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다 준 소설 출간 기념 인터뷰 라노베

'뭘 먹으면 이렇게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인간이 되는건지.'


처음으로 쓴 소설이 발매되고 시간도 흘러, 상당한 숫자의 감상을 읽었는데요, 그중 하나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소설의 등장인물 쥬로마루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실은 소설을 쓴 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면 저 자신이 이런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내게는 매일매일이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뛰어넘어야 하는 허들입니다. 


그것은 산처럼 높습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몇 걸음 나아가면 찾아오는 내일이 나한테는 클라이밍처럼 손발을 혹사해서, 극복해야, 겨우 찾아오는 것입니다. 내 시간은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지 않으면 흐르지 않습니다. 특히 일 이외의 공백의 시간은 공포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처럼 스마트폰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거나, 멍하니 있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내가 흥미를 갖고 있는 것은 숫자가 한정되어 있습니다. 매일, 일이 끝난다음에 잠을 자기 전까지 뭘 하며 시간을 때워야 할지, 거기에 절망하여 이상해졌습니다.


심지어 토요일은 지옥입니다. 내가 일을 하고 싶어도 세간의 대다수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필연적으로 나는 또 할게 없어집니다. 때로는 마음의 건강 상담을 위한 전화번호를 검색하는 것까지는 합니다. 복지 센터의 직원분도 '언제든지 전화로 얘기 정도는 들어드릴게요'라고 말씀해주셨는데, 내 문제로 누군가의 시간을 빼앗는 게 싫어서 아직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내용이 기록된 편지 만큼은 죽기 직전에 의지하기 위해서 부적을 대신해서 항상 가까이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테즈카 씨 감사합니다. 그러고보면 '그렇게 시간이 많이 남으면 소설이라도 써보는게 어떠세요?'라고 제안해 주신 것도 테즈카 씨입니다. 그때는 '이미 쓰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정신과도 20년 가까이 통원하며, 갖가지 항우울제를 처방받았는데, 이 부정적인 가치관은 1미리도 달라지는 법이 없었습니다.


몸은 건강합니다. 다만 멘탈이 항상 벼랑 끝입니다. 나같은 인간이 많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분명 이 세상에 있겠죠. 그리고 그 사람들도 왜 자신이 그런 것인지 모르지 않을까요? 그래서 나는 이렇게나 부조리한 세계를 살고 있다는 사실을 소설로 써서 발표하게 됐습니다.


계기는 소속된 회사의 사장님의 말이었습니다. 나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의 시나리오 라이터를 맡아오면서, 애초에 소설은 못쓴다고 미디어에도 공언했습니다. 그러나 2019년 말에 너무나 불합리한 일이 일어나 부정적인 파워가 쌓이고 쌓였을 때 사장님이 '소설을 써'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선 지금의 심정을 토해내자,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부정적인 파워로 창작을 하기 때문에 술술 써졌습니다. 내가 인생에서 느꼈던 불합리함을 나열했습니다. 초고는 한달 반만에 완성했습니다. 저주를 적어놓은 것 같은 소설이 완성됐다는 보람이 있었습니다.


읽어본 사장님은 깜짝 놀랐습니다. 좀더 라이트한 내용을 쓸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문예작품으로 세상에 내놓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당시의 사내 sns의 대화에서 인용하자면 '이 쥬로마루와 토키츠바키의 대사는 일찍이 일본 문예사에는 없는 박력이 있으며, 거기에 흐르는 원념 같은 근원적인 질문들에 세상의 어른들이 경악할 것이 틀림없다. 그렇기에 이게 문예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믿으며, 그렇게 세상에 내놓아야 한다고 사명감마저 느낀다'고 합니다. 사장님이 나의 제일가는 팬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말씀이죠.


그후로는 여러 출판사에 출판 타진을 했지만, 역시 게임업계 인간. 출판은 라이트노벨 레이블이 아니면 무리라는 답변만 받았습니다. 연줄을 동원해서 거두어주신 것이 코단샤였습니다. 게임 업계도 그렇지만 소설도 원고를 더 좋게 만들기 위해서 편집자가 빨간펜으로 교정을 하는 작업이 있습니다. 사전에 사내에서는 '교정을 너무 심하게 보지 말라고 부탁할지, 철저하게 해달라고 부탁할지'에 관한 논의가 있었는데, 나는 후자를 택했습니다. 경력으로 대접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처음에 편집자가 첨삭을 해서 원고를 보내왔을 때는 그 엄청난 양에 소름이 끼쳤습니다.


