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판 최종장-해적 전차 1/2 ㄴ걸판


난감하네...라고 미호는 생각했다.

어떤 사정을 어떻게 판단하고 처리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서 고민한다. 다루기 벅차서 힘이 든다. 정말로 두손두발 다 들었다며 머리를 쥐어싸맸다. 이것이 난감하다(困る)는 것일 게다. 손바닥에 손가락으로 그 글자를 써봤다. 사각에 둘러싸인 나무를 의미하는 글자는 그 안에서 나무가지를 뻗지도 못하고, 위로 더 자라지도 못한채 갇혀있다. 실로 그런 기분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난감하다는 글자에 다소 친밀감이 샘솓는다.

"미포링 무슨 일 있어?"

졸업앨범 원고를 체크하던 사오리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미호를 쳐다봤다. 학생회실에는 하나도 유카리도 각각 작업을 하고 있다. 졸업식에 앨범을 배포하기 위해서는 올해 안에 인쇄소에 데이터를 보내야만 한다. 졸업생 전원의 사진이 실려 있는지, 사진과 이름이 일치하는지, 한자가 틀리지는 않았는지. 전차도 연습이 끝나면 회장인 하나, 부회장인 유카리, 홍보 담당 사오리는 매일 늦게까지 남아 분투하고 있었다. 예외로 임원은 아니지만 늘상 학생회실에서 선잠을 자고 있는 마코는 카도타니가 잔뜩 사놓은 산더미 같은 말린 고구마를 '질렸다'고 말하면서도 먹기만 하고 있었다.

사오리의 물음에 미호는 망설이면서도 대답했다.

"좀...난처한 일이 있어서..."

"마크Ⅳ 때문인가요?"

하나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응..."

미호가 작게 수긍하자 유카리가 신나서 말했다.

"확실히 마크Ⅳ는 난감한 물건이죠. 기동력도 공격력도 뛰어나다고 말하긴 힘들고 무엇보다 조종하는 게 큰일이죠. 어떻게 써먹어야 좋을지, 만약 제가 작전을 세워야하는 입장이라면 정말이지 난처했을 겁니다!"

"유카리 양, 미호 양이 난감해하는 이유는 전차 쪽이 아니라 타는 사람들 쪽이라고 생각해요."

그말대로였다.

마크Ⅳ에 타는 팀은 다섯명. 바다회오리 오긴, 폭탄저기압 럼, 사르가소의 무라카미, 큰파도의 플린트, 나마시라스동 커틀러스. 모두가 해적...이 아니라 선박과 학생인데 다들 여간내기가 아니었다. 

"왜? 전차는 타준다고 했잖아?"

사오리 말대로 오긴 일행은 마크Ⅳ를 타고 무한궤도배에 출장하게 됐다. 그게 훈제기구로 쓰였다는 사실도 모른채 자동차부가 정성껏 복원해주었다.

하지만 막상 연습을 시작하려 했을 때 오긴은 어느정도 전차 조종을 할 수 있게 되기 전까지는 팀훈련은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꺼낸 것이다.


"꼴사나운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아. 우리가 꼴사나웠던 적은 없지만 말야."

학원함 하층부에 있는 그녀들의 아지트 <밑바닥>에서 리더격인 오긴은 단호히 말했다.

"그치만 전차도는 팀웍도 중요한데요..."

조심스럽게 미호가 말하자 플린트가 손에 들고 있던 마이크 스위치를 켜고 소리쳤다.

"우리들, 이리 보여도 동료는 소중하게 대해!"

음량에 압도당했지만 미호는 말을 이었다.

"그리구 아군의 전차 움직임도 알아두는 편이 좋구요..."

"아군의 전차에 대해서라면 시합 영상을 보면 알 수 있잖냐!"

무라카미가 라이트, 레프트 순서로 주먹을 내지르면서 미호를 노려봤다. 그 예리한 안광에 무심코 시선을 내리깔고 말았지만 미호는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그럴지도 모르지만 시합까지 시간도 부족하구, 조금이라도 다함께 연습하는 기회를 가지는 편이..."

