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카와 히로 긴급 제언 '신간을 사는 의미' 라노베



http://gendai.ismedia.jp/articles/-/47847

처음뵙겠습니다.

혹은 매번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작가 아리카와 히로입니다.

작년 11월에 사토 사토루 씨의 '아무도 모르는 작은 나라' 시리즈를 이어받아 '누구나가 다 아는 작은 나라'를 상재하여, 서점을 돌았습니다. 서점을 돈다는 말을, 여러분은 알고 계신가요? 신간 발매에 맞춰, 작가가 서점을 방문하여 사인본을 만드는 판촉활동을 말합니다.

저는 2012년에 <다 빈치>가 주최하는 독자 참가형의 상 다 빈치 BOOK OF THE YEAR를 수상한 것을 기점으로, 지방까지 포함한 서점 순회를 적극적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서점이 나를 받쳐준 것에 대한 봉공이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내 사인본이 서점 입장에서 무기가 되는 동안에는 계속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사인본은 구매 의욕을 자극하는 상품처럼 보이시겠지만, 실은 서점 입장에서는 리스크도 있습니다. 팔리지 않은 책을 반품하는 과정에서, 사인은 오손(汚損)으로 간주하여 반품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완판하지 못한 사인본은 불량재고가 되어버립니다.)

여하튼 저는 아주 많은 서점을 돌아봤지만, 이번에는 출판계의 험난한 미래가 보였습니다.

완전히 제 체감에 의존한 것이라 데이터도 근거도 없습니다. 하지만 출판계의 최전선에 해당하는 서점을 둘러싼 상황은 생각 이상으로 힘들어졌습니다. 여러분이 '리얼 서점'에서 생각지도 못한 책과 만나게 되는 기회는 뜻밖에도 빠르게 줄어들지 모르겠어요.

책의 여행자(2015년 11월호)는 읽어보셨는지요. 책을 사는 것에 대한 특집입니다. 쿠제 반코 씨가 서점에서 신간을 사는 것의 의미를 알기 쉽고 적확하게 만화로 그려주셨습니다.

저도 <세 마리 아저씨 다시>의 문고판 후기를 특집으로 제공했습니다. 이 자리에도 인용하겠습니다.

토호쿠 지진이 있기 몇년인가 전, 센다이에 서점을 돌러 갔습니다. 어떤 서점에서 중학생이 사회공부의 일환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도움이 될만한 얘기를 해달라는 점장님의 부탁을 받고서, 중학생들한테 내 책을 한권 보여줬습니다. 정가 1600엔의 책입니다.

'이 책은 한권에 1600엔입니다. 그럼 이 중에서 저자인 제가 받을 수 있는 인세는 얼마나 될까요?'

출판업계에 해박한 분은 알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10% 160엔 남짓입니다.

'점장님, 점장님은 이 책을 한권 팔면 얼마의 수입을 얻으시나요?'

점장님은 막힘없이 2화와 같은 논리(편집자주:세 마리 아저씨 다시 2화에는, 서점의 점장이 책을 훔친 중학생들한테 책 한권당 서점의 수입이 약 22%라는 사실을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참고로 출판사 수입은 60%)를 설명해주셨습니다.

출판사가 너무 많이 가져간다고 생각하시나요? 하지만 출판사는 책을 팔기 위한 선전을 해야 합니다. 선전에는 돈이 듭니다. 다음 책을 만들기 위한 자금도 필요합니다.

베스트셀러 작가의 책은 잔뜩 팔리니까 상관없지 않느냐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같은 작가 분의 매상으로 신인작가의 책을 내고, 육성하는 겁니다. 혹은 그렇게 많이 팔리지 않더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야의 책을 냅니다. 베스트 셀러가 팔리는 덕분에 출판사는 여러분들에게 다양한 책을 보내드릴 수 있는 겁니다.

저도 신인 시절에는 같은 출판사의 잘팔리는 작가 분의 매상에 힘입어 책을 냈습니다. 언젠가, 그 투자에서, 당신이 아주 좋아하는 작가가 탄생할지도 모릅니다.

한권의 책에는 다양한 경비가 담겨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투자도 담겨 있습니다. 여러분이 서점에서 사주시는 책은, 미래의 책을 향한 투자이기도 합니다. 책을 한권씩 살 때마다, 부디 긍지로 여겨주세요. '나는 미래의 책에, 미래의 작가에게 투자를 한 것이다'라고.

매번 미래의 책에 대한 투자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책을 빌려서 읽은 분도, 틀림없이 다른 작가 분의 책으로, 혹은 다른 장르의 책으로 투자를 해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독자 분이 구매해 받쳐주신 덕분에, 출판업계의 우리들은 책을 낼 수 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그러면 또, 다음 책에서 만나뵙게 될 것을 기원하면서.

