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야시 유스케 인터뷰 성우


Q.한번은 회사원이 되었다가, 다시 성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셨나요?

고등학생 무렵부터 성우가 되고 싶었지만, 그 당시에는 부친의 반대도 있어서 대학에 진학을 했습니다. 대학 재학중에도 어딘가에서는 성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남아 있었지만, 그대로 주위의 환경에 휩쓸리는 모양새로 취직을 했습니다. 대학까지 나와서 새삼 꿈을 좇는 것도 사도겠구나 싶어서.

Q.하지만 역시 입사후에 성우에 대한 마음이 점점 강해졌던 거군요?

전기 메이커에 취직해서, 기술자로서 공조관련 개발을 했었습니다. 처음에는 즐거웠지만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설계 분야는 좀처럼 종사하지 못하는 사실에 답답함을 느끼게 됐어요. 이대로라면 스트레스가 쌓이기만 할 뿐이니까 취미를 충실하게 즐기고자 보컬 스쿨을 다니게 됐습니다.

Q.원래부터 노래를 좋아하셨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스쿨을 다니고자 결심한 것은 다른 계기가 있습니다. 회사원 시절 친한 동료랑 자주 노래방에 갔었는데, 그 친구가 X JAPAN을 여유롭게 소화할만큼 음역대가 넓고 노래를 잘 불렀어요. 나는 아무튼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서 '노래로 이녀석을 이기고 싶다!'는 것이 직접적인 계기였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한테 '너한테 지고싶지 않아서 나는 스쿨을 다닐거야!'라고 선언했더니 '그럼 나도 다닐래!'라고 해서 결국 둘이서 다니게 됐습니다.

Q.보컬 스쿨을 다니게 된 다음에, 그곳에서 한번 더 전기를 맞이하게 되죠?

맞습니다. 스쿨 선생님한테 '사실은 학생시절에는 성우가 꿈이었어요'라고 말했더니 레슨중에 연기를 봐주시는 시간을 할애해주셨는데 '이정도로 잘하는데 한번 제대로 해보는 게 어때?'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선생님한테 떠밀려서 전문학교를 다니게 됐습니다.

Q.처음에는 회사를 다니면서 전문학교를 다니셨죠?

그렇습니다. 사회인을 하면서 다닐 수 있는 클래스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나는 주 1회 코스에 들어갔습니다. 반년에 한번 있는 학내 오디션을 붙으면 통년 코스에 들어갈 수 있는 과정이었는데, 2년 정도 다녀도 합격하지 못하면 포기하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운좋게도 처음 본 오디션을 붙었습니다.

Q.통년 클래스로 옮기면 회사를 다니면서는 병행할 수 없죠.

네. 일 쪽은 생각한 업무를 할 수 없어서 권태기이기도 했어서 회사를 그만두는 것으로 성우의 길을 개척할 수 있다면, 꼭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2년 반 정도 근무해서 적금도 그럭저럭 있었기 때문에 알바를 조금 하면 금전면에서도 괜찮을 것 같았어요. 다만 부친이 어떻게 반응할까 하는 게 걱정됐습니다. 전문학교를 다니는 것은 비밀이었거든요.

Q.어느 타이밍에 부모님에게 고백했나요?

학내 오디션에 붙은 다음날입니다. 애초에 고교 졸업후에 전문학교를 다니려 했을 때 한번 다퉜는데, 그 당시 '대학은 가라. 그러고나서도 꼭 하고 싶은 일이라면 막지 않겠다'고 하셨기 때문에 이번에는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내 의사를 존중해주셨습니다. 모친은 원래부터 '괜찮지 않겠어?'라고 말해주었기 때문에 솔직하게 응원해주셨습니다.

Q.부모님한테도 보고를 마치고 드디어 회사를 그만두게 됐군요.

