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쟁이 미 군과 고장 난 마짱 -환상의 거처는 현실- 1/2 라노베


거짓말쟁이 미 군과 고장 난 마짱-A? New? Translation?-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나는 웃는다.
나는 얼마나 이 사람에게 거짓말을 하게 될까.

역 구내, 2층에 위치한 라멘가게 창문이 대음량으로 짜낸 노래 소리에 흔들리고 있다. 역 앞에서 라이브를 하고 있는 여성이 자기 재량껏 폐활량을 유효 활용하고 있었다. 공사 개시로부터 2년 후에 공정을 끝마칠 예정이었던 입체교차로 건설을, 3년 전부터 시작해 아직까지 반절 정도밖에 진척되지 못한 그 소음을 반주로 삼은 것 같은 자기주장 강한 목소리였다. 따스함과 차가움이 섞인 햇살이 지면을 내리쬐고 있는 청량한 가을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았다. 뭐 그래도 어딘지, 가사가 내 테마송 같구나 싶어 심취해 있는 셈이다. 가벼운 거짓말이지만. 창가에 앉아 있으려니 멋대로 무료 송신을 해주고 있다.

내 맞은편 자리에 걸터앉아 얼굴을 부풀리고 있는 나가세 토오루는 노래가 들리지 않는 모양인지 좀전부터 그쪽에는 무반응이다. 애당초 나가세는 다른 일에 관심이 있어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나가세와 내 다리가 테이블 아래서 맞닿자 주저없이 퍽하고 발로 찼다. 그 자체에 아픔은 없지만 테이블 다리에 발이 부딪쳐서 미묘하게 저리다. 평상시라면 이런 상황에서 다리가 닿으면 착 달라붙이곤 하기 때문에 지금의 불쾌지수는 상당히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 검지로 약간 끈적거리는 테이블을 더듬으며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올려봤다.

"토오루는 그건가염? 면류에 어떤 로망을 느끼는 장인이라도 되나염?"

된장라멘을 먹으면서 나가세가 가벼운 불평을 늘어놓았다. 간장라멘파인 나는 세끼 식사 때마다 품행단정한 엄마한테 주입을 받았기 때문에, 입안에서 씹고 있는 것을 침착하게 삼킨다음 깨끗해질 때까지 뜸을 들였다. 동기는 거짓말이지만.

"세련된 찻집에서 레몬티를 마셔도 배가 부르지는 않잖아."
"마음을 쩝쩝하는 게 중요한 거예염."

그릇의 내용물을 반절 정도 먹어치워놓고도 여전히 나가세는 언짢은 모양이다. 고교 1학년을 10개월 하고도 보름 정도 보낸 세번째 일요일. 남자친구인 나와 여자친구인 나가세는 평소에 가지 않는 역에서 만나, 이렇게 라멘을 먹고 있는 것이다. 나로서야 이를 데이트라고 칭하고 싶지만은 컵에 담긴 물을 벌컥 들이키는 나가세 씨의 허가가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나가세 커피도 홍차도 싫어하잖아. 너희 집에 실례했을 때도 보리차만 내왔고."

저번주 토요일에 나가세 집에 초대 받았을 때의 일이다. 여동생인 이츠키도, 나가세 어머님도, 나가세 아버님도(말려라 좀) 일가가 총출동해서는 나를 접대 겸 관찰한 것은 고맙지만, 제각기 컵에 보리차를 담아 오는건 뭔가 싶다. 그 서비스 정신에 응하여 나도 변화를 주어 보리차를 눈, 입, 코로 마시는 도전을 했다고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지금 생각하는 지경이지 않은가. 죄송합니다. 장인어른. 이것도 거짓말이지만.

"아니아니 좋아해염. 내 오장육부는 색깔 있는 음료는 뭐든지 웰컴임다."

평소에는 자기주장을 삼가는 가슴을 펴고서 턱하고 두드리며 얼마든지 오라 말하는 나가세. 나랑 같은 부활동에 소속된 후시미 유유가 같은 동작을 했다면 박력만점. 나가세와 비교하면 2D와 3D겠구나 따위의 감상을 입밖으로 뱉으면 후일이 문제가 아니라 당일 얻어터질거 같아 말을 사렸다.

"라멘이, 지난번 야키 우동에서 하나도 눈높이가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세걸음 양보하더라도"
"응"
"하다못해 바닥이 밋밋하지 않고 번쩍번쩍 광이 나고, 꺄르륵 우후후한 대화로 넘쳐나는 멋들어진 가게에서 스파게티를 후르륵후르륵 하는게, 한걸음 계단을 올라선 고등학생의 교제임다."

그 계단 에셔의 트릭아트처럼 되어있는거 아닐까?
어디로도 갈 수 없다거나.

두 건물 옆 점포에 파스타 가게가 있었건만 '나는 스파게티'라며 외국인의 자기소개풍으로 대답을 하길래 일본인적인 감각에 휩쓸리지 않는 철학이 있겠거니 해석하고 전혀 관계없는 라멘가게를 고른건데 말이지. 성에 차지 않으신 모양이다.

"그래 알았어. 그럼 이거 먹고나면 어디 찻집에 들어가 홍차 마시자."
"슴다."

