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부카타 토우 "여기는 시부야 경찰서 유치장" 두번째 검찰청 라노베



유치장 생활에서 무엇보다 고된 점. 그것은 시간이 남아돈다는 점입니다. 형무소처럼 무슨 일거리를 부여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매일 할 일이 없고, 아무튼지 한가해서 몸 둘 바를 모를 상태. 차라리 취조라도 있으면 그나마 마음속 생각을 토해낼 수 있지만 토요일은 그것도 없습니다. 특히 일요일은 경찰서 안의 각 부서가 휴가를 잡기 때문에 서류 수속이 일절 진행되지 않게 됩니다. 이 연재에서는 지금까지 유치장 안에서 자행되는 갖가지 악행이나 부조리한 처우에 대해서 적었지만, 최대의 고문은 따분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관본이라 부르는 관람용 책도 비치되어 있으니 독서로 심심함을 달랠수도 있지만 유치장 생활이 막 시작된 무렵에는 이 이상사태에 대해서 생각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페이지를 넘겨도 내용이 전혀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현상 때문에 애먹었습니다. 독서로 시간을 때우는데도, 적응이 필요한 것입니다.

또 비좁은 유치장 안에서 가만히 있다보면 마디마디가 딱딱하게 굳어져서 물리적으로도 힘이 듭니다. 그런 까닭에서 유치장 안에서는 가벼운 근육 트레이닝에 힘쓰는 사람도 자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나도 자주 같은 방을 쓰는 이란인과 같이 근육 트레이닝을 하거나, 터키식 마사지를 배웠습니다. 서로 등을 밟아 긴장을 풀어주곤 했는데요 이건 엄밀히 따져서는 룰 위반인 모양이라 경찰관 눈을 피해서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상당히 본격적으로 누르고 밟고 했기 때문에 그 충격으로 인해 '으억...'하고 소리를 내면 그 즉시 '무슨 짓이야!'하는 노성이 날아옵니다.

근육 트레이닝은 괜찮아도 마사지는 안 된다니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기준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피의자 간의 접촉 행위는 이지메나 자살방조의 가능성이 있기도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은밀히 불순한 정보교환을 하는 것은 아닌가 경찰이 여기기 마련입니다.

일요일은 자비부담으로 외부에 주문하는 도시락조차 부탁할 수 없으니, 식사 측면에서도 스트레스는 증대. 토요일 이상의 고통을 강요당하는, 그야말로 공백중의 공백이라고 할만한 하루입니다. 아무것도 소비하지 않으니 에너지는 남아돕니다. 하지만 점심은 식빵 내지는 쿠페빵만 나옵니다. 저녁은 백미는 많은데 반찬은 적은 탄수화물 메인으로 영양의 편중이 심각한 탓에 권태감이 따라다닙니다. 그런 이상한 컨디션으로 하루를 지내야만 했습니다. 덤으로 내 아이와 만날 수 없다는 괴로움도 조금씩 마음을 조여왔고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스트레스 등, 견뎌야 하는 일들이 산더미입니다.

이렇게 되면 멍하니 앉아 있는 것이 가장 힘들어지기 때문에 의미도 없이 방안을 어슬렁 어슬렁 돌아다니거나, '몇 시쯤 되었을까?'하고 쇠창살 사이로 복도 너머에 있는 시계를 보려고 든다거나, 이상할만치 냉정을 잃게 됩니다. 2시간은 지났겠지 생각하고 섣불리 시계를 엿보는 것은 위험한데, 실제로는 고작 30분 정도밖에 시계바늘이 움직이지 않았을 경우에는 마침내 마음이 무너질 것 같아집니다.

낮잠이라도 자면 되지 않냐고 여기실지 모르겠으나 그러면 이번에는 밤에 잠이 오지 않으니, 고통의 조삼모사에 지나지 않습니다. 과거에 이 방에서 지낸 선객들도 그같은 고난과 열심히 싸웠던 모양으로, 방안의 벽에는 손톱으로 긁어낸 것으로 짐작되는 낙서가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너무 도가 지나친 것은 삭제한 것인지 대체로 만화 캐릭터 등, 별 것 아닌 것들뿐. 옆방에는 굉장히 잘 그린 요괴인간 벰 낙서가 있다고 화제가 되었던 게 기억납니다.

