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마치 카즈마 '우리 세대는 격겜의 영향이 가장 크다' 라노베


Q.이 특집은 게임이 얼마나 동세대 다른 장르의 컬처에 영향을 끼쳤는지를 생각해보는 연재입니다. 물론 게임풍 설정을 소설이나 만화에 도입한다는 이야기도 가능하지만, 보다 심층적인 레벨에서의 구조나 창작에 대한 자세에 게임이 끼친 영향을 검증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카마치

그렇군요. 그런 의미에서는 세대마다 달라질거라 생각하는데 우리 세대는 역시 격투게임의 영향이 가장 컸을 겁니다.

Q.그렇군요! 말씀대로 오락실이 격겜으로 뜨거웠던 시기를 체험한 세대였죠.

카마치

스토리를 읽지 않더라도 그 캐릭터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방식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 '불속성' 캐릭터를 만들거라면 '겉모습은 빨간색으로 통일합니다. 그리고 열혈계로'라는 식의 발상으로 외견을 통해 성격을 생각하게 되죠. 심지어 그런 게 여러가지 속성의 캐릭터 통합 패키지로 자리잡아 '불속성' 캐릭터가 '얼음속성' 캐릭터에게 승부를 거는 전개가 되곤 하죠.

이런 발상은 분명하게 격겜이 라노베 계통 작가에게 끼친 영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도 '금서목록'에 나오는 캐릭터는 그런 제작방식입니다. 

미키 카즈마

그건 이해가 되는데요...카마치 씨는 캡콤보다는 킹오파 노선 같은 기분입니다.(웃음) 아니면 사무라이 스피리츠나, 월드 히어로즈, 호혈사 일족 같은, 요컨대 니치하고도 돌출된 캐릭터가 있는 게임입니다. 카마치 씨 작품에서 저는 그쪽 계통의 냄새를 느꼈습니다.

Q.캐릭터 게임 측면으로서의 격겜이죠. 액셀러레이터로 말할 것 같으면 그야말로 야가미 이오리 같은 격겜 특유의 뒤틀린 느낌의 다크 히어로의 멋이 있는 거 같아요. 역시 카마치 씨 스스로도 캡콤보다는 KOF파였나요? 김갑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소기하타 군하처럼 카마치 씨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 같구요.

카마치

그런 의미에서는 저는 기본적으로 가정용 게이머라서 오락실은 거의 가질 않았어요. KOF는 역시 아케이드용이라는 감각이 있었고, 실제로 접했던건 스트리트 파이터2가 더 많았습니다. 다만 그 시절은 실제로 접하지 않더라도, 친구 중 누군가는 어김없이 하고 있었던 시대였으니 말이죠. 가끔가다가밖에 접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괜한 이상이 부풀었던 것일지도 모르죠. 하마즈라 시아게 같은건 사용 캐릭터로 써보고 싶잖아요(웃음)

Q.KOF는 KOF대로 K`처럼 엄청 라노베 같은 캐릭터도 있으니 말이죠.

카마치

참고로 카미죠 토우마는 그런 발상의 안티테제로 내달린 결과지만요. 즉 '온갖 능력을 지워버리는릭터'가 존재한다면, 그 어떤 최강 캐릭터일지라도 평범한 인간으로 되돌아가고만다는 이론입니다.

그리고 특수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끼리 싸울 때 일단 커다란 검 같은 게 아니라 주먹다짐을 의식하는건 격겜의 영향일지도 모르겠어요. 왜냐면 금서목록 전투신의 호흡은 명백하게 길티기어 이전의 격겜이거든요.(웃음) 뭐 소녀를 죽이지 않는 선의 전투가 되려면 커다란 무기를 써먹기가 힘들고, 타협점이 주먹다짐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정도 있지만요.

Q.그렇군요. 그나저나 캐릭터게임으로서의 KOF와 같은 격겜이 말하자면 카마치 씨 같은 라노베 현역세대의 톱러너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점은 상당히 예리한 지적일지도 모르겠어요. 개성이 충돌하는 균형감으로 스토리가 드라이브하는 감각은 확실히 격겜 그 자체군요.

카마치

다른 레이블에서도 1대1 토너먼트제 무대를 모티브로 삼은 작품군이 잘 먹히고 있지 않습니까? 시대극이나 서부극처럼 무대장치의 하나로 '격겜 다들 알지?'라는 공통 인식 같은 게 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미키 카즈마

그러고 보면 카마치 씨와 저는 만화 얘기가 전혀 안 통해요. 이건 세대적인 측면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내가 청춘시절을 보내며 본, 한세대 전의 주간 소년점프 작품을 잔뜩 열거해봈자 '읽어본 적 없습니다'라는 대답입니다. 내가 '역시 이 대목에서 남자는 일어선다! 이게 우정,노력,승리야!'라고 말하면 '그리 해박하지는 못하지만, 노력해보겠습니다'라는 대답(웃음)

Q.미키 씨는 저서에서 그렇게나 많이 '주간소년 점프'를 예로 들며 말씀하셨는데 말이죠(웃음) 하지만 그런 토너먼트 제도의 직접적인 영향이 '점프'보다 '격겜'이라는 주장은 하나의 견해로서도 흥미롭네요.