단번에 기분이 풀린 나가세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불만 가득 불이 터져라 우물거리던 면과 조개가 두 배 정도의 속도로 나가세 식도로 넘어갔다. 나가세가 품은 선망의 전모는 아지껏 파악이 안 된다. 단, 찻집에서 소망하는 레몬티가 입안을 채우는 순간의 나가세 반응은 손쉽게 예상할 수 있다. 틀림없이 나가세는 지금보다 더한 찌푸린 얼굴로 찔끔찔끔 홍차에 입을 갖다 댈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나가세를 바라보기 위해서, 찻집에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끈거리는 입술을 주체하지 못하는걸 나가세 본인도 기대하고 있다.

돌아가는 방향이 일방통행인 자전거 타이어를 둘이서 연기하고 있는거나 마찬가지다. 앞을 향해서 밟는 것 외에 마당한 처리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와 나가세의 사욕에 근거한 관계가 끝나기 전까지는, 어떠한 일이건.

"역에는 순 먹을 것만 있고 반짝반짝한 물건은 하나도 팔지를 않네염."

라멘가게를 나와 역의 개찰구 방면으로 돌아와 주변의 조그만 특산품 가게나 키오스크를 둘러보며 나가세가 가벼운 실망을 토로했다. 아직 포기하지 않았던건가. 그 놈의 이상적인 쇼핑 데이트. 적당히 잡담을 나누며 한층 더 내려가, 찻집을 찾아서 나가세와 어슬렁어슬렁 걸었다.

당연히 순수한 남녀교제를 영위하는 우리들은 손을 잡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손가락은 S극과 N극이었다.···지문을 서로에게 맞대고 있다고 할까나. 그런 표현으로도 설명이 되는군. 또는 눈에는 보이지 않는 피부상의 미생물을 교환하고 있는 셈이다. 무슨 이유에서 그러느냐 물어본들 곤란하다. 논리가 아냐!라고 말하며 도리를 땅굴 아래로 쑤셔넣을 정열이 나한테도 있었다면···일순 그렇게 생각했지만 평소부터 딱히 논리적으로 살고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억지에는 크게 신세지고 있지만.

역의 입구 앞을 지나자 공사 소음이 고막에 가득찼다. 노상 열창도 끝이 났는지 가사는 딸려들어오지 않았다. 따라서 단순한 소음이 되어 나가세가 하는 말을 알아듣기 힘들게 만들 뿐이었다. 이 역은 볼일이 생겨 올 때마다 반드시 어딘가는 공사 중이다. 일년 내내 보강하거나 철거하고 있다. 파괴와 재생, 인체를 이런식으로 희롱하면 확실하게 엉망이 된다. 그 영향으로 마음도. 딱히 특정한 개인을 겨냥한 말은 아니지만요. 거짓말이지요. 거짓말.

이런 것들을 유심히 생각하면서 기중기의 갈고리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헤이! 거기 반년 안에 파국할 것 같은 커플님들"

사각에서 경파한 태도로 정반대나 다름없는 내용의 문구를 퍼부었다. 내가 먼저 돌아봤다. 역 입구 근방의 증명사진을 찍는 기계 앞에, 그것이 있었다. 새하얀 천을 덮은 책상과 젊은 여성이 한 세트. 무언인가 도구를 펼쳐놓은 의자에 앉은 저 사람이 우리들한테 말을 건 모양이다.

눈의 초점을 맞춰 얼굴을 확인해보니, 여성이라기보다는 나보다 한 살 연상이나 같은 나이 정도 되는 소녀로 보였다. 피부는 하얗고 볼이 빨갛다. 화장기가 느껴지지 않는 소박한 용모다. 소녀 등뒤에 놓인 코르크 보드에는 몇 장인가 연필로 그린 그림이 달려 있었다. 형형색색의 병에 핀으로 고정된 도화지에 그려져 있는 것은 축구공을 차는 소년의 그림이나, 그림을 그리는 소년소녀들을 모퉁이에서 그린 그림등, 순 어린애 그림 뿐이었다.

소녀가 손에 쥔 연필을 보니 무슨 목적으로 거기에 앉아 있는지는 어렴풋하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게 장사와 취미, 어느 쪽에 속하는지는 분명하지 않았지만. 나가세는 소녀의 말이 우리들을 향한 것이라곤 생각도 못한 모양인지, 내가 멈춰 서자 '응?'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바보 커플 기능 2급 검정에도 합격할 수 있을거 같다. 지금이라면. 다음에 같이 시험 치자고. 나가세 방에서. 하하하, 일단은 거짓말이라니깐요.

"자 맘 편히 앉아요, 앉아."

소녀가 앞에 놓인 두개의 파이프 의자에 앉으라며 손짓했다. 나와 나가세는 얼굴을 마주보고, 서로의 반응을 탐색하듯 눈을 엿보았다. 바라본다. 어째선지 둘 다 겸연쩍어졌다. 나가세로 말할 것 같으면 눈이 촉촉해져선, 달뜬 표정이 되었다. 멀리서 '짜증나' 뭐 이런 속삭임이 날아온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지당한 말씀이다. 설마 내가 러브 코미디의 주인공으로 발탁될 줄이야.

어흠. 어흠. 둘이서 호랑이라도 된 듯 기침으로 매듭을 짓고서 회화 재개.

