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노 마모루 인터뷰 2021년 1월 6일 성우

◆오디션을 떨어지는 나날

저는 현재 성우 일을 메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만, 소속되어 있는 곳은 극단입니다. 원래 2살 위의 형이 입단을 했었고 7살 때 저도 같이 하고 싶다고 떼를 쓴 것이 입단의 계기였다,고 어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흐릿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유치원 시절부터 남들 앞에서 표현을 하는 걸 좋아했었고, TV가 너무 좋아서 '이 세계에 가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꿈꾸는 어린아이였기 때문에 극히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당시 저는 '다른 애들과는 다르다구'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웃음) 하지만 그것도 한때. 좌우지간 오디션에 붙질 않는 겁니다. 주위 친구들은 연이어 큰 배역을 따내는데...고등학생이 될 무렵에는 열등감에 짓눌릴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뜩 깨달았습니다. 애시당초 나는 이렇다 저렇다 따질 만큼의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요. 뭔가 빛나는 재능만 있다면 성공할 수 있는 세계라고 착각했던 걸테죠. 그점을 깨달은 다음부터는 댄스나 노래 등, 아무튼 갖가지 레슨에 진심으로 몰두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조금 노력했다고 잘 풀릴리도 없는 게 이 세계의 혹독한 점입니다. 상황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고교 졸업이 가까워지고, 친구들은 차례차례 진로가 결정납니다. 나도 조바심에 다른 길을 생각해본다거나, 선생님한테 '지금부터라도 진학해도 괜찮을까요?'라고 물어봤더니 '뭐? 지금부터!?'하고 놀라셨습니다. 당시는 정말로 고민했습니다. 내가 무엇에 적성이 있는지 몰랐으니까요.

그럴 때 운명적으로 합격한 것이 NHK 교육 해외드라마 [나는 케이틀린]에 등장하는 그리펜이란 이름의 소년 더빙이었습니다. 심지어 1년간 레귤러인 큰 배역. 18살은 아슬아슬한 연령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한테 있어서는 아주 소중했고 거두어주셔서 정말로 고마웠습니다. 그 때 성우 일을 따내지 못했다면 다른 길을 걸었을지도 모릅니다.

어머니는 그러는 사이에도 계속 응원해주셨습니다. 내가 그 후에 음악활동을 시작해서 단독 라이브를 개최했을 때는 '내 아들이 아닌 것 같아!'라며 무척 기뻐해주셨죠. [드래곤볼] 재방송만 보던 아이가 스테이지에서 노래를 하니까, 대단히 놀라지 않았을까요.(웃음)

어머니는 요즘도 라이브나 무대가 있을 때는 반드시 찾아와주십니다. 아무리 그래도 최근에는 '봤어. 다음에 또 봐~'라는 식의 감상인데, 그리고는 대체로 내 건강 걱정(웃음) 요즘도 과거에도 변함없이 응원해주는 부모님께는 정말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드라마 출연을 기점으로 커진 연기에 대한 의욕

목소리 연기와 몸을 쓰는 연기, 둘 다 하다보면 '연기를 할 때의 차이는?'하고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내 대답은 '아이디어가 달라요'일까요? 배역에 대해서 최대한 파고들어 분석하고, 구축해내가는 점은 둘다 같습니다.

애니메이션은 그림이 있습니다. 표정이나, 움직임, 말하는 타이밍이 정해져 있는 가운데 대사를 입히는 까닭에 남은 것은 거기에 어느 정도의 마음을 담아낼 수 있느냐가 승부죠. 어떤 의미로 제한이 있는 작업이죠. 한편으로 애니메이션이기에 힌트를 얻는 측면도 있습니다. 지금은 이런 속도로 말하고 있으니까, 이런 감정이구나 하는 식으로요. 캐릭터의 정보가 많은 덕에 연기의 도움이 됩니다.

성우로서 연기를 할 때는 내 연기를 작품의 질감에 맞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엔터테인먼트 색이 강한 작품에서 너무 자연스러운 목소리 연기를 해버리면 붕뜨게 되는데, 그게 자연스러운 세계관의 작품이라면 멋지게 들리거든요.

반대로 드라마나 무대의 연기의 경우에는 모든 것을 직접 결정해야 합니다. 표정, 동작의 크기, 대사의 간격...물론 감독의 연출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내가 어떻게 움직일지를 느껴가면서 어프로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전에 연이 닿아 출연하게 된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 현장은 자극적이었습니다. 내가 연기한 것은 카타오카 아이노스케가 분한 금융청의 검사관 쿠로사키의 부하 후루타니. 저는 드라마 경험이 많지는 않아서 프로페셔널한 분들 속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 큰 배움이 되었고,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연기의 재미를 새삼 느낀 순간이 있습니다. 쿠로사키와 후루타니가 사카이 마사토 씨가 분한 한자와와 대치하는 장면에서 사카이 씨가 딱히 대사도 없는 저에게 힐끔하고 시선을 향해주신 겁니다. 내심 들뜨는 심정이었으나, 쿠로사키의 부하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그 자리에 서있는 것이기 때문에 기뻐할 때가 아닙니다. 그래서 반사적으로 한자와 씨를 노려보는 것으로 응수했습니다.

