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부카타 토우 "여기는 시부야 경찰서 유치장" 석방결정 라노베



우부카타 토우 "여기는 시부야 경찰서 유치장" 두번째 검찰청

'당신, 정말로 주장이 바뀌질 않는군'검사의 그 어조에는 비꼬기가 아니라 오히려 나를 어느정도 높이 산다는 뉘앙스가 포함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방법 저 방법으로 추궁을 했는데도 발언이나 주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내는 피의자는 의외로 드물었던걸지도 모릅니다. 혹은 '이녀석은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겠군'이라고 생각했거나요.

이 취조에 임하는데 있어, 전날밤 변호사한테서 '진술조서를 작성하지 않는 방향으로 힘써주세요. 서명이나 지장은 가능한 거부할 것'이라고 조언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 날은 지난번보다 더 쎄게 '변호사의 입회 없이는 그 어떤 서류에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라고 취조 초반에 선언을 한 나. 하지만 검사는 '변호사는 절대 입회할 수 없는 규칙이니까'라며 요지부동. 

룰을 방패로 밀실을 지켜냅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여기만큼 자기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공간이 달리 없으니 피의자가 얼마나 불리한 상황인지 이해하실 수 있을겁니다. 다만 검찰측도 사건으로 기소하는건 이제 힘들다고 감지한 눈치. 이 날은 사실관계의 확인과는 별개로 앞으로에 대한 질문에 일정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유치장을 나가면 어디서 살 계획인가?'
'일은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자택 외에 따로 거주할 곳은 없는지?'

특히 마지막 질문은 점점 에스컬레이트 하여 '아무도 모르는 곳에 한동안 잠적할 수 없을까'라는 요구를 했습니다. 이건 나를 시험하는 게 분명하다. 솔직하게 그리 느껴졌습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석방후에 내가 처와 접촉하여 다시 트러블을 일으키는 게 최악의 상황. 거꾸로 말하자면 내 대답 여하에 따라서는 안심하고 석방이라는 결론을 내릴 가능성도 있는 겁니다. 즉 검사도 이쪽 변호사가 만든 시나리오에 올라탄 것으로 여기가 승부처라는 실감이 들었습니다.

'석방후 1~2달 정도는 호텔에서 살 수는 없을까?'

마침내 이런 말을 하기 시작한 검사. 

여기서 '그럴 돈이 없어요'라고 답하는 건 간단하지만, 그게 구류 속행의 근거가 될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는 게 어려운 점. 그래서 나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대로 도내에 살 생각은 없습니다. 모친이 홋카이도에 살고 계시니 그쪽으로 이사를 가는 것도 검토해볼까 합니다.'

그러자 검사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습니다.

'그렇군. 신원 인수인이 모친. 그건 괜찮군. 모쪼록 석방 후에는 한동안 아내 분과는 접촉하지 말도록. 알겠지?' 그렇게 검사는 몇번이고 다짐을 받았습니다. 그 얼굴은 '무슨 일이 생기면 나한테 타격이 오니까 부탁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날 진술조서 작성을 나는 마지노선까지 저항해봤습니다. 최종적으로 작성된 문서 내용은 일단은 내가 주장한 대로 적혀 있었지만, 어디에 무슨 함정이 깔려 있는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내용 자체에 이론은 없습니다. 다만 나는 이게 법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 지장은 찍을 수 없어요.'

'내용에 불만이 없으면 문제 없지 않나요. 지장을 찍어주지 않으면 끝날 수 없어.'

'잘 모르는 상태로 증거로 확정되면 차후에 나한테 불리할지도 모르잖아요?'

'괜찮다니까. 만약 차후에 납득이 되지 않으면 이러이러한 절차를 따르면...'

솔직히 검사가 설명한 절차는 말이 빨라서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변호사한테 물어보라고도 했는데 저는 그 변호사의 지시로 지장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니 공회전. 하지만 결국 내가 고집을 꺾고 마지못해 지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서 지나치게 저항을 했다간 반항적이라는 레테르가 붙어 석방이 연기될 리스크가 있다고 감지했기 때문입니다.