"저 사람은 좀전부터 우리한테 말을 걸었던 건가염."
"그런 모양이던데."
"그래서, 저 사람, 무슨 말을 했던 건가염?"
"자 맘 편히 앉아요, 앉아."
"그거 전에"
"우리가 반년 안에 파국한다지 뭐야."

이 말을 들은 직후, 나가세, 소녀를 향해 돌진.

깍지를 낀 나는 그 기세에 이끌렸다. 아무래도 그녀가 던진 낚시 바늘은 깊숙하게 나가세를 찌른 모양이다. 급속도로 다가간다. 탁탁탁탁. 끊김 없는 발소리의 종종걸음으로 소녀에게 달려들어, 나가세가 파이프 의자에 호쾌하게 앉았다. 나는 옆에 있는 의자에 짐짝 취급받으며 앉는다. 그 영향으로 잡은 손이 풀렸다.

소녀의 다소 딱딱한 영업풍 미소와 나가세의 아랫입술을 내민 불만족스러운 표정 조합은 식빵에 미림을 적신 것 마냥 어울리지 않았다. 씹으면 독특한 맛은 날 거 같지만. 일단은 냉정히 관측.

"어서 오세요." "클레이머임까?" "네?" "토오루와 내 관계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유를 묻고 있는 검다."  
클레이머란 단어를 이해 못하고 있는 걸로 보이는데, 정정의 말참견은 하지 않았다. 왜냐면 그 오해를 나가세 어휘에 불어넣은 게 젊은 날의 나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평소의 지나치게 대충 대충인 언동에 대한 반성을 해야할 시점이지 않나 자성을 금할 길이 없다. 덤으로 헛소리를 금하지 않는 구석이, 나로 하여금 평생에 걸쳐 학습이란 진취적 자세를 앗아가고 있는 것이겠지.

소녀는 나가세의 검막을 흘려 넘기듯 가볍게 뿜었다. 맞아 맞아, 나가세는 화난 얼굴도 장난 아니게 멋져서 주변에 꽃밭이 피어오르고, 그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미소란 이름의 꽃가루 알레르기를 가져다주니까 말이지······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답하는 게 바보커플 준 2급 시험에 합격하기 위한 모범답안이다. 거짓말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그런 감상을 품게 된다면 이 세상은 종말이다. 그러니 끝나지 않아도 된다고, 지구.

"이의를 제기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두사람의 장래를 걱정하는 거랍니다."
익살스러운 어조로 말의 취지를 해설하면서 살며시 다가온다.

"걱정이라니, 괜한 참견임다. 토오루랑 제가 반년 안에 헤어진다니, 자동차가 하늘을 날 정도로 있을 수 없슴다."

제법 있을 법한 이야기라고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으음, 바보 커플 실격이로군. 나가세가 내 오른팔을 다시 잡고서 여봐라 과시하듯 위 아래로 흔들었다. 소녀는 슬며시 화제를 돌려 즐겁다는 기색으로 반론을 시작했다.

"당신들이 지금까지 얼마나 사귀었는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밑밥을 깔고서는 "예컨대 스무 살에 결혼해서, 여든 살에 사별하는 한 쌍의 부부가 있습니다. 그건 오늘 이 시점에서 보자면 60년 후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59년하고 364일이 지난 다음에는, 이별이란 무척 가까이에, 내일의 이야기가 되는 셈이지요. 그 이틀 전까지는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고 믿으며 행복할지라도."

요설적인 예를 들고서 소녀는 나가세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어떤 인간에게도, 반드시 이별은 찾아와요. 이건 인정해야하는 사실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리고 그 기간이 반년 안에 찾아온다고 저는 충고한 거랍니다. 이렇게 덧붙이고는 손가락으로 연필을 빙글빙글 돌렸다. 나가세는 언짢은 표정을 지은 채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럼 거꾸로 묻겠습니다. 반년 안에 헤어지지 않는다는 명확한 근거가 있으신가요?"
"보시는 대로"

나가세가 여전히 쥐고 있는 손을 세차게 들어올렸다. 나는 등 뒤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꼈지만, 등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니니 눈싸움 하게 될 일은 없는 게 행운이구나, 한번쯤은 그리 생각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뛰어오르는 손가락 덩어리를 눈으로 좇았다.

"딱히 감정의 벡터 때문만이 아니라 사고,란 요소도 있지요. 바라지 않는 이별의 가능성이란들 충분해요. 오히려 제가 걱정하고 있는건 그쪽이랍니다."

소녀는 그리 구실을 대며 내용이 아닌 형태 방면으로 납득시켰다.

이 사람은 책임이 미치지 않는 걸 자각하고 있으면서, 혀를 내키는 대로 굴리고 있는 것일 뿐. 내가 허풍으로 상대방의 경계심을 높일 때의 어조와 말의 강약 배분이 똑같다. 막힘이 없는 소녀와 반대로 나가세는 언짢은 표정으로 나를 견눈질로 슬쩍 쳐다봤다.

"토오루가 뭐라고 받아쳐주세염" 이렇게 부추기고 있다는 게 눈동자의 빛깔에서 전해져 왔다.···으음.

"결국 당신은, 여기서 무엇을?"

