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전함 나데시코 3년의 공백 애니

TV시리즈와 극장판 사이의 아키토, 유리카, 루리의 드라마에 관해서 설명하도록 해보죠. 나데시코, 네르갈, 목성연합 삼파전의 화성 유적쟁탈전 속에서 나데시코의 승무원들이 유적을 우주로 날려버린 게 2198년 3월. 그 3월부터 9월까지 나데시코의 승무원은 사세보에 마련된 시설에서 군의 감시하에 억류생활을 보냈다. 화성의 유적 건으로 그들은 전범 취급을 받아도 별수 없었으나 그 사실을 전면에 드러내면 보손점프의 비밀이 세간에 알려지게 된다. 지구연합은 그걸 피한 것이다.


아키토는 사세보에서의 억류기간 동안 일전에 신세를 진 유키타니 식당에서 재차 요리 수행을 했다. 사세보에서 그들이 생활을 한 시설은 고전 라쿠고에 나올 법한 다세대주택이었다. 이 다세대주택 시절에 유리카와 아키토의 사이는 급격하게 접근했다는 모양이다. 화성의 유적을 우주로 날렸을 때 아키토는 유리카한테 '좋아해'라고 말해버린 것이다. 한번 고백을 해버린 이상 계속 들이대는 유리카를 아키토가 거부할리가 없다.


연립주택 시절이 끝나갈 무렵 보호자가 없는 루리를 누가 돌보느냐에 관한 소동이 있었다. 다들, 내가 루리를 맡겠다고 말을 꺼낸 것이다. 마지막까지 버틴 게 유리카와 미나토였다. 보다못한 프로스펙터가 사이에 끼어들어 유리카와 미나토한테 좌우에서 루리의 손을 당기게 시켰다. 에도시대의 오오오카 재판(大岡裁き)의 재현인 것이다. 손이 당겨지는 루리가 아파했기에 미나토는 먼저 손을 놓고 말았다.

'마지막까지 손을 놓지 않은 것은, 그만큼 함장의 애정이 깊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루리쨩을 기르는 부모는 함장과 아키토 씨로 결정입니다.'라고 말하는 프로스펙터. '뭐어~! 그래서야 오오오카 재판이랑 정반대잖아'라고 미나토가 불평했지만 프로스펙터는 귀담아 듣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는 경제력이 있는 미스마루 가에 루리를 맡길 생각이었던 것이다.


2198년 9월. 지구와 목성은 휴전조약을 맺었다. 그걸 기점으로 나데시코의 승무원도 연립주택 생활에서 해방되었다. 이후의 행보는 저마다 자유였다. 군에 남은 사람도 있는가 하면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 아키토는 라멘 포장마차를 시작했다. 한사람 몫을 하는 요리사가 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유리카는 군에 남았지만 일을 마친 다음에 매일밤 아키토의 포장마차를 거들었다. 섣달 그믐날의 제야의 종소리도 둘이서 포장마차를 밀면서 들었다. 참으로 흐뭇한 이야기였다. 라멘장사와 공주님의 사랑으로 항간에 소문이 났다.

아키토와 유리카가 친밀해져감에 따라 언짢아진 것이 딸바보 코우치로였다. 유리카가 아키토 얘기를 할 때마다 좁아지는 미간. 2199년 1월. 유리카가 '매번 아키토한테 요리를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지. 러브러브 신혼 라이프를 대비해서 나도 요리를 배워놔야지♥'라고 말한 것을 듣고 코우이치로는 대노, 극대노했다. '그딴 어디서 온 말뼈다귀인지도 모를 놈과의 결혼은 허락 못한다!'고 선언. 당연히 유리카는 반론. '말뼈다귀가 아냐. 라멘장수인 걸' '라멘이 됐건 소면이 됐건, 안 되는 건 안 돼!' 단호히 반대하는 아버지였다.

난처해진 유리카는 그런 사실을 소꿉친구인 쥰한테 상담. 쥰은 그 무렵에도 유리카를 포기하지 않았지만, 타고난 올곧은 성품 탓에 상담사가 되어주었고, 어디 그 뿐일까 그녀와 아키토가 결혼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는 약속까지 해버렸다. 나중에 그가 '바보,바보, 난 바보야'라고 자신의 우유부단함을 진심으로 후회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 이후로도 미스마루 부녀의 사이는 계속 험악해져 갔고, 마침내, 유리카는 가출을 결의. '루리쨩 이런 거지같은 집에 살면 안 돼'라며 막말을 하고 루리도 같이 데려가 버렸다. 쥰은 그 가출의 짐꾸리기를 돕고, 심지어 짐까지 들어줬다. '아아, 나는 왜 이런 짓을...'하고 허탈한 웃음을 짓는 쥰이었다.

