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인물이나 가젯 중에 쿠로다 씨의 희망으로 만들어진 게 있다면요?
10년 전부터 했던 얘기지만 가장 중요한 제 요구사항은 기획서에는 없었던 주인공의 남동생을 설정한 것이죠. 나는 무엇보다 주인공 주변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회적 갈등의 부분을 축소도로 만들고 싶었어요. 예를 들자면 이런거죠. 소꿉친구인 여자애가 있다. 나보다 요령 좋게 행동하는 잘난 친구가 있다. 나보다 우수한 동생이 있다. 그같은 다양한 방면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위치가 '흔들리는' 셈입니다. 그같은 시점을 잔뜩 만들고 싶었어요.
제 견해로는 인간성에 관계된 삼요소는 이성,친구,육친인데요 <리바이어스>는 무대에 부모를 등장시킬 수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남동생을 설정해서 육친과의 갈등을 대표시킨 겁니다. 하지만 전부 대신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부모가 나오는 장면을 초반에 넣기도 했고, 부모와의 관계론 같은 것도 살짝 언급하기는 했죠. 간단하게 말하자면 주인공을 몰아붙이는 팩터를 많이 만들고 싶었습니다.(웃음)
Q.주인공 코우지는 여러 의미에서 '주인공 타입'이 아닌 캐릭터였죠. 굳이 따지자면 괴롭힘 당하는 타입이랄지. 어떤 의도였나요?
이건 아마도 나를 투영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작품이기도 했고, 이제야 겨우 등신대의 캐릭터를 쓸 수 있다는 마음이 강했어요. 뭐 쓰기 수월했다는 게 주된 이유겠죠.(웃음) 아이바 코우지라는 캐릭터의 인간관계상의 위치는 완전히 사춘기 시절 나랑 똑같아요., 옆에는 이쿠미 같은 캐릭터가 있었는데, 그녀석이 요령 좋고 성적도 좋고 여자랑도 사이가 좋았던지라. 그 친구랑 찰싹 붙어다니니, 이지메도 전혀 없었죠.(폭소)
남 비위를 잘 맞추고, 이인자에, 요령 좋게 행동하는 것 같아도 실은 서투른 타입. 빈틈 없는 것처럼 보여도 실은 아무 것도 못하는 것처럼, 제 안에 있는 그같은 한심한 부분을 피드백 했죠.
Q.캐릭터를 고안하고 생명을 불어넣을 때 쿠로다 씨는 어떤 수법을 사용하시나요?
우선 기본 설정이 있잖아요? 그걸 읽으면 장면이 떠올라요. 이런 장면을 만들자, 이런 장면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처럼 장면을 샤샤삭 떠올려 봤을 때, 그게 많으면 문제 없음. 적을 경우에는 설정을 보충해야만 합니다. 예를 들어 '남동생 우수' '하지만 다혈질' '여자한테 인기 존나 많음'처럼 설정을 추가할수록 쓸 수 있는 장면이 늘어나요. 이같은 장면의 숫자가 일정량까지 증가하면, 내 경우 '이 캐릭터라면 얼마든지 쓸 수 있다'는 상태가 됩니다. 이게 캐릭터를 굳혔다는 상태죠.
타니구치 씨와 의견을 나눌 때도 마찬가지로 머리속의 장면을 펄럭펄럭 넘겨가며 장면이 적을 경우 '죄송합니다 감독님, 조금만 더 보충해도 될까요?'라고 부탁하고 미세 조정을 하죠. 이건 <리바이어스>도 <건담 더블오>도 차이가 없습니다.
Q.리바이어스는 캐릭터가 무척 많은데 초기의 인간관계 같은 건 어떻게 구성하셨나요?
