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여동생만 있으면 돼 2/2 ㄴ내청춘/역내청


역시 여동생만 있으면 돼 1/2 

선언대로 꽃을 딴 다음에 부실로 돌아가자 여성진은 대화로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래도 타이시 군이 하는 말도 이해는 가지? 나두 언니가 있었다면 그런 생각을 할거라구 생각하구. 부럽다...나도 오빠가 있었으면 했는데...'


'아, 이해해요. 외동아이는 동경하는 법이죠'


유이가하마랑 잇시키가 왁자지껄 떠드는 내용에 흐음흐음 적당한 맞장구를 치면서 내가 자리에 앉자 방긋방긋 스마일의 코마치가 너무한 소리를 했다.


'코마치 오빠는 필요없지만 언니는 있었으면 해요. 무척 절실하게.'


'맞어~ 언니도 좋지~ 옷이랑 화장품 빌려서 같이 외출하구'


'좋죠~ 옷도 화장품도 실질 반값이니까요~ 가성비 쩔어'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이유는 저마다 있는 모양이지만 다들 왕왕 언니에 대한 동경을 논하고 있다. 다만 이자리에서 유일하게 언니가 있는 유키노시타 홀로 석연치 않은 모양이었다.


'과연 그럴까...언니는 그정도까지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죄송해요. 유키노 선배네는 참고가 안 되니까 잠시 조용히해주실래요?'


'...그, 그러니'


잇시키한테 딱짤라 한소리 듣고 유키노시타가 시무룩 고개를 숙였다. 이로하스가 하는 말 무지 공감이 가고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정론이지만 조금 더 완곡한 표현을 생각해주렴? 예를 들어 이런 식으로 바꿔 말하면 좋단다? 그렇게 나는 헛기침을 한번 하고 견본을 선보였다.


'뭐 그 사람은 살짝 특이하달까 규격외니까 말이지...일반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


'맞아! 그래. 그 사람 조금 특이하거든'


유키노시타는 휙하고 고개를 들어 생글생글 미소지었다. 덤으로 왠지 후훗하고 득의양양했다. 그러고보면 이녀석 하루노 씨를 꽤나 좋아한단 말이지...언니도 언니대로 여동생을 좋아했고. 서로 애정이 일그러져 있어서 전혀 이해할 수 없지만 말야...


내가 유키노시타 자매의 관계성을 생각하고 있자니 유이가하마가 나한테 화제를 돌렸다.


'힛키는? 오빠랑 언니, 있었으면 좋겠다구 생각 안 해봤어?'


'없다. 내 형이랑 누나라고. 우선 틀림없이 그 모양일 게 뻔하잖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는데 무서울만큼 설득력이 있구나...'


내 즉답에 유키노시타가 정색을 했다. 변변한 설명을 안 해도 전달이 된다는 건 편해서 좋구나...


'확실히 오빠면 그럴지두 모르지만...그래두 힛키 언니가 있으면 사이 좋을 것 같아...그보다 힛키는 언니 같은 사람하고는 상성이 좋다고 봐. 응.'


유이가하마가 왠지 쭉하고 가슴을 폈다. 아니, 몸 전체를 써서 누나 어필을 해도 말이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그 옆에서는 유키노시타가 산뜻하게 긴 머리칼을 쓸어넘기고 평소보다도 훨씬 어른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확실히. 너의 한심함을 허용해줄 수 있는 포용력은 필요하겠구나'


'맞아맞아. 그리구 힛키 우리 엄마 무지 좋아하잖아! 연상이랑 상성이 좋아!'


'멍청아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너.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녀석은 이 세상에 단 한명도 없어. 다들 좋아한다고. 헛소리 그만해 진심으로'


'왠지 알수없는 이유로 무지 혼났어!?'


당연히 화를 내지, 나는 가하마마 엄청 좋아한다고. 너무 좋아서 솔직해질 수 없어서 좋아하니까 피할 정도로는 좋아한다고. 그렇게 열변을 토해내려는 찰나 시계 끝트머리에서는 유키노시타가 흐음하고 이해한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상성이라는 의미에서는 우리 어머니도 상당해. 너 어머니한테 상당히 호감을 사고 있는 걸'


'수동태로 말하지말라고? 그리고 처음 나온 정보를 여기서 해금하는 것도 그만두렴?'


