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만화로 그리는 이유 만화


만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1권이 1월 27일에 발매됐다. 연재를 시작하자마자 인터넷상에서 '설마 만화화가 될 줄이야'라며 놀라는 목소리로 가득했다.

그 이유는 원작의 경파함.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2016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벨라루스 출신 여성 저널리스트다. 그녀의 데뷔작인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소련군에 종군했던 500명 이상의 여성들의 전쟁 체험을 기록한 혼신의 한 권. 당시 소련군에는 100만명의 여성들이 종군했고, 군의나 간호사는 물론이고 수많은 사람이 무기를 손에 들고 싸웠다.

역사적으로는 승전국인 소련의 어두운 측면. 전쟁 당시에는 귀중한 전력, 노동력으로 대대적으로 이용했음에도 전후에는 사회에서 백안시했던 여성들의 오랜 세월 말하지 않았던 기억. 그 가열찬 내용으로 인하여 '조국을 모독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비난을 받았고, 수차례 출판을 거절당했다. 조국 벨라루스에서는 오랜 기간 출판 금지를 당했던 문제작이다.

이 역사적인 대작의 만화화에 도전하는 것은 <늑대와 향신료>의 만화판을 담당한 코우메 케이토. 소련이나 러시아의 역사 풍속에 해박하고, 그 자신도 만화가 겸 일러스트레이터로 활약하는 하야미 라센진의 감수 아래 당시의 양상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왜 지금 이 작품의 만화화에 도전한 것일까? 모두가 놀란 이 프로젝트에 담긴 마음을 물어보았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종군 세탁부대를 지휘한 발렌티나 중위의 에피소드로 시작된다. 전선의 병사들이 걸치는 대량의 의류를 빨고 말리는 여성들로 구성된 세탁부대. 특별한 비누 성분 때문에 손톱이 빠지고, 연일 이어지는 중노동에 힘이 다해 쓰러지는 사람이 속출한다. 세탁이라는 흔하디 흔한 평화로운 울림의 단어와는 걸맞지 않는 가혹한 현장이다.


아래의 원문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인데, 만화판은 대사를 거의 바꾸지 않았다.

중노동이었다. 세탁기는 지급될 기미도 전혀 없다. 전부 손으로 했다...여자들의 손으로...

K라고 부르는 특별한 비누를 사용했습니다. 엄청난 냄새의 비누. 세탁을 해서 말리는데, 자는 장소도 거기였습니다.


'처음 소개하는 인물은 거의 망설임 없이 정했습니다. 병사가 아니라, 일상과 맞닿아있는 전장에 있었던 발렌타인 중위가 이 만화의 뱃사공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코우메 시와 오랜 기간 태그를 짜왔던 편집자 오기노 켄타로는 이렇게 말했다.

작화 담당 코우메 씨한테 이번 만화화를 제안한 것은 오기노 씨다. 가장 큰 계기는 2016년에 개봉한 극장 애니메이션 <이 세상의 한 구석에>였다고 한다.

'비참한 전쟁과 그 피해자가 아니라, 전쟁 속의 일상을 그린 게 정말로 굉장합니다. 일본의 전쟁물의 전환점이 될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집자라는 직업상, 연재로 이어질 법한 테마나 원작은 항상 저장해둔다. <이 세상의 한구석에>가 히트한 현재, 수많은 사람에게 다음에 읽어보았으면 좋겠다며 머리에 떠오른 것이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였다.

2017년 여름 <늑대와 향신료>의 연재종료가 눈에 보였던 코우메 씨에게 '다음 작품으로 이건 어떨까요?'라면서 원작을 건넸다. 코우메 씨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그야 역사물, 전쟁물을 해보고 싶다고 한 적은 있는데...좀 더 활극적인 작품을 상상했기 때문에 솔직히 한방 먹었습니다'

이 중후한 이야기를 그려내자면, 고증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코우메 씨는 '감수가 제대로 붙는다면'이라고 조건을 내걸었다.


감수 후보로 초기부터 물망에 올라와 있던 사람 중 하나가 하야미 라센진이었다. 하야미는 <대포와 스탬프> <군화와 전선> 등의 대표작을 보유한 만화가. 소련, 러시아를 향한 깊은 애정, 그리고 연구자 급 학식으로 유명하다. 오기노의 '대조국 전쟁 시절의 소비에트 연방에 해박한 협력자, 상담 상대를 찾고 있다'는 트윗에 반응하여 DM으로 추천하는 책을 소개하는 소통이 시작된 것은 2018년 봄이었다.