그 다음날에는 회사에 사의를 전했습니다. 동종업계 타사의 인재 가로채기를 의심했는지 인사부에 호출되어 '왜 그만두는거지?'라고 살짝 싸늘한 분위기의 압박을 받았는데 내가 솔직하게 성우가 되고 싶어서라고 말하자 '아...그런거야?'라고 당혹스러워하는 낌새였지만, 납득해주었습니다(웃음)

Q.원만퇴사셨군요.

직속 선배들도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주셨습니다. '기왕이면 유명한 작품에 나와서, 우리들이 자랑할 수 있게 해줘'라고, 흔쾌히 송별해주셨습니다.

Q.같이 보컬스쿨을 다녔던 사이좋은 동기 쪽은요?

물론 제일 처음에 보고했습니다. 지금도 가끔 만나는데, 내가 나오는 작품을 체크해주는 것 같아요. 그 친구는 출세해서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는데, 내가 만약 성우의 길을 고르지 않았더라면 도달했을 다른 루트의 인생을 보는 기분입니다.

Q.그런 다른 루트의 인생에 미련을 느낀 적도 있습니까?

제일 힘들었던 밑바닥 시기에는 부럽다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계속 회사에 있었다면 나도 지금쯤 주임이 됐을지도 모른다'거나.

Q.회사를 그만둔 코바야시 씨입니다만, 다음에는 전문학교 학생으로 보내는 하루하루가 시작됐습니다. 동급생은 몇 명정도 있었나요?

내 학년은 전체가 60명 정도였습니다.

Q.졸업후에 사무소에 소속된 사람은 그 중에 얼마정도였나요?

제 기수는 대부분의 졸업생이 사무소에는 들어갔다고 생각해요. 다만 지금도 성우로 활동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입니다.

Q.역시 팍팍한 세계군요. 사무소에 들어가면 일은 바로 주어지나요?

그렇지는 않아요. 사무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소속된 유링 프로는 처음에는 '임시소속'이고 거기서부터 '주니어' '준소속' '정소속'으로 올라가는 시스템입니다. 성우로서의 진정한 스타트 지점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사무소 내에서 '정소속'이 된 다음부터입니다.

Q.어떻게 올라가나요?

우리 회사의 경우 무대공연에도 힘을 쏟고 있는데, 무대에서의 연기나 그것과는 별개로 사무소 내부의 오디션이 있습니다. 그러한 것들의 퍼포먼스를 포함해 총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됩니다.

Q.코바야시 씨는 어땠나요?

다행이도 1년만에 '정소속'으로 승격해주셨습니다.

Q.굉장하네요. 거기까지는 상당히 순조로웠군요.

그렇습니다. 당시에는 이대로 순조롭게 데뷔를 하겠구나 생각했기에 설마하니 4년이나 밑바닥 생활이 이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Q.밑바닥 시기란 구체적으로 어떤 생활을 하셨나요?

알기 쉽게 말하면 오디션을 봐도 이도저도 아니고, 그저 알바로 하루하루가 흘러가는 나날이라는 느낌입니다. 

Q.오디션은 빈번하게 있나요?

1년에 몇 번정도였습니다. 이건 사무소에 따라 다르겠지만 (당시)우리 사무소는 기업계 내레이션 같은 일이 많았고 애니메이션 오디션 제의가 오는 것은 드물었습니다. 하지만 기업계 내레이션에는 아무래도 내 목소리는 어울리지 않아서 그런 것은 경험있는 선배들에게 할당되었던 것 같습니다.

애니나 드라마CD는 오디션을 통해 쟁취해야만 한다. 애시당초 찬스도 얼마 없고, 전혀 붙지 않는다. 소속 1년차에 혹독한 현실에 내던져졌습니다.

Q.메인 캐스트 외에, 예를 들어 단역 같은 걸로 출연하는 기회도 없었나요?