커다란 트렁크를 몇개나 떠안은 유리카와 루리가 아키토의 집에 굴러들어왔다. 하지만 아키토의 집은 사세보 시절과 엇비슷한 다다미 넉장 반첩. 유리카의 짐으로 느닷없이 방이 가득차버렸다. 그렇게 아키토와 유리카와 루리, 세사람의 생활이 시작됐다.

루리가 같이 산다고는 하나 서로 사랑하는 젊은 남녀가 한지붕 아래서 사는 것이다. 당연히 러브러브하고 두근두근한 일이 생길거라고 생각했지만...아키토가 세들어 사는 집은 우리바타케의 소개로 그의 숙부집을 얻은 것이었다. 우리바타케의 집도 근처에 있어, 하루에 몇 번이고 우리바타케는 아키토 일행을 엿보러 왔다. 물론 반쯤은 아키토 일행을 보살펴주기 위해서, 나머지 반은 흥미본위였다. 두사람이 같이 살기 시작했다는 말을 듣고 다른 구 나데시코 승무원도 연이어 아키토의 집에 놀러 왔다. 그런 바람에 그다지 러브러브나 두근두근을 할 여유가 없었다.

참고로 아키토가 쓰고 있는 포장마차도 우리바타케가 만들어 준 것이었다. 발명을 좋아하는 그가 만든 것이니 만큼, 버튼을 누르면 폭죽이 터지거나 난데없이 변형을 하는 등 묘한 장치가 설치되어 있어, 쓰는 아키토 일행이 낭패를 당한 적도 많았다.

그래도 즐거운 나날이었다. 밤은 세사람이서 川자가 되어 잤다. 유리카의 잠버릇이 나빴기 때문에 루리가 짓눌리지 않게 배려해서 아키토가 정가운데서 잤다. 역시 식사는 아키토가 만들었다. 포장마차를 끌 때는 루리도 차르멜라를 불면서 도왔다. 그것은 아키토한테 있어서는 오랜만의, 루리한테 있어서는 난생 처음 맛보는 가정이었다.

2199년 2월. 아키토와 유리카와 루리 세사람의 생활은 계속됐다. 근본이 올곧은 아키토는 진지하게 생각했다. 언제까지고 이렇게 동거생활을 해서는 안 된다. 역시 제대로 결혼을 해야 한다고.

어느 화창한 날의 오후. 장사를 잠시 쉬는 사이에 아키토는 스스로 유리카한테 프로포즈를 했다. TV시리즈 시절을 생각하면 놀랄만큼 적극적인 행동이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상기된 얼굴로 '하, 하자...겨, 결혼...'이라고 중얼중얼 말한 모양이지만. 그 말을 들은 유리카가 뛰어오를 듯 기뻐한 건 말이 필요 없다.

다음은 유리카의 아버지 설득이다.

'몇번을 와도 마찬가지다. 뭐하는 말뼈다귀인줄도 모를 놈한테 내 딸은 줄수 없어' '저는 말뼈는 안 씁니다. 톤코츠랑 닭뼈임다.' '맞아, 아키토 라멘이 얼마나 맛있는데' '그건 편파가 섞인 눈이다.' '편파가 아냐. 사실의 눈인걸' '피~햐라라~(←루리의 차르멜라 소리) '거봐 루리쨩도 맛있다잖아.' '좋다 그럼 내가 먹어보마. 만약 정말로 맛있다면 결혼을 하건 동거를 하건 맘대로 해라!'

...와 같은 실랑이 끝에 라멘 승부를 하게 됐다. 마치 요리 만화와도 같은 전개였다. 