무난한 질문을 해봤다. 날카로운 반항을 기대한 나가세로서는 내 사회견학적인 보수태세가 불만인 모양이다. 그래도 눈앞에 있는 사람은 말다툼을 장사 밑천으로 삼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으니까.

"나는 보잘 것 없는 점쟁이랍니다. 아직 수습이지만요."
여전히 익살을 떨면서 "양해해 주시길'이라 덧붙였다.

점쟁이······책상에 깔아놓은 천이 그래 보이기는 하다고 억지로 근거를 추출해 봤다. 연필과 그림 때문에 초상화를 그리는 사람이겠거니 추측했는데 오답이었군. 그럼 뒤에 있는 일러스트는 뭐지?

"여기서 점을 쳐 운명을 바꿀 지침을 함께 찾아보지 않겠어요? 그런 오지라퍼랍니다."
"점임까. 딱히 저는 그런 거 믿지 않슴다."

눈알을 옆으로 피하면서, 나가세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의심을 표출했다. 지금 그녀는 알기 쉽게 거짓말을 했다. 실제로 나가세는 신탁 마니아는 아니지만 잡지 운세로 남들만큼 일희일비는 한다. 나와 점쟁이의 시선이 맞물리며 암묵적으로 나가세의 거짓말에 대처하는 협정을 맺는다.

"점이 미심적다면 고민 상담으로 바꿔 말해도 괜찮아요. 고등학교 진로상담이나 마찬가지죠. 이거면 수상쩍지 않지요?"

어느쪽인가 하면 이 점쟁이는 말투가 너무 정중해서 의심을 낳는 측면이 강하다. 그리고 손님을 상대하는 것치고는 방약무인한 측면이 꽤 있어서 수습이란 점도 수긍이 간다. 그리 신통하지 않을 거 같다. 나가세는 문제를 회피하던 안구를 다시 불러들이고, 의심을 약간 누그러트린 어조로 물었다.

"나랑 토오루가 헤어질 것처럼 보임까?"
"뭐 이건 점이 아니라 인상에 근거한 감이지만요. 여기서 지나다니는 인간 관찰만 하다보니 다소는 직감에 자신감도 붙었지요."

입가의 늘어짐으로 보건대 다소 정도가 아닌 근거 없는 자신감이 엿보이는데요. 점에 회의적이었던 나가세가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인다. 집게손가락을 아랫입술에 갖다 대고서 점쟁이의 언동을 살피듯 눈알이 위아래를 왕복했다.

이윽고 "돈은?"이라고 나가세가 물었다. 그 표정에 의심은 없었고 미묘한 결의를 읽어낼 수 있었다.

"무료예요. 수습인 동안은 돈을 받지 않아요."
"그럼 하겠슴다. 쳐주세요. 어서임다."

나가세가 놀고 있는 쪽 손바닥을 점쟁이한테 내밀었다. 싸구려 손금쟁이라고 단정한 모양이다.

"어서 토오루도 손을 내밈다."
"나도?"
"나만 점을 쳤다가 토오루가 원인이라 헤어지면 어쩔검까!"
"그도 그렇네!" 격한 동조를 하며 그 말에 따르는 일은 없었다. 나가세는 완전히 점을 볼 마음을 굳혔구나라며 나가세의 과감성을 따라가지 못하고 목조상으로 얻어맞을 거 같다. 그러나 나가세는 내 손을 잡아당기는 걸 잊지 않았다.

"괜한 고집 부리다 토오루랑 헤어질 가능성을 높이고 싶지 않으니까염."
"················································후에"

침묵을 관철하지 못했다. 볼이 흐물흐물 근질거린다. 지금이라면 바보 커플을 타박하는 돌팔매질도 나와 나가세가 발생시키는 공기로 튕겨낼 것 같슴다. 거짓말 아님다.

"그것 참 사이가 좋네요. 제가 연애 상담을 받고 싶어질 정도랍니다. 점쟁이의 찬사는 정서와 정감이 넘쳐나서, 축복의 분위기조차 감돌고 있는 열렬함과 모든 것이 정반대다. 완전히 국어책 읽기였다. 목을 두들기며 우주인 흉내를 내는 것만큼, 토막 난 감정이었다.

"허나 저는 손금은 보지 않는답니다. 그 대신 이거."
꾸러미에서 꺼내든 습자용으로 쓰일 법한 장방형 선지. 종이 아래에는 발깐색 받침대. 그리고 붓을 한 자루, 옆에다 놓았다. 그리고 점쟁이가 생글생글 웃으며 기계 조작 순서를 설명하듯 말을 했다.

"그 종이에 현재 고민하고 있는 걸 적어주세요. 저한테 보여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써서 어쩌는 검까?"
"쓴 고민을 어찌해야할지, 제가 가능한 선에서 답해드립니다. 보지 않고 말이죠. 속된말로 투시죠."

그 정도 연출은 필요하겠지요. 상담자가 아니라 점쟁이를 칭하고 있으니까요. 점쟁이는 그렇게 말했고 나가세는 미간을 좁혔다.

"고민이라니 새삼 말할 것도 없이 토오루와 내 수명연장에 대해섬다."