딱 한번 있었습니다. 인터넷으로 방영된 애니메이션인데 <북쪽 나라에서>의 내레이션을 흉내내는 연기였습니다. 그 당시 현장에 전문학교의 대선배이기도 한 카키하라 테츠야 씨가 계셨는데 '쩐다, 카키하라 씨다!'라며 빠돌이 기질을 숨기지 못했죠(웃음)

애니메이션 현장은 처음이었고, 애초에 마이크 앞에 서는 것 자체가 오랜만이어서 무지하게 긴장했던 기억이 납니다. 단 한마디를 할 뿐인 단역이라고는 해도, 실수하면 영구추방당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웃음) 결국 밑바닥 4년간 애니에 출연한 것은 그 한번 뿐이었습니다.

Q.4년간의 밑바닥 생활에 애니 출연은 단역의 한마디 뿐...마음이 무너질 것 같지는 않으셨나요?

거의 무너질 뻔 했죠. 진짜로 이런 일을 계속하는 게 의미가 있는 것인지 몇 번이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필사적으로 공부하고 인풋해도 무엇 하나 결과로 이어지지가 않아서요. 결과를 얻지 못하면 그 어떤 작은 자신감도 가질 수 없습니다.

결정적이었던 것은 오디션에서 최종후보 3명까지 남았을 때의 일. 개인적으로는 엄청나게 잘했다고 생각해서 내심 이건 된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불합격. 최종적으로 붙은 것은 마츠오카 요시츠구 군이었고, 당시의 매니저가 '그 친구는 요즘 기세가 있으니까, 연기가 비슷한 유스케는 앞으로 힘들지도 몰라'라고 상당히 뼈아픈 소리를 했습니다.

속으로 '절대 지지 않았는데'라며 좀처럼 납득하지 못했습니다. 너무나 큰 충격에 분해서...한동안 애니도 볼 수 없었습니다.

Q.그러셨군요...

그뒤로 1년 정도는 오디션도 없어서 나 자신이 가장 썩어 있었던 시기입니다. 부모님 집에 얹혀 살았는데, 부모님 얼굴도 제대로 볼 면목이 없어서 귀가하는 게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Q.부모님이 말을 걸거나 격려해주셨나요?

네. 하지만 그 다정함이 고통스러웠습니다. 이렇게 한심하고 썩어빠진 나 같은 놈을 다정하게 대하지 말라면서. 그래서 늘상 '밥 안 먹어'라고 말하고 외출했습니다. 일이나 알바가 빨리 끝나도 도무지 집으로 발걸음이 가질 않아서 만화카페에서 시간을 때우고는, 부모님이 잠에 들 무렵에 귀가했습니다.

실은 최근에 당시의 나와 완전히 같은 심경의 캐릭터를 연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빙의하는 감각을 맛보았고, 경험자니까 가능한 연기를 했다고 생각합니다.(웃음)

Q.넘어져도 그냥 일어나지는 않는 거군요. 그런 밑바닥 속에서 다시 한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느날 우연히 <소드 아트 온라인>을 봤는데 마츠오카 군이 연기하는 주인공 키리토를 '무지 멋있다'고 생각해버렸어요. 나는 그때까지 '마츠오카한테 지지 않았어'라고 멋대로 생각했지만, 전부 내 오만이고 환상이었다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나에 대한 평가가 확 내려가게 되면서 '실력이 없다면 키울 수밖에 없다'고 다시 한번 분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로는 사무소에 부탁하거나 내 연줄에 부탁해서 고등학생을 위한 연극감상회에 나가거나 뮤지컬에 나가거나 하면서 아무튼 연기를 하는 기회를 늘려서 스킬업에 전념했습니다. 그걸로 얼마나 연기가 늘었는지 스스로는 알 수 없지만, 배짱은 확실이 붙었다고 생각합니다.

Q.그리고 마침내 2014년 TVA <위치크래프트 워크스>의 주인공 타카미야 호노카를 따냈습니다.

엄청난 우연이었습니다. 이미 정규 오디션은 끝났고 나는 오디션을 볼 기회조차 없었는데, 작품의 스탭 분들이 타이밍 좋게 우리 사무소에 워크샵을 왔어요. 워크샵 자체는 엉망진창에 뭐하나 좋은 게 없었지만, 그다음에 뒷풀이가 있었고 그 자리에서 술을 진탕 마셨습니다.