미키 카즈마

물론 격겜 안에도 '남자다움'이나 '졌어도 다시 일어선다'와 같은 이념은 있고 카마치 씨의 경우 단순히 사람들이 원하는 욕구를 끌어들이고 있는거라고 생각하지만요. 그러니까 저마다 다른 루트를 올라갔어도 산정상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감각일지도 모르겠어요(웃음)

참고로 개인적으로 카마치 씨 작품과 닮았다고 생각한 게 철권입니다. 제가 예전에 하라다 카츠히로 씨를 만나뵈었을 때, '꼭 한번 물어보고 싶었던 건데, 왜 사용가능 캐릭터로 그냥 곰을 등장시킨건가요?'라고 질문했습니다.

왜냐면 이상하잖아요! 강한 괴물을 등장시키고 싶다면 공룡이나 우주인이면 됩니다. 왜 곰 따위에 3D 리소스를 잡아먹었느냐. 그랬더니 하라다 씨의 대답이 걸작으로 '격투가는 곰을 때려잡고 싶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웃음)

Q.최배달 시절부터 이어진 전통이죠(웃음)

미키 카즈마

단번에 납득해버렸습니다. 심지어 마지막에 곰과 사이가 좋아지는 엔딩도 있으니 말이죠. 철권은 곰으로 감동을 주거나, 팬더에게 강함을 요구하는 등 여러모로 이상해요(웃음) 하지만 이 재미가 카마치 씨 작품의 '어? 이런 녀석도 활약해?!'라는 재미와 같다고 생각했어요. 마인드에 공통되는 점이 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중략)

카마치

논의를 잠시 처음으로 되돌려, 세대마다 게임의 영향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저보다 앞세대 작품에 영향이 지대했던 건 아마 TRPG, 혹은 드래곤 퀘스트 언저리의 RPG겠죠. 그야말로 우리들이 등장하기 이전, 판타지가 주류였던 후지미 판타지아 문고의 초기 같은데서 그 영향이 강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Q.말씀대로 검과 마법의 판타지는 이해하기 쉽죠. 그야말로 80년대 일본에서 TRPG를 한발 앞서 즐긴 사람들이 쓴 작품이라고 해야 할까요?

카마치

그들의 특징은 세계 전체를 만들거나, 그 세계 전체를 교차하는 이미지가 있어요. 그런데 우리 '플레이스테이션' 세대는 뭐라고 해야할지...상상력이 좀 더 미니어처에 가까워요. 플레이스테이션의 게임 자체가 그랬잖아요? 호러 게임은 안개로 감싸인 관 하나가 무대고, 그곳에는 분명하게 룰이 있다...는 식으로. 아무래도 우리 세대는 이미지할 수 있는 세계의 한계가 나라나 대륙보다는 도시나 학교, 혹은 관과 같은 장소로 축소된 것 같습니다.

이런 이미지의 변천은 하드의 발전이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초기에는 하드의 스펙이 약해서 해상도가 낮았기 때문에 오히려 대담하게 드래곤퀘스트나 파이널판타지처럼 도트로 세계 전체를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이윽고 하드의 스펙이 높아짐에 따라 해상도도 높아졌고 디테일을 요구당하면서, 디스크 용량이 부족해지자 상상력이 거리 하나로 축소화 됐다고 생각합니다.

Q.흔히 서브컬처 논의는 90년대 후반~00년대에 걸쳐 오타쿠 문화는 세계 전체를 다루는 이야기에서 리얼리티를 느끼지 못하고 사람들은 좀 더 밀접한 이야기를 투입하게 됐다는 식으로 이야기 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거기에 '게임의 영향'이라는 시점을 도입하면 단순하게 하드웨어의 표현력이 향상됨에 따라 리얼리즘에 접근하게 된, 폴리곤 이후의 게임사가 소박하게 반영된 것일 뿐인 것은 아닐까...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카마치

네. 다만 그런 의미에서는 요즘은 오히려 고해상도 오픈월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스펙이 됐으니 다시 한번 상상력의 경계가 넓어지는 추세에 있지 않을까요? 역시 PS1 말기나 PS2 시절은 세계의 전부를 표현할 수 없는 스펙 안에서 조그만 무대를 정밀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었거든요. 그렇게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묘하게 가족 얘기나 주인공의 얘기처럼, 조그만 장소로 전개가 응축되어가죠. 하지만, 마무리를 제대로 지을수가 없어서 정신세계의 이야기였습니다~로 퉁치는 것 같은(웃음)

Q.그 시기의 게임이 묘하게 내성적이거나, 지나치게 트라우마로 이야기를 회수하는 전개도 당시의 하드 스펙상 최적해였을 뿐인 게 아닐까...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리고 그 상상력이 현 라노베 업계 톱러너에게 흘러들어갔다.