어찌됐건 검사의 취조는 어떻게든 종료. 그 다음에는 다른 피의자의 취조가 끝나는걸 기다렸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밧줄로 엮인 상태로 버스에 탔습니다. 몇시간에 걸친 대기시간과 비교하면 이동중은 비교적 마음 놓이는 한 때였습니다. 버스를 타고 내리는 순간, 조금이나마 바깥 바람을 느낄 수 있는 점도 반가웠습니다. 유치장 생활에서는 직접 햇살을 쬐는 것도 뜻대로 할 수 없습니다.

오늘의 취조 결과 추가적인 10일간의 구류가 정해진다면, 이같은 바깥 공기나 경치가 한층 더 그리워질테지요. 하지만 뒷일은 운을 하늘에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시부야서에 돌아오니 이미 석식 시간은 지나있었습니다. 그탓에 우리들은 별실에 모여 도시락을 먹게 됐습니다. 그렇게 한창 식사 중인데 경찰관이 오늘의 취조 결과를 순서대로 '발표'하는 겁니다.

'O번 유치'
'O번 유치'
'O번 유치'

담담하게 번호마다 구류속행을 알렸습니다. 우리들한테 있어서는 일대발표인데 경찰의 어조는 사무적이고 그 공간에는 기묘한 콘트라스트가 피어났습니다.

'27번, 있다가 카운터로 오도록'

별안간 내 번호가 호명되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끝났다...!'고 직감. 이게 석방 싸인이라는 점을 나는 곧바로 이해했습니다. 구태여 카운터로 부른다는 것은 구치소 행이거나 석방. 내 경우에는 후자라고 봐도 틀림 없을 겁니다. 스멀스멀 가슴에 차오르는 환희. 하지만 아직 이곳에서의 생활을 강요당하는 사람들 앞에서 요란하게 좋아할 수도 없는 노릇, 나는 묵묵히 남은 도시락을 입안으로 옮겼습니다.

식사후, 일단 유치장에 돌아간 다음 바로 경관이 '로커안의 물품을 전부 꺼내놓도록'이라 지시했습니다. 이를 통해 같은 방을 쓰는 사람들도 내가 석방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모양으로, 주위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제까지는 '사바세계에 나가면 다같이 한잔 하고 싶네요'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막상 석방이 결정나자 이란인도 보이스피싱 군도 '바쁘실테니 무리하지 않아도 됩니다. 건강히 지내세요'라며 어딘지 타인같은 태도로 표변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결코 석방에 대한 질투가 아닙니다. 그들 나름대로의 배려라는 점이 느껴졌습니다.

'선생님 이번 일 꼭 책으로 써주세요'
'여기서 나가시면 딱히 사식 같은거 넣어주지 않아도 됩니다.'

나갈 채비를 할 때 그런 말로 배웅을 해주었습니다. 이와 동시에 내 마음에 생겨난 것은 기쁨도 감동도 아닌 죄악감이었습니다. 소위 서바이버즈 길트.(survivors guilt) 살아남은 까닭에 생기는 죄악감입니다. 그같은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할지 알 수 없어서, 나는 짧은 말로, 하지만 정성을 담아, 그들에게 감사의 말을 한뒤 유치장을 나섰습니다.

다른 방을 지나가는 도중 여기저기에서 목소리가 날아왔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건강히 지내세요

'경찰관한테 호통을 듣지 않게끔, 자연스럽게 말하며 배웅해주는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만면의 미소였다는 것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차라리 질투나 시기의 감정으로 배웅했다면 후련하게 유치장을 나섰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마지막의 마지막에 와서 인간의 진정한 상냥함을 접한 심정이었습니다.

어찌됐건 드디어 석방입니다. 9일전 의미도 모른채 갑자기 유폐된 이래, 간절히 기다렸던 순간이 갑자기 찾아온 것입니다. 경관의 안내를 받으며 한층 위의 플로어의 검사실 같은 공간을 지나서자 길다란 책상 위에 내 소지품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하나씩 리스트에 맞춰 체크를 하여, 지갑 내용물까지 전부 분실된 게 없다는 걸 확인합니다. 이걸로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쁨은 이 시점에서는 아직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 발 아래는 아직도 싸우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만 편해지는 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일단은 이곳을 나가서 내 생활을 되찾아야 합니다. 구두를 신고 자리를 뜨려하자 경관이 제지했습니다.