이봐 이봐, 수명 문제로까지 발전한거냐. 나와 나가세는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는 게 아니라, 두 사람이 갈라짐으로써 죽음을 맞이하기라도 한다는건가. 바보 커플 보정은 세계를 행복의 요소만으로 재구성시키는 꿈같은 사양이지만, 마지막이 비참하게 심폐, 혈액, 육체가 날리는 결말이 준비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소위 양날의 검이나 탄식의 방패에 가까운 물건이라는 걸 새삼 실감했다. 그리고 내가 의미 없는 국면에서 거짓말쟁이라는 사실도 오늘로 삼십 번째 정도는 자각했다.

"그런걸 제가 직접 해결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저는 명확한 미래가 보이는 것도 아니고요. 설령 보인다고 한들 다른 사람한테는 말 못해요. 말하는 허수아비와는 또 다른 이유겠지만요."

웅크리고 있는 듯한 시선을 유지한채로, 아주 흐릿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건 점쟁이로서의 당연한 룰. 아시죠?"

얼토당토 않은 친밀함으로 무장하고서 미소로 동의를 강요했다. 나가세는 그 묘한 박력에 압도되어 "그, 그런 검까"라고 애매하게 수긍했다.

"뭐 애초에 저는 점쟁이로서는 수습이니 말이죠. 그래도 두 사람의 중요한 문제를 처리하기 쉽게 만들고자, 다른 고민을 해결한다. 그런 식의 도움도 말이 되죠?"

또 한 장 선지를 꺼내들고서, 나에게 보여주듯 팔락팔락 흔들었다.

"그 쪽에 계신······토오루란 이름의 오빠도 쓰시겠어요?"
"난 됐어. 고민 하나 없는, 뇌세포가 확실하게 감퇴하는 매일을 살고 있으니까."
"매사가 남의 일 같아서 고민할 수 없는 처지는 난처한 법이죠."

전부 내다보고 있다는 듯 말했다.

"지당하신 말씀."이라고 나는 수긍했고 "무슨 무례한 말을"이라고 나가세는 남의 일에 분개했다. 뭐 싫은 기분은 아니다. 나가세가 종이를 들어 올리고 미간을 찌푸렸다. 다소 망설이듯 일단 손을 멈추었다. 이윽고 "좋아"라고 말하며 단숨에 붓을 휘갈겼다. 견눈질로 내용을 못 볼 것도 아니었지만 무의미한 행위는 자중했다. 

대신 그 사이에 점쟁이의 시선이 나가세를 향해 날카롭게 쏟아지고 있는걸 확신하고서, 점쟁이 등 뒤에 놓인 보드의 그림들을 감상했다. 전부 연필화로 정교하게 어린아이 용모가 묘사되어 있다.······아아 과연. 여러 의미로 더 월드인 것이다. 역밖에서 라이브가 재개되었는지 다시 입구에서 가성이 울려 퍼진다. 이번에는 자포자기 기미로 혀굴림이 작렬하는 '처음으로~'니 '키스~'니를 열창하고 있다. 그리운 기분이었다.

이 점쟁이도 그렇고 노상 라이브를 하는 가수도 그렇고 대체 무슨 목적으로 이 역에 모여 독자적인 자기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일까. 자신을 드러내다니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종류의 행동이다.

나가세 토오루에게도, 나는, 아직 과거를 밝히지 않았으니까.

"썼슴다."

나가세가 선지를 거꾸로 뒤집어 책상 위에 놓았다. 점은 둘째치고 투시능력은 의심이 가는지 눈을 가늘게 뜨고 있다. 점쟁이는 "흐음 흐음"하고 눈을 감고서 턱에 손을 대고 몇 번인가 끄덕이더니 개안.

"그럼 답해드릴까요."
"슴다." 작게 끄덕이는 나가세.
"왼쪽을 보면 돼요"
나가세의 왼편, 즉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나가세는 거기에 유도되어 나를 본다.
"토오루()?" 

이것이 진정한 투시(透視) 능력이라고 말하는 주접이면 어쩌나 고민했다.
거짓말이지만.

"그리고 혼자 끙끙 앓는걸 관두고 전하세요."

점쟁이는 잡지의 별자리 운세 정도 되는 책임감이 부재한 어조로 그렇게 나가세의 등을 떠밀었다.

"그 오빠는 박정하다고 해야 할지, 속내를 읽기 어렵다고 해야 할지. 표현은 좀 그렇지만 무감각한 구석이 있지요. 그러나 결코 차가운 게 아니라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 뿐이랍니다. 그러니까 여러모로 똑바로 말해주는 편이 서로를 위한 길입니다."

단정을 나긋한 어조로 뭉뚱그려 수용하기 쉽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점이란 것은 말이 애매해서야 의미가 없고, 지나치게 단정하면 딱딱한 인상을 줄테니 여러모로 힘들겠구나. 나처럼 한결같이 수상쩍으면 도리어 배려할 필요가 없어도 되니까 편한데.

나가세는 선지를 도로 펴서 자기가 쓴 내용을 확인했다. 눈꺼풀을 치켜 뜬 안구가 활동할 장소를 부여받은데 기뻐하는 것처럼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흰자위 안을 왔다 갔다 했다.