나는 아직도 마마농이 무섭다고. 당연히 하루농도 무섭고 뭣하면 최근에는 역시 유키농도 무섭다고 재인식 중이다...뭐 무서우니까 싫다는 말은 아니라는 게 복잡한 문제지요. 만두 무서워 이론일까?


이 대목에서 한잔 차가 무섭군...이라며 찻잔에 손을 뻗자 그걸 기다렸다는 듯이 잇시키가 후훗하고 웃으며 떠들었다.


'그치만 선배 연하를 좋아하잖아요~'


태평스럽게 차를 마시면서 잇시키가 말하자 유키노시타가 깊이 생각에 잠겼다.


'연상연하의 정의가 무엇일까...'

'아니 정의고 자시고 연령이 위냐 아래냐 말고 더 있겠냐...'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이녀석...이라고 의아해하자 유키노시타는 살짝 시선을 돌리고 손가락으로 긴 머리를 가다듬었다. 그게 마치 어렴처럼 그녀의 볼을 덮었다. 하지만 어렴풋이 빨갛게 물든 뺨을 엿볼 수 있다.


'그, 그러니...연년월일을 기준으로 생각한다면...일단은 나도 네 연하,라는 소리가 되는데'


...안 되거든요?

부끄러움을 억누르고 있는 것인지, 끊어질락 말락하는 목소리로 더듬더듬 유키노시타가 말했는데 그렇게는 안 됩니다. 연하인가 연상인가는 학년 기준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말이죠? 아무리 귀여워도 당신은, 나랑 동급생이라구요?


위험하다, 위험해. 하마터면 그러네! 연하일지도!라고 생각할뻔 했다. 냉정함을 잃기 직전이었어...라고 안도한 것도 잠깐, 이미 냉정함을 잃어버린 인간이 있었다.


'생일은 좀 그러니까, 이건 어때? 정신연령! 그거면 내가 낮을 거 같애! 그럼 힛키는 오빠지!'


'아니 그 논리는 이상해'


그렇게 말은 했지만 내 목소리가 닿지 않는 모양이다. 유이가하마는 방금 전 자기가 입에 담은 말을 반추하듯 곱씹고 있다.


'오, 오빠...오빠인가...조금 괜찮을지두'


낯간지럽다는 듯이 말하고는 연하게 복숭아빛이 감도는 경단머리를 만지작 만지작 쓰다듬고 행봇하다는 듯이 미소지었다. 길다란 눈썹이 천천히 내려가 부드러워 보이는 볼이 흐늘흐늘 늘어지고, 반들반들한 입술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 말을 속삭이고 있었다.


패미마의 점내방송급 리플레인에 '....어쩌면 나 오빠인 게 아닐까?'라고 생각할 뻔 했는데 머리를 휙휙 저어서 떨쳐냈다. 아니 뭘 어떻게 봐도 유이가하마 쪽이 정신연령은 위다. 무지무지 어른이라고 너는...어쩌면 내가 너무 어리다는 가능성도 있다.


아무리 그래도 유이가하마도 위화감을 느꼈는지, 핫하고 정신을 차리고 눈을 크게 떴다.


'아 오빠는 안 될지두'


무슨 의미로 입에 담은 말인지는 추측할 수밖에 없지만 일부러 그것을 해석하지 않고 나는 그저 내 안의 원리원칙만을 입에 올렸다.


'어, 어어...그, 그렇지...나는 코마치 말곤 여동생이 필요 없으니까...'


땡큐, 마이 리틀 시스터. 덕분에 이성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내가 끊어질락 말락하는 목소리로 짜낸 말은, 그런 만큼, 절실한 울림을 동반하고 있었던 것일테지.


맞은 편에 앉은 코마치는 입가를 양손으로 누르고 눈망울을 글썽글썽거린채 크흐흐흡 감동의 오열을 했다.


'오빠...으윽, 조금 많이 기분 나쁘지만 고마워. 코마치도 오빠는 하나로 충분해. 오히려 힘에 겨울 정도야. 이미 배가 부르답니다...'


'콩순이 너무하네...'


너무나도 신랄한 코마치의 표현에 천하의 잇시키도 나를 동정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코마치는 참으로 태연했다.