Q.홧김에 마시는 술?

바로 그렇습니다(웃음) 취한 기세로 그 분을 향해서 '나는 말이죠, 마츠오카 따위한테는 지지 않을 거라구요?'라고 마구 질척거렸는데 '자네, 재밌군'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오디션은 끝났지만 대사를 녹음한 테이프를 보내달라고 하셔서, 그걸 보냈더니 붙었습니다.

Q.호노카의 이미지에 딱 들어맞았던 거군요.

아니 그 당시의 테이프를 들어봤더니 온에어의 목소리랑은 전혀 딴판이라서 왜 붙었는지 궁금할 지경입니다(웃음) 나중에 물어봤더니 감독님이신 미즈시마 츠토무 씨가 적극적으로 신인을 기용하자고 생각했던 점, 같은 생각을 그 스탭 분도 하셨던 점이 맞물려서 저를 기용하는 것으로 이어진 모양입니다.

Q.길이 열린 계기는 운도 작용했군요. 그래도 그 찬스를 확실히 움켜쥔 것은 4년간의 밑바닥 생활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렇습니다. 썩은 시기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Q.그렇다해도 느닷없이 주인공은 상당한 부담감이죠?

배가 너무 아파서 녹음 전에는 계속 화장실에 틀어박혀 있었습니다.(웃음)

Q.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은 적이 있나요?

가까이에는 상담을 할만한 사람이 없었어요. 이것도 우연인데 시모노 히로 씨의 충고를 받을 기회가 있었는데, 시모노 씨 말씀에 무척 도움을 받았습니다.

Q.시모노 씨도 <라제폰>의 주인공 역으로 데뷔를 하셨으니까, 경우가 비슷하네요.

맞아요. 저도 라제폰은 재밌게 보기도 했고 주인공인 카미나 아야토를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Q.사무소가 다른데 어떤 인연으로 조언을 받았나요?

우리 사무소의 선배가 출연하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나는 초대받아 관객으로 보러 갔어요. 거기에 시모노 씨도 출연하셨습니다. 물론 전혀 면식은 없었지만, 휴게실에서 인사를 드릴 적에 '시모노 씨랑 잠시 얘기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봤더니 흔쾌히 OK를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처음뵙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하자마자 '내일부터 주인공 역할 녹음이 시작되는데, 저는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웃음)

Q.적극적이라고 할지 저돌적이라고 할지.

너무 긴장해서 정신이 없었죠. 하지만 시모노 씨가 '나도 상당히 쫄았지만 이러니 저러니해도 무사히 끝나니까 괜찮아'ㄹ 라고 하셨어요. 시모노 씨 같은 대선배도 그런 시절이 있구나 싶어 안심했습니다. 실패도 각오하고 임하면 되는구나 싶어서 무척 편해졌습니다. 뭐 그래도 매일 화장실에 틀어박힐 정도로는 긴장했지만요(웃음)

Q.참고로 알바를 관두고 성우활동에만 전념한 시기는 언제인가요?

<아르슬란 전기>가 시작되기 직전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성우 벌이만으로 생활하는 건 아직 빠듯한 시기였지만, 어떤 선배가 '그런 소리를 하다간, 언제까지고 그만둘 수 없다'고 하셔서, 거의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느낌으로 '그럼 관두겠습니다!'라고 했죠(웃음)

확실히 배수의 진을 치자 들어오는 일도 있었고, 무언가를 계기로 과감히 내딛은 타이밍이기도 했습니다. 그 선배는 본인도 비슷한 시기에 그렇게 하셨는데, 즉 눈앞에 성공사례가 있으니까 이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결단을 내렸습니다.