"우리한테는 우리만의 방식이 있다고! 우홋!"

럼이 말을 마치자 커틀러스가 빨간 액체가 들어있는 유리잔을 말없이 카운터에 놓았다. 날카로운 적색이 어딘지 흉폭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하바네로 클럽이라 그녀들이 부르는 '밑바닥'의 명물을 보고 미호는 오들오들 떨었다. 하나는 이 지독히 자극적인 음료도 대수롭지 않게 마셔보였지만, 미호는 어느쪽인가 하면 마코랑 마찬가지로 매운 건 질색이었다.

'자, 마셔'

오긴은 유리잔을 미호에게 내밀었다.

'엑...'

말문이 막힌 미호에게 플린트가 다시 마이크를 통해 말했다.

"우리랑 동료가 되는 거 아니었어? 전차 대장씨."

다섯명이 미호가 하바네로 클럽을 마시기를 가만히 기다렸다. 그 무언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미호는 유리잔에 입을 가져다 댔다. 살짝 마신 것만으로도 목이 타버릴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오긴이 재빨리 손을 뻗었다. 

"나머진 내가 받도록 하지."

오긴은 남은 음료를 단숨에 들이켰다.

"과연 두목!"

"쩔어!"

"우홋!"

조용히 글라스를 닦는 커틀러스를 제외한 일동이 갈채를 보냈다.

히죽하고 웃는 오긴의 뺨은 아주 살짝 빨개져 있었다.

"오늘은 한잔 했으니 연습은 내일부터다."

"엑!?"

"자 다들 마셔!"

망연자실하게 서있는 미호 옆에서 오긴 일행은 마시고 마시고 마시고 노래하며 들썩였다. 

그것이 미호가 학생회실에 오기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런 까닭에 미호는 난처해 하고 있는 것이다.

말을 듣고 있던 유카리가 불쑥 중얼였다.

"오긴 공도 카와시마 선배가 하는 말이라면 따르지 않을까요?"

"그렇군. 다같이 연습할 수 있게 부탁해보는 건 어떠냐?"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말이라면 순순히 들이지도 모르구!"

마코도 사오리도 유카리의 의견에 동의했다.
하지만 하나는 조금 주저하면서도 말문을 열었다.

"그럴지도 모르겠으나 카와시마 선배는 지금 일단은 수험공부중이니까요...그리고 앞으로는 선배들이 아니라 우리가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만 해요." 하나가 회장이 된 이후부터 매일 장식되어 있는 꽃이 어수선한 방의 모퉁이에서 늠름하게 피어 있었다.

카도타니한테 회장 자리를 물려받은 하나는 그 누구보다도 책임을 느끼고 있었다. 가볍게 선배를 의지하고 싶다는 심정은 미호나 다른 사람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응. 그 말이 맞아. 그럼 우선 오긴 양한테 기본적인 조종을 연습시키도록 할게. 될 수 있는한 빨리 모두와 합류할 수 있게."

그렇게 결론을 짓자 모코가 불쑥 말을 했다.

"...뭐 어떻게든 된다. 마크Ⅳ 조종 매뉴얼은 읽어뒀다."

"맞아~ 우리두 그 훈련 같이 해줄테니깐"

안경을 들어올리면서 사오리가 미소 지었다.

하나도 옅게 미소를 지었다.

"하바네로 클럽은 제게 맡겨주세요."

"내일부터 힘내봅시다!"

유카리도 기운차게 주먹을 들어올렸다.

다음날 방과후, 미호는 자동차부에 부탁을 해 학교 밖에 있는 광장으로 마크Ⅳ를 이동시켰다. 이곳은 학원함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휴식터로 식물원이나 바베큐 시설이나 들새 관찰대 같은 것도 병설되어 있다. 중앙광장은 공터로 야외 콘서트나 운동회나 봉오도리 같은 이벤트에 쓰인다. 벚나무나 붓꽃도 있지만 지금은 낙엽이 지고 찾아오는 사람도 적었다.