이상한 표현이지만, 처음에는 완전히 학원물이라고 생각했어요. 폐쇄공간 이야기지만, 폐쇄공간에 빠지기 전에는 모두가 평범한 생활을 보냈잖아요. 소년소녀들의 사회니까 평범한 생활=학교라고 치환하면, 거기에 어떤 타입의 인물이 있고, 관계성이 있을지. 예를 들어 조금 마음이 끌리는 애, 미인 학생회장, 다가가기 힘든 불량배가 있고 교정 뒷편에는 가기 싫은 내가 있죠.(웃음)
서먹한 마음이 들만치 잘난 남동생이 있는데, 깜빡 잊은 도시락을 가져다줘서 혀를 찬 적이 있다.(웃음) 정말 그같은 접근법으로 구상했습니다. 그밖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사람이나, 씹덕이나(폭소) 말빨 좋고 가십을 좋아하는 여자. 항상 셋이서 붙어다니지만 정말 친한지 어떤지는 모르겠는 여자 그룹처럼 현실에 있을 법한 지점부터 접근했어요.
그래서 감독님이 팬티바람으로 다니는 남자를 출연 시켰을 때는 이거 어떻게 해야하냐고 진심으로 생각했어요.(폭소) 그건 내가 설정한 게 아니라서, 대체 무슨 생각이야!?라고 생각했습니다.
Q.인형옷을 입는 소녀도 있었죠.
그것도 감독 소행입니다.(웃음)
Q.파이나는 어떻게 캐릭터를 설정하셨나요?
파이나는 제 선택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였죠. 주인공이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중학교 동창이 불러서 갔더니, 종교 권유를 해와서 '너 많이 변했구나'라는 생각이 든 경험 없으신가요? 그런 감각을 담아서 '너랑은 더이상 상식적인 대화가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의, 서로 섞일 수 없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저에게 쌓이고 쌓인 경험이 <리바이어스>에서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그런 점이 리얼리티와 직결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Q.그런 관계성을 초월한 존재로 네야가 등장합니다. 그녀한테 맡긴 역할은 무엇이었나요?
그녀의 역할이나 포지션은 엄청 고민했죠. 실은 기획서에는 엄청난 '미소녀'가 딸랑 그려져 있고, 얘는 반드시 넣으라는 소리를 들었거든요. 나는 '응?!' 싶은 거죠.(웃음) 당시의 프로듀서가 '아야나미처럼 만들어줘, 아야나미!'라고 말을 했던지라 속으로는 '절대로, 죽어도 싫어!'라고 생각하면서도 '네에...그렇습니까...아하하'하고 표면적으로는 대응했죠. 이렇게 헛웃음을 짓는 부분이 내 안의 이쿠미 같은 측면이죠.(웃음) 그리고 '그따위 유행에 영합해 이야기를 만들 것 같으냐아아아아!'라고 독을 품는 게 내 안의 유우키입니다.(웃음)
Q.그 네야는 리바이어스의 인터페이스라고 해야할지, 디스플레이라고 해야할지 그런 존재가 됐는데요?
다른 바이어 함이 단세포생물에 가까운 것들이었지만, 네야는 진화해 인간의 형태를 모방한 거죠. 그 다음 단계로 마음을 이해해 가죠. 집단 속에서, 그 광기 속에서, 진정한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이해를 하게 됩니다. 시청자에게 인간은 무엇인가를 묻는 팩터로, 무지라고 해야할지 무구한 네야를 설정한 감각이죠. 그게 내 안에서의 '미소녀'에 대한 답안이었습니다.
정체불명의 캐릭터로 등장했는데 실은 굉장히 순수하고 무구. 그녀가 인간의 '무섭다' '좋아한다' '싫다' 같은 단편적인 마음을 이해하고 흡수하는 과정에서 가장 동조했던 게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강렬한 마음. 이걸 아이바 코우지를 통해 수용하죠.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 인간이다. 그런 강렬한 보편성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합니다.
Q.이야기 안에 다양한 타입의 커플이 등장합니다. 저마다 그리고 싶었던 포인트가 있다면?