Q.결과적으로 성우 하나로 좁히길 잘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르슬란 전기>에 임했을 때는 확실하게 그전과는 마음가짐이 달라서 '어떻게든 해내고야 만다!'는 기백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나 싶어요. 결과적으로 그점이 표현으로 목소리에 담기거나, 주변에도 전해졌다고 생각합니다.

Q.코바야시 씨의 새로운 매력이 폭발해서 지명도가 단숨에 올라간 것은 <Re: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생활>의 주인공 나츠키 스바루였다고 생각합니다. 연기하기 전과 후로 무언가가 달라졌나요?

성우 코바야시 유스케의 이미지나 관점이라는 의미에서는 스바루를 계기로 크게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그전까지는 아르슬란이나 카즈키 아즈마처럼 얌전하고 깔끔한 캐릭터를 맡겨주시는 일이 많았는데, 스바루를 연기한 다음부터는 비호감이거나 큰소리로 떠드는 등, 난폭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기회도 많이 늘었습니다.

Q.스바루란 캐릭터의 임팩트는 꽤 컸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스바루를 연기하게 되면서 감정의 폭의 상한이 넓어진 것 같습니다. 그전까지는 조금 더 감정을 폭발시키고 싶지만, 캐릭터를 지키기 위해서는 여기가 마지노선이라고 의식하고 절약하는 부분도 솔직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스바루를 연기할 때는 그런 걸 도외시하고 울음도 분노도 200%로, 한도없이 표현을 추구합니다.

저 스스로도 감정이란 이정도까지 내보이지 않으면 설득력이 없다고 느끼고, 다른 캐릭터를 연기할 때도 좀더 공격적으로 연기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단순하게 성대가 단련됐습니다(웃음)

Q.코바야시 씨는 자주 '주인공을 연기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죠. 코바야시 씨 세대는 그런 말을 당당하게 하는 사람이 적은데, 무척 인상적입니다.

'배역을 가린다'는 것이 아니라 나는 순수하게 주인공이 제일 멋있다고 생각하고, 제일 좋아해요. 어릴 때부터 전대물은 반드시 리더인 레드를 좋아했고, <란마 1/2>도 멋진 캐릭터가 잔뜩 있지만 역시 사오토메 란마가 제일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이미 각인 효과에 가깝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주인공을 하고 싶다'는 것은 에고도 고집도 프라이드도 아니고 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다만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서는 '조역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걸로 들리는 모양인지라, 동업자가 '조금 더 생각을 하고 발언하는 편이 낫지 않겠어?'라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주인공을 하고 싶다는 것은 본심이지만, 그렇다고해서 조역을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요.

Q.주연작이 끊기지 않는 인기신데 성우로서의 강점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도 잘은 모르지만 '코바야시 씨가 있으면 안심입니다'라고 말씀해주시는 일은 많은 것 같아요. 예를들어 스트리밍 방송이나 이벤트 등지에서 내가 MC를 맡는 현장이면 다른 사람이 폭주를 해도 어떻게든 수습해줄 것 같다거나. 그런 연기 외적인 써먹기 좋음, 안심감 같은 걸 평가해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웃음)

Q.이벤트 등지에서 성우진간에 호흡을 맞출 때 코바야시 씨는 기본 츳코미지만, 당하는 역할을 맡을 때도 많죠.

맞습니다. 나는 옛날부터 성실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게 컴플렉스였어요. 최근에는 버라이어티도 소화하는 재밌는 성우도 많고, 연기도 유머가 없어서 재미없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어요. 그래서 재밌어져야 한다고 발버둥친 시기도 있지만, 점점 있는 그대로의 내 행동거지를 원해주시게 됐고, '아 이대로도 괜찮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후로는 잡념은 사라졌습니다.

Q.사회인 경험이 성우 일에 보탬이 된 측면이 있나요?

직접적으로 연기 그 자체에 활용되는가 하면 그다지 관계 없는 것 같아요. 사회인이었던 점이 보탬이 된다고 느끼는 점은 대본을 읽는 법이나, 사회인으로서의 예의 같은 부차적인 부분입니다. 회사원 시절에는 기획서나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곤 했는데 어떻게 하면 남들에게 전달되기 쉬울까나, 반대로 쓸데없는 것은 어떤 점인지를 고심했거든요. 지금도 그런 시점으로 대본을 분석합니다.

