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글로리아나 <쿠로모리미네 여학원까지 가는 여정> 1-2 ㄴ걸판



연습시합 당일. 오아라이.

고요히 해상을 전진하는 세인트 글로리아나 학원함.

저 멀리 보이는 오아라이 학원함을 살펴보자, 수많은 학생들이 함수나 건물 옥상 등지에 삼삼오오 모여있다.

홍차의 화원 최상층에도 다질링을 필두로 전차도 간부들이 모여, 감상을 늘어놓았다.

'저게 오아라이인가요?'

'아름다운 해변이네요. 저기서 상륙작전을 감행하는 건가요?'

눈 앞에 펼쳐진 해번에 감동하는 아삼과 오렌지페코. 저 해변에서 헤엄을 치면 즐겁겠다고 생각하는 아삼.

'옛날에는 그런 시합도 있었대. 지금도 저 바다 안에는 침몰한 셔먼DD가 있다고 하더라'

'네? 진짜로!'

다질링에 말에 놀라는 오렌지페코.

'어디까지나 소문에 불과해. 그리고 그게 사실이라면 오아라이 학생들이 회수하지 않았을까?'

'그렇겠죠.'

항구의 크기를 손가락으로 잰 다음 고개를 기울이는 아삼.

'하지만 그 항구에 정박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겨우겨우 할 수 있는 모양이에요. 예인선을 빌려야 가능한 것 같지만요.'

다질링이 입을 열기도 전에 미리 항해과와 조정을 하여 지도를 확인해둔 오렌지페코가 답했다. 그 말을 듣고 아삼이 새로운 의문을 던진다.

'헤에, 개발중인 차세대형 학원함이 오면 어떻게 한대?'

'바다에 정박하는 방법 외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일이 증기선으로 갈아타려면 큰 일이겠네.'

현재 사용되는 학원함 중에는 건조 50년 이상 된 물건도 있으며 정비나 운용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그래서 각국은 보다 대형에 효율적인 신형 학원함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러한 함이 접안 가능한 항구는 극히 드물다. 현재도 시합 스테이지 같은데 접안할 수 없는 경우네는 바다에 정박시키고, 소형선으로 육지까지 이동한다.

학원함은 선내 독을 통해 직접 소형선으로 갈아타는 게 보통이지만, 여간 번거로운 일인 것은 사실이고, 대체로 직접 접안하는 쪽을 선호한다. 그런 감상을 늘어놓는 사이에 접안하는 세인트 글로리아나함. 암벽에 마중 나와있는 사람 형상을 발견한 다질링.

'저건?'

암벽에 마중나와 있는 것은 갈색머리를 좌우 트윈테일로 묶은 아담한 소녀였고, 그 양옆에 키가 큰 흑발 단발에 단안경을 쓴 소녀와, 포니테일에 풍만한 체형의 소녀가 자리하고 있었다.

'카도타니 안즈, 오아라이 여자학원의 학생회장이야. 오늘은 이렇게 찾아와줘서 고마워.'

오른손을 내밀며 자기소개를 하는 트윈테일, 아니 카도타니 회장. 

그 손을 잡은 채 답례 인사를 하는 다질링.

좌우의 두사람이 자기소개를 한 것에 응하듯, 다질링도 간부를 소개한다. 잠시 목적성 없는 대화를 나누고, 한가지 질문을 던지는 다질링.

'그런데 우리 학교에 연습시합을 신청한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신청이 온 시점에서 궁금했던 점을 단도직입으로 물어보자,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는 카도타니.

'어, 왜 뭐냐 이웃사촌이겠다, 오기 편하지 않을까나~ 싶었거든.'

그 대답에 얼이 빠지는 다질링. 그야 세인트 글로리아나의 모교와 오아라이는 상당히 가깝다. 하지만 그만한 이유라면 더 가까운 학교도 있을터.

'이유는 그 뿐?'

'응, 뭐 일단 우리는 처음이겠다, 제대로 된 학교가 아니면 연습이 되지 않을테니까.'

그 말을 듣고 무심코 웃음이 터지는 일동.

'그러네요. 지명해주셔서 영광이에요.'

'아니 뭘~ 진짜로 시합을 받아줘서 살았지 뭐야. 고마워.'

그 말에 어느 정도는 번듯한 정보수집과 전력조사는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한 다질링이었다.

인사도 마치고 각자 전차를 대기장소에 운반하고 있노라니 아삼이 귓속말을 했다.

'다질링 대장님, 상대쪽 대장이, 그 니시즈미류라는군요?'

