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거인 담당 편집자가 지켜본 11년 7개월 만화

우선 이사야마 선생님과의 첫만남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처음 만난 것은 원고를 갖고 출판사를 찾아오셨죠. 이사야마 씨가 편집부에 [진격의 거인] 단편을 가져왔고, 그걸 본 것이 저였습니다. 제가 아직 입사한지 1년차였던 여름 무렵의 일이었죠. 그렇게 담당 편집자가 되어서 처음에는 신인상을 목표로 미팅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어느정도의 빈도로 미팅을 가지셨나요?

아마 한달에 1~2번 정도였을 거예요. 이사야마 씨는 먼 곳에 살고 계셨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전화 통화로 회의를 했지 직접 만나는 일도 거의 없었죠. 매일 같이 전화해서 진척 상황을 물어본다거나 그런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어느 순간 갑자기 이사야마 씨가 토쿄에 이사를 오셨는데, 그것도 나는 이사하고 나서야 알게됐지만(웃음), 그다음부터는 직접 대면해서 미팅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도 빈도는 그전과 비슷한 수준이었죠.

사적인 친목 도모도 있었나요?

그런 건 없었습니다. 둘이서 같이 밥을 먹으러 간 적도 없어요. 요즘도 둘이서 먹으러 간 적은 세번 밖에 없습니다만(웃음) '사생활에 너무 파고들지 않는다'는 것이 개인적인 룰이라서 나는 작품 미팅을 할 때도 잡담 같은 걸 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작품에 관한 얘기를 하죠. 예를들어 친구에 대한 이야기나, 애인에 대한 이야기나 그런 걸 물어본 적은 없었습니다. 이사미야 선생님이 사적인 얘기를 하신 적도 없습니다.

사생활에 너무 파고들지 않는다는 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나는 만화 편집자지만, 만화 편집자가 아니라는 딜레마가 있어서요. 즉 어디까지나 나는 회사원이라서 부서가 이동되면 만화 편집자가 아니게 될지도 모릅니다. 만화 편집자이기 이전에 회사원입니다. 하지만 작가는 언제까지고 작가잖아요? 내가 담당이 아니게 되는 날이 오기 때문에, 계속 보살펴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들어 '우리는 파트너니까'라거나 '이인삼각이지.'라는 식의 말들은 거짓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싫습니다.

그런데 사생활까지 서로 공유하게 되어버리면, 그건 이미 일적인 관계가 아니게 되어버리죠. 그래서 어디까지나 작가는 비지니스 파트러라고 생각하는 편이 낫고, 그런데도 비지니스 파트너가 아닌 척 구는 것도 싫어서 일에 대한 이야기 외에는 하지 않도록 신경썼습니다.

다만 예외는 있는데 잘나가는 작가는 별개입니다. 그들은 이미 자립해 있으니까, 내가 돌봐줄 필요도 없죠. 그 수준까지 가면 딱히 책임을 질 필요도 없겠다, 어떤 의미로는 이미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거든요.

당시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관계성이 달라졌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죠. 이제는 둘다 결혼을 한 점도 있지만, 평범하게 사적인 이야기도 합니다. 당시와는 대하는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내가 생일 선물을 드린 적도 있거든요.

어떤 선물을 하셨나요?

만화에 도움이 될만한 것을 보내드린 적이 있습니다. 예를들어 근육이 붙는 방식을 알 수 있는 인체해부도 같은 거. 그리고 '감정사전' 같은 것을 보내드린 적도 있죠.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가 잔뜩 쓰여 있는 사전입니다.

이사야마 씨는 일본어가 엄청 서툴지만 엄청나게 능숙한 측면이 있거든요. 보내주신 원고를 살펴보면 일본어에 없는 표현이 아무렇지 않게 써있어요. 그래도 확실하게 표현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는 전해지죠. 당시, 교정을 봐주는 분이 아주 엄격한 사람이었는데, 이사야마 씨의 독자적인 표현에는 '이 일본어는 이상하지만, 이사야마어(諫山語)니까 이걸로 괜찮은 셈 칩시다'라는 말씀을 하곤 하셨습니다.(웃음)

이사야마 씨는 평범한 것도 평범하지 않은 단어로 표현하거든요. 그건 즉, 예를들어 '슬프다'라는 것을 '슬프다' 이외의 단어로 표현하고 싶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신다면야 하고 '슬프다'라는 감정에 대한 단어가 잔뜩 실린 감정사전을 찾아서 보내드렸습니다.

이사야마 선생님의 신인상 입선작이 잡지에 게재됐을 때 '입선작 사상 가장 그림이 서툴다!!'라는 설명문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 말에 이사야마 선생님이 화를 내지는 않으셨나요?

그 설명문 사실은 나도 쓰기 싫었어요.(웃음) 하지만 당시 그게 실린 매거진SPECIAL의 팀장이 그렇게 하라고 하셨거든요. 그래도 이사야마 씨가 화를 내지는 않으셨습니다. 그보다는 이사야마 씨가 화를 낸 모습은 지금까지 한번도 본적이 없습니다만.