학교 바깥에서 전차 연습을 한다면 이곳이 좋지 않을까 사오리가 찾아서 허가도 받아주었다.

'그럼 우린 돌아가서 다같이 연습할게"

자동차부는 포르셰 티거에 탔다.  

"정말 고마워요."

미호는 꾸벅하고 나카지마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새롭게 들어온 선박과 친구들은 꽤 겸허하구나. 처음에는 합동 연습은 하고 싶지 않다니."

"발목 잡고 싶지 않은가봐."

나카지마도 스즈키도 호의적으로 해석해주었다.

"우리들만이라도 연습에 어울려줄까?"

겨울인데도 변함없이 작업복 상의를 벗은 탱크톱 차림의 호시노가 말했다.

마크Ⅳ를 바라보며 츠지야가 히죽 웃었다.

"이 전차로 드리프트하면 박력 있을거야~"

"아, 일단 오늘은, 우리들끼리만..."

미호는 Ⅳ호 전차에 타고 있는 아귀팀을 돌아봤다.

"그렇구나 같은 Ⅳ호끼리 연습하는 거구나!"

가만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이유지만 나카지마 개인적으로는 합의점을 찾은 모양이었다.

"그럼 열심히 해"

포르셰 티거가 학교로 돌아가는 도로 반대차선에 노선 버스가 도착했다. 그 버스에서 오긴 일행이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약속대로 와줬어..."

미호는 안도했지만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는 오긴 일행은 다들 선글래스를 끼고 있다. 검은 선글래스 차림의 여고생이 다섯명. 그녀들의 개성적인 풍모도 맞물려 참으로 이상한 광경이다. 심지어 무슨 영문에선지 저마다 카트를 끌고 있거나 쿨러 박스를 들고 있어서 짐이 많았다.

"뭘 가져오는걸까?"

Ⅳ호에서 내린 사오리가 궁금하다는 듯이 중얼였다.

"그리고, 다들, 왜 선글래스를?"

하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역시 깔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요..."

유카리는 살짝 얼이 빠져 있었다.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자 오긴 일행이 아귀팀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왠지 모르게 다들 무심코 반걸음 물러서고 만다.

"기다리게 했군."

오긴의 음성에는 정체모를 압력이 있었다.

"아뇨, 그렇지는"

"우,우리도 지금 막 온 참이에요!"

라고 미호가 답하자 사오리가 덧붙였다. 마치 데이트 약속을 했을 때 같네요...평소라면 그렇게 딴죽을 걸었을 하나도 잠자코 있다.

"후우 육지는 햇살이 강하구만. 이제야 간신히 눈이 적응을 했어."

검은 선글래스를 벗고 오긴은 눈을 깜빡거렸다.

나머지 일동도 오긴을 따라 선글래스를 벗었다.

"옷 우리들의 육지에서 타는 배!"

"날라다줬구나!"

마크Ⅳ를 보고 플린트와 럼이 말을 했다.

"...훈제를 만들 재료, 가져 왔어."

커틀러스가 들고 있던 쿨러박스를 내려놓고 내용물을 선보였다. 소금으로 절인 돼지고기나 소시지 삶은 계란 같은 게 들어있었다. 전부 훈제 재료인 모양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무라카미는 스모크칩과 땔감을 들고 있었다.

"저기...오늘은 전차 조종 연습을 할거기 때문에 훈제는..."

미호가 끝까지 말하기도 전에 오긴이 커틀라스한테 말을 건넸다.

"것봐 그러니까 무리라고 내가 말했지? 포기해"

표정의 변화가 적은 커틀러스였지만 살짝 눈빛이 슬퍼하는 것처럼 보였다.


저기! 훈제기라면 제가 만들까요? 드럼통이나 철사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고 보는데요."

그렇게 제안한 것은 물론 유카리다.

"통로를 막는데 쓰는 철사나 불을 쬐는데 쓰는 드럼통도 상관없을까?"

"네!"

오긴과 유카리의 대화를 들은 커틀러스는 기뻤는지 입꼬리가 올라갔다.