Q.코바야시 씨는 좌우명으로 '실패해도 죽지는 않는다'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런 자세 또한 성우 활동에 보탬이 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건 성우업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어떤 세계에서도 중요한 가치관이라고 생각합니다.

Q.말씀대로입니다. 코바야시 씨는 언제부터 그렇게 생각하게 됐나요?

대학시절에 했던 카라테 덕분입니다. 카라테는 기본적으로 체급제가 아니라서 시합을 하게되면 2M인 사람이나 100kg인 사람과 싸우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틀림없이 뼈가 부러지겠구나'라거나 '앞니가 없어지겠군'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막상 싸우고나면 손도 있고 이빨도 있죠. 턱관절 질환을 앓거나 골격이 뒤틀리는 일은 있어도, 인간은 그리 간단히는 부숴지지 않는구나 싶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미지의 현장에 향할 때의 불안함은 있지만, 막상 가보면 긴장을 잊을 수 있어서, 그건 카라테로 멘탈을 단련한 덕분이라고 감사하고 있습니다.

Q.경쟁이 심한 세계로 통하는 성우계에서 빛나기 위해서는 코바야시 씨는 어떤 가치관이나 스킬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솔직히 말해서 모르겠습니다. 이 세계에서 확실히 팔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제일 먼저 내가 알고 싶습니다.(웃음)

Q.요즘 성우는 다양한 일들에 도전하고 있어서 탤런트에 가깝죠.

내가 성우를 꿈꾸던 당시와는 크게 달라져서 요즘은 얼굴 오픈이 당연하고, 버라이어티 방송에 출연하거나, 춤추고 노래하거나, 스트리밍을 하거나. 그런 의미에서 영역은 확실히 넓어졌기에 성우가 되기 위한 길도 하나는 아니겠구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요구되는 게 너무 많아서 당혹스러울 때도 있지만, 내 안에서 우선순위를 세우고, 취사선택을 하면서 해나가면 그만인 문제니까요.

Q.코바야시 씨도 취사선택을 하고 계신가요?

네.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물론 연기니까요. 우선은 그것을 기본으로 삼고, 그런 기반에서 제대로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범위에서 컨트롤할 생각입니다. 매니저와도 의논하면서 방침을 정해나갑니다.

Q.업계의 니즈나 변화와 자신의 캐퍼시티나 능력을 잘 매칭시키는 것도 중요하죠.

그점은 항상 고민합니다. 그렇기에 '그냥 해볼까'하는 정도의 마음인 사람한테는 도저히 추천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죠. 그리고 우리들의 일은 1쿨의 애니메이션이 끝나면 그 현장은 해산되기 때문에, 또 하나에서부터 구직활동을 해야만 합니다. 영원히 구직활동이 이어지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Q.정신적으로 상당히 터프해야 버틸 수 있겠군요.

억지로라도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면 해나갈 수 없습니다. 나는 정신이 몸에 드러나는 체질이라서 한층 더 마음에 여유를 갖고자 합니다.

Q.몸에 드러나는 체질이라 하시면?

예를들어 내일 현장에서 높은 톤의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쳤을 때 '제대로 목소리가 나올까?'하고 불안한 마음을 가진채로 잠에 들면 다음날에는 전혀 목소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인드컨트롤이건 뭐건 상관없으니 '괜찮아. 나는 할 수 있어'라고 굳게 믿으려고 듭니다. 뭐 그걸 계속 반복한 결과 지금은 좋은 의미에서도 나쁜 의미에서도 상당하 낙관적이게 됐습니다.

Q.후배가 고민상담을 하는 경우도 있지 않나요?