평범한 커플은 제가, 이상한 커플은 감독이 한 짓입니다.(웃음) 이상한 게 찔끔찔끔 나오다가 레귤러로 등극하곤 했죠.(웃음)
Q.찰리랑 클리프는요?
그건 저네요. 오카마랑 씹덕의 순애가 재밌을 거 같아서요.
Q.란과 패트는요?
쇼타콘도 접니다.
Q.이상한 커플 많이 만드셨네요 뭘.
그런가요? 미안합니다.(폭소) 하지만 란은 인간불신인 그녀가 유일하게 마음을 허락한 존재가 패트입니다. 악의없이 순진무구한 점에 끌렸을 뿐이지 쇼타콘은 아닙니다.
Q.코우지는 파이나랑 아오이, 두명의 캐릭터와 커플이 됐습니다.
파이나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학원생활물에 있는 그림의 떡 아가씨입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갑자기 나한테 다가와 코우지는 깜짝 놀라고, 그대로 리무진을 타고 호화로운 저택에서 식사를 하게 됐는데 '매너가 나쁘군요'라는 소리를 듣고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게 되는 식. 그같은 불편함. 귀엽고 미인이지만 '나 여기서는 못살겠다'고 깨닫게 되죠.(웃음)
그런 감각을 종교로 표현했습니다. '미인이지만 무립니다'라는 게 테마입니다.(웃음) 그걸 전제로 아오이는 '과연, 파랑새는 내 곁에 있었구나'라는 얼개의, 너무 가까웠던지라 몰랐다는 왕도전개죠.
(중략)
Q.아이바 형제는 어딘지 모르게 둘이서 하나의 캐릭터로 보이는 만듦새입니다.
이건 내 안의 것들을 싹뚝 잘라 캐릭터로 만든 영향일지도요. 비위 잘 맞추는 쿠로다와 자식들아 똑바로 일해!라고 생각하는 쿠로다. 뭐 괜찮지 않겠어라고 생각하는 쿠로다랑 언짢아 하는 쿠로다. 나=인간한테 있는 감정,행동을 하나하나 캐릭터한테 분배하는 창작 스타일이죠. 참고로 아이바 코우지가 가장 많이 쿠로다 엑기스가 들어갔습니다. 다만 룩슨만큼은 모델이 따로 있어서 그녀석을 참고로 했죠.
Q.이쿠미와 코즈에는 가장 일반적인 커플로 보이지만 최종적으로 가장 무거운 걸 짊어지게 됐습니다. 이건 사전에 결정한 사항이었나요?
그렇게 하고자 생각하고, 그렇게 했습니다. 이처럼 가혹한 상황에 놓이지 않았다면, 평범한 바보 커플로 맺어져, 그대로 결혼했을지도 모르지만요. 이 폐쇄공간에서 감추어왔던 게 전부 들춰지는 캐릭터의 대표입니다. 뭐 주인공도 그렇지만요.
Q.지배와 복종, 폭력이나 성에 관한 표현도 타협이 없었다고 생각하는데, 그에 대한 고충이나 감독과의 의사소통은 어땠나요?
최대 난관이 코즈에 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감독님과 치프 연출인 요시모토 씨가 엄청난 장면을 만들어주셔서, 어딜 봐도 이건 그렇게 된 다음이잖아 싶고(웃음) 나는 좀 더 얼버무려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두사람이 주저 없이 연출해내어, 내 스토리 텔링 이상으로 연출이 굉장했죠. 내가 '이래도 되는거야!?'라고 생각하게 될 정도였습니다.
Q.집필할 때 스스로 브레이크는 밟지 않고 집필하셨나요?
브레이크야 밟죠.(웃음) 다만 제일 처음 타니구치 씨와 만났을 적에 제대로 하자고 결심한 순간부터, 아무튼 주저하지 말고 앞으로 나가자고 생각했습니다. 수정하라는 소리를 듣는 건 각오하고서, 제대로 쓴다. 그 과정에서 포기할 부분은 포기. 도전할 부분은 도전한다는 판단을 스탭이 정하고, 하자고 정해지면 철저하게 하자. 그런 느낌이었죠. TV도쿄의 프로듀서 아즈마 씨도 의욕적으로 우리쪽 의사를 수용해주셨어요.
