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왕이 하는 일-톱기사가 하는 일 1/2 라노베


"바쁘실텐데 죄송합니다."

그것은 갑자기 찾아왔다.

계절은 초여름. 오월도 끝자락에 접어 들었고, 장기계도 새로운 순위전에 대비해 긴장감이 고조되는 시기.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제자 야사진 아이를 둘러싼 소동도 일단락이 나서 나 자신의 대국에 집중하고자 생각했는데...

관서 장기회관의 이사실에 나를 호출한 츠키미츠 세이이치 장기연맹 회장은 언제나 그랬듯 온화한 목소리로 이런 말을 꺼냈다.

"실은 용왕에게 장기 이외의 일 의뢰가 들어 왔습니다."

"큭!!"

─왔구나...!

벌떡! 일어선 내 모습을 보며 회장의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비서 오가 사사리 여류 초단이 놀랐다는 듯이 안경의 위치를 고쳤다.

"용왕? 왜 일어난 것이죠?"

"아, 아뇨...그게...ㅇ, 일이라고 하니 기합이 들어가서요..."

"흐음 듬직한 말씀이군요."

눈이 보이지 않는 회장은 크게 놀란 기색도 없이 살포시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오가 씨가 나를 힐끗 바라보며

"말을 계속해도 될지?"

"아, 죄송합니다. 하세요..."

천천히 의자에 앉자 오가 씨는 가볍게 기침을 한 뒤 연맹을 경유해 나를 지목했다는 '장기 이외의 일'의 내용을 고지하고자 했다.

그보다 앞서 잠시 설명해둘까 한다.
기사가 일을 받는 방식은 두개의 루트가 있다.

하나는, 기사가 개인적으로 일을 의뢰받을 경우.

장기연맹에 소속되어 있다고는 하나, 프로기사는 개인사업자. 즉 한명 한명이 독립하여 활동중이다. 당연히 의뢰가 온다면 그걸 수락하는 것도 거절하는 것도 자유. 

그리고 또 하나가 연맹을 통해 일감을 받게 되는 경우. 장기연맹은 일본 전국에서 장기에 관한 갖가지 의뢰가 들어온다. 장기대회의 심판부터 기업의 장기모임 고문이나 잡지 인터뷰, TV 출연 등. 

그처럼 연맹에 들어온 일은 내용이나 각 기사에 대한 공평성을 고려해 분배하는 것인데...

문제는 내가 타이틀 보유자라는 점.
심지어 최고위 타이틀인 용왕이라는 사실이었다.

타이틀 홀더에게는 그 타이틀의 격식을 지킬 의무가 있으니까...
무관의 기사와는 다르게 예를 들어 타이틀 보유자는 이벤트 같은 장소에서도 경솔하게 지도대국을 할 수도 없고, 다른 타이틀전의 입회인도 NG다. 요컨대 일거리가 극히 한정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대국 말고는 거의 일이 들어오지 않았었다...뭐 그덕에 제자를 둘 여유가 있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하지만 기껏 타이틀을 획득했는데 용왕으로서 세간에 나설 기회가 없는 것도 쓸쓸한 일. 그렇게 느끼던 차에 이렇게 호출된 것이다.

─즉 이제야 겨우...용왕(나)에게 걸맞는 일이 들어왔다는 뜻!

여태까지 '제아무리 용왕이라지만 갑자기 튀어나온 신인한테 부탁할 일 같은 게 어딨어!'라고 말하던 세간이 드디어 의뢰를 해준 것이다.

톱기사로서 세간의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

기합이 들어가지 않을 리가 없다. 완벽하게 소화해내어 앞으로도 마구마구 의뢰가 오게끔 분발해야지!

일찍이 여러 타이틀을 보유한 적도 있는 회장은 내 마음을 꿰뚫어본 것처럼, 뜸을 들인 다음 입을 열었다.

"우선, 첫번째 의뢰입니다만─"

"흠...!"

꿀꺽, 침을 삼키고 회장의 말을 기다렸다.

"월간 <유녀의 친구>에서 인터뷰 제의가 왔습니다."

"뭐땀시!!"

영세 명인을 향해 전력으로 딴죽을 날렸다. 뭐땀시!!
회장은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본인의 가슴에 물어보면 어떨까요?"

"지금 내가 로리콘이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말씀하신 거죠?! 그럼 저도 말하겠는데 나는 로리콘이 아니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헉...헉...헉...

어깨로 숨을 쉬는 나를 향해 회장이 물었다.

"진정되셨나요?"

"...조금은요"

"그래서, 어떻게 하실 겁니까?"

"기각입니다! 거절해주세요!"

"유감이군요."

크게 아쉬워하는 기색도 없이 회장은 미간을 좁혔다. 아무리 봐도 그냥 즐기는거지 이 인간...

"그러면 두번째 의뢰입니다만─"

또 로리 관련 일인 건 아닐지 온몸으로 불신감을 발산하는 나에게 들어온 두번째 의뢰는 아주 의외의 내용이었다.

"게임 감수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게임?"

"네. 게임 관련 의뢰는 비교적 많은 편이고, 연맹도 가능한 받아들이는 방침입니다."

"그런가요?"

"장기도 게임이니까요. 나도 <츠키미츠 세이이치의 장기지도>라는 패미컴 게임을 감수한 적이 있습니다."

"호평이라 3까지 나왔다구요!'

오가 씨가 자기 일처럼 자랑했다. 당신 패미컴 세대도 아니잖아요...

"용왕은 게임을 하시나요?"

"뭐 싫어하진 않고 요즘은 스승님도 스마트폰 게임을 즐기고 계시니까요"

"그럼 괜찮겠군요. 받아들여 주시겠습니까?"

"상관없지만...게임이라고 해도 종류가 다양하잖아요? 어떤 게임이죠?"

아마 장기랑 관련된 게임이기야 하겠지만, 컨셉 여하에 따라 내용도 크게 달라진다.

"글쎄요? 자세한 내용은 직접 만나 말씀을 나누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어디에 있는 회사인가요?"

"코베입니다. YMM온라인이라는 회사인데─"

"네!? 엄청 대기업이잖아요!"

게임 업계를 잘 모르는 나조차 알고 있는, 인터넷 시대에 급성장한 기업이다. 특히 스마트폰 게임에 힘을 쏟독 있다. 중학생 시절에 동급생들이 학교에서 자주 화젯거리로 삼곤 했었다...

"그런 대기업이 왜 나를? 용왕이라서?"

"그건 모르겠습니다만─"

회장은 나직히 고개를 가로 저은다음 의미심장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의뢰인은 용왕이 잘 알고 있는 분입니다만?"

내가 잘 알고 있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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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Wish 2018/02/04 12:45 # 답글

    이거 한번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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