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의 낭비는 프리 스코어링으로 제작 애니


Q.이 작품만의 시도 같은 게 있을까요?

본작품은 영상 제작을 한 다음에 성우진의 목소리를 녹음하는 애프레코가 아니라, 영상보다 먼저 녹음한 성우진의 목소리 연기에 맞춰서 영상을 만드는 프리스코 방식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애프레코 방식으로는 대사를 정해진 시간 안에 딱 들어맞게 연기하길 원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숨고르기도 어느 정도 연출쪽에서 통제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사를 말하는 시간이나 숨고르기를 전부 성우분에게 맡겨서, 태클의 템포를 살려서 개그로 매끄럽게 연결되도록 신경썼습니다.

애니메이션의 대화는 서로 턴을 교환하면서 얘기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리얼한 대화는 상대방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말을 합니다. 그런 리얼한 감각을 원했어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성우 분들은 상대방이 말을 마치기를 기다린 다음에 얘기하기 때문에 편집을 통해 대사의 간격을 줄여서 대화의 템포를 빠르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작업 다음에 작업을 하는 작화 스탭은 성우 분들의 텐션에 맞춘 캐릭터 연기를 그려내도록, 표정의 강세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녹음은 이미 전부 끝났습니다.

Q.그런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리얼리티 추구인 거군요?

캐릭터 영상에 맞춰 연기하는 사정 때문에 대사를 덜어내는 대목을 만드는 것보다는 그 때의 캐릭터의 감정은 성우 분들한테 맡겨서, 타이밍을 잡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쪽에서 오더를 내린 시간보다 연기가 짧건 길건 간에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캐릭터의 성격을 우선해서, 녹음의 참고용으로 준비한 임시 영상을 무시하고 연기해달라고 주문한 적도 있습니다. 나중에 우리가 맞추겠습니다,라는 식으로.

Q.일임을 받은 성우 분들도 힘들지 않았을까요?

메인 삼인방의 성우는 베테랑이라서 이런 역을 연기하는 게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Q.성우진한테 연기 주문도 하셨나요?

캐릭터 소개는 했지만 주문은 안 했습니다. 깜짝 놀랄만큼 각각의 캐릭터로 빙의한 연기는 '역시나'하고 납득이 됐기 때문에 제 상상을 초월한 느낌입니다.

Q.메인 삼인방 캐릭터를 소개해주세요. 먼저 바보부터.

바보는 원작에서는 주인공 포지션으로, 누구와도 터울없이 지내지만, 누구와도 궁합이 맞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두의 사랑을 받는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입니다. 일반적인 사고가 타인과는 어긋나 있기 때문에 재밌는 인간이라고 여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도가 지나쳐서 천재적으로 사고를 읽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개그가 아닌 평범한 대화가 어렵습니다. 평범한 대화에서 바보의 대답 한마디가 걸려서 시나리오 라이터한테 몇 번이고 수정을 부탁합니다. 몇 번이고 수정을 거쳤기에 작년 가을에 시작한 녹음은 그 자리에서 추가하는 애드립 대사도, 누가 봐도 바보가 말할 법한 대사입니다.

Q.바보는 개그 뿐만 아니라 평범한 대화도 기대가 되네요.

바보는 누군가가 무슨 일을 하는 배경에서 자주 혼잣말을 계속 합니다. 그같은 '가야'로 부르는 애드립 대사는 보통은 성우 분한테 맡기는 법입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최대한 웃기게끔, 가야 대사도 전부 시나리오 라이터가 쓰게 했습니다.

Q.로봇은요?

로봇은 혼잣말처럼 소곤소곤 말하는, 전형적인 소곤소곤 캐릭터. 메인 3인방 중에서는 그녀 또한 개그를 담당하는 캐릭터입니다. 이 아이의 개그는 '자기가 잘나간다고 생각하는 바보가 굉장해' 등등, 신랄한 말을 해서 웃음을 자아내는 종류. 그녀는 너무 막나가지 않게 주의하는 감각. 신랄한 개그가 너무 강해서 밉상으로 보이면 바람직하지 않으니까요. 어디까지나 이 세사람의 우정 속에서 성립하는 것을 멋지게 표현해준다면 좋죠. 미스테리어스한 캐릭터란 점도 이 아이의 매력입니다. 12화에 걸쳐서 캐릭터를 풀어가다보면 그녀한테도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Q.세번째인 오타는?

이번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면서 제가 처음으로 제안한 것은 오타를 주인공으로 삼아, 그녀 시점으로 그리고 싶다는 것. 일상물로 봤을 때 바보는 존재 그 자체가 일상이 아니기 때문에 오타의 일상생활로서의 고교생활을 1년간 그리고 싶었어요. 오타는 가장 감정이입하기 수월한 캐릭터고, 시청자도 공감하기 쉬운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또 얘가 유일한 딴죽 거는 캐릭터라서 진행 포지션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이유에서 애니메이션은 오타 시점의 일상물로 구성해 봤습니다. 또 오타는 기복이 있어서 귀엽고, 알기 쉽습니다. 시청자의 마음의 소리를 대변해주는 것이 오타입니다.

Q.3명 말고도 추천하는 캐릭터가 있나요?

원작 캐릭터 인기순위 상위에 위치한 마녀는 캐릭터가 재밌고, 어떤 의미로는 가장 바보 트리오에 가까운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감동적이고, 개그도 재밌고, 귀엽고, 강렬한 캐릭터입니다. 다만 등장하는 건 가장 늦습니다. 또 혼자서도 개그가 성립하는 병.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재밌어요. 얘도 개그로는 바보랑 쌍벽을 이루는 포지션이라 바보랑 얽히면 병이 더 중증이 됩니다.

Q.독자들한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고교생 정도의 나이대에는 여자도 남자도 다들 친구랑 나누는 대화가 가장 즐겁고, 그런 활동에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을 겁니다. 그럴 때의 친구는 그 순간 뿐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강제적으로 흘러가버리는 고교생의 시간은 어떤 포지션에 있건 간에 즐겁다'는 사실이 전해진다면 좋겠습니다. 등장하는 캐릭터는 저마다 시청자의 편린을 가지고 있고, 모두가 시청자의 대역일지도 몰라요. 다들 어떤 방향으로 치우쳐 있고 천재적. 나는 범인이라서, 그들 속에서는 얌전한 편인 오타한테 공감하는 걸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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