예상치 못한 그 내용에 놀라는 다질링.

니시즈미류하면 가장 역사 있는 전차도 유파 중 하나로, 명문 중의 명문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니시즈미류 관계자는 쿠로모리미네 여학원에 진행하는 게 보통으로, 다른 학교에 속해 있는 건 극히 드물다. 

'니시즈미류? 국제강화선수인 니시즈미 마호?'

'아뇨, 언니 쪽이 아니라 작년 부대장이었던 여동생입니다.'

그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다질링. 그러고 보면 작년 쿠로모리미네는 자매가 출장했었다.

'니시즈미 여동생이 왜 이런 학교에?'

'쿠로모리미네가 병합한 것은 아닐까요?'

아삼의 별뜻 없는 한마디에 과거 두개의 학교가 합병한 BC자유학원의 사례를 떠올린 다질링. 전차가 적은 학교가 출장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합병을 하는 경우도 있기야했지만, 전차도 인원도 풍부한 쿠로모리미네가 그럴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다른 이유가?

'적의 편성은...'

즉각 오렌지페코가 내민 편성표에 시선을 가져다대는 다질링.

'4호, 3돌, 38(t)...확실히 독일 차량이 많구나.'

'네. 20톤급과 아슬아슬하게 전용설비가 없는 학교에서도 정비 가능한 차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는 전차도를 이해하고 있는 인간이 지도를 한 가능성은 있네요.'

냉정하게 분석을 하는 오렌지페코.
그 말에 딴죽을 거는 아삼.

'그래도 요주의 상대는 3돌 정도려나요?'

'그래, 나머지는 4호조차 형성작약탄이라도 쓰지 않는 이상에야 우리쪽 장갑은 뚫을 수 없어.'

'정면으로 밀어버릴까요?'

'단순한 힘자랑은 아름답지 않아. 우리들의 침투강습전술을 오아라이 여러분에게 가르쳐주도록 하자꾸나.'

대담한 미소를 짓는 다질링이었다.

하지만 그 웃음기도 오아라이 여자의 차량을 본 순간 얼어붙었다. 그것은 간부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으로, 여기저기서 수근거림이 들렸다. 

'...저 도장은 대체 무슨 농담인 걸까요'

무심코 눈을 감은 다질링, 옆에서 믿겨지지 않는 걸 봤다는 듯 눈을 비비는 아삼.

'눈의 착각일까요?'

'핑크색 M3는 오아라이에 모래사장도 있으니까...'

다질링의 반응에 그건 괜찮은거냐고 생각하면서도, 태클을 거는 오렌지페코.

'저건 훨씬 연한 핑크색입니다.'

뒤를 잇는 차량을 보며 더욱 경악하는 일동.

'...금색'

'깃대에...로마? 신선조? 저런 3돌 여지껏 본 적이 없어요.'

'제대로 된 건 4호랑 M3 뿐이군요.'

아니, 핑크색 M3중전차도 하나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속으로 태클을 거는 오렌지페코.

''이런 도장을 하는 학교는 여태까지 본 적이 없어요.'

'어떤 시합을 할지 조금 기대되기 시작했어요.'

'...그 쿠로모리미네와 관계가 있다면 저런 도장은 하지 않을테지요.'

'그럴거라고 봅니다.'

어느 학교나 전차도에 사용하는 도장은 실제로 있었던 것이나, 그렇지 않더라도 전용 도료 중에서 고르는 게 상식이다. 저런 진묘한 도장은 쿠로모리미네와 관계된 학교라면 절대 있을 수 없다.

경악스러운 마음이 남겨진 채로, 친선시합이 개시됐다. 고교생 간의 시합은 보통 플래그전이지만 오아라이 여학원이 경험을 쌓기 위해서 이번에는 섬멸전을 채택했다. 정면으로 포탄을 주고 받아도 위험성은 적기 때문에, 진열주행 연습도 겸해서 안행진으로 오아라이 여학원측을 향해 전진하라 지시를 내리는 다질링.

그 대열을 향해 느닷없는 포격.

'생각한 것보다는 제법이네요.'

지근거리를 통과한 포격을 보고 추격명령을 내린다.

'어떤 주행을 하던간에 우리 학교의 전차는 한방울도 홍차를 흘리는 법이 없어.'