멋지게 내용에 들어맞는 답이었나 보다. 추측컨대 '토오루가 차갑슴다. 기온만 매일 매일 정월임다. 일본인인데 사계절의 변화가 무족함다.' 뭐 그러한 종류의 불만을 적었던 걸테지 아마. 덤으로 '정월인데 세뱃돈 팍팍 주질 않슴다. 토오루 짠돌임다. 면류만 밝힘다.' 따위의 추신이 있을지도 모른다. 거의 확실하니, 개한테 손이라도 물린 셈 치고 포기하길 바란다.

나가세는 이어서 선지를 책상 아래에 뒤집어놓고 받침대 너머로 글씨가 보이는지를 확인하는 모양이다. 반투명한 바침대면 또 모를까, 그건 무리일테지.

"······우, 오오"

감탄이 성대 안에 머물러 있을 것 같지만 놀라기는 한 모양이었다. 다음에 나가세랑 마술쇼에 가볼까 고려하게 만들 만큼 좋은 반응이다. 책상 아래 내려놓은 양손이 짝짝짝 작게 소리를 냈다. 내 태도나 나가세의 반응을 관찰하면 불만의 종류와 방향성은 대략 특정지을 수 있으리라. 애초에 완벽하게 채워주는 상호관계였다면 점에 의존하는 틈이 생기지 않는다. 정보는 주어져 있으니 남은건 그걸 처리하는 것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태도여서야 나는 마술은 보러 가지 않는 편이 낫겠구나. 으음 데이트 어렵슴다.

"감기랑 똑같아요. 악화시키지 않으려면 무리 말고 솔직하게 소중히 여길 것. 마음이나 몸을 말이죠."

흡사 마음을 다루는 의사 같은 말로 처방전을 보냈다. 그리고 아직도 놀라움이 가시지 않은 나가세를 곁눈질로 바라보며 점쟁이가 흡족하게 웃었다.

"이건 딴 소린데 초상화는 어떠세요?"
꾸러미에서 차례를 기다렸다는 듯 기세 좋게 스케치북을 꺼내든다.
"그것도 평범한 초상화가 아니라 모델의 어릴 적 모습을 그리는 취향이랍니다."

점쟁이의 설명을 지원사격 해주듯, 역의 입구에서 불어온 바람에 도화지가 흔들렸다. 종이가 흔들리는 소리는 살며시, 사람 없는 교실에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는 풍경을 상기시켜 주었다.

"뒤에 있는 그림처럼 그려주는거야?" 점쟁이 등 뒤의 보드를 가리켰다.
"그렇습니다. 이건 한 장에 200엔이 되겠습니다."
오호라. 입회비만 무료를 가장하는 거랑 비슷한 건가.
"그럼 부탁해. 돈은 내가 낼 테니까 여기 있는 아가씨 몫까지 그려줘."

어떤 흥미에 이끌려 나는 주저 없이 요금을 지불했다. 지갑에서 100엔 동전 네 개를 꺼내 점쟁이의 자그만 손바닥에 건넨다. "이용 감사~"라고 점쟁이는 쾌활하게 답하고는 옆에 놓아둔 고래 모양 저금통에 딸까닥 동전을 넣었다. 고래는 머리 부분에 투입용 구멍이 뚫려있고 입에는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여동생의 엄마가 좋아할 것 같은 조형이라고 회고하니, 눌은 기억의 향기가 감돌았다. 그러고 보면 여동생의 엄마 방에 굴러다니던 흰 바다표범 인형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 여동생이 집에서 사라진 시기에 없어졌을 텐데.

점쟁이가 동전 대신 녹색 연필을 쥐고, 먼저 나가세를 향해 자세를 수정했다. 스케치북을 펼치고 화지 위를 연필 촉이 달리는 소리를 연주했다. 피사체인 나가세는 "그림,임까"라고 최소한의 반응만 하며, 미간에 주름이 졌다.

점쟁이의 고민 상담은 효과가 없었던 것일까.

"닮지 않아도 감안해주세요." 작업 도중 점쟁이가 농담처럼 말했다.

초상화를 그리는데 소유시간은 한사람당 5분 정도였다. "자 완성"이라며 먼저 나가세의 앳된 초상화를 완성하고, 그 다음이 나. 건네받은 여분의 선이 없는 정교한 인물화를 살펴보며 나가세는 고개를 미세하게 갸웃거렸다.

"이거, 옛날의 저랑 닮았나염?"

옆에서 보고 있는 나한테 의견을 구해도 난감하다. 나가세의 유년기라니, 나는 모른다. 이제 교제하게 된지 한달 조금 더 되는 얄~팍한 관계인 것이다. 물론, 뭐랄까, 아직 불순하지는 않습네다.

"음······이츠키랑 닮았을지도" 첫인상을 감상으로 완성시켰다.

"아 그러네염. 그럼 꽤 괜찮은 선까지는 간 걸지도 모르겠네염."

나가세가 누군가에게 보고하듯이 그런 평가를 읊조렸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계속 선화에 시선을 향했다. "······?" 클리오네와도 같은 형태의, 하얀 선의 덩어리가 머리속에 떠올랐을 때처럼 무언가 영상이 내 뇌를 한순간 떠올랐다. 다양한 아동이 책상이 없는 교실에 서있는 이미지.

