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ENBU세미나의 프로젝트로 제작됐는데 어떤 형식의 기획으로 출발했나요?
上田:매년 ENBU세미나가 신예 감독을 선정하고 기획에 찬동하여 응모해준 배우를 오디션으로 선발해, 워크샵을 거쳐 한편의 영화를 만드는 기획입니다. 참가해준 배우를 본 다음에 만들 작품을 결정하자고 생각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떤 내용으로 할지 정하지 않았어요. 다만 이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기획 자체는 3,4년전부터 구상이 있었고 참가한 멤버를 보고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를 만들자고 결심했습니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구상은 어떤 계기로 생겨난 것일까요.
上田:계기는 5년 정도 전에 본 소극단의 무대입니다. B급 살인 서스펜스 같은 이야기를 한시간 정도 펼치는데, '뭐야 이 무대는'라는 생각을 할 찰나에 커튼콜 다음 사실은...이란 구성인데, 그 구조가 엄청 재밌었어요. 거기서 이 영화의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처음에는 그 무대의 각본가나 출연자 분들과 함께 기획을 추진했는데 좀처럼 진전이 없어서, 한 때는 이 기획에서 멀어졌어요. 2016년말, 어느 기획 공모전에 제출하는 걸 계기로 다시 이 기획을 끄집어내 플롯을 다졌습니다. 그 공모전에는 떨어졌지만 그 타이밍에 딱 이 시네마 프로젝트 제의를 받았어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매력 중 하나는 치밀한 복선이 깔려있는 작품이라는 점인데요 그 점은 시간을 들여 구상이나 플롯을 숙성시킨 점이 컸을까요?
上田:플롯은 그렇게까지 꼼꼼하게 쓰지 않았어요. 각본은 응모한 배우한테 완전히 맞춰 쓴거라서 플롯을 쓴 단계에서는 어떤 캐릭터가 올지도 몰랐기 때문에 여백을 남겨 놓았다고 해야할지, 어떤 식으로건 조정 가능한 대략적인 틀이었어요. 디테일한 부분은 각본을 쓰면서 여러모로 이어붙인 감각입니다.
원작 연극은 B급 서스펜스로 시작하는데 그걸 좀비 영화로 바꾼 이유는요?
上田:하나는 좀비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웃음) 좀비 영화에는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할까요? 물론 호러 요소도 있고, 소중한 사람이 좀비한테 물렸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는 인간 드라마도 있고, 물려서 감염되어 좀비가 되어버리기까지의 타임 리미트 서스펜스도 있잖아요.
그리고 난 좀비 영화의 손으로 만든 그 느낌 같은 게 좋아요. 인디에 제작비를 많이 쓰지 않고 영화적인 것을 만들고자 할 때 좀비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많은데, 그같은 '손으로 만든 느낌' 같은 게 좀비 영화에는 담겨있죠. 이번 작품을 통해 나는 '창작을 하는 사람들'의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기 때문에 그 손수 만든 듯한 느낌이 필요했어요.

감독님이 특히 좋아하는 좀비 영화나 호러 영화가 있다면요?
上田:무지 좋아해서 오늘도 티셔츠를 입고 있는데요(웃음) <텍사스 전기톱 학살>을 정말 좋아해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에서 좀비한테 습격당한 히로인을 연기한 배우한테는 <텍사스 전기톱 학살> DVD를 빌려주고 히로인이 진심으로 달아나는 느낌이나 비명을 참고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좀비영화로는 현재의 좀비 영화의 시작이라고 할만한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가장 좋아할지도 모르겠어요. 내가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를 편집하던 시기에 로메로와 토브 후버 두사람 다 고인이 됐는데 제맘대로 떠안은 심정으로 임했습니다.
그리고 좀비 코미디 <좀비 랜드>나 <새벽의 황당한 저주>나 스플래터 중에서는 왕도입니다만 <이블데드>도 좋아합니다. 호러는 도가 지나치면 코미디가 되어버리잖아요? <이블데드>도 도가 지나쳐서 완전히 코미디인데 손으로 만든듯한 싼티까지 포함해서 사랑스럽습니다.
감독님이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에 참가하는 배우를 고를 때 중시한 점이 있다면요.
上田:오디션을 통해 12명의 배우를 선발했는데 내가 중시한 점은 기술로서의 연기가 능숙하기보다는 인간으로서 재밌는 사람일 것이었습니다. 감독역을 맡은 하마츠 타카유키 씨나, 그 딸 역할을 맡은 마오나 프로듀서 아줌마 역의 타케하라 요시코 씨로 말할 것 같으면, 영상작품에 이름이 있는 배역을 맡은 게 처음인 경험치예요. 하지만 만나봤을 때 '이 사람은 재밌는걸' 싶은 면모를 지니고 있어서, 서툴더라도 인간적으로 재밌어서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을 골랐습니다.