아리카와 히로

나는 이같은 사실을 독자분들한테 전하는 특집을 무료 혹은 염가의 매체(광고지 같은)를 통해 진행하면 좋겠다고 6년 정도 전부터 여러 출판사에 부탁드렸습니다. 왜 출판사에 부탁을 했는가 하면, 작가 개인의 입장으로 '신간을 사주세요'라고 말하기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작가가 직접 이런 부탁을 하면 독자의 반감을 사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으니, 좀처럼 개인 단위로 주장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서점 순회를 통해, 출판사가 움직여주는 걸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된다고 통감했습니다. 누군가가 움직여주기를 기다리는 사이에, 최전선에서 책을 팔아주시는 서점은 점점 소모를 강요당하고 있는 겁니다.

오손 취급을 받는 사인본을 받아들여주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임에도, 그럼에도 '이만큼 사인해주세요, 잘 팔리니까요'라며 수십권, 수백권이나 신간을 진열해주시는 서점이 잔뜩 있습니다.

누군가 해주기를 기다릴 때가 아니다, 내가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신간 서점에서 독자가 책을 사주시는 것이, 아직 보지 못한 미래의 작가나 책으로 연결됩니다'라는 사실을, 누군가는 기다리지 말고 직접 발신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받쳐주고 있는 서점들만 최전선에서 싸우게 두어서는 안된다고요.

작금의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근년에 접어들어, 드라마나 영화에 원작물이 증가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실은 영상의 세계에서 오리지널 작품의 기획이 통과되기 힘겨워졌습니다. 실패하고 싶지 않다. 빗나가고 싶지 않다. 그러니 컨텐츠의 퀄리티가 보증되어 있는 원작물이 증가한 겁니다. 소설이 되었건, 만화가 되었건, 출판계의 컨텐츠력은 다른 업계의 높은 평가를 얻으며, 기대받고 있는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기대받은 작품을 몇가지 배출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책은 (특히 소설은) 팔리지가 않습니다. '영상화'라는 띠지가 붙고나서, 처음으로 일반인이 존재를 알아차리는 책이 얼마나 많은지. 컨텐츠력을 기대하고 있는데도, 판매 현장에서는 영상쪽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마치 뱀이 자기 꼬리를 쫓아 고리가 되어버린 현상이 발생한 겁니다.

출판계도 영상계도 '구매 보류'의 폭풍에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구매보류 현상이 일어난 것은, 구매 보류를 하는 고객 분한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구매보류로 인해, 엔터테인먼트의 미래가 축소된다는 아름답지 않은 무대 뒷편을 업계가 고객들에게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출판계는 대놓고 돈 얘기를 하는 것은 천박하다는 풍조가 강하여, 결과적으로 고객들에게 '돈을 써주시는 것의 중요함'을 전하는 것을 게을리 했습니다. '구매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도움이 되었습니다.'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을 게을리 했습니다.

하지만

'돈을 써서 신간을 사지 않으면 좋아하는 작가의 다음 책이 나오지 않는다.'
'DVD가 대여점에 들어오기만 기다려서야 좋아하는 배우한테 다음 작품 제의가 오지 않는다.'

라는 사실을 의식한다면, 확실하게 구매하여 지탱해주시는 고객은 잔뜩 있을 겁니다.

'흉해서 그런 소리하고 싶지 않아, 말 안해도 알아'라는 얘기는 판매자의 태만입니다. 태만이 엔터테인먼트계의 축소로 이어지며, 출판계는 최전선의 서점을 가장 먼저 괴롭히고 있는 겁니다.

고객의 이해를 얻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면서, 재밌는 컨텐츠를 만드는 것이 엔터테인먼트계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의 업무라고 생각합니다. 서점의 현실을 보건대, 늦은 감은 있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믿고서.

이를 위해서 우선은 인사와 설명을. 그리고 내가 재밌다고 느낀 책이나 영상작품의 소개, 엔터테인먼트에 관한 이야기를 해나가고자 합니다. blog를 빠짐없이 갱신하는 것은 힘들지도 모르겠으나, 간편한 트위터 같은 것도 구사해가며, 조금이라도 더 분발하고자 합니다. 그러니 재밌어 보이면, 서점에, 영화관에 발걸음을 옮겨주신다면 좋겠습니다.(트위터 계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드라마 시청도, 좋아하는 원작자나 배우를 위한 버팀목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출판계의 미래에, 엔터테인먼트의 미래에, 여러분의 이해를 바랍니다.

아리카와 히로 배상

덧글

  • rumic71 2016/03/07 17:46 # 답글

    사실 라노베 작가후기에는 빠짐없이 '구매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가 언급되지만, 책을 사지 않으면 읽을 수 없으니 뫼비우스의 띠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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