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부카타 토우 "여기는 시부야 경찰서 유치장" 유치 6일째 라노베



신바람이 나서 체포를 단행했지만, 막상 취조를 반복해보니 뭔가 잘못됐다고 깨닫기 시작한 경찰. 그들이 체포와 동시에 매스컴에 정보를 흘렸기 때문에 사건은 이미 넓게 확산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이제와서 '사건성 없음'이라고 번복하기에는 경찰 입장에서도 검찰 입장에서도 무척 난처한 상황이겠죠. 그렇게 되면 담당자의 출세도 크게 차질이 갈 오점이 될테고, 인사면에서 엄벌을 받게 되는 일도 있을법 합니다.

무엇보다 결백이 증명된다면 선량한 일반시민을 문답무용으로 유치장에 쳐넣고 고문에 가까운 환경에서 계속 괴롭혀댔으니 그냥 넘어갈리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나는 일각이라도 빠르게 석방의 결단을 내려주길 바랄 따름. 하지만 그 판단은 검찰청에 맡겨지게 됩니다.

이미 유치장 생활은 6일째에 돌입했는데, 제도상, 10일간의 구류를 마쳐도 검찰은 여기에 추가적으로 10일간 나를 구류하는 게 가능합니다. 새롭게 사건을 뒤집을만한 물증을 찾아내지 못하더라도 '도주의 우려가 있다' '증거은멸의 우려가 있다' 따위의 이유를 붙여 계속 감금해 놓는 것이 가능한 셈이니, 거듭거듭 무서운 시스템이 떳떳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3일후에는 나는 다시금 검찰청에 연행되어 검사의 취조를 받게 될터. 그곳에서의 취조를 감안하면 나는 이미 10일간 더 구류를 할지 말지에 대한 검토를 받고 있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중요한 국면. 3일후 취조 전까지 검사한테 석방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어떨지, 라스트 스퍼트의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아무튼 억지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이 부조리한 게임에 참가하게 된 이상은 정해진 룰 안에서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까닭에 이불을 개는 방식이나 직립 시의 자세 등, 자잘한 일로 하나하나 혼나는 게 일상인 유치장 생활 속에서 나는 할 수 있는한 완벽한 행동거지를 의식했습니다.

드물게 '왜 거기 서있어! 이쪽이잖아!'라고 호통을 듣는 일도 있었지만, 그것도 고작 30cm 정도의 어긋남을 지적당한 수준이었고 거의 말도 안 되는 트집이라고 해도 될 레벨. 경찰도 질타할 포인트를 찾는데 애를 먹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날 밤에는 변호사가 접견을 와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검사가 추가적인 10일간의 구류를 정할지 말지는 반반입니다.' 부조리하다고 생각했지만, 그전까지는 구류의 가능성이 더 컸던 셈이니, 든든한 말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유감스럽게도 담당 검사는 이쪽에서 기대한 인물은 아니라는 것도 이미 판명되어 있습니다. 역시 방심은 할 수 없습니다. 섣불리 석방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버리면, 그게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커다란 절망감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괜한 기대를 품지 않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한 예방선이기도 했습니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영양부족과 피로에 의해 컨디션이 좋지 못했던 나는 변호사를 향해서 무심코 '기소든 뭐든 해보라 이거야 하는 심정입니다. 전면적으로 응수해보죠'라는 말을 흥분한 기색으로 했던 걸 기억합니다.

그렇다곤 하나 기소는 당하지 않겠다는 게 내 변호사의 중요한 포인트였기 때문에 변호사는 '그렇게 두진 않을테니까 진정하세요'라고 위로를 받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재판으로 끌고가지 않고 대리인 끼리나 검사, 여기에 재판소와의 교섭으로 어떻게든 결론을 낼 여지를 찾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우선 석방을 목적으로 한 근거의 제시를 반복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번듯한 신원 인수인이 있고, 사회적 지휘에 입각한 직업이 있으며, 구류당하는 것에 인한 손실이 막심하다'는 점을 근거로 결코 도망치지 않을테니 석방해야 한다는 주장을 검사나 재판소에 하는 셈입니다. 검찰이나 경찰이 납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불기소나 결백의 증명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는, 별개의 논리로 이루어지는 게임이란 점을 이해해야만 합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만약 고소를 한 쪽의 목적이 돈이라면, 당연히, 이 타이밍을 기회 삼아 되도록이면 고액의 합의금을 요구하게 됩니다.

사실 구류당한 사람들의 태반이 합의금 금액을 둘러싼 머니 게임을 반복했습니다. 안 그래도 부조리한 이 상황에서 냉정하게 자신을 고소한 상대방의 심리를 꿰뚫어 보고, 납득해줄 만한 금액을 착착 계산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놀라웠습니다. 유치장 안에서의 게임에 익숙하지 못한 나는 도저히 그렇게까지 냉정하게 계산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생각보다는 조기의 석방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경찰이 지적하는 DVD행위가 완전히 엉터리라는 증거를 제시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폭행 현장으로 추정되는 맨션의 현관에 설치된 방법 카메라의 영상이나 아내를 뿌리치고 탄 택시의 드라이브 레코더 같은 것은 이를 위한 유력한 증거일겁니다.

