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노하나는 어떻게 제작되었는가-나가이 타츠유키편- 애니


<토라도라!>에서 <아노하나>로

아노하나는 토라도라!(2008~2009년)에 이어 나가이 타츠유키 씨, 오카다 마리 씨, 타나카 마사요시 씨 이 세사람을 중심으로 기획된 작품입니다. 전체적인 작업에 있어서 오카다 마리 씨, 타나카 마사요시 씨에 대해서 어떤 인상을 받았나요?


토라도라!로 오카다 마리나 타나카 마사요시 씨와는 처음으로 같이 일하게 됐는데요, 같은 해에 태어난 멤버로 작품을 만든 게 거의 첫경험이었던지라, 신선했습니다. 분위기도 좋았고 아주 즐거운 현장이었어요. 그래서, 언젠가 또 같이 하자,고 말했죠. 단순하게 간추리면 고작 그것 뿐인 이야기입니다. (웃음)

A-1 Pictures의 기획 공모에 오카다 마리가 몇가지 플랜을 제출하게 됐고, 만약 뽑히면 같이 만들자고 연락을 했어요. 토라도라!에서는 캐릭터의 미세한 마음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표현을 했는데요, 거기서 한발짝 더 내딛는 시도를 할 수 없을까, 계속 고민했습니다. 오카다 마리의 플랜 중 하나가 실현을 향해서 움직이기 시작했고, 다시금 함께 작품을 만들 게 되는 게 정해지고, 제가 하고 싶었던 걸 기획에 녹여내릴 목표가 세워졌던 셈이죠.

토라도라!도 아노하나도 사춘기의 연애나 복잡한 인간관계를 그려냈습니다. 두작품의 공통성을 의식하셨나요?


토라도라!는 원작물이라, 애당초, 연애의 요소가 포함돼 있는데요 소위 사춘기의 연애물은 불변의 요소가 있어요. 토라도라!에서 했던 걸 더욱 심층적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으나, 두작품의 연결고리는 그리 의식하지 않았어요. 토라도라!는 타케미야 유유코 씨의 원작에 끌려가지 않고, 얼마나 새로운 작품으로 표현할지를 고민했습니다. 아노하나는 연애 그 자체가 테마라기 보다는, 캐릭터 관계성의 변화를 그리기 위한 하나의 요소에 불과합니다. 연애에 관해서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서 객관적으로 보는 입장을 관철했습니다.

아노하나의 원작자명은 <초평화 버스터즈>입니다. 작중의 사이좋은 그룹과 똑같은 이름인 원작자명에, 같은 해에 태어난 나가이 씨, 오카다 씨, 타나카 씨의 친밀한 관계가 겹쳐 보이네요.

사춘기 소재의 기획을 구상할 경우, 제일 먼저 서로의 추억담에서 출발하는 일이 많은데요, 우리들 세사람은 세대간의 간격이 없으니까 얘기가 쉽게 통했죠. 나이 차이가 나는 스태프와 작업을 하다보면, 공통된 추억에 기초한 이미지를 공유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요. 이미지를 굳혀나가기 위한 사전 회의는 필수라서 처음부터 벽을 의식하지 않고 의논할 수 있다는 점은 단순하게 말해서 일하기 편했죠.

토라도라!를 시작했을 무렵 우리들 세사람은 말단으로, 선배와 작업을 하는 일이 많았어요. 좋게 말하면 긴장감이 있는 근무 현장, 나쁜 의미에서는 연장자에 대한 눈치 보는 마음이 있어서, 좀처럼 스스로를 내보일 수 없다는 딜레마가 있었습니다. 동세대의 세사람이라면 새삼 그런데 구애받을 필요는 없죠. 물론 그저 사이가 좋은 걸로 끝인 친목 클럽이 아니라 서로의 일에 대한 존경은 전제로 깔려 있습니다만.

각본가라는 말의 전문가, 캐릭터 디자인이란 캐릭터 설정의 전문가, 그리고 연출의 전문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데 있어 중요한 세가지 작업에 관여하는 사람의, 심지어 동년대 멤버의 기적적인 만남이 빚어낸 작품의 성립이군요.

