삼중화 되어 있지만, 감정은 하나라면서. 그래서 인류가 현재, 미지의 영역 속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하는 선택에 내몰려 있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스릴 넘치는 시대라 할 수 있죠.

그런 상황 속에서 요새 젊은이들은 어떤 연애를 할까 궁금했어요.

근데 사실 그런 건 옛날부터 있었죠. 18세기의 프랑스 가면무도회나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이야기는 중세부터 있잖아요. 아무리 봉건적인 사회이더라도, 호감이 가는 상대의 속마음에 엑세스하고 싶다는 식의 감정은 있는 법입니다.

그리고 방금한 얘기랑 이어지는 말인데, 그래서 고전은 무시할 수 없는 겁니다.

현대에서 고전인 [미녀와 야수]의 모티브를 그리는 이유군요. 도구는 달라져도 하는 일은 똑같다고 해야할까.

맞아요. 그게 고전을 다룰 때의 재밌는 점인데, 옛날과 달라진 점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점을 분명하게 만드는 게 포인트.

[미녀와 야수]를 다루는 걸 두고서 '왜 그렇게 낡아빠진 작품을 모티브로 삼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역시 이 작품은 변함없이 흥미로운 소재입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만들 때도 '그런 곰팡내 나는 원작을' '호소다도 끝났군' 이런 소리만 들었지만(웃음), 그래도 아니거든요. 결국 중요한 건 만드는 방식이란 소리입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소재로 삼은 당시의 상황보다도, 인터넷이 우리들 가까이에서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지금이니까, 옛날부터 변함없는 것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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