'뭐 여동생한테 오빠는 그런 법이에요.'

'확실히. 여동생한테 있어 언니도 그런 법일지도'


코마치와 유키노시타는 얼굴을 마주보고 훗하고 웃었다. 그것은 여동생들만이 느끼는 공감대일지도 모른다. 비밀의 공유를 하는 미소의 교환에는 다른 사람이 쉽사리 끼어들 수 없는 분위기가 있었다.


'역시 부럽다...여동생...'

'그런가요? 여동생 같은 건 있어봐야 저랑 캐릭터가 겹치지 않나요? 연하 포지션이 정체된다구요?'


유이가하마는 넘쳐흘르는 동경심으로 바라보고, 잇시키는 괜한 걱정을 하면서 바라봤다. 아니 진짜 괜한 걱정이로군...괜찮아 이로하스는 온리원이야...참고로 우리 코마치는 여동생 캐릭터의 넘버원이지만!(개인 조사)


'아, 코마치 조금 떠오른 게 있는데 괜찮을까요?'

'물론. 부장은 너야. 코마치 양.'


유키노시타가 신뢰를 담아서 이름을 부르자 코마치는 기쁘다는 듯이 몸을 떨고 응응하고 몇 번이고 끄덕였다. 그럴 때마다 바보털이 삐죽삐죽 흔들렸다.


'그러면 작전회의를 시작하겠으니 잠시 귀를 빌려주세요...'


그렇게 말하고 코마치는 새삼스레 우리들을 향해 손짓했다. 이 부실에는 우리들 밖에 없는데 소근소근 말을 하고 싶은 모양이다...뭐 그런 편이 작전회의 같긴 하군. 우리들은 얼굴을 맞대고 쓴웃음 짓고는 앞으로 몸을 기울여 코마치가 말하는 작전이란 것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모두가 모여든 바람에 귀에 닿는 숨소리나 코를 간지럽히는 달콤한 향기에 가슴이 뛴 바람에 중요한 작전은 절반쯤 밖에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완전히 듣는 걸 놓치는 동안 작전회의는 끝나고 말았다.

이런, 괜찮으려나...불안스럽게 다른 면면을 살펴보니 나 말고는 정확히 이해한 모양이다. 그럼 괜찮으려나. 부원인 다른 두사람이 지켜봐줄테니 됐어!


'...그래. 코마치양다운 방식이구나'


유키노시타가 나직하게 끄덕이자 코마치는 살짝 부끄럽다는 듯이 뺨흘 긁적였다.


'그런가요?'


'그래. 명확한 해결은 아니지만 조금 마음이 가벼워질법한, 상냥한 방식'


'응. 좋을 거 같애!'


유이가하마도 미소지으며 코마치의 머리를 쓰담쓰담했다. 두사람이 그렇게 말해주는 건 기쁘고도 어딘지 낯간지럽다.


'뭐 괜찮지 않나요...전 부원도 아니고, 관계 없지만요.'


잇시키는 어딘지 토라진 것처럼 말했는데 작전 자체에는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힐끔 나랑 코마치를 번갈아 보고는 갑자기 웃었다.


'...역시 닮았네요. 선배랑.'

'아니, 안 닮았어요.'


코마치는 휙휙 손을 흔들고 정색하며 답했다.

아니...완고하기는...거기는 그냥 닮았다고 답해도 되잖냐...


다음날 방과후 부실에 가기 전에 나랑 코마치는 정문앞에 서있었다. 옆에는 의뢰인인 카와사키 타이시의 모습도 있다. 타이시는 불않다는 표정으로 교문 밖을 힐끔힐끔 보고는 연신 한숨을 쉬고 있었다. 뭐 걱정이 되는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왜냐면 작전다운 작전은 아닌 것이다. 코마치가 제안한 책략은 실로 심플한 것이었다. 어느정도 심플한가 하면 [THE 코마치]라고 심플 시리즈로 발매 가능한 레벨.