달아나는 4호 전차를 포격을 하면서 추격하는 세인트 글로리아나의 전차량. 흔히 둔족이라 조롱받는 처칠이지만, 부정지(不整地)엣거는 13km고 4호전차도 같은 조건에서는 20km 정도로 주행하는 성능이다. 한편 4호전차는 포격을 피하기 위해서 크게 좌우로 사행을 하고 있기 때문에 거리는 좁혀지지도 않지만 크게 벌어지지도 않는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로 좌우에 달아날 곳이 없는 길을 주행하는 이상, 추격하는 쪽은 통로의 폭에 맞춰 좌우 균등하게 탄막을 펼치면 언젠가는 명중을 시킬 수 있다. 하지만 절묘한 조종으로 계속 피해내는 4호전차. 그에 대해 감탄을 하는 다질링.

'그나저나 상대방 대장, 과연 니시즈미류. 과감하군요.'

'네 추격당하는 입장인데 아무렇지 않게 큐폴라 위로 몸을 내밀고 있습니다.'

조준기를 통해 선명하게 보이는 모습을 보며 다질링의 말에 찬동하는 아삼.

'장전완료했습니다!'

'포격을 계속해!'

오렌지페코의 보고를 받고 포격속행을 명하는 다질링. 전차량으로 통제사격을 시험해 봤으나 역시 행진간사격으로는 포격이 한템포 늦어진다. 그 빈틈을 찔러 계속 달아나는 4호 전차.

'사라졌어!?'

막다른 길을 돌아들어가는 4호 전차. 동시에 그 막다른 길 위에서 4호 전차 주변에 다수의 착탄이 발생했다. 

'저거, 우리 포탄은 아니죠?'

얼이 빠진 아삼.

'그래, 피아를 오인한 것인지, 아니면 지원사격을 할 셈이었을까?'

조금씩 포격거리가 늘어나 다질링 주위에도 폭염이 발생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포격은 아득한 저멀리로 향했다. 

'포격 솜씨는 지독하구나. 저 정도면 거리를 좁혀도 문제 없겠어. 전차량 전진.'

금색으로 빛나는 38(t) 전차와 깃발이 나붓끼는 3돌이 눈에 뜨여 적의 차량이 구릉 위에 있는 것은 명백했다. 위치 관계상 위에서 아래로 포격하는 절호의 장소로 상대방의 맥없는 주포라도 이쪽의 얇은 상면장갑을 관통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 점을 노린 상대방의 작전과, 그 장소로 유인한 4호전차의 기량은 인정할만 했다. 하지만 나머지 차량의 포격 타이밍이 너무 일렀던데다가 말도 안 되는 방향으로 쏴대고 있다. 이런 실력이라면 단숨에 거리를 좁혀 접근전으로 끌고가도 겁낼 필요가 없다.

언덕을 오르자 눈앞에 특징적인 핑크색 차량이 달려들었다. 표적을 향해서 일제히 포격을 퍼부었다.

'M3에 명중!'

'격파!'

'저, 저기 적 전차에서 승무원이 달아나고 있는 것 같은데요.'

혼란에 빠진 오아라이 여학원의 차량을 향해 포격을 계속할 것을 명령한다. 하지만 빈틈을 찔러 달아나는 오아라이 여학원. 그 모습을 보고 무심결에 놀라는 다질링.

'난전에 손실이 한대 뿐이라니...추격하죠.'

오아라이 여학원의 숙련도도 낮았지만 자교의 명중률도 아무리 주행을 하면서였다고는 하지만, 너무나 나빴다. 50미터 이하의 거리에서 심지어 적이 혼란에 빠져이쓴데 명중을 시키지 못해서야 2000미터 거리에서 맞춰대는 쿠로모리미네를 이길 가망이 없다.

세인트 글로리아나의 전술은 철저한 기동전으로 적차량에 다가가, 지근거리에서 확실히 격파하는 것인 이상, 접근해서 명중을 못시켜서야 작전의 전제가 붕괴된다. 아삼에게 훈련 강화를 명령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찰나 그 아삼이 적 정보 보고를 했다.

'38(t)도 보이지 않네요.'

'아 그러고 보면 어딘가에 착탄된 것 같더군요.'

두대 격파라면 그럭저럭 괜찮은 성과라고 생각을 고쳐먹는 다질링.

그대로 적을 추격할 것을 명령한다. 하지만 오아라이 여학원은 지금까지의 부정지에서의 전투 대신 포장된 언덕길을 내려가, 커다란 토리이(鳥居)를 지나 왼쪽으로 꺾었다. 깔끔하게 정비된 포장도로를 주행하고 있었다.