얼마전에 제가 TV 인터뷰를 했을 적에 '1화의 컬러페이지에 큼지막하게 선전 문구를 삽입했는데, 그건 그 글자 아래 있는 그림이 너무 지저분해서, 감추고 싶었기 때문입니다'라는 말을 했어요. 일단은 방송전에 그런 사정을 방송해도 괜찮을지 이사야마 씨한테 물어봤는데요, '사실이니까 괜찮습니다'라고 하셨죠. 아마 그 입선작의 문구에 대해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으실까요?

당시 그림에 대해 지적한 적은 없나요?

그야 물론 있죠. 나는 이사야마 씨가 그림을 못그린다고 생각한 적은 없고, 오히려 처음 봤을 때부터 잘그린다고 생각했지만, 이사야마 씨의 성격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관심이 없는 것에는 집착이 없어요.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무래도 좋은 모양이라.

예를 들어 '선을 깔끔하게 그린다'는 일에는 관심이 없어요. 잘 그리고 싶다고는 생각해도, 아마도 선의 깔끔함과 그림의 능숙함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선을 깔끔하게 그립시다'라는 말은 자주 했죠. 그래서 매거진의 다른 연재작을 모사하곤 했는데, 그럼에도 좀처럼 선이 깔끔해지질 않아서요.

[진격의 거인] 연재가 시작한 다음이라고 생각하는데, 원고를 가져와셔서 그걸 살펴보면서 '독자가 돈을 지불해주시고, 그 대가로 그리고 있는 거니까 조금만 더 정성들여 그림을 그립시다'라고 말을 했어요. 예를들어 망토에 조사병단의 마크가 그려져 있는데요, 그 날개의 개수가 컷마다 달라지거든요.

그리고 선도 닫혀있지 않아서(※선의 시작점과 종점이 겹쳐지지 않는 것), 이런 부분은 신경 씁시다라고 말했더니 '카와쿠보 씨가 말씀하셔서 선을 깔끔하게 그리는 편이 낫다는 사실은 알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 선이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아요.'라고 답하셨죠. 그 인식의 차이는 끝까지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그후에 [진격의 거인]의 연재는 11년 7개월의 기간에 이르렀습니다. 이 연재 기간동안 카와쿠보 씨가 보시기에 이사야마 선생님이 괴로워한 시기가 있나요?


몇가지 있지만 역시 연재 초기에는 힘들었을 겁니다. 아무리 이사야마 씨라고 하더라도, 처음에는 어떤 생각으로 만들면 좋을지도 몰랐을 거고, 히키(※마지막 컷에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지는 장면을 그리는 기법)가 무엇인지나, 5권 단위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지만 동시에 매 에피소드가 재밌어야 한다거나, 생각할 것이 잔뜩 있거든요.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 자기만의 무기도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이사야마 씨의 '스타일'을 발견하기까지가 힘들었을 겁니다.

그런 기간에 둘이서 자주 다툰 이유는 나는 '좀 더 알기 쉽게 그려라'라는 말을 했는데 이사야마 씨는 '알기 쉬운 것은 내가 좋아하는 만화가 아니다'라고 하셨죠. 이사야마 씨는 전하고 싶은 것이 명확하게 있는 작가라서 '이 편은 독자를 놀라게 만들고 싶다'거나 '이 편은 이 캐릭터를 멋있게 선보이고 싶다'처럼 하고자 하는 일이 분명하게 있어요.

하지만 '그럴거면 더 멋있게 그려야죠'라거나 '더 감동적인 에피소드를 넣어야죠'라고 내가 말하면 '아니, 그렇게까지 하는 건 좀 그런데...'라는 대답이 나올 때가 때때로 있어서, 그 시기는 서로 힘들었습니다.

또 단행본으로 따지면 특히 14~16권 때라고 생각하는데, 아무리 애써도 재밌는 것을 그릴 수 없다고 괴로워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전까지는 인간 대 거인의 이야기를 그렸었는데 인간 대 인간의 이야기가 되어서요. 필요한 이야기이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정치나 사회에 해박하지도 않았고, 특별한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닌데 무리해서 그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어서 그 때는 괴로워했습니다.

역으로 카와쿠보 씨가 보시기에 이사야마 씨가 행복한 것처럼 보인 시기가 있나요?

아주 예전에 본인한테 들은 얘기입니다만,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일은 신인시절에 MGP(매거진이 실시하는 월례 만화상)에서 [진격의 거인] 프로토타입 단편이 가작을 받은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내가 전화로 그 사실을 전했는데, 그때 육교 위에 계셨고 전화를 끊은 다음에 '아싸!!!'하고 소리쳤다고 합니다. 이사야마 씨의 그런 모습 나는 본적이 없기 때문에 드문 일이죠.