그런 까닭에 필요한 인원수는 최소한. 나랑 코마치가 있으면 충분하다. 물론 사람이 적은 편이 그쪽이랑도 말하기 편할 거라는 꿍꿍이도 있다. 앞으로 상대하게 될 사람은 아주 다루기 어려워서 어떤 반응을 할지 예측이 힘들다. 최소한 나로는 교섭다운 교섭은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교섭을 담당하는 코마치에게 이렇다할 불안한 기색은 없다. 아직인가 아직인가하고 콧노래를 섞어가며 밖을 보고 있는데 여유작작이다 뿐일까 은근히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 교섭상대는 약속장소에 찾아왔다. 푸른빛이 감도는 긴 흑발을 슈슈로 묶은 포니테일이 천천히 흔들렸고 거기에 한템포 늦게 양갈래로 땋은 머리가 깡총깡총 튀어 올랐다.


카와사키 사키랑 그 여동생 카와사키 케이카다.


우리들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케이카는 붕붕 손을 흔들고 아장아장 달려왔다.


'코마치!'

'케이카쨩!'


코마치는 케이카를 부드럽게 끌어안고 쓰담쓰담 머리를 쓰다듬었다. 간지럽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뜬 케이카의 기분은 아주 좋은 모양인데 한편 카와사키는 곤혹스럽다는 모습이다.


'일단 부르길래 데려왔는데...뭐냐고 이거...'


제대로된 사정을 듣지 못한채 타이시의 호출을 받은 걸테지. 나랑 코마치 그리고 타이시를 수상쩍게 보고는 눈썹을 팔(八)자 모양으로 만들었다. 뭐 일이 이 지경에 이른 이상 설명하는 편이 빠르다.


'어어, 미안하다. 타이시가 부활동 선택 때문에 고민하고 있어서 말이지. 그왜, 우리도 이런저런 일이 있잖냐. 그래서...'

'앗! 자자잠, 형님! 무슨 말을 하시는 건가요!'


타이시는 내 말을 가로막고자 와와하고 소리치며 나랑 카와사키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리고 비난섞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아니 딱히 너 비밀로 해달라곤 안 했잖냐...


그리고 아마도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그런 건 신경 안 써도 되는데'


카와사키는 미간에 주름을 모으고, 삐죽 입술을 내밀었는데 그 음성은 부드러웠다. 아무래도 내 설명을 끝까지 듣지 않더라도 대충 그 내용을 헤아린 모양이었다.


'아니, 그래도...'


다정한, 자칫하면 슬프게도 보이는 시선으로 바라보자 타이시는 횡설수설하게 되어 말하려던 말도 잦아들었다.


'...그래도 역시 신경쓰이는 법이거든요. 동생 입장에서는'


이어서 말을 한 것은 코마치였다. 타이시는 기세 좋게 끄덕이며 동의했다.


'아, 응. 그건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역시 내가 해야할 일이니까...'


카와사키는 조금 난처하다는 투로 주장했지만 코마치는 그 모습을 생긋 웃으며 흘려넘겼다.


'...그래서 제대로 동생의 마음을 존중해주고 싶다고 코마치는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말하고 코마치는 슥하고 웅크려 앉아 케이카와 같은 시선에 섰다. 그 모습에 카와사키와 타이시는 나란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아무것도 이상할 것은 없다.


코마치의 교섭상대는 처음부터 카와사키 케이카다.


'있잖니 케이카쨩. 언니는 앞으로 아주 조~금 바빠져서 마중을 많이 못가게 될지도 몰라. 집에 있을 때도 함께 있을 시간이 줄어들지도 모른대'


아직 어린 케이카한테 정성껏 설명해봤자 얼마나 이해를 해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전하지 않아도 될 리가 없다. 무엇보다 어리다고 해서 그 의사를 무시해서 좋을리가 없는 것이다.

코마치가 신중하게 말을 골라가며 말을 하자, 케이카는 두,세번 깜빡거린다음 끄덕하고 끄덕였다.


'그렇구나...'


케이카의 커다란 눈망울에 망설임이나 슬픔이 떠올랐고, 이윽고 점점 눈물이 어리고 번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카와사키는 표정이 어두워진채 케이카를 끌어안고자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코마치가 꼬옥 케이카를 끌어안았다.


'그치만 언니를 대신해서 타이시 군이 같이 있어줄지도 몰라!'


일부러 호들갑을 떨어, 즐겁다는 듯이, 명랑한 톤으로 말하자 케이카도 후훗하고 웃었다. 그리고 누구를 흉내내는 것인지 어른스러운 말투로 가슴을 폈다.