그다음에 워크샵을 진행하셨군요. 그 과정에서 감독님이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上田:으~음...큰 요인을 꼽자면 감독역의 하마츠 씨일까요? 이게 가능한 사람이 없다면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하마츠 씨의 한심한 느낌.(웃낌) 한심한 남자가 분발하는 골계가 사랑스럽다고 해야할지, 그런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하마츠 씨가 있었던 점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서부터 역산을 했다고 할까요, 감독이 하마츠 씨라면 이 배역은 이 사람이겠군 하는 식으로 생각했던 거 같아요.
좀전에 하신 말씀으로는 각본은 맞춰서 썼다고 하셨는데 캐스트가 정해진 단계에서 플롯에 배역을 가미했다는 뜻인가요?
上田:맞습니다. 분명하게 플롯을 썼다 치더라도 캐스팅한 사람에 따라 '이런 캐릭터가 이런식으로 생각하고 이렇게 행동할리 없다'느니 이야기 자체가 바뀔 우려가 있기 때문에, 골격은 하마츠 씨가 연기한 감독을 포함한 가족 셋을 축으로 진행하는 거야 원래부터 있었지만, 나머지는 어떤 식으로건 조정 가능한 플롯이었습니다. 마오가 연기한 감독의 딸만 해도 첫 플롯으로는 초등학교 6학년이었는데, 초등학생이 응모를 하지 않아서(웃음) 마오라면 여대생으로 보이겠거니 싶어서. 다만 플롯은 딸이 초등학교 6학년이니까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이렇게 된다는 식의 대목이 있었기 때문에, 그걸 대학생으로 바꿨을 때 어떻게 해야할지는 난관이었죠.(웃음)
십여명의 등장인물 각각이 활약상이 있다는 게 인상적인데, 각본단계에서 의식하셨나요?
上田:의식이랄지, 이 시네마 프로젝트 자체가 싸지 않은 참가비를 지불하고 참가해준 배우가 있기에 성립할 수 있는 것이라서, 전원이 대표작이라 말할 수 있을만한 작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이 있었습니다. 12명 전원의 활약상을 만들면서, 그걸 필연성이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게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그전까지 각본을 쓰면서는 고려하지도 않았던 점이라서 힘들었지만, 그게 이 작품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맥락일지도 모르겠으나 스토리상 비호감인 캐릭터는 있어도 끝까지 보면 정말 싫은 이미지가 남는 악역은 나오지 않네요.
上田:일반적인 영화는 악역이 있는 경우가 많죠. 예를 들어 '테러리스트가 있는데 물리칠 수 있을까 물리치지 못할까'라거나 '거대한 상어를 퇴치할 수 있을까 퇴치하지 못할까'처럼 라스트로 향하는 추진력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하지만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최초의 37분으로 마지막이 어떻게 될지를 어떤 의미로는 보여주기 때문에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추진력은 없어요.
악역도 없어서 추진력도 없는데 엔터테인먼트를 만든다는 것은 녹록치 않은 일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쓰기 시작한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단계에서 깨달았어요. 성공한다는 건 알고 있더라도, 어떻게 그걸 극복했는지 하는 틈은 채워지지 않았다. 그 틈을 보여주는 영화, 그 조그만 추진력을 하이템포로 이어나가는 영화가 아닐까 하고요. 지금까지의 제 영화에서도 진심으로 혐오스러운 인간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 점은 내 세계를 보는 관점일지도 모르겠군요.(웃음) 그 어떤 혐오스러운 인간도, 실제로 있다면 절대로 좋아지지 않을 인간도, 영화속에서 떨어져서 보면 우스꽝스럽게 보이거든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초반의 원신 원컷 좀비영화만으로도 충분히 임팩트 있는 아이디어인데, 거기에 머물지 않고 몇 편 분량의 아이디어를 아끼지 않고 투입한 느낌이 들어요.
上田:플롯을 쓸 때도 '한알로 두번 맛있다(※초콜릿에 아몬드가 들어간 아몬드 그리코 캐치프레이즈)'는 식의 '영화가 두편인데 별개의 맛을 즐길 수 있지만, 같이 먹으면 더 맛있다'는 이미지는 있었어요. 로버트 로드리게스의 <황혼에서 새벽까지>처럼 처음에는 크라임 액션인가 싶은데 느닷없이 흡혈귀가 나오는 식의 장르가 갑자기 바뀌는 영화가 있는데 그런 영화를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최초의 원신 원컷을 찍는 것도 원래는 영감을 얻은 소극단 무대에도 있었던 아이디어였지만 연극은 고정된 원컷이라는 설정이었죠. 저는 옛날부터 스티븐 스필버그가 자주 구사하는 마구 움직이는 롱테이크 원컷을 좋아해서. 그래서 연극의 아이디어를 영화적인 원신 원컷으로 변경한 점이나....말씀대로 내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좋아하는 영화들의 좋아하는 부분을 전부 때려박은 영화이긴 하네요.(웃음)
ENBU 시네마 프로젝트라는 일반적인 상업영화와는 다른 형식의 작품이니까 이게 가능했다는 점은요?