'오기노 씨가 구체적인 감수 제의를 해주신 것은 2018년 늦가을.설마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일 줄은 전혀 예상 못했고, 진심으로 놀랐습니다.'

'제의를 해주셨을 때는 얼이 빠졌다...기보다 분함이 앞섰습니다'

원작자측의 허락, 편집부와의 조정 등을 거쳐 정식으로 하야미한테 감수를 제의하는 것이 정해진 것은 2018년 말의 일이었다.

문고판이 약 500P에 달하는 두꺼운 한 권을, 오기노, 코우메가 각각 읽어보고, 마음에 든 에피소드를 공유한다. 에피소드에는 길고 짧음이 있기에, 여러 인물을 조합하여 각화 마다 테마를 부상시킨다.



문장으로 읽으면 고작 1~2줄의 묘사일지라도 만화로 구성하면 수 페이지에 달한다. 말을 충실히 반영하면서, 현대 일본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방식을 고민한다.

'정말로 라센진 선생님의 감수 수완은 훌륭합니다...매번 디테일한 부분까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안계셨다면 대체 어떻게 됐을런지'

코우메의 이 말대로 이 작품의 크나큰 매력은 세밀한 그림. 소련군은 물론이고 당시의 생활습관이나 정경에도 해박해서 만화로서의 '리얼리티를 가지고 그린다'는 포인트도 잘 잡고 있는 하야미의 수완이다.


군복의 자잘한 특징도 공들여 그린다. 어깨의 계급장의 두께의 차이를 잘 알 수 있는 장면.

실제 작업 과정을 보면 세세한 부분까지 꼼곰하게, 때로는 주석까지 붙여 감수를 하고 있다.

'이번 주인공, 두 사람 다 검색해보니까 기사가 나왔습니다. 얼굴을 참고해주세요. 마리야 씨는 모스크바 근교 출신. 저격병 훈련소를 거쳐 1944년 3월부터 전선에 나섰습니다.'

'1943년 이후, 군복의 스타일이 변했습니다. 두사람이 전선에 나선 것은 1944년 이후라서, 후기 스탠딩 칼라의 루바슈카 타입으로'

'러시아 남부에는 자작나무가 얼마 없으니까 삼나무나 소나무로 그려주세요'

'러시아 서부에는 산이 없으니까 배경을 조심해주세요'

'일본인의 감각으로는 무심코 풍경을 그리면 꼭 지평선 너머에 산을 그려버리죠.'(코우메)

감수한 문면에도 있는 것처럼 화자 본인의 사진이 남아 있는 경우에는 닮게 그리고 있는 듯 하다. 픽션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현실에 충실하게...라는 신념이 느껴진다.

'기획 단계에서는 전혀 기대받지 못했다'

이 작품은 트위터의 공식 계정과 웹사이트 코믹워커에 게재되고 있다. 한달에 한번 연재라고는 하나 이는 특이한 형식이다. 연재를 받아들인 <전격 마오우> 편집부는 당초 '채산성을 도출하는 게 몹시 힘들다'며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다른 테마로 해주지 않겠냐는 타진도 있었지만, 나는 승산을 확신했기 때문에 필요 없다면 다른 곳에 가져가겠습니다라고 말하며 거절했습니다' (오기노)

'기획단계에서는 솔직히 말해서 전혀 기대 받지 못했는데, 시작하고나니 여러곳에서 응원해주는 사람이 생겨나서 한시름 놓았습니다. 기쁜 오산이었죠.'(오기노)



오기노는 '번역도 그리 멀지않은 날에 오퍼를 받을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작중에 나온 여성의 목소리를 한사람이라도 더 많이 수록해서 전달하고 싶다. 가능하면 일본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러시아나 벨라루스, 구 소련의 구성국을 비롯한 수많은 나라 사람들에게, 최대한 완전함에 가까운 형식으로 읽을 수 있게 전하고 싶다고 바라고 있습니다. 외람된 말이지만, 연재를 계속하기 위해서 지원을 받는다면 좋겠습니다.