'타 군인가...응, 뭐, 어쩔 수 없네'

'어? 어쩔 수...어?...케이카, 오빠 싫어하니?'


타이시가 떨리는 음성으로 물어보자 케이카는 힐끗 보고는 쌀쌀맞게 말했다.


'그냥 그래'

'그냥...그, 그러냐. 미움받지 않으니까, 됐나...'

'포지티브하구나 너...'

'아, 으음 케이쨩은 타이시를 확실히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


카와사키가 살짝 당황해서 실드를 쳐주자 그 말을 들은 코마치가 쿡하고 웃었다.


'뭐 그렇죠. 오빠는 좋아한다고 말하기 껄끄럽죠. 한심한 구석이 너무 많으니까.'

'맞아! 코마치도 그래?'

'응, 그렇다구! 평소에는 청소도 안하지 치우지도 않으면서 갑자기 충동적으로 카페트를 돌돌이로 청소하기 시작하는거야. 진심 짜증나'

'이해해. 남자는 꼼꼼한 주제에 센스가 없어'


코마치는 음성이야 부드러웠지만 하는 말은 상당히 신랄했다. 한편 케이카의 말은 소꿉장난 같은 말투지만 정곡을 찌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카와사키가 말없이 응응하고 끄덕였다.


그후로도 두사람의 불평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나랑 타이시는 나란히 어깨가 축져저서 반성하고 있으려니 뜬금없이 코마치의 음성이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가끔은 좋거든. 오빠도. 우리집은 있지 같이 프리큐어를 봐'

'오 큐어 구레이수...'

'맞아맞아. 그래서 같이 흉내내며 놀곤해'


코마치가 말한 순간 카와사키가 질색한 태도로 나를 봤다.


'너, 대체 뭘 하는거야...'

'아니, 그왜, 옛날 얘기니까...'


내가 마구 변명을 해댄 순간 케이카의 기운찬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우리집도 해! 사쨩이랑! 그치?'


갑자기 화제가 자기쪽으로 쏠리자 카와사키가 부끄러운 나머지 얼굴을 감쌌다. 아니 알고 있었으니까 괜찮아...너 무지 좋은 언니잖냐...그야 프리큐어도 하겠죠...


내가 편안한 마음으로 카와사키랑 케이카를 바라보자 우리집 프리큐어가 으음하고 작게 헛기침을 했다. 어이쿠, 위험해 완전히 작전을 잊었었다...나도 작게 헛기침을 해서 오케이라고 신호를 보냈다.


바로 여기에 대군사 히키가야 코마치의 책략은 이루어진다. It`s Party Time!


'우리 오빠 꽤 굉장하다구. 공부도 가르쳐주고 같이 밥도 만들어줘. 그리고 곤경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기도 하는데...좀 멋있어'


'케이카도! 케이카네도 굉장해! 들어봐 타 군 테니스 굉장해. 멋있어'


이것이야말로 병법 36계 중 하나 무중생유. 또 다른 이름을 오빠 자랑 경쟁이다.

있지도 않은 오빠의 장점을 마치 있는 것처럼 말해서 케이카도 오빠의 장점을 말하게 한다...이런 신나는 책략을 떠올리다니 녀석은 파티피플 군사가 아닐까?


'그렇구나. 부럽다. 멋있네.'


'응! 케이카 멋있는 타 군은 좋아한다구?'


코마치가 후훗 미소지으며 이쪽을 바라보자 그 모습을 따라서 케이카도 이쪽을 바라봤다. 그곳에 있는 것은 최고로 귀여운 여동생의 미소. 흡사 겹쳐지는 두개의 꽃이다.


'어, 오, 오오...'


타이시는 이미 제대로된 목소리도 내지 못한채 감동에 흐느껴 울고 있다. 자 그럼 여기서 한걸음 더 밀어주는 게 내 역할이다.


'...그렇다잖냐. 여동생한테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오빠의 보람이라고.'


탁하고 말그대로 가볍게 등을 밀어주자 타이시는 비틀비틀 케이카 곁으로 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한조각의 이성이 타이시를 뒷걸음치게 만든다.


'아, 아니 그래도 누나한테 미안하니까...'


