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츠지 유키토 "시로바코가 특별한 이유" ㄴ시로바코

Q.2014년 TVA방송 당시 시로바코를 리얼타임으로 시청하셨죠,

봤죠. P.A.WORKS와 미즈시마 츠토무 감독님은 Another의 애니화로 신세를 져서 친숙했으니까요. 같은 팀의 신작은 역시 주목하게 되죠. 그래서 일단 보게 됐는데요 처음부터 완전 빨려들어가버렸죠. 오십 넘은 미스터리 작가가 매주 시로바코를 보고 여러 대목에서 감동해서 글썽거렸죠(웃음)

이번에 5년만에 다시 봐도 변함없이 재밌었습니다. 뭉클하다고 할까요, 뜨거워진다고 할까요. 보편적으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힘이 있는 애니메이션이라고 다시한번 느꼈습니다.

Q.말씀대로 시로바코는 세월이 흘러도 매력이 풍화되지 않는 보기드문 작품입니다. 아야츠지 씨는 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다섯명의 소녀들이 장래에는 애니메이션 제작에 종사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품고서 노력하는, 말하자면 왕도적인 청춘 스토리입니다. 당연히 애니메이션 업계의 근로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누가 보더라도 자기자신의 과거나 현재를 어떠한 형태로 그녀들과 겹쳐볼 수가 있죠. 

'그 마음 나도 알아' '나도 젊을 때는 그랬어' '이런 동료가 있었지'처럼, 그런 감각을 좋은 느낌으로 떠올리게 만들어줍니다. 애니메이션 업계를 묘사하면서도 전혀 다른 직종에서 분발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호소하는 힘이 있습니다.

Q.보편적인 작품이지만 그런 한편으로 시로바코와 비슷한 작품은 사실 얼마 없다고 보시는군요?

나는 미스터리랑 호러 외에는 잘 모르지만요(웃음)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현장을 그리는 애니메이션이라는 메타픽셔널한 설정은 역시 매력적입니다. 무사시노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는 약간 소규모의 제작회사가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애니메이션을 현실에서 제작하고 있는 것이 P.A.WORKS라는 구조. 

예를들어 추리소설 중에서도 추리작가가 추리소설을 쓰는 걸 그린 추리소설이 있습니다. 이런 작품은 그 장르에서 일을 하다보면 어김없이 아이디어가 떠올라 해보고 싶어지는 법입니다. 하지만 막상 만들려고 하면 재밌게 만드는 게 어렵거든요. 너무 잘 알고 있는 장르인만큼, 자칫하면 아는 사람만 이해하는 작품이 되고 맙니다.

그런 기세를 어느 정도는 스토익하게 억제하면서 균형을 잘 잡지 못하면 실패하죠. 실은 무척 어려운 접근법입니다. 시로바코에는 곳곳에 애니메이션 관련 패러디나 개그가 있는데 전부 수준 높고 센스도 좋죠. 그점은 역시 미즈시마 씨와 요코테 씨 콤비구나 하고 감탄했습니다.

Q.시로바코에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잔뜩 등장하는데 아야츠지 씨가 무심코 감정이입해버린 캐릭터가 있을까요?

나는 소설가니까 역시 각본가 지망인 그 아이가 되려나. 그 아이가 처음으로 '나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슴다'라고 선언한 순간부터 그냥 막 눈물이.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꿈은 '소설을 쓰고 싶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과 같으니까요.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이 되어서 응원하고 싶어졌습니다.

하지만 내 주변에 있었으면 좋겠는 건 아오이 쨩. 이런 편집자가 있어준다면 좋겠다 싶어요(웃음)

Q.(웃음) 사전에 극장판의 시나리오를 읽으셨는데 이야기 속에서 어떤 점이 인상적이었나요?

초반부터 그야말로 '어떡하지'라며 갑자기 어두워지는 느낌(웃음) 4년후의 무사시노 애니메이션이 어떻게 그려질 것이냐, 그리 평화로운 상황은 아니겠구나 예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예상을 초월한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이야기의 초반은 과거의 이야기를 삽입해서 '왜 이렇게 되어버렸나'라는 수수께끼 풀이를 하고 있죠. 

뒤집혀 있는 카드를 공개하는 방식이 능숙해서 저절로 이야기에 빨려들어가버렸습니다. 시나리오는 30분 가량 읽었는데 한동안 머리가 어질어질했습니다. 완성된 극장판을 빨리 극장에서 보고 싶습니다.

