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WORKS의 배경은 왜 아름다울까? 1/2 애니


아마도 시로바코의 이 아저씨, 내면적 모델인 사람 인터뷰



http://kai-you.net/article/31156

이것은 2013년부터 2014년에 걸쳐 방송된 P.A.WORKS 제작 TVA <잔잔한 내일로부터>의 키비주얼이다. <잔잔한 내일로부터>는 바다와 지상으로 나뉘어 사람들이 생활하는 세계를 무대로 소년소녀의 연애담을 침빌하고 풍부한 색채로 그려내어, 호평을 얻은 작품이다.

이 작품의 배경미술을 맡은 게 히가시지 카즈키 씨는 <사쿠라대전 활동사진> <공각기동대S.A.C.> <파프리카> 같은 유명 작품의 미술감독 보좌를 거쳐, 현재는 <꽃이 피는 첫걸음> <TARI TARI> 등의 작품으로 대표되는 P.A.WORKS의 작품을 중심으로 미술감독을 맡고 있다.

<잔잔한 내일로부터>를 본 적이 없는 사람도, 그 아름다움에 넋이 나가버릴 이 배경미술은 어떻게 탄생하는 것일까? 애니메이션의 미술 스태프가 하는 일, 배경미술의 역할이나 만드는 법, 그리고 배경미술을 만드는데 임하는 히가시지 씨의 사상을 들어보았다.

왕립우주군을 보고 받은 '충격'


Q.미술 스태프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원래 어릴적부터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애니메이션만 보고 산 것은 아니지만, 영향을 받은 작품을 들자면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 같은 지브리 시절 이전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품일겁니다. 또는 형이 보던 <우주전함 야마토>나 <은하철도 999>같은 극장판 애니메이션에 심취해서 봤습니다.

다만 당시에는 애니메이션이나 배경을 그리는 일에 종사하고 싶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고, 고등학교 미술 선생님이 '너는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인간이다'라고 말씀해주신 걸 계기로 데생을 시작했고, 그 흐름으로 막연히 '그림을 계속 그리는 편이 나으려나'라고 생각, 미대에서 유화를 배웠습니다.

하지만 졸업과 동시에 진로 문제로 고민하던 차에, 내가 가장 영향을 받은 것, 감동받은 게 뭘까 싶었어요. 결코 세계의 명화는 아니더군요. 그래서 냉정하게 생각해보니 중학생 때 봤던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라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세계관에 강렬한 충격을 받은 게 생각나더군요. 그럼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은 게 아닐까?하는 생각에 도달했습니다.

나도 저런걸 만들고 싶다, 충격을 주는 쪽의 사람이 되고 싶다. 그 때, 내가 받은 마음의 떨림을 요즘 아이들이 느끼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이 일을 하는 원동력 중 하나입니다.

Q.미술감독이 하는 일에 대해서 자세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먼저 배경미술의 구상단계부터 얘기해보죠. 어떤 작품을 만들 때, 감독을 필두로 한 메인 스태프가 그 세계관을 회의로 정하고, 감독이 '이런 그림이 있었으면 한다'고 요구를 합니다. 그 요구에 맞춰 미술설정이 설정화라고 부르는 설계도(색을 칠하지 않은 선화)를 만듭니다.

예를 들어 <Angel Beats!>에 등장하는 식당은 이런 장소다,라고 설계도를 만드는 거죠.


한작품만 따져도 150개 이상이나 되는 무시무시한 숫자의 설계도를 만듭니다. 잔뜩 만들어놓지 않으면, 여기 배경은 어떻게 돼 있어?라는 상황이 오거든요. 그림 콘티를 그리는 분은 시나리오를 읽고 분석하면서 미술설정을 보며 캐릭터를 배치하고, 화면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그림 콘티를 그립니다.

내 일은 이 미술설정이 완성되고난 다음부터. 미술설정을 보면서 미술보드(배경작업에 들어갈 때 지침이 되는 배경)를 그립니다.

Angel Beats! 미술보드

Angel Beats! 미술보드 밤


Angel Beats! 미술보드 밤2 라이브 중

저녁이나 밤, 장소에 따라, 다양한 시츄에이션에 따라 차이가 있잖아요? 그걸 감안해 착색하여 '밤은 이런 표현입니다.' '그림자는 이런 색입니다'와 같은 스탠다드한 보드를 만듭니다. 이같은 이미지 보드를 쉼없이 그려서 세계관이 대충 굳어지면 각 에피소드의 장면 별로 보드를 그립니다. 그걸 바탕으로 배경 스태프와 배경 회의를 하여, 배경을 그려주는 스태프에게 장면 별로 지시를 내립니다.



예를 들어 이 그림은 '차가 커브를 도는 끼기긱 소리와 동시에 도로 위에 타이어 흔적이 생기는 촬영을 할거니까, 북(배경에 놓는 배경자료)을 미리 해주세요'라거나 '프레임은 여기서 시작해 쭈욱 당깁니다. 마지막은 이 지점에서 멈춥니다.'라는 연출가의 지시를 확인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해결책을 떠올려가면서 미팅을 진행합니다.