흠. 아직 추진력이 부족한가...그럼 마무리짓도록 하죠.


'별로 상관 없잖냐. 너희 누나도 남동생이나 여동생한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애쓰는 걸테니'

'야, 잠깐...'


카와사키는 당황해서 내 어깨를 잡아 말리려 들었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부정하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타이시한테는 충분했을 것이다. 타이시는 코밑을 긁적이며 헤헷 웃었다.


'...나, 전국 갈게요'


유난히 멋있게 말하고 타이시는 케이카를 향해 달려갔다.


뭐 테니스부 문제는 토츠카랑 상담하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적당한 타협안을 지어줄 것이 분명하다. 통으로 떠넘겨서 미안하지만 일단 임무완료다.


결코 해결같은 해결은 하지 않았다. 문제도 해소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코마치다운 접근법이라고 생각한다. 확실히 유키노시타가 말한 대로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코마치가 아장아장 걸어와서 카와사키한테 말을 걸었다.


'사키 언니 혹시 동생 문제로 곤란한 일이 있으면 코마치한테 맡겨주세요! 코마치는 프로 여동생이니까요. 얼마든지 와보라 이거예요! 뭐 솔직히 남의 집 문제는 얼마만큼 책임을 질 수 있을지 아주 의심스럽지만요!'


'뭐야 그게, 너무 솔직하잖아. 하지만...응 무슨 일이 있으면 부탁할게...고마워'


너무나도 직설적인 코마치의 표현에 카와사키는 쓴웃음 지었지만 머지않아 그것은 부드러운 미소로 바뀌었다. 그럼 이만...하고 작은 목소리로 말하고 카와사키는 조심스럽게 손을 흔든다음 타이시와 케이카 쪽으로 걸어갔다.


나란히 걷는 카와사키 자매가 멀어지는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코마치가 불쑥 중얼거렸다.


'...부럽다 멋있는 오빠. 조금 동경하게 돼'

'그 표현은 꼭 내가 멋없다는 소리로 들리는구나'

'그렇게 말했는데요...어디에 멋있는 요소가 있다는 걸까요...'


맥빠진다는 표정의 코마치를 향해 나는 굳이 야무진 얼굴을 내밀었다.


'말없이 눈을 감으면 그럭저럭 나름대로 괜찮은 얼굴 아니냐'


코마치는 열심히 뜯어봤는데 결국 포기하고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마음의 눈을 너무 과신하는 거 아냐...이 코마치의 눈으로도 알아볼 수가 없어...'


'하하하 수업이 부족하군...주로 내 수업이지만.'


'정말이야...그럼 부실에 돌아갈까요.'


그렇게 말하고 코마치는 빙글하고 뒷굼치를 돌려 교실쪽을 향해서 걷기 시작했다. 정문을 빠져나갈 무렵에는 그 발걸음은 콧노래 섞인 총총걸음으로 바뀌어 있었다.


'...뭐 조만간 멋진 모습을 보여주마. 앞으로 1년은 함께니까.'


승강구로 이어지는 대계단을 타닥타닥 올라가는 코마치의 등에 말을 걸고, 나는 그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너무 서둘러도 아까운 일이다. 왜냐면 나랑 코마치가 같은 학교에서 보내는 마지막 1년이다. 질릴 때까지 만끽시켜주자고.


한계단 한계단 힘껏 밟으며 마침내 내가 따라잡자 코마치는 최상층에서 치마를 팔랑하고 펄럭이며 빙글 돌아봤다.


'앞으로 1년이 아니라 평생이라구...그러니까 계속 멋있는 모습을 보여줘야해'


그렇게 말하고 코마치는 바람에 나부끼는 머리카락을 누르고 어른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15년 함께한 나조차 본 적이 없는 아름다운 자태라서 나는 넋이 나가고 말았다.


'...막 이러고. 지금 건 코마치 포인트 높았어!'


그런가 싶으면 더블 피스로 호들갑을 떨며 어릴적과 똑같은 터질 것 같은 미소를 선보인다.


질릴 때까지 만끽? 말도 안 되는 소리. 질릴 리가 없다. 만끽하려 들면 내 인생이 너무 부족하다. 평생 걸려도 부족하다구.


이거 역시 여동생만 있으면 돼...라는 소리가 되는 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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