그런 상황에서 유일한 즐거움(?)이라 한다면 변호사와의 접견입니다. 변호사 만큼은 요일도 시간도 관계없이 출입할 수 있는 입장인데요, 이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주말에 있어서는 구세주나 다름없는 존재였습니다.

유치장 생활도 일요일로 드디어 8일째에 돌입합니다. 날짜로 따지면 2015년 8월 30일. 여름도 끝이 가까워진 셈인데, 제 거취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조금씩 결백이 경찰에 전해지고 있다는 감촉이 있었고, 일에 관해서도 많은 분들의 진력 덕분에 무사히 이 난국을 극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샘솟았습니다.

그런 가운데 선술한 이란인과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하면 빨리 유치장에서 나갈 수 있다.'며 많은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고통으로 느껴질만큼의 따분함도 한몫 거들어서, 유치장 안의 많은 분들이 서로의 사건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작전을 주고 받는 겁니다. 

누구나 생각하는 시나리오는 원만하게 화해를 성립시켜서, 나를 석방해도 이후 부부 간의 큰 트러블로 발전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검찰에 어필하는 것. 모친이라는 명확한 신원 인수인도 존재하며, 사회적 입장으로 미루어 도주의 가능성도 낮은 나한테 있어서는 이 시나리오가 석방 결정을 위한 포인트가 될게 분명했습니다.

보통은 그같은 시나리오를 채택하고 화해금 액수를 둘러싼 흥정을 하는 모양입니다. 그 액수의 합의점을 찾지 못했을 때는 기소당하는 걸 각오하거나, 약식기소를 받는다는 선택지가 있습니다.

약식 기소는 신속하고 간이하게 사건을 처리할 경우에 행하는 기소를 말합니다. 정식으로는 약식 명명 청구라고 하는데 피의자의 동의를 얻어 공판을 열지 않고 서면 심리로 형을 구형하는 간이 형사 절차로 이루어지는 재판을 청구합니다. 피의자는 일정액 이하의 벌금, 또는 과태료를 지불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같은 법률 게임이나 흥정을 하면서 어떻게든 합의금을 마련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오히려 작정하고 계속 구류당하며 마지막까지 화해하지 않고 약식기소만 받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같은 다양한 조언이나 작전을 교시받았지만, 내 경우에는 사건 자체가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바람에 통상적인 작전이 통용되지 않습니다. 변호사를 통해서도 여러 시나리오에 대해 설명을 받았지만 전혀 수긍이 가지 않았습니다. 매사에 의문을 느낄뿐이었습니다.

애초에 돈을 지불해 화해를 한다는 게 이같은 법률 게임에서 중요하다는 점에서는 두가지 의미에서 불편한 마음이었습니다. 

하나는 '거금을 보유하고 있다면 화해금을 잔뜩 안겨줘서 순식간에 기소 취하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냐'하는 점.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건 돈다발로 피해자를 닥치게 만들 수 있는 제도이기도 한 겁니다.

또 한가지는 '돈을 노리고 누명을 씌우는 인간이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점. 사실 치한이나 DV나 택시 강도 같은 사건은 반드시 일정수 이상의 허위고소가 섞여있다는 모양입니다. 돈이 필요해서 당하지도 않은 일로 고소를 하는 사람의 숫자가 상당할뿐만 아니라 민사 사건에서 유리해지고자 형사사건으로 날조하는 사람도 있다고.

그러고 보면 내 취조를 담당한 형사가 불쑥 '혹시 민사인가...?'라고 중얼거린 일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같은 가공의 사건을 맡게 된 게 아닐지 불안했던 걸테지요. 이처럼 갇혀있는 사이에도 아내와 아이의 생활비는 전부 내가 부담하고 있는 겁니다. 그 사실은 결과적으로 호재로 작용한 근거 중 하나가 된 모양이었습니다. 사회인으로서 신용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검찰이나 재판소에 어필할 수 있었다는 의미겠지요.