부정지와 비교해 도로상 주행은 세인트 글로리아나의 차량보다 오아라이 여학원이 압도적으로 빠르다. 그런 이유도 작용해서 세인트 글로리아나는 서서히 거리가 벌어졌다. 도망치는 차량을 향해 포격을 계속했으나, 모든 포격이 목표의 후방에 착탄했다.

'착탄이 못쫓아가고 있어. 상대방의 속도를 읽고 미래위치 예측을 똑바로 하렴!'

각 차량에 전달되는 다질링의 지시. 그 말을 듣고 오렌지페코가 감상을 늘어놓는다.

'생각했던 것보다 속도가 있네요.'

'포격은 글렀지만 조종은 제법이에요.'

조준기를 들여다 보고 있는 아삼도 상대의 교묘한 움직임에 감탄의 기색을 보였다. 

'저 89식, 엔진을 개조한 것 같아요. 엔진파워에 휘둘리는 모양이라 거동을 읽을 수 없어요!'

조바심을 내는 아삼. 그 말을 듣고 목소리에 한층 더 감탄한 기색이 감도는 다질링.

'단순한 초보자는 아닌 것 같아. 다음에는 뭘 보여주려나?'

크게 우측으로 꺾고나니 시야에 오아라이 여학원의 모습은 없었다.

'시가지에 들어섰습니다.'

뒤를 쫓은 다질링이었는데, 앞서 교차점을 꺾었을 터인 오아라이 여학원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사라졌어?'

정면의 길 외에는 비좁았고 횡대를 짜서 추격하는 건 어렵다. 적영이 보이지 않는 이상, 산개하여 천천히 척을 찾으라 명령했다.

보고를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려니 갑자기 울려퍼지는 포격음.

'이건'

'우리쪽 포격음이 아닙니다!'

냉정한 오렌지페코의 분석.
직후 아군 두대가 피탄보고를 했다.
한대는 각좌(擱坐), 다른 한대도 상황 확인 중.
지금까지 유리했던 상황이 단숨에 뒤집혔다.

'설마'

손에서 떨어져 두조각으로 깨진 티컵.

'제법이시군요. 하지만 여기까지야.'

'다질링 대장이 티컵을 떨어트렸어!?'

경악하는 오렌지페코.

'적 3돌 발견!'

아군의 3호차가 발견을 보고. 심지어 3호차를 보고 달아난 상대는 이쪽으로 향하는 모양.

'깃발 확인!'

아삼의 보고.

'잘 겨냥하고 한방에 처리하는거야'

'알겠습니다!'

저렇게 눈에 띄는 깃발을 달아서야 차고가 낮은 3돌도 의미가 없는거나 마찬가지. 울타리 뒤에 숨을 심산이겠지만, 깃발 끝자락이 움직이기 때문에 장소가 빤히 보인다. 울타리 너머에서 포격을 가하는 아삼.

그 일격으로 3돌은 각좌, 차내에 안도한 분위기가 감돈다. 한술 더 떠 피탄보고가 들어온 4호차도 오히려 적을 격파했다는 보고를 해왔다.

'한 때는 위험하려나 싶었지만 이걸로 4대1'

마지막 한대인 4호전차의 발견보고도 들어왔기에 두대가 맹렬하게 추격을 했다.

'전군, 합류!'

선행하는 마틸다2를 따르는 처칠. 한대가 커브를 돌지 못하고 건물을 들이박았지만 직후 4호 전차는 공사중인 간판에 진로가 막혀 옴짝달싹 못하는 상태. 그 모습에 승리를 확신하는 다질링.

'몰아넣었네요.'

두대의 마틸다에게 좌우로 전개할 것을 명하고, 완전히 도로를 봉쇄한다. 상대 앞에 멈처서고서 큐폴라의 해치를 통해 얼굴을 내미는 다질링.

'이런 격언을 알고 있는지? 영국인은 연애와 전쟁에는 수단을 가리지 않아.'

그 사이에 건물을 들이박은 마틸다2도 합류해 반석의 태세를 굳혔다.

'명령과 동시에 일제사격'

다질링의 오른손이 유유하게 올라간다.

그 순간 조준기 앞으로 무언가가 뛰어들었다.

'엇, 금색의!'

경악해서 발사 타이밍을 놓치는 아삼. 그 틈을 찔러 포격하는 금색의 38(t) 전차.

'위험해!'

무심코 움츠리는 일동. 하지만 5미터도 되지 않는 지근거리임에도 불구하고 포탄은 아무 것도 없는 공간으로 튀어올랐다.