하지만 이에 관해서는 일전에 기술한 바대로 취조 도중에 실수로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방범 카메라를 체크해보시죠'라고 말한 탓에 경찰이 선수쳐서 증거를 확보해버렸습니다. 실제로 내 담당 변호사가 맨션의 관리인한테 카메라 영상 제공을 부탁했더니 '이미 경찰한테 넘겼다'고 문전박대 당했습니다.

카메라에는 '진실'이 찍혀있다면, 어느쪽이 확보해도 문제 없는 게 아닌가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게 법률 게임의 무서운 점입니다. 경찰이 모은 증거는 조서와 마찬가지로 검찰에 제출됩니다. 기소 전 단계에서는 그게 어떻게 되어 있는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기소후에는 증거 개시 제도가 있기에 피의자도 일정한 범위에서 증거를 접할 수 있고, 검사가 내지 않는 증거를 이쪽에서 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간은 '증거를 수집하는 것은 경찰이고, 피의자의 변호사 따위한테 같은 증거를 넘겨서는 안 된다'는 가치관이 굳건해서 말처럼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무엇보다 기소 전에는 검찰이 무엇을 증거로, 어떻게 소송을 걸었는지도 확실하게 알 수 없으니 반증을 준비하는 것도 기소후가 될 수 밖에 없고 필연적으로 피의자는 후수가 되는 셈입니다. 이미 이 게임이 진실과는 다른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나는 통감했습니다.

어제 한 취조를 기점으로 경찰 상대로 우위에 섰다는 감촉을 얻는 저입니다만, 검찰은 또 별개의 문제. 가령 누명이란 사실을 이해하고 있음에도, 자기 보신을 위해 증거를 묵살하면 이쪽에서 취할 방도가 없습니다.

검찰은 말하자면 '영업을 하지 않더라도 일감이 들어오는' 직종입니다. 자기 앞에 운반된 일을 음미해서 해볼만 하다 싶은건 적극적으로 기소하죠. 이런 점은 세무청과 마찬가지로 아마도 '최대한 세금을 거두어낸 사람이 승리'라는 의식은 상당히 강할 겁니다. 하물며 나는 이 게임에 있어서 살짝 매스컴에 흘렸더니 대대적으로 보도된 레어 아이템입니다. 그들한테 '이대로 놓아주기에는 아깝다'는 의식이 있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한편 내가 DV를 저질렀다는 증거도 경찰은 쥐고 있지 못합니다. (사실이 그러질 않았으니 당연합니다만.) 변호사 말에 의하면 '이만큼 크게 보도되는 건 말이 안되고, 기소에 끌고갈 수 있을만한 사건도 아니다'라는 상황. 경찰도 검찰도 일손이 윤택한건 아니니까 이 정도 트러블은 열의를 갖지 않는 게 통례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해보겠다면 확실히 기소에 이르기까지의 시나리오를 세우고 임하는 게 기본. 그런데 이번에는 그 시나리오가 전혀 보이질 않는단 말이죠...'

변호사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요 며칠새 경찰들한테서 느껴진 조바심은 그같은 균열이 떠오르게 된 증거일지도 모르겠군요. 

애초에 나를 석방하는 것으로 그들한테 일정한 리스크가 생긴다는 것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만약 내가 만인을 속이는 재주가 있는 사이코패스였다면, 석방하자마자, 보다 커다란 사건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는 셈입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유치장 안에서 실컷 학대당한 피의자는 막대한 스트레스와 불만을 품고 있습니다. 석방 후에 그 울분이 아내한테 향해서 이번에는 진짜로 DV사건이라도 일으키게 된다면...모든 책임은 경찰이 떠안게 될 겁니다. 다소 기색이 좋지 못하더라도 그들이 간단히 석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그같은 리스크까지 감안한 겁니다. 만약 유치장의 실태가 이리도 고문과 다름없지 않다면 나는 그같은 경찰이나 검찰의 리스크를 이해하고, 오히려 내가 결백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진심으로 종순하게 유치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참고로 이 날은 금요일. 지난주 토요일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키하바라에서 팬들을 위한 이벤트에 등단했던 셈이니 이 시부야 경찰서에 연행된지 슬슬 1주일이 됩니다. 유치장에서의 생활에도 이제는 적응이 되었지만 낮에는 졸음과 피곤함으로 엉망진창인 상태.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적은 '따분함'이었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 한정된 유치장 안에서는 아무튼간에 시간이 흐르는게 더디고, 취조마저 '없는 것보단 있는게 낫다'고 생각하게 될 정도입니다. 즐거움이 있다면 같은 방을 쓰는 여러분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나 차입물인 책을 읽는거 정도. 참고로 내가 차입물로 희망했고, 유치장 안에서 읽은 것은 스티븐 킹이나 카즈오 이시구로의 환상소설 등입니다. 둘 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신위생상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었던거 같은 기분도 듭니다.