어찌됐건 유치장에서 조언해준 시나리오는 성립하지 못했고, 애초에 저는 그같은 구실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익숙치 않은 유치장 생활 때문에 기력도 집중력도 떨어져가는 극한 상태에서는 역시나 뜻대로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법입니다. 변호사의 지시를 들으면서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스스로 불안해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섬뜩한 상황입니다. 운좋게도 나는 그같은 일은 없었지만, 만약 악덕 변호사를 만났다면 방심한 사이에 합법적으로 거액의 돈을 뜯기게 됩니다. 그런 상상을 하게 되는 것은 제가 소설가이기 때문일까요...?

자 그럼 어떻게든 지옥같은 주말을 버텨내고 날이 바뀌어 8월 31일 월요일. 나는 이 날 재차 검찰청에 연행되어, 구류 속행 여부가 달린 중대한 판단이 내려지게 됩니다. 이 날은 부친의 기일이기도 했습니다. 부친은 22년전, 내가 16살에 대장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이같은 환경에 놓였음에도 정확히 기일을 떠올린 것은 그만큼 내가 정신적으로 몰려서 의지할 존재를 무의식적으로 원했기 때문일 겁니다. 이런저런 것들에 의지하지 않으면 도저히 정신의 평온을 유지할 수 없는 영역까지 와있다는 자각은 있었습니다.

좌우지간 스스로를 고무할 수 있는 것을 필사적으로 찾는 나날이었습니다. 죽은 아버지가 지켜줄 것이다. 업무 관련 동료들은 다들 나를 믿어줄 것이다. 그 재난을 후쿠시마에서 버텨냈으니 이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다. 이 부조리한 상황에 대한 분노가 식을 리가 없습니다. 다만 강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그만큼 체력을 소모합니다. 오히려 분노를 적절한 형태로 변환시켜, 분발하기 위한 에너지로 바꿔야만 합니다. 

재차 검찰청으로 향하는 이 날, 변호사는 '당당하게, 지금까지의 주장을 반복하세요'라고만 말했습니다. 어쨌거나 상대방은 내 발언의 신용할 수 없는 부분을 혈안이 되어 찾고 있습니다. 도중에 주장이 바뀌거나 모순점이 생기면 그건 그쪽에 있어서 절호의 트집거리가 됩니다.

이 국면에서의 리스크는 재차 구류 청구가 내려지는 것뿐만이 아닙니다. 최악은 한번 석방될지라도, 다른 건으로 다시 체포당할 가능성도 제로는 아니라고 변호사가 말했습니다. 

여러분도 사건 보도 같은데서 '재체포'라는 단어를 보셨으리라 생각하는데, 만약 검찰이 진심으로 이 일을 사건화 하고자 든다면 다시 경위를 재구축해서 다시 체포하여 취조를 계속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사소한 경범죄를 구실로 연행하는 방식은 실제로 공안경찰의 특기입니다.

거꾸로 말하자면 이대로만 간다면 내가 기소될 재료는 없으니 그같은 강압적인 수단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소리도 됩니다. 하지만 강압적이건 어떻건 재체포를 반복하는 것으로 체포 사실이 누적되니 나한테는 아주 불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검찰청에 향하는 그 순간에는 마치 링에 오르는 복서와도 같은 심경이었습니다.

아침 8시에 복도에 늘어서서 전과 마찬가지로 수갑을 밧줄로 엮은 우리들. 조금 든든했던 점은 이 날은 같은 방을 쓰는 이란인도 함께였다는 점. 그래서 그랬던 것은 아니겠지만 검찰청까지 연행되는 버스 안은 평소보다 편안한 분위기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들려오는 잡담으로 미루어 보건대, 이 날의 멤버는 베테랑인 분이 많았던 걸테지요. 묘하게 초탈한 사람이나 경찰관과 면식이 있는 사람이 많이 있었습니다.