'어떻게하면 오디션에 붙을 수 있나요?'라고 물어볼 때는 있습니다. 물론 확실히 붙는 방법은 나도 모르지만, 그럴 때는 연기를 갈고닦기 위해 지금 무슨 일을 하는지를 물어봅니다.

Q.그 후배가 '무대에 서거나 낭독극을 합니다'라고 말하면?

가령 연기를 연마하기 위해 무대나 낭독극을 하고 있더라도 그 극단의 분위기에 따라 받는 자극이나 긴장감이 판이하게 달라집니다. 내가 뮤지컬 무대에 섰던 시절에는 아무튼 엄격한 연출가가 '뭔가 재미 없는데'라거나 '좀 더 뭐 없어?'라며 실컷 쓴소리를 했습니다. 당시의 나는 '반드시 이 사람한테 재밌다는 말을 듣고 말거야'라는 일념으로 연습에 힘썼습니다.

역시 진지하게 연기력을 연마하기 위해서는 비평에 노출되는 곳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게 부족하다고 느낀 후배한테는 '내밀한 환경 뿐만 아니라, 조금 더 외부의 혹독한 환경에 발을 들이는 편이 낫지 않을까?'라고 충고를 해줍니다.

Q.재능 넘치는 후배도 많이 보셨을텐데 그런 존재를 '무섭다'고 느낀 적은 없나요?

없습니다. 물론 배역을 두고 경쟁한 적도 있겠지만 그 때는 또 다른 포지션에도 도전할 수 있는 성우가 되어 있으면 그만이니까요. 불꽃소방대가 바로 그렇습니다. 나는 주인공의 동료역인데, 지금까지였다면 절대 맡지 못했을 배역입니다. 스탭한테 물어봤더니 '코바야시 군도 이런 역을 맡길 수 있게 됐다고 생각했거든'이라고 말씀하셔서 수긍했습니다.

Q.나 자신도 점점 진화하니까 후배의 대두는 위협은 아닌 거군요.

캐스팅은 적재적소니까요. 후배한테 '저 사람 대단하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만한 존재이고 싶기는 합니다.

Q.코바야시 씨 본인은 고민을 상담할 수 있는 성우 동료하면 누가 있나요?

마츠오카 군을 비롯해 같은 세대의 성우들입니다. 신인시절에야 멋대로 적시하고 질투했지만요(웃음) 지금은 좋은 의미로 라이벌이라고 생각합니다.

Q.코바야시 씨는 '라이벌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고 하셨죠.

그렇습니다. 지금도 마츠오카 군과 같은 현장에 있게되면 '역시 대단하다'고 생각하게 되고, 솔직하게 그 마음을 전달합니다. 그래서 나도 '역시 유스케는 좋아'라는 여길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아무 말도 듣지 못하면 살짝 상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츠오카 군의 존재는 자극도 격려도 됩니다.

Q.언제까지고 구직활동이 이어지는 성우라는 직업을 긍정적으로 포착하는 비결이 있나요?

어떤 상태에서도 항상 즐거음을 발견하는 게 중요합니다. 애프레코라면 '오늘은 이런 사람과 호흡을 맞추는구나'라는 게 하나의 즐거움이고, 혼자하는 녹음도 클라이언트의 미소를 보면 역시 즐겁습니다. 아무튼 하루하루의 일에 모테베이션을 갖고서 즐기고자 노력합니다. 그런 마음을 항상 유지하는 것은 힘들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요.

덧글

  • ㅇㅇ 2020/05/23 03:25 # 삭제 답글

    멘탈이 대단하네요. 예전의 카미야 히로시의 발언? 과 대비되는 인터뷰라 흥미로운 내용이었습니다.
  • ㅇㅇ 2020/05/23 08:02 # 삭제 답글

    마츠오카를 이 정도로 의식하고 있었구나...
  • S-3 2020/05/23 22:22 # 삭제

    마츠오카는 노부 일편단심 인데...
  • ㅇㅇ 2020/05/23 10:07 # 삭제 답글

    이남자 왤케 멋있나요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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