드디어 라멘승부 당일. 얘기를 들은, 이벤트 좋아하는 구 나데시코 승무원도 구경차 왔다. 아키토가 만든 것은 토쿄풍 쇼유 라멘. 쓸데없는 기술은 일절 쓰지 않은 면과 스프 그 자체의 맛으로 승부에 임한 것이다. 아키토의 기백에 무심코 모두 숨을 삼킨다. 아키토의 라멘을 입으로 옮기는 코우이치로. '윽 이 맛은!' 계속해서 한입 더, 또 한입. 코우이치로는 면을 입으로 옮겼다. 스프를 마신다. '어때요 아버지. 아키토의 요리는?'라고 걱정스럽게 물어보는 유리카. '맛있다. 맛있어. 맛있구나~~~~!'라고 소리치는 코우이치로. 그 외침은 일본 전국에 울려퍼졌다고 한다(←살짝 과장)

이리하여 아키토와 유리카의 결혼이 인정받았다. 그후 일사천리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2199년 6월 두사람의 결혼식이 열렸다. 진심으로 축복하는 사람, 다소 슬퍼하는 사람, 부럽다고 생각하는 사람, 저마다의 속내는 제각각이었다. 결혼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루리는 '어른은 여러모로 힘들구나'라고 생각했다는 모양이다.

그러나 행복의 절정에 있었던 아키토와 유리카를 갑작스러운 불행이 덥쳤다. 신혼여행에서 두사람이 탄 셔틀이 사고로 폭발한 것이다. 그건 사실 사고가 아니라 화성의 후계자가 A급 점퍼를 유괴하기 위해 꾸민 사건이자, 아키토도 유리카도 죽지 않았으나 그 진실은 루리나 다른 나데시코 승무원에게 전해지는 일은 없었다.

루리는 그 후 하루카한테 맡겨졌는데 같은 해 말에 우주로 돌아갔다. 그리고 사부로타나 하리와 만나 신조전함 나데시코B의 함장으로 활약을 개시한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환경에서의 생활이 시작됐어도 아키토나 유리카는 그녀 마음 속에서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존재로 계속 자리하고 있는 듯 하다.



덧글

  • 무지개빛 미카 2019/06/09 14:18 # 답글

    이런 이야기가 애니화 되려면 앞으로 몇년 남았을까요?

    PS: 전혀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슈퍼로봇대전 V에서 코우이치로가 커티 마네킨에게 "당신 남편이 불사신이라고 하는데 요즘들어 그 의미를 알겠다"라고 말하자 커티 마네킨이 무슨소리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는데, 코우이치로가 아키토와 유리카를 생각하며 '소중한 사람이 언제 어디서나 돌아온다는 믿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겠다'며 한탄하죠.

    슈로대 V 각본가가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암흑요정 2019/06/08 20:14 # 답글

    코믹한 일상물의 최종회가 난데없이 비극적인 이유는 왜!?
  • 조욱하 2019/06/08 20:52 #

    이야기를 구분할 때 밝은 이야기인데 어두운 척 하는 이야기와, 어두운 이야기 인데 밝은 척 하는 이야기로 나눌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기동전함 나데시코 애니메이션 작중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선택과 판단 그리고 결과를 생각해보면 이 애니는어두운 이야기인데 밝은 척 하는 이야기가 확실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궁굼이 2019/06/09 04:04 #

    목련이 화성 이주민들이 un의 핵샤워 맞고 목성으로 도주한거나, 게키강가를 프로파간다물로 쓰던거, 그리고 게키강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이용당하고 배신당한거생각해보면 사실 에바보다 좀 더 직접적으로 무거운거 같아요
  • 무명병사 2019/06/08 21:28 # 답글

    그러나 이 사람들은 결국....
  • 궁굼이 2019/06/09 04:03 # 답글

    나데시코 작품 자체가 굉장히 어두웠죠.
    억지로 개그로 밝게 만들었을뿐...

    소설에서도 프로스펙터가 "졸업" 이라는 이야기로 끝끝내 어른이 되지 못하고 자꾸 찾아오는 사람들 관련해서 이야기 했던거로 기억납니다.
  • 아돌군 2019/06/09 16:37 # 답글

    슈로대 V에서 DVE까지 써가면서 오리지날 해피엔딩으로 만들어버린걸 보고서, 다들 이 부부를 신경쓰고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극장판 자체도 어정쩡하게 끝내서... V당시 블랙사레나 성능도 좋았죠. 풀카운터 달고 적진에 던져놓으면 반격으로 더 잡았으니..
  • 라그힐트 2019/06/10 11:01 # 답글

    아키토 커플은 진짜 행복해질만 하니... 사실 미래가 걱정되는 캐릭터중 하나는 아이짱...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