그렇지 않았더라면 기획 단계부터 좌초당했을 내용이니까(웃음) 지금이라면 U국마저 방영해주지 않을 내용일 겁니다. 그걸 저녁시간대에 했다는 사실이 기적과 같은 작품입니다.
(중략)
(중략)
Q.인형옷을 입은 키브레=키키처럼 이상한 캐릭터는 움직이기 쉬우셨나요?
인형옷을 입은 소녀는 시나리오에는 거의 쓰질 않았고, 연출의 장난으로 넣은 거예요. 1화에 한번씩 등장시키자고 결정했지만 '나오는 장면은 감독님한테 맡기도록 할까요?'라는 감각입니다. 나는 그림 콘티를 보곤 '아, 여기 있구만!'이라 말하는 거죠.(웃음) 그녀는 윌리를 찾아라! 같은 연출의 장난거리죠. 하지만 거기에도 드라마가 있어서 도중에 인형옷이 전부 흩어져서 하나 하나의 파츠를 모으고, 최종화에서 다시 인형옷 차림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가 있죠. 정말로 이상한 드라마 안에 드라마가 있죠.(웃음) 하지만 리바이어스의 이야기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이야기.(폭소)
Q.최종회의 구상은 처음부터 있었나요?
있었죠. 25화에서 포류는 끝나고 마지막에 그걸 총괄한 드라마를 만든다. 마지막에 구조를 받는다는 결말은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방침에 흔들림은 없었다고 봅니다. 그러고보면 14화 쯤을 집필할 때 난데없이 타니구치 감독님이 야밤에 찾와와선 '주인공, 죽이지 않을래?'라고 말했을 적에는 '당최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거야 이 인간은!?'이라며 전율했습니다.
코우지가 사망하게 되면서 주변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그의 존재를 느끼는지, 그런 결말은 어떻겠냐는 소리를 해와서 '일단 생각해 보겠습니다'라고 그 자리에서는 말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무리였어요.(웃음) 코우지는 많건 적건 누구나 지니고 있는 약한 부분을 투영했고 시청자가 감정이입하고 보리라 상정하고 썼단 말이죠. 그걸 죽여버리면 시청자를 우롱하는 리스크가 막대하니까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라고 말하고 기각했습니다.(웃음)
Q.그밖에도 폐기된 아이디어가 있나요?
초고부터 폐기한 설정은 있죠. 처음에는 어른을 한명 넣을 생각이었어요. 리베 델타에 있던 사람 중에서 딱 한명 젊은 기술자 계열 어른이 0세의 갓난아기와 함께 살아남을 예정이었어요. 그 사람이 일시적으로 리더가 되지만, 상황에 휩쓸려 망가지죠. 결국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한다는 식의 '한심한 어른'이 되는...그런 타입의 캐릭터를 하나 넣을 생각이었지만 소년소녀만 있는 편이 낫다는 말을 듣고 폐기했습니다. 다만 이 아이디어 중에서 지켜야할 대상의 역할은 패트가 물려받게 됐습니다.
Q.쿠로다 씨의 작품 중에서 <리바이어스>는 어떤 위치인가요?
그 당시의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결과를 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10년이나 지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은, 업계에서 그 작품을 '좋아한다'고 말해주는 사람 중에서도 말이죠 '이걸 보고 업계인이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럴 때면 '나는 남의 인생을 이렇게 망쳐도 되는 걸까?'라는 심정이 들죠.(폭소)
그만큼이나 영향력이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가슴을 펴도 되는 걸까요? 결과적으로 그 <에반게리온> 님과는 다른 접근법으로 예민한 소년소녀의 모습을 독을 담은채로 풀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게 시청자의 많은 사랑을 받은 건 고마운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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