창문을 통해 보이는 하늘은 혼탁한 청색이었고, 얇은 구름이 거품처럼 녹아들어 있다. 다들 칠판에 적힌 몇가지 말들을 억양없이 읽고 있다.

그곳에는 이 선화의 이목구비와 많이 닮은 소녀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정말로 모를 터였다. 한순간 위화감이 어금니 언저리에서 아픔이 되어 욱씬거렸지만.

"자, 완성······임다." 나가세를 따라하는 흉내와 함께 나한테 그림을 건넸다.

"······흐음."

어린 시절의 내가 어던 얼굴이었는지 확실히 떠올리기 어렵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1년 정도 거울이 없는 방에서 생활했으니까 그 당시에 어떻게 성장과 쇠퇴를 육신이 일구었는지 객관시가 아주 어렵다구. 뭐 깡마르고 하복부만 부풀어오른 아귀 같은 체형이었지.

······하지만, 이 그림은 분명 아주 많이 닮았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림, 가져가실래요? 필요없으면 제가 보관하겠습니다만"
"그럼 내 그림은 그 보드에 걸어두는 걸로 할까. 나가세는 어쩔래?"
"그럼 나도 됐슴다."

나가세가 쥐고 있던 그림을 내려놓았다. 책상에 떨어진 그것을 점쟁이가 회수한다. 꾸러미에서 이번에는 대량의 핀이 들어있는 케이스를 꺼내들어 핀을 두개 꺼냈다.

나는 흰색, 나가새는 녹색 핀으로 유년기의 얼굴이 코르크 보드에 장식되었다.

이렇게 보니 수배자 리스트로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혹시, 또 하나 고민을 털어놓아도 될까염?"

점쟁이의 작업이 끝나는걸 가늠해서 나가세가 올려다보는 눈매로 졸랐다. 조그맣게, 집게 손가락을 세우고 '한번만 더'라고 수축한 용수철처럼, 미약하게 주장했다. 내 허벅지 위에 드러누워 응석부리는 목소리를 낼 대와는 또 질이 다른, 배후에 과거에 대한 질퍽거림을 함유한 것 같은 기색이었다.

수완의 대단함은 말로 말해봤자 놀라지 않지만, 실제로 눈으로 보게 되면 빠지게 되는 것처럼. 전해들은 게 아닌 체험으로 인해 나가세는 이 점쟁이를 신용하기 시작한 모양이다. 하지만 그 신앙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 같은 시선에는 솔직히 위화감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게 심각한 문제를 안고 산다고는, 평소의 생활로 미루어 생각이 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감이지만 문제는 하나씩 해결하는 편이 좋기에."

점쟁이가 완곡하게 거절하며 고개를 저었다. 과연,이라고 나는 작게 납득의 혼잣말을 했다.

나가세는 "아······"라며 미약한 한숨을 내뱉으며 눈을 피했다. 꼼지락 꼼지락 앞머리를 손가락으로 헤집었다.

"점쟁이는 미래에 대한 의사 같은 겁니다. 태반이 플라시보 효과인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병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표현에 가장 적합한 치료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나와 나가세, 그 중 어느쪽을 향해 던진 물음인지 판별이 되지 않아 둘 다 반응을 삼갔다.

"보다 좋은 미래를 만드는 것은 과거이며, 그리고 미래에 있어서의 과거는 현재입니다. 지금을 소중히 한다면 그건 미래를 위한 것이며, 미래를 중하게 여기면 현재의 양분이 됩니다. 찾아올 미래를 위해서 하나씩 문제를 제거하여, 근사한 지금을 잔뜩 쌓아올리세요."

교묘하게 배치된 듣기 좋은 말로 나가세를 침묵시켰다. 나가세는 토라진 듯이 끄덕였다.

나로서야 현재를 만들었어야 했을 과거가 전부 거짓말만 남았을 때의 대처법을 모쪼록 전수받고 싶었다. 하지만, 그걸 입밖에 내놓을 마음은 없다.

<그녀>의 마음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누구도 납득할 수 없다. 해결 또한 불가능하다.

"고마워"라고 말하며 의자에서 일어섰다. 점쟁이한테 다가갔을 때와는 정반대로 내가 나가세의 손을 끌어당겼다.

"미래를 소중히 하시길~"

점쟁이이는 교육방송의 뽀미언니가 "다음주에 만나요~"라며 손을 흔들듯이 상쾌하게 우리를 배웅해주었다. 나는 여기에 무슨 대답을 해주고 싶었지만, 이 자리에 적절한 문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도중에 단념하고 막 벌릴 참이던 입술을 닫았다.

나가세와 나는 방향도 정하지 않고 발에 맡겨 걷기 시작한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독창은 여전히 역구내에 어중간한 반향을 미치고 있었다. 학교 구석에, 멀찍어서 방송되는 스피커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이 다음에는 내 기억이 맞다면 카페에서 레몬즙을 훌쩍거렸을거다. 세부 내용은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는 들어맞을거다. 그나저나 레몬을 훌쩍거리는게 건전한 남녀교제인 것인가, 난 몰랐지 뭐야. 순 거짓말 뿐이다.

"신기했어"

나가세가 불쑥 앞머리가 하나만 빠지는 듯한 감각을 주는 목소리로 감상을 내뱉었더.