그 포격에 이끌려 전차량이 일제히 금색 차량으로 포격을 집중한다.

'아차!'

포격 연기로 인해 일순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됐다. 그 연기 안에서 가해지는 4호 전차의 포격, 그리고 다질링 좌측에 있었던 마틸다2가 격파당했다.


'포위해, 어서!'

상대와 골목길을 차단하듯 나란히 주행하면서, 골목 안쪽으로 들어서고자 전속력으로 주행하는 마틸다2. 하지만 선행한 마틸다2가 교차점에 돌입한 순간, 순식간에 각좌. 백기가 올라갔다.

'순식간에 두대가!?'

경악하는 아삼.

'좋은 실력이야.'

크게 웃는 다질링.

'대장, 지시를!'

진로를 확인하는 조종수, 이를 안심시키듯 대답하는 아삼.

'우리 포탑측면 장갑은 95미리, 저쪽 주포는 관통력이 100미터 거리에서 41미리밖에 되지 않으니까 절대로 뚫지 못해요!'

'성형작약탄이라면 어떨까?'

다질링의 질문에 말문이 막히는 아삼.

'으음, 잠시 기다려주시길.'

'70미리에서 100미리, 아슬아슬하네요.'

포탄을 장전하면서 오렌지페코가 답했다.

'전진!'

진로를 봉쇄한 마틸다2를 밀어젖히고 전진할 것을 명한다. 교차점에 나선 순간 예상대로 측면에서 포격을 당해, 깨진 종 같은 굉음이 차내에 울려퍼진다.

'제법인걸.'

'귀를 막아도 귀가 찡하고 울려요.'

포탑의 장전수 쪽에 명중했기 때문에 직방으로 소리를 듣고 귀를 막은 오렌지페코. 그 앞을 빠져나가는 4호 전차.

그러나 반전해서 이쪽으로 향했다.

'돌격? 자포자기한 걸까?'

모양 좋은 눈썹을 미세하게 좁힌 다질링. 정면에서 이쪽 장갑을 뚫는 것은 무리란 사실을 4호 차장도 알고 있을터. 하지만 속도를 올려 맞서는 4호전차. 그 모습에는 체념한 기색은 먼지만큼도 느껴지지 않는다.

'포탑, 우선회!'

다질링의 늠름한 목소리가 처칠 차내에 울려퍼진다.

그리고...

시합종료의 아나운스를 듣고 크게 미소짓는 다질링.

'재밌는 싸움이었어요.'

'네 전차도 특이한 것들 뿐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제대로 됐고요.

'도저히 이제 막 시작한 초심자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상대쪽한테 지리적 이점이 있다고는 하나 고전했습니다.'

아삼이 감정을 담아 탄식한다.

'전차로 드리프트라니 아주 과감한 수단을 쓰네요.'

그 말을 듣을며 눈을 감고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눈을 뜨고는 오렌지페코를 바라본다.

'그걸 선물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다질링 님'


홍차의 화원.

오렌지페코가 정리한 자료를 살펴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다질링.

'이건 조금 더 조사해볼 필요가 있겠군요.'

'제 6과를 부를까요?'

'그래 부탁해.'

전화를 들고 어딘가로 연락하는 오렌지 페코.

연결됐는지 전화를 다질링에게 건넨다.

'그린입니다.'

'갑작스러운 전화인데, 괜찮아?'

'어디를 조사할까요?'

그린이라고 이름을 댄 전화 상대는 인사도 없이 단도직입 용건을 물었다. 다질링도 그린의 스트레이트한 질문에 가볍게 답한다.

'어머, 일단 홍차 한 잔 하는 게 어떨까?'

'전화기로 홍차인가요? 저는 커피가 취향이라서요.'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좁히는 다질링.

'혹시나 당신 쿠로모리미네의 스파이?'

'무슨 말씀이신지 맘.'

'전통과 격식을 중시하는 우리 학교의 학생이 홍차를 마시지 않고 커피 같은 흙탕물을 마시다니 쿠로모리미네의 스파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걸.'

전화기 너머로 희미한 쓴웃음이 들려온다.

'그럴리 없잖습니까.'

'아니, 감자 먹는 방법으로 스파이란 게 발각된 예도 있겠다 몸에 배인 식습관은 간단히는 빠지지 않는 법이야.'

그 말을 듣은 전화 상대는 한층 더 쓴웃음을 짓는 기색이 느껴졌다.

'다질링 님이 모르시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뭐?'

허를 찔려 말문이 막힌 다질링.