"헤에 만들어준다고?"

"신난다! 우홋!"

무라카니나 플린트나 럼도 웃었다.

살짝 화기애애해진 분위기를 타고 미호가 말했다.

"그럼 우선 연습을 시작해볼까요."

"잠깐 기다리시지."

불만인듯한 오긴을 보고 아귀팀은 다시 긴장했다.

"그보다 먼저 정해놔야할 것이 있잖아."

연습을 하기전에 정해놓아야, 할 것...? 미호는 열심히 생각해봤지만 짐작이 가지 않았다.

"서로의 호칭? 나는 사오링이라 부르면 돼."

"연습을 할 때의 구호 말씀이신가요?"

"소울네임?"

구조선처럼 보내진 대답은 전부 오답인 모양으로 오긴의 예리한 완광이 빛났다. 

짜증스러운 어조로 플린트가 정답을 입에 담았다.

"팀명 말이야!"

"아아..."

그러고보니 아직 팀명을 정하지 않았었다. 지극히 정당한 제안에 미호는 안도했다.

"그러네요 우선 팀명을 정해볼까요."

"오오!"

"자자 서서 얘기하기도 뭐하니까."

오긴이 그렇게 말을 하자 무라카미가 짐꾸러미 안에서 캠핑매트를 꺼내 펼쳤다.

"아, 실례할게요..."

해적마크가 그려져 있는 큼지막한 푸른 매트 위에 옹기종기 앉았다. 꼭 소풍을 온 것 같았다.
안자마자 오긴 일행은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스트레이트하게 <파이레츠>는 어떨까?"

"두목 그보다 <큰파도>가 더 멋지지 않을까?"

라고 플린트는 지참한 마이 마이크를 통해 주장했다.

"팀 <우호우호>는 어때?"

"<내일 우리는 소용돌이 속으로 뛰어든다!>를 줄여 <내일소용>팀"

"<시라스동>팀이 좋아"

"다들 의견이 제각각이구만. 다수결로 정해볼까. <파이레츠>가 좋은 사람!"

손을 든 사람은 오긴 본인 뿐이었다.

"그럼 큰파도"

"저요저요!"

"우호우호"

"우호!"

"내일소용"

"네!"

"시라스동"

"...먹고싶다."

어느 이름도 제안을 한 당사자만 거수를 했다.

"으음 이렇게 된 이상 하바네로 클럽을 제일 많이 마신 놈이 이기는 걸로 하면 어떨까?"

팀명을 정하는데 승부. 그녀들은 매사에 승패를 가리는 게 좋은 모양이다. 어쨌든 일동이 찬성했기에 커틀러스는 짐꾸러미 안에서 유리잔과 병을 꺼냈다.

"그럼 신작 하바네로 클럽 드라이로"

"드라이...?"

미호가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속삭였는데 커틀러스는 들은 모양이었다.

"목넘김은 가벼워졌지만 끝내주게 매워..."

시뻘건 액체가 들어있는 병이 하바네로 클럽 드라이의 시럽 같았다. 무라카이와 플린트가 재빨리 일부러 챙겨온 야외용 테이블을 조립했다. 럼이 그 위에 글래스를 늘어놓고 얼음을 넣었다. 그리고 무라카미가 글래스에 정체불명의 시럽을 듬뿍 뿌렸다.

난감해...

이래서야 어제의 재탕이다. 마시면 이틀 연속 연습은 내일로 미룰 수밖에 없게 된다. 미호는 조바심이 났다. 그러나 막을 새도 없이 오긴 일행은 차례차례 하바네로 클럽 드라이를 마시기 시작했다.

"이것은...!"

"굉장해!"

"우홋!한 매움!"

오긴 일행은 표정을 찌푸렸지만, 드라이의 강렬한 맛이 한층 더 투쟁심을 자극한 모양이었다. 다들 연신 잔을 비웠다.

"다음!" "한잔 더!" "우홋!" "더 마실 수 있어!"