"그럴지도"

적당하면서도 애매하게 답했다. 퇴짜를 놓지 않는 점에서 나도 세간에 영합하고 있구만.

"그거 트릭이 있었던 검까. 아니면 정말 초능력?"

정체가 후자이길 바라는 것 같은, 신비함에 대한 상찬이 담긴 어조였다. 나는 그걸 그대로 받아주지 못하고 무심코 트릭을 밝히는데 입술이 움직인다.

"나가세의 손"
"네?"
"그 점쟁이는 고민을 종이에 적고 있는 필적을 눈으로 좇아서 막연하게 문장을 이해하고 있었던 거야." 평소에는 말이지.

"뭐야. 그게 비결임까. 그럼 그림 쪽은?"
"글쎄다. 그것까지 꿰뚫어 봤다면 내가 먼저 점쟁이가 되어 있었겠지." 거짓말이지만.

나는 점으로 생계를 꾸릴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 말이지.

"그래서, 나가세의 또 한가지 고민은 뭐야?"
"어?" 어깨를 움추리며, 단순한 대답으로 보기에는 묘하게 겁에 질린 동작이 섞여 있었다.

"나한테 상담하면 해결이 될지도 모르잖아."

듬직한 모습을 보여주자고 의욕을 보인 게 아니다. 여자친구의 고민을 해결하는 건 당연한 거잖아? 나는 미묘하게 감돈 불신감에 그렇게 변명을 했다. 나가세의 태도가 이상했기 때문에 떠보는 것도, 아니라면 좋겠다.

"아, 음, 됐슴다. 됐슴다."

파고드는 걸 두려워하듯 한발 물러났다. 양손으로 나를 밀어내듯이, 오히려 그 문제를 거절하는 것 같은 인상이었다. 스스로도 그 반응은 실태라고 생각했는지, 곧장 나가세가 내 곁으로 다가와 우호를 의식한 명랑한 목소리를 냈다.

"아이참, 토오루한테는 비밀로 하고 싶으니까 그 점쟁이한테 상담을 받고 싶었던 검다."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납득하길 원한다. "어어, 응."하고 나가세가 바라는 대답을 짜냈다. 나가세는 이어서 허리에 손을 갖다대고 강조하듯이, 능청스러운 태도를 가장한다.

"소녀의 비밀은, 설령 남자친구라고 할지라도 비밀인 법임다. 패스워드로 잠김 철컹철컹임다."

"흐음······그런가." 나가세의 암호라.

나는 조만간 그걸 이해하고 품고 있는 문제에 다가서게 되는 걸까.

"그렇슴다. 그래도 고마워, 토오루. 그런 구석 좋아함다."
"음, 요컨대 어떤 구석?"
"푹신한 천 같은 점."
"그런 기관은 내 몸에 없어" 오히려 그건 나가세를 안았을 때의 감촉.

"그 뭐라고 해야할까, 폭신폭신한걸 꺼내어 감싸주는 느낌이 미덥지 못할 때도 있슴다만, 푸근하다고 생각하게 될 때도 많으니가 좋아함다."

"······내가 배출하는 이산화 탄소에 그정도 가치가 있을줄은 몰랐네."

"댁은 말이죠······아 정말. 토오루는 멋진 바보임다!"

점쟁이의 충고에 따른 것인지, 상당히 명료한 표현으로 나를 힐난하면서도 칭찬했다. 그 점쟁이의 영향력이나 허풍에서 추측컨대, 그녀는 몇 년 안에 훨씬 유명해지는 게 아닐까 예언해 본다. 애초에 당사자한테 말하면, 점쟁이를 상대로 예언으로 이길 생각이라니 100년은 이르다고 말하겠지만.

나가세가 나와 팔짱을 하고, 여기에 한술 더떠 깍지도 끼니 두사람의 한쪽 팔만이 방방 뛴다. 나는 다리 외의 모든 부위를 방방 뜨게 만들어 가벼운 구토 증세가 엄습했다. 거짓말 108분의 1.

그것과는 다른 동기로 체온이 상승한 영향으로 목을 집게 손가락으로 긁적이긴 했으나.
나는 멍했지만.
가까운 장래에 정말로, 나가세 토오루와 손을 잡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닐까 예감했다.

···뭐 내 감이야 신통치 못하지만. 틀리면 거짓말이지만이라고 자조하지 뭐.

다만 적어도.
나는 점쟁이가 왜 그렇게나 애매하게 말할 수 밖에 없었는지는 알아차렸다.
평소에는 분명 더 구체적인 조언이 가능했을텐데.
괴멸적인 글씨를 쓸 때면, 그 과정에서 긋게 되는 선 또한 당연하게 상식밖의 궤도가 된다.

나가세 토오루의, 이성인의 우주문명에서 사용되었던 상형문자를 그리는 것 같은 필적을 읽어내지 못한 것이다. 옆에서 훔쳐보고자 한 내가 읽어내지 못했을 정도니 무리도 아니다.

덧글

  • 아인베르츠 2016/02/20 21:12 # 답글

    응ㅡ 역시 이 복 받은 리얼충이라 규탄이 힘든 에세군의 미묘함이 매력 포인트라니까요.
    초기 구상대로라면 정말 박복한 히로인이 됬을테니 차라리 다행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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