Q.앞서 얘기했듯이 아야츠지 씨의 저작 Another의 tva는 미즈시마 감독님과 P.A.WORKS의 포진으로 제작되었는데 그들의 크리에이티브에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애니메이션 업계는 잘 몰라서 기본적으로 편집을 하시는 분들에게 일임했습니다만, Another는 상당히 모험적인 미션을 가장 최선의 형식으로 클리어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이후의 P.A.작품에도 주목하게 된 겁니다. 유정천가족도 근사했죠. 시로바코와 쌍벽을 이루는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리미 도미히코 씨의 원작이 애초에 걸작이지만 그 독특한 세계관이나 독특한 오묘함, 재미를 멋지게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해내었습니다. P.A.WORKS의 호리카와 씨의, 모리미 작품을 향한 애정이 넘쳐나죠. Another도 그랬지만 작업을 공들여서 한단 말이죠. 토야마의 본사에 방문한 적도 있는데 조용하고 좋은 환경이더군요. 이런 환경이니까 정성들인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느꼈습니다.

Q.미즈시마 감독은 어떠셨나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채로운 애니메이션에 도전하고 계십니다. 침략! 이카무스메를 만드는가 하면 걸즈&판처도 시로바코도 올마이티한 감독이시죠. 미즈시마 작품 중에서는 감옥학원도 정말 좋아하는데 껄껄 웃음면서 봤는데 클라이맥스는 참으로 치밀하고 스릴넘치는 미스터리이기도 해서 감탄했습니다. 시로바코에서도 클라이맥스는 무척 스릴 넘치는 전개로 달아오르죠. 엔터테인먼트의 구조를 잘 이해하고 있는 분이다 싶습니다.

Q.시로바코란 작품이 아야츠지 씨에게 가져다준 것은 무엇인가요?

초심을 돌아봐야한다고 생각하게 만든 점일까요? 5년전의 시점에서 나는 작가 데뷔를 한지 28년이 지났었어요. 자칫하면 소설을 쓰고싶다고 생각한 무렵의 초심을 잊어버릴뻔 했는데 시로바코는 그 초심을 상기시키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이런 타입의 작품을 무조건적으로 칭찬하는 건 사실 성미에 맞지 않지만요. 좀 더 부도덕하고 불성실한 작품을 좋아하는지라(웃음)

하지만 시로바코는 그처럼 살짝 뒤틀린 내 취향을 무효화 시켜버릴 만큼 선합니다. 착할 뿐만이 아니라 여기저기에 적절한 농도의 '독'도 포함되어 있어서 히죽 웃게 만드는 점이 또 미즈시마 씨답습니다. 이번에 다시 봐도 똑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작품에 따라서는 '조금 안쓰럽군'이라 느낄 때도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시로바코에는 그런 게 없습니다. 대단합니다.

Q.TV판 중에서 특히 마음에 든 에피소드가 있나요?

원화팔이 소녀. 크리스마스 밤에 미야모리가 '원화 사세요~'라며 거리를 떠도는 그 대목(웃음) 그리고 전반부의 클라이맥스인, 안데스처키. 안데스처키 관련 에피소드죠. 안데스처키의 테마가 흐르는 12화의 그 장면. 19화의 엔딩도 아주 좋았어요. 

신불혼효 칠복신도 좋아합니다. 고등학생들의 '야~'니 '오~'니 하는 대사를 프로 성우들이 어설프게 연기하는 거잖아요? 그게 우스꽝스러운 동시에 무척 사랑스러웠습니다. 척보기에도 조잡한 느낌의 그림이나 목소리인데 작중의 그녀들에게는 현재의 우리가 그걸 뛰어넘었을까 궁금해하는 마음이 있죠. 이거 이해합니다(웃음)

시로바코의 극중극은 전부 좋습니다. 극중극을 대충 만들지 않는 점이 대단합니다.

Q.참고로 Another의 속편 Another 2001의 연재가 완결됐습니다.

도중에 1년 휴재가 있었지만 그걸 포함해서 5년 이상 걸렸습니다. 고생은 했지만 끝내고나니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웃음) 매번 그런 반복이죠. 장편을 완성하고 엔드마크를 칠 때는 커다란 카타르시스가 있는데 그때는 무슨 뇌내마약이 나오는 걸껍니다. 그게 있으니까 오랜 세월,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몰라요.

그건 시로바코의 그들, 그녀들과 마찬가지입니다. 매번 악전고투하며, 대책이 없다고 말을 하면서도 어떻게든 납득이 가는 형태로 완성시켰을 때는 행복해서 질리지도 않고 차기작에 착수하죠. 그런 의미에서도 시로바코는 격려를 해줍니다. 그들한테는 동료가 있어서 부럽다고 생각하게 되지만요...뭐 타로는 필요 없으려나. 하지만 타로도 나름대로의 역할을 다하고 있으니 그 점도 잘 만들었다고 감탄하는 지점입니다.

Q.타로는 현장을 휘저으면서 다른 캐릭터의 성장을 재촉하는 측면이 있죠.

예기치 않게지만요(웃음) 그런 캐릭터를 제대로 다루는 건 큰일일 것 같습니다.

덧글

  • 함월 2020/03/08 15:30 # 답글

    아... 그러고보니 이 영감님, 어나더 속편 낸다 그랬었죠... 연재는 하고 있었군요.
    도대체 이게 몇 년 전 이야기야...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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