이미 이 매트 위는 전장이었다.
커틀러스도 마시면서 만들고, 만들면서 마셨다.
다들 얼굴이 상기되고 발음도 이상해졌다.

"댜...움..."
"한쟌 뎌..."
"우폿..."
"아쥑이야..."

커틀러스의 손도 떨려왔고 여기저기 시럽이 튀었다. 사오리도 유카리도 마코노 아연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괜히 끼어들면 자기까지 드라이로 우홋!한 매운 맛을 맛보게 된다.

"저기, 이쯤에서 그만 두시는 게..."

참지 못하고 미호가 말을 꺼내자 하나가 빈 글라스를 손에 쥐었다.

"나머진 제가 마시겠어요. 남은 하바네로 시럽을 전부 주세요."

병안의 시럽은 아직 반절 가깝게 남아 있었다.

"그걸로 끝내고 팀명은 다른 방법으로 정해주세요."
그 의지가 마음에 들었던 걸테지. 오긴이 대범하게 수긍했다.

"좋아"

하나가 세잔 가득히 담긴 하바네로 클럽을 쉬지않고 연속으로 마셨다.
그 대단한 오긴 일행도 기가 찼는지 딱딱히 굳었다.


"마치 술고래로구만...진짜 술고래는 본 적이 없지만 말야..."
"몸이 뜨뜻해요..."

상기된 뺨을 어루만지며 하나는 희미하게 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긴장이 풀렸는지 지켜보던 오긴 일행이 오히려 쓰러졌다. 

단숨에 취기가 밀려온 모양이었다.
간신히 고개를 들어 오긴이 우러러보듯 미호를 봤다.

"...그럼, 팀명은...대장 형씨가...정하라...고..."

느닷없이 떠넘겨서 미호는 동요했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빨리 결정할 수밖에 없다.

"다른 팀 이름이 전부 동물 이름이니까..."

그녀들다운 바다생물을 꼽자면.

"상어...팀은 어떨까요?"

미호는 지그시 오긴 일행의 반응을 살폈다.

"상어...멋진걸..."

쓰러진 상어들은 다같이 납득했다.
팀명은 결정됐지만.
그녀들은 그후 기분이 나빠졌는지 토하고 토하고 토하고 몸부림치며 뒹굴거렸다.
그리고, 결국, 이날도 연습은 하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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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괜찮을까...아니, 오늘이야말로 연습을 해야해...
아귀팀과 함께 교문 근처의 버스정류장에 서있는 미호 마음속에서 불안과 결의가 교차했다.

어제는 결국 Ⅳ호에 오긴일행을 태워 집까지 바래다줬다. 그녀들의 거주구는 창고로 쓰이던 빌딩 지하실로 벽이 온통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어 해저 같았다. 안쪽에는 간단한 취사를 할 수 있는 스텐레스 조리대나 바베큐 그릴이 놓여 있었다.

비닐 커튼 건너편에 목욕탕도 보였는데 욕조는 나무통이었다.

남은 공간을 돛천으로 다섯구역으로 나눠 사용했다. 사오리가 도중에 약국에서 사온 위장약을 살며시 내려놨다. 

"인스턴트이긴 해도 된장국도 사뒀어.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먼저 된장국, 그래도 메스꺼우면 위장약을 먹어."

"이스즈공은 괜찮으신가요?"

유카리가 하나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네, 간신히."

"아이언 스토막..."

마코가 감탄했다.
미호는 해먹에 드러누운 오긴을 향해 신신당부를 했다.

"내일은 꼭 연습해요!"

"물론이지..."

"그러니까 하바네로 클럽은 가져오지 말아주세요."

"알겠다구..."

"방과후, 오늘 만난 장소로 와주세요."

"요소로..."

오긴 일행이 잠이 들었기에 돌아가려던 찰나, 유카리가 dvd를 꺼냈다.

"이걸 건네주려고 생각했었는데요. 지금까지의 시합 영상. 불초, 저 아키야마 유카리의 해설 첨부입니다."