또 독자분들이 보내주신 팬레터를 읽는 것도 귀중한 휴식의 한때였습니다. 체포 뉴스를 보시고 시부야서 경찰소로 편지를 보내주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내용이야 순수하게 작품에 대한 감상이 주를 이루었고, 유치장 생활에 대해서 '힘내세요'라고 격려하는 내용은 전혀 없었습니다. 어쩌면 그같은 구류와 관련된 부분은 사전에 검열로 파기했던걸지도 몰라요. 그러고보면 첫번째장과 두번째장의 맥락 연결이 조금 이상한 편지도 섞여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경찰은 외부와의 정보교환에 대해서 몹시나 민감했습니다.

개중에는 과자 같은걸 차입물로 넣어주신 분도 계셨던 모양이지만, 이건 무조건 몰수당했고, 아쉽게도 맛볼 수가 없었습니다. 보내주신 분들에게는 죄송할 따름입니다.

이같이 한정된 즐거움은 있어도 경찰의 취조도 검찰의 취조도 없는 토요일은 아무튼 무료합니다. 평소에는 그렇게 시간에 쫓겼는데, 왠지 아이러니합니다.

옆에는 같은 방을 쓰는 이란인 씨가 홈리스 씨한테 '아저씨, 조만간 여기서 나갈 수 있어'라고 얘기했습니다. 유치장 사정을 잘 아는 이란인 씨는 모두의 지혜주머니 같은 존재로, 홈리스 씨가 조만간 구류기간 한계인 23일에 도달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모양입니다. 이란인 씨 말에 의하면 홈리스 씨 같은 케이스는 석방 후에는 전문시설에서 직업훈련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숙소나 알바자리도 알아봐주어 사회인으로서의 재생을 목표로 하게 된다고 합니다. 다만 '그런 시설에서 한번 도망치면 두번다시 받아주지 않아. 마음 바꿔먹고 열심히해'라고 충고도 해주었습니다.

또한 처음에 같은 방에 있었던 모 그룹의 멤버 씨는 며칠전에 다른 방으로 옮겨졌습니다. 아마 나한테 변호사를 소개해준 걸 들킨게 이유라고 짐작하지만, 진상은 분명치 않습니다.

방의 정원은 4명이니까, 금방 대체 멤버가 보충되었습니다. 이번에는 20대 전반의 청년으로 듣자하니 죄명은 '보이스피싱'이었다고.

그렇다곤 해도 당사자는 사기에 가담했다는 자각은 희박했고, 지인 부탁으로 사무소에서 전화만 받고 있으려니 갑자기 최루탄이 날아들어왔고, 본인 말로는 SIT(특수조사반. 유괴사건이나 인질극 등을 담당한다)가 들이닥쳐 총기로 위협했다고. '나는 여기서 죽는구나'라고 생각했을만큼 강렬한 급습이었다는 모양으로, 참으로 장절한 체험입니다.

참고로 작금의 경찰 조사의 우선순위는 1위가 DV, 2위가 보이스 피싱, 3위가 택시 강도, 4위가 테러라고 합니다. 나와 이 청년은 상위 두항목에 관련되어, 우선적으로 구류당한 셈입니다.

자세한 사정도 모른채 유치생활을 하게 된게 어지간히도 분했는지 그 청년은 '육법전서'를 차입물로 신청해 '내용을 전부 암기해주겠어'라고 씩씩거렸습니다. 그정도는 해야 싸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정말로 암기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제쳐두고, 확실히 이건 올바른 사고방식이긴 합니다.

일본인은 너무나도 일상에서 법률을 제외시키고, 재판이 어떠한 식으로 진행하는지도 모릅니다. TV드라마 같은 가공의 경찰이나 검찰의 이미지를 철썩같이 믿을 뿐이지 자기 눈 앞에 있는 실제 사회를 모릅니다. 나 자신의 쓰라린 경험을 통해 그렇게 절감했습니다.

이 보이스피싱 군도 이란인 씨도 공통점은 밖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점. 이란인 씨는 처자가 있고, 보이스피싱 군한테는 사랑스러운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무사히 석방되기까지 과연 상대방이 기다려줄지 어떨지 커다란 근심이었던 모양입니다.

대조적으로 나는 사정이 사정이니 그같은 고민은 일절 무관계. 어느쪽인가 하면 유치장에서 감정의 정리를 하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과거의 부부관계가 어찌되었건, 이토록 이상한 사건으로 발전했으니 더는 전과 같은 가정생활은 쌓아올릴 수 없습니다. 자택 근처에 막 빌린 작업실도 이제 돌아갈 일은 없을테죠.

석방되면 이사 준비를 해야겠군. 권태감과 피로 속에서 나는 막연하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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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sac 2016/01/28 16:27 # 삭제 답글

    잘 읽고 있습니다.

    반이 좀 넘은 것 같은데 뭔가 작은 반전이 남아있으면 합니다.
  • 풍신 2016/02/07 17:00 # 답글

    "만인을 속이는 재주가 잇는 사이코패스"에서 아 이 분 사이코패스 2기 각본 했었다는게 떠올랐습니다.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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