그리고 내가 보기에 행복해 보인달까, 충실하게 살고 있구나 하고 느꼈던 것은 애니가 시작하기 전쯤입니다. 그때는 아직 탈피하기 전이라고 해야할까, 아직 어른이 되기전의 풋풋한 느낌이 있었죠. 성장하기 위해서 발버둥치며 싸우는 모습이 청춘이랄까, 눈부시게 보였습니다.

또 하나 들자면 이사야마 씨가 결혼한 다음일까요? 정확하게는 현재의 사모님과 사귀게 된 다음부터라고 생각하는데, 인간미가 생겨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말로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어렵고, 실제 발언은 아니지만, 예를들자면 '장어는 참 맛있네요'라는 식의 말을 하시게 됐습니다.

'장어는 참 맛있네요'인가요?

제대로 전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일상의 잡다한 감상 같은 것일까요? 그런 걸 옛날에는 말하지 않았어요. '장어가 맛있다'는 그냥 든 예입니다.

제멋대로 하는 억측이지만, 아마 여자친구랑 장어를 먹으러 갔을 때 '장어 맛있었다'고 생각했던 게 혼자서 먹으러 갈 때와는 다른 감각이고, 그게 너무 행복해서 '장어가 맛있다는 사실을 카와쿠보 씨한테도 말해보자'는 기분이 든 것이 아닐까 합니다. 나는 이사야마 씨가 언제부터 현재의 사모님과 사귀게 된 건지는 모르지만, 결혼하기 얼마 전부터 어렴풋 이사야마 씨의 그런 변화를 느끼고 있었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4월 9일에 발매된 별간소년 매거진 5월호에서 [진격의 거인] 최종화가 게재됐고 연재가 완결됐습니다. 그때 카와쿠보 씨는 이사야마 씨한테 '그 누구도 불평할 수 없는 최종화라고 생각한다'고 말씀하셨다면서요?

그렇습니다. 나는 재밌다고 생각했지만, 누구한테 보여줘도 재밌다고 여길만한 최종화라는 의도로 한 말은 아닙니다.

이사야마 하지메가 11년 7개월 전에 연재를 시작했을 때 그리고 싶다고 생각한 이야기나 감정이 담겨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걸 그리고 싶어서 시작한 만화가 그리고 싶은 걸 제대로 그리고 끝났으니까, 그건 그 누구도 불평할 명분이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 의미로 '그 누구도 불평할 권리가 없으니까, 그 누구도 불평할 수 없는 최종화가 됐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전한 것입니다.

그때는 이 말만 했기 때문에 제대로 전해졌을지 어떨지도 몰랐지만 최종화 게재후에 비판도 있었고, 그런 사실에 이사야마 씨가 고민을 하셨기 때문에 후일 다시 한번 방금 했던 것처럼 '그리고 싶은 걸 그리고 싶은대로 그려냈으니까 그걸 부정당해도 곤란하고, 생각한대로 끝났으니까 그걸로 됐잖아'라는 말을 했습니다.

이것도 나중에 한 말인데 또 하나 한 말이 있습니다. 이건 이사야마 씨 본인이 아주 오래전에 했던 말입니다만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면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라고 전해봤자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왜냐면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라는 말은 인류가 70억명 있으면 70억명 전원이 알고 있는 것이니까. 그럼에도 살인이 없어지지 않는 것은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라는 말에 의미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사람따위 죽여도 문제없잖아?'라는 말 쪽이 그걸 들은 사람이 '뭔 헛소리야, 사람을 죽이면 안 되지'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으니까 결과만 보자면 이런 말 쪽에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전하고 싶은 게 있다면 꼭 전하고 싶은대로 만화를 그릴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건 [진격의 거인]과 관계없는 말이었다고 생각하지만요.

그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그 최종화에 대해서 논쟁이 일어나고 '학살을 긍정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물론 작중에서 학살을 긍정할 생각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이사야마 씨도 상당히 고민하셨지만, '그래도 그건 정말 좋은 일 아냐?'라고 이사야마 씨한테 말했습니다.

'실제로 전쟁이 일어나고, 사람이 잔뜩 죽고, 그렇게 비로소 학살은 좋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 것과 비교하자면 [진격의 거인]을 읽고 이건 학살 긍정 만화다. 학살은 나쁘다라는 마음이 생겨나는 편이 훨씬 좋은 일이다. 그러니까 이사야마 하지메는 학살을 긍정했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그건 학살을 부정하고 싶다는 무브먼트가 생겨났다는 뜻이니까 좋은 일이잖아?'라는 말을 방금전 이사야마 씨가 하신 말을 예로 들며 전달했습니다. 

최종화를 마무리 짓고, 한숨 돌리셨을텐데 차기작 미팅을 시작할 예정은 있습니까?

없습니다. 최소한 통으로 1년은 미팅도 안 할 겁니다. 물론 만날 기회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만났을 적에 차기작 얘기를 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내가 자진해서 '그럼 기획을 만들자'거나 '미팅을 시작합시자'라는 말은 안 할 겁니다. 이사야마 씨 마음속에서 무언가 그리고 싶은 것이 들끓기 시작한다면, 그때는 알려주세요라는 말만 한 적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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