'우리는 정보를 추구하는 자. 모이는 장소는 커피 하우스. 커피를 한 손에 들고 학원을 논하고, 학생을 논하며, 정보를 논하죠. 그게 우리 GI6입니다.'

그린의 말에 살짝 뺨이 상기된 다질링.

'그렇구나. 내가 쓸데없는 간섭을 한 모양이구나.'

'아뇨, 저야말로 무례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오아라이 여학원이야'

'...네?'

어지간한 일로는 동요하지 않는 세인트 글로리아나 여학원 정보처리학부 제 6과, 통칭 GI6의 부장인 그린이 놀란 기색을 보였다. 여담이지만 제 6과는 대대로 랜섬(Arthur Ransom), 몸(W. Somerset Maugham), 그린(Graham Greene) 등 작가의 이름을 사용한다. 1,2위를 다투는 인기있는 이름은 도일이고, 플레밍은 의외로 인기가 없다.

'오아라이 여학원은 전차도가 없었던 것이?'

그래서 지금까지의 경위와 연습시합의 결과를 말했다.

'호오 이런 시대에 전차도를 부활시키다니 재밌는 학교가 다 있군요.'

'그래. 심지어 독립교니까 더욱 놀라운 일 아니겠어?'

'그것 도 참 별나군요. 신설교가 지명도를 올리기 위해서 돈지랄을 하는 거면 그나마 이해갑니다만.'

그 말을 듣고 살짝 우쭐한 표정을 짓는 다질링.

'게다가 대장은 그 니시즈미류. 사용하는 전차도 절반은 독일제야'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관심이 생긴 기색이 보인다.

'...흐음? 배후에 쿠로모리미네는?'

'일단은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하겠지. 전차도를 시작한 초심자치고는 실력이 좋았으니까.'


그 말을 듣고 잠시 침묵만이 흐르고, 시계 소리만이 시끄럽게 들린다. 초침이 잔뜩 반회전을 할 정도의 침묵으로, 통화가 끝났겠거니 오렌지페코가 의심하기 시작한 순간 목소리가 부활했다.

'2군이나, 도장의 학생을 전학시켰을 가능성이 있겠군요. 조사해보죠.'

'부탁해. 다만 그렇지는 않을 것 같은 기분도 들어.'

다질링의 의외의 말에 그린이 이상한 목소리를 낸다.

'그렇다면?'

'전투방식이 니시즈미류답지 않았거든. 그 박정할 만치 대화력을 끌어모아 오로지 분쇄하듯 전진하는 게 아니라 어느쪽인가 하면 기책이나 꼼수 중심이었어.'

'뭐 그 점도 포함해 조사하면 되는 거군요?'

'그래, 그렇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싸움은 오래간만이었어.'

그 말을 듣고 그린의 목소리에 즐거워보이는 울림이 섞였다.

'맘, 싸움을 즐기신 거군요.'

생각지도 못한 내용에 깜짝놀라 다질링은 그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맞아,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어.'

'네, 그렇다면 이 다음이 어떻게 될지 아주 기대됩니다.'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은 그린.
침묵한 전화기를 바라보는 다질링.

'여러모로 재밌어졌는걸...'

전국전차도 대회 추첨현장.

'드디어 전국대회 토너먼트 추첨이네요!'

'가능하면 쿠로모리미네와는 반대편 조가 되고 싶어요.'

오렌지페코와 아삼이 각자 다질링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는 상대가 누가 됐건 우리의 싸움을 할 뿐이란다.'

하지만 다시 한번, 오아라이 여학원과 싸우고 싶다는 감정이 다질링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 마음에 겹쳐지듯 울려퍼지는 아나운스.

'세인트 글로리아나 여학원, 대전교는 BC 자유학원' 




덧글

  • 존다리안 2016/11/29 06:49 # 답글

    과연 영국 정보국! 근데 왜 플레밍이 인기 없지?
  • 모리유 2016/11/29 09:24 # 답글

    흙탕물 ;-;
  • 미르미돈 2016/11/29 10:15 # 답글

    신형 학원함 떡밥도 있군요. 아크로열(R09)인가 퀸 엘리자베스(R08)인가!
  • 무지개빛 미카 2016/11/29 14:32 # 답글

    저팔계가 거유라니! 이보시오! 삼장법사 양반!
  • ㅇㅇ 2016/11/29 15:08 # 삭제 답글

    모모 쟝 이 거리에서 빗나가?
  • 잠본이 2016/11/29 23:35 # 답글

    금각 은각이 걸작이군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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