그러자 컷 싸인이 나오고 바로 사카이 씨가 제곁에 와서 '연기를 받아줘서 고맙습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순식간에 '뭐 이렇게 멋있는 사람이 다있담! 좋아해요!'라는 심정이 됐습니다.(웃음) 항상 진검승부로 연기의 커뮤니케이션을 취하고 있기에 재밌는 애드립이 생겨나는 거군요. 심지어 원컷밖에 하지 않았던 그 동작을 감독님이 써주신 것도 기뻤습니다. 쿠로사키가 후루타니의 고간을 움켜쥐는 장면도 좋은 기념이 됐습니다.(웃음)

애니메이션도 연극도 드라마도 형태는 제각기 다르지만 연기하는 것이 정말로 즐겁고, 너무 좋습니다. 동시에 어려움도 느끼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상으로 연기에 도전하고 싶어졌습니다.

◆제약 아래서도 스텝업할 수 있다.

2020년은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에 우롱당한 1년이었습니다. 당초는 미지의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알 수 없어서 일도 한때는 올스톱. 굴직한 걸로 따지면 저의 첫번째 돔라이브가 중지됐고 극단☆신감선의 무대 [신쥬 부라이가이]도 2년후로 연기됐습니다. 그런 일이 아쉽다는 점은 변함 없지만 한편으로 스스로 행동해서 시행착오를 하면 엔터테인먼트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예를 들어 애니메이션 애프터 레코딩은 단단히 감염대책을 세우고 사람수를 줄여서 녹음 한다거나. 10월에는 신쥬 부라이가이의 연기로 인해 기획된 2인 연기 [카치카치 야마]에 출연했죠. 이건 제 인생 최대의 도전이 됐습니다.

뭐니뭐니해도 밀/密을 피하기 위한 2인 연기입니다. 이렇게 계속 나와서 대사를 친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만큼 대사량이 막대했죠. 그런만큼 모든 공연을 무사히 끝낸 점은 커다란 자신감이 됐습니다. 제약이 많은 상황 아래서도 스텝업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흔히 위기가 곧 찬스라고 하는데, 그걸 피부로 느꼈습니다.

아티스트 활동면에서도 스탭들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모색할 수 있었습니다. '콘서트는 무리지만, 제작은 가능하다. 동영상 스트리밍으로 발신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그런 가운데 12월에는 처음으로 온라인 라이브를 세계를 향해서 라이브 스트리밍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도 코로나 재앙으로 생겨난 새로운 도전입니다.

◆오락을 금지당한 순간, 원하는 힘이 강해졌다.

최근에는 시차없이 해외에 제공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 컨텐츠가 늘어난 덕분에 해외 팬의 열량이 정말 대단합니다. 저도 일전에 LA에서 한 이벤트에 참가했었는데 환성 하나만 해도 '와!'가 아니라 '호우~!!'란 식이였죠. 심지어 애니메이션을 일본인 성우 목소리로 보고 싶어서 일본어 공부를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대만에서 열린 이벤트 때는 제가 일본어로 드립을 친 순간에 다들 웃어주셨습니다.(웃음)

그런 해외의 팬 여러분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도저히 닿을 수 없었던 사람들도 봐주시고 심지어 그 모두가 똑같은 순간에 감정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사람과 거리를 둬야만 하는 시대에 보다 폭넓게 이어진다는 게 흥미롭죠. 저도 벌써부터 두근거립니다.

그리고 12월에 발매하는 싱글 ZERO to INFINITY에는 희망을 담았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세계에 있다보면 '유사시에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우리가 아니다'라는 현실에 직면하고 무력감을 느낄 때가 자주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재앙에는 오락이 금지된 순간 오히려 그것을 원하는 목소리를 한층 더 강하게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호시노 겐 씨가 재빨리 '집에서 춤추자'를 연주하는 동영상을 발신하신 것처럼요. 많은 사람이 '엔터테인먼트의 흐름을 멈춰서는 안 된다. 이어나가자'라고 생각했다고 봅니다.

그것은 작품을 만드는 스탭 분들도 그런데, 이 싱글에도 '힘겨운 상황이지만 희망을 가슴에 품고 함께 극복하자'는 소망이 담겨있습니다. 커플링 곡에도 혼돈스러운 세상 속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의 소중함이나, 돔라이브가 중지된 바람에 안타깝게 생각하는 팬 여러분들을 향한 메시지를 노래했습니다. 꼭 들어주세요.

감사하게도 내년에도 기대되는 일이 잔뜩 있습니다. 앞으로의 미야노 마모루를 기대해주신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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