'나는 아자부 서에 내려주세요. 시부야 서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도중에 그런 농담을 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경찰관도 싹싹하게 이 농담에 대해

'시부야가 그렇게 심한가요?'
'그야 심하고 말고의 정도가 아닙니다. 최악. 얼마전에는 징벌방에서 이런 짓을 당했다구요.'

그런 대화를 하며 웃기도 했습니다. 나는 시부야 서밖에 경험하지 못했지만, 얼마나 꽝을 뽑은 것인지 알 수 있는 대화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같은 담소가 마냥 허락된 것은 아니고, 검찰청이 가까워지자 '슬슬 조용히해'라거나 '거기 다리를 꼬지마'라며 경관이 분위기를 깔았습니다.

참고로 차 안에서 다리를 꼬면 안 되는 이유는 단순히 위험방지를 위함입니다. 피의자를 연행하는 호송차는 경우에 따라서는 피의자의 동료 등이 주행방해를 할 리스크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만약 운전사가 갑자기 핸들을 꺾으면 불안정한 자세로 구르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들은 밧줄로 이어져 있으니 한 사람이 심하게 넘어지면 생각지도 못한 참사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는 겁니다.

그러는 사이 일주일 만의 검찰청에 도착. 역시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일단 검찰청 내의 유치장에 들어가 6~7시간 정도 앉은채로 대기하게 됩니다. (시계가 없으니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지만요.)

똑같이 아무 것도 안하고 기다리는 거라면, 그나마 책을 읽을 수 있는 만큼 일요일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날의 나는 최종국면이라는 의식 아래, 검사와 싸울 의욕으로 가득했습니다. 이곳은 검찰청이 아니라 링인 겁니다.

이제부터 나는 지금까지와 전혀 변함없는 주장을, 다시 검사 앞에서 반복하게 됩니다. 그를 통해 추가적인 10일 구류를 내릴지 말지 검사가 판단하게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늘 바로 유치장을 나올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몇시간의 대기시간을 거쳐서 드디어 내 차례가 찾아왔습니다.

시합에 임하는 기분이기도, 중요한 면접을 받는 심정이기도 한 이 국면. 아무튼 여기가 승부처입니다.

경찰관이 연행하여 취조실에 당도하여, 검찰과의 대화가 스타트. 나는 시부야 서에서도 몇번이고 했던 이야기대로의 경위를 가능한 침착하고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검사가 살짝 감탄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 정말로 주장이 바뀌질 않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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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오타지적 2016/02/25 20:59 # 삭제 답글

    경우에는 사건 자체가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바라메

    바라메-> 바람에
  • 의지있는 크릴새우 2016/02/25 21:01 #

    ㄳㄳ(개새개새 아님 감사감사임 ㅎ)
  • 바람뫼 2016/02/25 21:37 # 답글

    딱 좋을 데에서 끊네요. ㅎㅎ
    살면서 이런 지식들이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그럴 일이 없는 게 좋겠지만!)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고 있습니다.
  • sac 2016/02/25 21:38 # 삭제 답글

    재미있게 봤습니다. 이제 거의 끝나가는군요.
  • ㄱㅅㅊ 2016/02/25 22:19 # 삭제 답글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들은 밧줄로 이어져 잇으니[있으니] 한사람[한 사람]이 심하게 넘어지면 생각지도 못한 참사가 벌어질 가느성[가능성]도 있는 겁니다.

    앙 크릴새우님 또 오타났띠 오타 지적 댓글 두 개나 달리는 거 지리구요 오지구요
    맞춤법 확인 안하는 각 ㅇㅈ?

    맞춤법 검사기: 인정합니다.

    엌ㅋㅋㅋㅋㅋ 인정하는 부분인 각? 앙기쓰어띠
  • 의지있는 크릴새우 2016/02/25 22:25 #

    게이야 미호크 밑에서 수련이라도 받았노...완전 매의 눈이다 이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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