실제로 1화의 웹 게재후 바로 알렉시예비치의 고향, 벨라루스에 전해졌다. 국립 박불관 직원의 페이스북을 통해 소개되어 1주일도 되지 않아 현지 미디어에서 취재 요청이 쏟아졌다.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반응이었습니다.'(오기노)

작화면에서도 세계진출을 내다본 배려가 담겨 있다. 가로쓰기 대사에 번역하기 편하게, 여백을 많이 주고 있는 것이다. <늑대와 향신료>가 세계각국에 번역된 경험에서 얻은 지혜라고 한다.

원작은 약 500P에 달하는 두꺼운 문고본. 만화화를 계기로 손에 쥐게 됐다는 독자도 많다. '확실하게 숫자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매상에 영향을 주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이와나미 서점 담당자)

수많은 반응 덕에 단행본 1권 발매를 앞두고 2권까지 계속 연재되는 것이 정해졌다.

'잘리지 않게 힘내세요,라는 독자 여러분의 걱정에 찬 목소리에 어떻게든 부응했네요.'(오기노)

1권은 갖가지 직종에서 수많은 여성이 종군했다는 사실을 군상극처럼 선보였다. 2권에서는 원작자인 스베틀라나의 존재를 보다 돋보이게 만들고 싶다고 코우메는 생각했다고 한다.

'나는 이 두꺼운 책의 서장이 상당히 마음에 들어요. 스베틀라나 씨 본인이 얻어맞으면서도 계속 질문을 던지는, 계속 글을 쓰는 이유가 꽉 눌러담겨 있는데 작품의 배경과 통하는 측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능하면 이 대목도 공들여서 만화로 전달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전쟁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은 전부 '남자의 말'로 논해졌다. 우리들은 남자의 전쟁관, 남자의 감각에 사로잡혀 있다. 남자의 말. 여자들은 침묵하고 있다. 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할머니나 어머니한테 이것저것 물어본 사람이 없었다.

1권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에피소드는 코우메 본인이 반드시 넣고 싶은 것을 고른 것이다.

'여성이 여성의 속옷을 입는다. 그런 당연한 일조차 허락받지 못한 시대가 있었다...하지만 그것을 말하는 여성은 싫었다고 회상하면서도 그 감정의 근원이 무엇인지 모른다. 눈앞에 있는 저널리스트가 왜 울고 있는지도 모른다. 스베틀라나 씨는 전쟁이 인간성을 박탈했던 현장을 재발견하고 울고 있는 것이죠.'

'그녀가 500명 이상의 여성들에게 묻고 다녔습니다. 무거운 입을 연 사람이 있었습니다. 감추어져 있었던 여자들의 전쟁을 선명하게 밝혀냈습니다. 전쟁 하에 일어난 일 자체의 비참함 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그 분투 자체도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하므로 스베틀라나 당신의 마음도 만화 속에서 전달하고 싶습니다.'

덧글

  • Mirabell 2020/01/28 02:41 # 답글

    눈이 가는 작품이군요. 국내로 번역이 되면 좋으련만... 안되면 원서라도 구매 해보고 싶어집니다.
  • 소시민 제이 2020/01/28 07:19 #

    원작은 국내에 발간 되었는데 읽다보면 좀 읽는 템포가 느려지더군요.

    저 코믹스도 정발 되었으면 하네요.

    저도 원서 구하려는 중입니다만... 일본 아마존에 올라 온듯요.
  • 존다리안 2020/01/28 08:03 # 답글

    국내 발매가 기대됩니다.
  • 로리 2020/01/28 14:19 # 답글

    현재 만화화를 한 부분들이 원작에서 매우 순한맛이죠. 이번 만화화로 해당 원작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늘었으면 합니다.
  • 소아성애는 정신병 2020/01/28 15:40 # 삭제

    소아성애자님 정신과는 가보셨나요? 정신병은 치료가 가능합니다.
  • ㅇㅇ 2020/01/28 15:52 # 삭제

    이런걸로 지적하는 우리 괴이도 같이 가자 할 수 있어 우리 괴이 화이팅!
  • ㅇㅇ 2020/01/28 18:09 # 삭제

    닉넴이며 플픽까지 가지가지로 역겹네.
    어떻게 저런걸 떡하니 박아놓을 생각을 하지? 정신이 나갔나??

    여아 소아성애자가 권하는 여성인권에 웃고 갑니다 ㅉㅉ
  • 알트아이젠 2020/02/03 22:58 # 답글

    국내에도 정발될 가능성이 높은 만화라고 봅니다. 그때 노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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