카마치

그런 측면도 있지 않나 싶어요. 그리고 격겜 세대는 먼저 캐릭터를 다져놓으니까 현실이더라도, 판타지더라도, 어떤 무대로 이동해도 작품을 만들 수 있어요. 그에 비해 우리들 세대보다 조금 뒷세대 작품으로는 MMO세대를 상정할 수 있다고 보는데요, 그들은 우리와는 좀 다른 인상을 받습니다. 그들은 판타지 세계의 '무대'가 기본에 놓여 있습니다. MMO틱한 캐릭터를 전국시대로 타임슬립시키는 게 아니라, 그 무대 자체를 지니고 있지 않으면 캐릭터의 진가를 설명하기 힘들어하는 사정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Q.아주 흥미로운데 카마치 씨 다음 세대도 그같은 게임의 영향을 느끼시나요?

카마치

느낍니다. 예를들어 최근의 WEB소설은 소셜게임 세대라고 나는 분석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들도 역시 판타지 세계가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다만 그들이 흥미로운 점은 리얼하게 전부를 만들지 않더라도, 분위기만 있으면 된다는 발상이 있다는 점입니다. 작품으로는 그 세계의 일부만 표현하더라도, 그 외부에 세계가 펼쳐져 있는건 당연한 일이고, 머리속으로는 세계 전체를 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발상은 무척이나 소셜게임답습니다.

Q.카마치 씨는 이 WEB소설의 사람들이 이야기에 요구하는 욕망은 어떠한 점이라고 보시나요? 실은 그 난해함에 많은 사람들이 곤혹스러워하는 인상도 받습니다.

카마치

아니 무대도 카타르시스도 오히려 '원점회귀'로 향하는 인상이 드니 명쾌하지 않나요? 결국 '최강 주인공'이 안 먹히는 설정은 아닌거죠.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왕년의 명탐정과도 통하는 매력이 있으니까요. 검 한자루로 무쌍하는 '망나니 장군/暴れん坊将軍'에 겉모습은 허약해도 실은 최강이라는 설정이 '토야마의 킨/遠山の金さん'이라고 생각해보면 시대극의 '공통인식이 확실한, 후련한 재미'와 상통한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게 에도시대건 판타지 세계건 말이지요. 그런 의미에서는 감히 말하자면 소박하게 '1세기전부터 이어지고 있는 히어로상이 추리나 시대극과는 또 다른 각도에서 튀어나왔다'는 것이고 전통의 부활인 셈이니 오히려 그런 점에 끌린 사람이 많은거 같아요.

다만 작품이 재밌어지기까지 얼마나 시간을 잡아먹느냐 하는 문제에 대한 대처법이 과열기미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홍콩 영화는 '주인공이 패배하고, 맹연습을 해서, 라이벌에게 다시 도전한다'는 전개가 숱하게 있었습니다. 그 수행에 이야기의 반절 이상을 들이는 작업은 요즘같은 현대에서는 아무래도 힘들죠. 재밌는 작품의 구도는 변함없지만, 거기에 들이는 시간은 점점 짧아졌습니다.

Q.하지만 당시는 '패배한 구도가 있었기에 카타르시스도 크다'는 로직이 성립했습니다. 그점은 보편적인 것이라는 기분도 드는데요...

카마치

아니, 그리니까 WEB 소설계가 그리는 '최강 주인공'은 과거 설정으로 '패배 플래그'가 있기도 한게 아닐까요? 눈 앞에 있는 주인공은 실은 몇년도 전에 거하게 진적이 있고, 거기서부터 기어올라가 강해진 것이다라는 식이죠. 혹은 이세계에 가기 전과 간 후로 격차가 있다거나. 져봤기에 가능한 멋은 요즘도 제대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건 나중에 보여줘도 된다는 생각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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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나인테일 2016/07/09 19:52 # 답글

    "스토리를 읽지 않더라도 그 캐릭터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방식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 '불속성' 캐릭터를 만들거라면 '겉모습은 빨간색으로 통일합시다. 그리고 열혈계로'라는 식의 발상으로 외견을 통해 성격을 생각하게 되죠. 심지어 그런 게 여러가지 속성의 캐릭터 통합 패키지로 자리잡아 '불속성' 캐릭터가 '얼음속성' 캐릭터에게 승부를 거는 전개가 되곤 하죠."

    빨간색 열혈 캐릭터 쿠사나기 쿄는 쿠라 다이아몬드(속지마 개년이야!)에게 승부를 건다는 전개....

    .....음.... 상상이 안 되는군요;;;;;
  • WeissBlut 2016/07/10 02:57 # 답글

    불속성이라 빨갛다거나 얼음속성이라 파랗다거나 이런건 스트리트 파이터나 KOF보다는 길티기어 아닌가요? (의문
  • rumic71 2016/07/10 15:03 #

    그건 더 나중에 나온지라...
  • 무명병사 2016/07/10 16:09 # 답글

    그래서 떼놓고 보면 좋지만 섞어놓으면 엉망진창이 되어버렸...군요?
  • 살모넬라 2016/07/15 03:13 # 답글

    분석 찰지네잉 근데 그러면서 본인 작품은 왜....
  • 의지있는 크릴새우 2016/07/17 18:57 #

    신마치 킹즈마는 일류의 지식을 쌓고
    삼류가 좋아할 글을 쓰는 자세에 충실한 것 뿐...(아무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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