'잠시만요. 생활안전과에서 할 얘기가 있다니까 잠시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안내한 곳은 수차례 심문을 받은 취조실이었습니다. 인권을 부정하는 기세로 나를 몰아붙인 방인데, 이제는 '짐은 여기에 놓아두십시오. 이쪽으로'라며 손바닥을 뒤집어 손님 취급을 하니, 참으로 묘한 기분입니다.

그리고 등장한 것은 언제나 취조를 담당했던 형사였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담배 피우고 싶지 않나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어조에 화가 난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나오나 관찰하는 것도 여흥. 내가 동의하자 '그럼 담배 한대 핍시다. 담배'라며 자동판매기 옆에 있는 흡연 공간에 가자고 재촉했습니다. 그곳은 연행된 그 날 밤에 내가 캔커피를 마신 장소였습니다. 나는 그 때와 같은 캔커피를 사서 꿀꺽꿀꺽 마셨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전신의 세포가 거부반응을 일으켜, 무심코 토할 것 같았습니다. 

마치 이제껏 마셔본 적 없는 미지의 음료처럼 느껴졌습니다. 담배도 똑같아서 이 9일간 내 몸은 자극적인 것이 받지 않게 된 것입니다.디톡스되어 건강한 몸을 얻었다고도 말할 수 있지만, 경관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으니 오기로 커피를 삼켰고, 숨이 막힘에도 담배를 계속 피웠습니다. 사실은 쓰러질 것처럼 어질어질했지만, 나를 실컷 심문한 눈앞의 형사한테 이런 요구를 했습니다.

'거참, 무사히 나왔습니다. 그런데 명함을 받을 수 있을까요?'

'명함? 형사는 이동이 잦으니까 말이지. 기회가 있으면 계장을 소개해드리지.'

도망치는 것 같은 말투는 신경에 거슬렸지만 그런 한편으로 메스꺼움이 가라앉기도 했습니다. 체포 당시의 대대적인 보도로 미루어 내가 시부야 경찰서를 나설 때 매스컴이 쇄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 변호사가 경찰과 교섭해 석방에 대해 적극적으로 매스컴에 흘리지 않겠다는 동의를 얻어냈다는 모양입니다. 

그런 까닭에 우부카타 토우 석방 발표는 최소한 내가 시부야서를 나선 직후에는 없었다고. 나는 보도 양상을 알지 못하니 전혀 현실감이 들지 않지만 이건 경찰 입장에서도 반가운 제안이 아니었을까요? 구류 기간 종료 전에 석방되었다는 사실만 따져도 그들의 실태를 보여주는 메시지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들은 무엇보다 보신이 최우선이니 이점은 서로간의 이해가 일치한 걸테지요.다만 그런것치곤 석방 정보는 간단히 흘러나간 모양으로, 가능성으로 따지면 검찰이 흘렸다고 생각됩니다. 불기소의 이유로 필요했을지도 모릅니다. 경찰과 검찰의 입장차이는 이런 점에서도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생활안전과의 경관이 두명 찾아와서 나한테 이렇게 말했습니다.

'최소한 반년간은 가족과 접촉하지 않겠다고 각서를 써줄 수 없겠습니까?'

참으로 뻔뻔한 요구입니다만, 마중을 나온 변호사한테 그 자리에서 상담을 해보니 의외로 '나중에 도움이 되니까 써두는 편이 좋을 겁니다'라고. 내가 경찰의 말에 순종적이었고 말썽을 부리는 인간이 아니라는 근거가 된다는 모양입니다.내가 흔쾌히 각서를 쓸 때의, 어딘지 안심한 경관들의 표정이 실로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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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레이오네 2016/02/27 21:53 # 답글

    오늘도 잘 봤습니다. 다음이 마지막이려나요..
  • Ludrik 2016/02/27 22:29 # 답글

    굉장히 다이나믹 하네요.
  • 2016/02/27 22:53 # 삭제 답글

    일본 사법체계는 진짜 2차세계대전수준으로 후진적이네
  • 넥판 2016/02/28 09:15 #

    민법체계는 세계적인데, 형법 돌아가는 꼴은 세계의 비웃음을 사고있죠.
  • ㅇㅇ 2016/02/27 23:37 # 삭제 답글

    아내에 대한 진실을 요구하게 되는 일이 없게 다음화에서 속 시원하게 밝혀주기를
  • 바람뫼 2016/02/28 02:08 # 답글

    어찌보면 검.경도 아내(혹은 아내의 변호사)에게 낚인 피해자일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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