항상 하루 꼬박들여서 고쳐쓰고 다시 보냈습니다. 그다음에도 첨삭된 부분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점점 지적이 세세해집니다. 이제까지 써본적 없는 단어를 머리속에서 어떻게든 찾아내서, 문장을 짓는 작업을 한결같이 계속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완성입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감각은 지금도 기억합니다. 골이 없는 마라톤을 계속 달리다가, 느닷없이 골입니다라는 말을 듣고 돌아본 다음, 확실하게 골테이프를 끊었다는 사실을 찬찬히 확인하고서, 뒤늦게 스멀스멀 환희가 차오른다. 그런 감각이었습니다. 


소설에 관해서는 완전히 초보자였던 내가 마침내 프로 편집자의 인증을 받았다. 새로운 매체에서의 도전이었기에 신선했습니다. 발매전에 증정본이 왔을 때, 처음으로 그걸 만졌을 때도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이제까지의 작품은 게임이나 애니 등, 여럿이서 만드는 것들 뿐이었습니다. 패키지가 팔리는 모습조차 본 적이 없습니다. 봐도 아무런 감회도 없을 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재능이 결집해서 완성된 것. 내가 관여하지 않은 부분이 호평을 받으며 팔리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거의 혼자서 만들어낸 것. 그리고 Key라는 브랜드를 처음으로 등에 업지 않고서, 개인명으로 내놓은 작품입니다. 20년 이상이나 창작활동을 계속하면서, 또 이렇게 신선한 감동을 얻을 수 있을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Key라는 브랜드의 십자가를 내려놓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Key라는 게임 브랜드의 첫작품은 1999년 발매한 Kanon이자, 그때 기획과 메인 라이터를 맡았던 게 히사야 나오키라는 천재의 존재입니다. 그가 자아낸 '감동적인 게임' 소위 '나키게/泣きゲー'란 것을 Key의 팬을 위해 계속 만들어야 하는 숙명이 나에게 부과됐습니다. 이를통해 탄생한 것이 쿄토 애니메이션의 손에 의해 감동적인 애니메이션으로도 유명해진 AIR나 CLANNAD와 같은 작품들입니다.


이번에는 '울려야만 한다'는 구속에서 해방되어, 꽂히는 사람만 꽂히면 된다고 뻗대면서 자유롭게 썼습니다. 그것이야말로 크리에이터로서 최고로 의의가 있는 일이라고, 완성시킨 다음에 깨달았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순수하게 쓰고 싶은 것을 철두철미하게 관철해서, 써내린 작품이기도 합니다.


틀림없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는 못할겁니다. 하지만 나처럼 사는 게 힘들고, 이 괴로움을 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거야?라고 생각하며, 매일매일을 최선을 다해 극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통하고, 위로가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猫狩り族の長]의 유일한 허구는 죽음을 바라는 쥬로마루를 구출하고 싶다며 다가가는 토키츠바키의 존재입니다. 내 인생에는 토키츠바키는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나는 이 세계를 계속 저주하며, 버그가 난 내 뇌에 계속 질색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마음의 긴급창구에 전화를 걸고 싶어지고, 직전에 관두고, 혼자서 떠안고서, 매일 손을 뻗고, 발버둥치며, 이상해진 다음에도 정상인척 행세하며 살고 있는, 결함품처럼 망가진 인간입니다.


300p나 문장을 지어내어, 소설을 다 쓴 것은 나같은 인간이 있다는 사실을 그렇지 않은 인간에게도 알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처럼 고민하는 인간이 있다면, 같은 고민을 지닌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 한편으로 내가 시나리오나 음악을 계속 만드는 이유는 토키츠바키 같은 존재가 나타날 날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쥬로마루가 계속 쓴 재즈코어처럼, 이렇게, 무언가 작품을 계속 만들어 남기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지금 바로 이 글을 읽어주고 있는 당신일지도 모릅니다.


부디, 전해지기를.


덧글

  • 아울베어 2021/07/12 22:33 # 삭제 답글

    늘 정성스러운 번역으로 귀중한 이야기들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곳이 아니었으면 존재도 몰랐을 이야기들, 알았어도 제목 한번 보고 흘려넘겼을 이야기들을 아주 자세한 부분까지 알게되는 기쁨과 놀라움, 즐거움이 있네요.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편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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