이같은 지시를 받아서 배경 스태프가 배경을 그리는 연계작업입니다. 작품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1화당 300컷 전후고, 계 300파일의 배경을 그립니다. 그걸 내 선에서 한 컷, 한 컷 보고, 균형을 잡기 위해 색을 조절하고 필요하면 디테일을 가미하거나, 죽여가면서 정리합니다. 그게끝나면 다음 공정의 체크를 받고 촬영 파트에 납품합니다. 이게 미술감독의 주된 작업입니다.

감각적으로 따지면 물이 매끄럽게 흐르게끔 수로를 만드는 이미지랄까요?



Q.배경 하나를 완성시키는데도 다양한 역직의 사람들이 참여하는군요.

미술설정, 미술감독, 배경 스태프의 연계입니다. 형태를 만드는 사람, 색을 입히는 사람, 구체화 시키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편이 이해하기 쉬울 것 같군요. 다같이 협력해서 무대장치를 한결같이 좋은 퀄리티로 완성시켜 나갑니다. 다만 현재의 애니메이션 업계는 작업시간이 점점 없어지는 과혹한 상황이라, 퀄리티를 유지하는 게 아주 힘들다는 문제에 직면해 있기도 합니다.

Q.예전에는 <공각기동대>나 <파프리카> 같은 작품에 참가하셨는데 현재는 P.A.WORKS의 작품을 중심으로 미술감독을 맡고 계십니다.

실은 저는 P.A.WORKS에서 미술감독을 처음으로 맡은 Angel Beats! 전에는 소위 미소녀 애니메이션에는 별로 참여한 적이 없었습니다.

왕년의 애니메이션 업계는 극장판이 최상급이라는 풍조가(90년대까지는) 있었거든요. 지브리를 필두로 AKIRA나 왕립우주군 같은 TVA가 아니라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넘나드는 스태프가 일류라고요 그래서 20대 때는 애니메이션의 배경 작업을 할거면 극장판에 참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애니메이션 업계도 다소 다른 흐름이 생겨났어요. 미소녀 애니메이션 자체는 그야 옛날부터 있었지만, 그것 자체가 메인스트림이 된 인상이 들어요.


그전까지는 예산을 들인 극장판이 최상급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고객이 전혀 다른 벡터의 물건을 원한다는 현실에 직면한 거죠. 그와 더불어 극장판이 최상급이라는 문화의 종언도 느꼈고, 30대의 저에게는 망설임이 생겨났습니다.

빠른 사람은 20대에 미술감독이 되는 패턴이 많은데, 나는 미술감독 치고는 늦게 이 자리에 오른 타입이라, 밑바닥 시절이 길었죠. 이대로 일을 해봤자 5년후에는 미술감독 한번 못해보고 40대가 되고 만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그 때 P.A.WORKS의 사장 호리카와 켄지 씨가 Angel Beats!의 미술감독 경연에 참가해달라 권유해주셨습니다. 다만 그 경연에 그림을 제출한다는 것은 당시 참여하고 있었던 다른 스튜디오의 극장판 제작팀을 떠나는 걸 의미합니다. 두번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만큼의 결별이라 많이 고심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미술감독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더군요. 그림을 제출했더니 그게 채용돼 Angel Beats!의 미술감독을 맡게 된 경위입니다.


그 때는 필사적이었습니다. 인정받고 싶다는 일념으로 가득했으니까요. 그덕분인지 Angel Beats!의 배경은 엣지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Q.상당한 각오가 있었던거군요.

시대의 변화를 언뜻 봤으니 말이죠. 내가 가장 근사하다고 생각했던 애니메이션이 더는 관객이 원하지 않는 물건이 되었다는 사실을 당시에는 절감했습니다. 그건 쓸쓸한 일이었지만요.


덧글

  • 곰곰새우 2016/08/04 22:58 # 삭제 답글

    왐마 겁나 잘그린다잉;
  • Admiral 2016/08/05 00:24 # 삭제 답글

    극장판급 TVA 배경작화!

    P.A.Works의 평이 안 좋고 판매량도 안 좋은 작품들도 일단 배경 보는 맛에 봤으니 말입죠.
    (RDG 레드데이터걸, 글라스립 등등등)
  • dailymotion 2016/08/05 10:59 # 답글

    하나사쿠 이로하 하고 RDG 레드 데이터 걸 잔잔한 내일로부터 글라스립 배경이 넘나 화사하고 아름답더군요 뭐, 스토리는 P.A 라고 다 좋은건 아니지만 좋은것도 안좋은것도 있었죠 평이 역대급으로 좋은건 아마도 SHIROBAKO 아니지 생각합니다 현재 P.A 20주년 작품 방영중인 메카물 작인 쿠로무쿠로는 아직 안봤지만 언젠가 봐야하는데 말이죠 그 외 트루 티어즈 TARI TARI 하루치카 안봤는데 밀린건 이것이 전부가 아니니 그래도 재밌는 작품이 많아서 보기 좋습니다
  • 하늘의꿈 2016/08/05 11:29 # 답글

    P.A 배경중 가장 좋았던건 타리타리 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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