"고마워"

나 혼자였다면 포기할 것 같았지만, 이렇게 아귀팀 모두가 서포트해주는 게 정말로 고마웠다. 다시 전차도를 시작하고 얻은 것 중 하나는 내가 아닌 누군가의 힘을 솔직하게 빌리는 게 가능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버스 안에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공원에 도착했다. 특별주차허가증이 붙어있는 마크Ⅳ가 놓여 있는 공터 앞에 도착하자, 그곳에, 트윈테일 소녀의 옆모습이 보였다.

"어? 카도타니 선배?"

전 학생회장 카도타니가 평소에는 보여주지 않을 법한 진지한 표정으로 붓을 쥐고 있었다. 마크Ⅳ 앞에서.

그 측면에는 갈고리와 칼을 손에 들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상어 마크가 그려져 있다. 미호 일행이 온 걸 알아챈 카도타니가 돌아봤다.

"어라~ 벌써 와버렸네~ 깜짝 놀래켜줄 생각이었는데."

이제까지도 모두의 전차에 팀마크를 그려준 것은 카도타니였다.


집이 선박도장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는 모양으로, 도료나 솔이나 붓이 늘상 주변에 있었다고 한다. 그 탓인지 붓을 쥔 손놀림이 익숙했다. 학원함 같은 대형 선박이 아니라 요트나 낚시배 같은 중소형배를 취급하는 회사인 것 같았는데 작업하는 모습도 자주 봤다고 한다.

본인의 수험 준비나 카와시마의 공부를 도와주는 일로 카도타니도 바쁠텐데 선박과팀 이름이 정해졌다는 사실을 듣자마자 일부러 시간을 내 마크를 그려주러왔다고 한다.

"상어팀은 어때? 니시즈미쨩"

얼굴을 보니 그녀답게 능글맞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예전에는 그 미소에 겁먹은 일도 많았는데 지금은 왠지 듬직하게 느껴졌다. 

"아~ 꽤나 애먹고 있다는...느낌인 걸~"

기대고 싶어하는 표정을 지었던 걸테지. 미호의 표정을 보고 카도타니는 내다본 것 같았다. 

카도타니처럼 무슨 일도 가볍게 받아 넘기는 대범함을, 미호는 갖고 싶었다. 그렇게 된다면 그 해적...아니 상어팀도 적절하게 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

"괜찮아~ 니시즈미쨩이라면."

미호의 속마음을 내다본 것처럼 카도타니는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

"이 마크 금방 마르기야 하겠지만, 오늘은 만지면 안 돼. 아 그리고..."

카도타니는 종이봉투를 꺼내들었다.

"이거 말야~! 카와시마가 상어팀한테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은 물건이라더라. 연습 때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은 모양인데 뭐에 쓰려고 그러는 걸까나~"

신나서 기대하는 그 모습에 왠지 모르게 불안해졌다.

"연습, 지켜봐주고는 싶은데, 카와시마가 기다리고 있거든~"

도장 도구를 솜씨좋게 치우고 카도타니는 아쉽다는 듯이 자리를 떴다.
안 좋은 예감이 들어 카도타니가 간 후 미호는 곧장 종이 봉투 안을 봤다.
안에 들어있던 것은.

미호안즈 조와용~
타케미호니 미카미호니 미호모모니 하는 노근본에 지지마라 미호안즈

덧글

  • NRPU 2018/04/01 14:51 # 답글

    안즈는 니시즈미봉 수납장
    그것은 걸판의 진리
  • ㅇㅇ 2018/04/01 16:22 # 삭제 답글

    (그곳에, 포니테일 소녀의 옆모습이 보였다.)

    안즈쨩은 트윈테일 아닌지
  • 의지있는 크릴새우 2018/04/01 16:56 #

    수정했읍니다...
  • 존다리안 2018/04/01 16:23 # 답글

    우리의 동료가 되어....

    미호는 견문색 패기를 가지고 있다죠?
  • 무지개빛 미카 2018/04/01 17:32 # 답글

    마크 스리즈.. 보는 사람이 난감했습니다.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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