上田:많이 있습니다. 프로듀서가 '우에다 군한테 맡길게, 하고싶은대로 해'라며 맡겨주었기에 나도 마음내키는대로 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보통은 '처음 37분의 원신 원컷을 찍고, 그다음에 이렇게 된다는 영화를, 이 예산으로 만들겠습니다'라고 기획을 내면 '바보냐?'라며 말릴 겁니다.(웃음) 일반적인 상업영화로 만든다면 예산이 10배나 100배는 더 들지 않았을까요.
우리는 돈이 없으니까 그걸 손수 제작으로 했는데, 피투성이 의상도 전부 제가 집에서 만들고 베란다에서 말린거고(웃음), 중간에 나오는 집도 제 집이고, 등장하는 아기는 제 아들입니다.(웃음) 거의 대부분이 손수 만든거고, 그 손으로 만든 느낌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점과 잘 매치했다고 생각합니다. 상업영화는 지명도 있는 배우로 이렇게까지 스케줄을 잡아놓을 수 없을 거라고 보기 때문에, 사전에 빈틈없이 리허설을 하거나 마시러 가는 식의 농밀한 커뮤니케이션을 나눌 시간이 부족할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는 이런 체재로만 만들 수 있었으리라 봅니다.
촬영전의 리허설은 상당히 면밀하게 하셨나요?
上田:원신 원컷 부분은 회의실 같은 넓은 장소에서 테이프를 붙여 의사적인 폐허를 만들어 리허설을 몇번이고 한다음, 실제 폐허에 가서 꼬박 하루 리허설을 하고 본편에 임했습니다. 리허설을 거듭한 끝에 현장에서는 그것을 부수고 두번다시 찍지 못할 순간을 쌓아올리고 싶다는 심정으로 찍었습니다. 그게 없어서야 '잘 꾸며진 것'으로 끝나버린다는 심정이었거든요.
보셔도 모르겠지만 원신 원컷 부분은 각본상 쓰여있는 계산된 트러블과 실제 트러블이 뒤섞여 있어요. 카메라의 렌즈에 피가 묻은 장면은 완전 계산밖으로, 현장에서 허둥지둥 눈짓을 교환하며 '어쩌지?' '좋아 닦자!'며 닦아냈죠. 그런 다큐멘터리가 잔뜩 들어있습니다.(웃음)
사소한 질문인데 영화 속에서 몇번인가 안약에 관련된 장면이 있는 건 각별한 기억이 있기 때문인가요?
上田:그건 실제 체험에서 따온 겁니다.(웃음) 어느 현장에서 있었던. 개인적으로 추억으로 남은 경험이 있는데, 그걸 바탕으로 쓴 장면으로 그밖에도 많이 실제 체험에서 따왔어요.(웃음)
4월에는 이탈리아에서 개최된 20회 우디네 극동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는데 감독은 이탈리아에서의 반응을 어떻게 느끼셨나요?
上田:일본과는 리액션을 보이는 대목이 달랐어요. 좀비나 b급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 모인 이유도 있겠지만 최초의 원신 원컷에 완전 흥분해서, 목이 굴러다니는 것만 보고 박수를 치거나, 피가 나오면 환성을 지르고(웃음) '여기서 이렇게나 많은 박수를 치네. 여기서 웃어?'라는 식의.
그러면 마지막 질문인데 이번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라는 엄청난 작품을 만든 우에다 감독이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 만들지 관심을 갖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앞으로 만들고 싶은 작품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上田:나는 이제까지 단편을 7편 찍고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로 오랜만에 장편을 찍었는데, 역시 단편은 다가올 장편을 만들기 위한 단편이기도 해서, 앞으로도 계속 장편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도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였고, 이제껏 제가 자신을 겹쳐 그릴 수 있는 이야기로, 내가 잘 알고 있는 세계의 이야기였지만, 그걸로는 언젠가 한계가 오리라 보기 때문에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도 만들어, 나 자신의 폭을 넓히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또 내 아이가 지금 갓 한살이라, 귀여워 죽겠어요. 애도 찍고 싶네요.(웃음) 아이나 젊은 사람의 미완성인 느낌이 영화라고 생각해요. 아이는 다음에 어떤 표정을 지을지 모르고,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어른이 되어 기술이 늘면 늘수록 컨트롤할 수 있지만, 컨트롤 할 수 없는 걸 수습해 나가는 게 영화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래서 아이나 젊은 사람의 '흘러넘치는 것'이라고 해야할지, 뭘 할지 모르는 것을 찍고 싶고, 찍고 싶은 건 아주 많아요. 하지만 가장 근본적으로 이번 인생은 계속 코미디를 찍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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