원래 캐릭터 디자인과 시나리오는 서로 거리가 멉니다. 시나리오 회의 단계에서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사람이 참석하는 일은 거의 없어요. 아노하나는 처음부터 타나카 씨를 전제로 한 기획이었으니까, 타나카 씨는 모든 회의에 참가했습니다. 그런 커뮤니케이션도 포함해서 세사람이 가까운 장소에서 작업을 할 수 있었던 점도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은 집합 작업의 산물인데요, 감독님은 어느 포지션에서 전체를 총괄하시고 계신가요?

틀어쥐고 총괄한다기 보단, 느슨한 정리역 같은 포지션이죠. 학급 위원 같은 입장이라고 할까요. 기획의 성립 단계부터 느슨했다는 이유도 있고 해서 프로듀서도 무척 자유롭게 방임해 주셨습니다. 이런 식으로 해야만 해,라는 식의 룰 자체가 없는 단계에서 출발했기에, 모두의 의견을 듣고, 그 안에서 재밌는 걸 픽업해서, 그것들을 오카다 마리의 의견으로 조정하는 형태였죠.

이야기를 지탱하는 <토대> 치치부

아노하나의 무대는 사이타마현 서부에 있는 치치부가 선정됐습니다. 작품의 무대를 떠들썩하게 알리지 않는 방식이 신선했어요. 종래의 관광 애니메이션과는 선을 그은 접근법을 취하셨죠.


도심으로 접근하기 쉬운 점과, 그것과는 반비례 하는 폐쇄성. 개방된 것처럼 보여도, 분지라는 토지적 특성도 포함해 닫혀 있는 장소란 점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좋은 의미로 막혀 있다는 느낌이, 그림으로 표현하기 쉽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하나는 지방도시 느낌이죠. 우리 셋 다 지방 출신이라, 공통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는 지방도시와 근접했다는 점도 치치부를 무대로 고른 이유 중 하나입니다.

치치부는 등장인물이 안고 있는 폐색감을 상징하는 토지이기도 합니다. 이야기의 주제와 장소의 의미성이 일체화 되어있습니다. 나가이 씨는 애니메이션에 있어서 장소의 의미성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리지널 작품이란 이유도 있고 해서, 의지할 것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풍경'을 빌린다는 의식으로 장소를 설정합니다. 이야기를 지탱하는 <토대>로, 구체적인 장소가 필요했어요. 가공의 도시를 제로에서 만들어 가는 방법도 불가능 하진 않지만, 그럴 경우 어떤 식으로 리얼리즘을 확보할지가 문제가 됩니다. 실재하는 토지를 차용하여, 그 풍경 속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면 캐릭터한테 설득력을 부여할 수 있죠. 그런 생각으로 실재 토지를 사용했습니다.

최초의 단계부터 치치부란 지명은 적극적으로 노출하지 않는 방침이었어요. 개개의 장소에 담긴 정보를 통해 시청자가 발견하는 방식이 낫겠다 싶어서. 하지만 첫번째 키비주얼 포스터 단계에서 '이 다리는 그거 아님?'하고 바로 들켰죠. (웃음) 작품이 방영되기 전에 들켰기에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실재 토지에서 리퍼런스를 따오는 방식은 일상적으로 친숙한 먹거리나 음료를 작중에 등장시키는 방법과도 일맥상통하네요. 일상에 뿌리 내린 장소에서 이야기를 구축하고자 하는 의중이었나요?

맞습니다. 이건 오카다 마리의 제안이었는데요,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시청자가 1화를 보고 바로 이야기 안에 빠져들수 있기를 원하거든요. 작품세계의 입구로 공통인식을 하기 쉬운 소품을 몇가지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리가리 군이나 소금 라멘이었던거죠. 친숙한 아이템을 통해 일상과의 연속성을 느끼고 그대로 스무스하게 이야기 속에 빠져들 수 있는 장치로 생각했습니다.

<정보의 정리> 측면에서의 애니메이션 제작

아노하나는 죽은 사람이 현세에 돌아온다는 소위 고스트 스토리인데요, 초상현상이나 오컬티즘에 함몰되지 않고 현실적인 감각으로 유령을 그린 점이 특징적입니다. 히로인 멘마는 어떤 식으로 탄생했나요?


유령이 등장한다는 것이 정해지고나서, 그걸 내보이는 방식을 다같이 의논했습니다. 결과적으로 1화 서두의, 출현신은 그리지 않고 이미 진타 방에 어느 틈엔가 존재하고 있었다는 형태가 됐습니다. 처음에는 멘마는 조금 더 상징적인 의미였어요. 이야기의 주역이 아니라, 인간 관계를 휘젓는 조역 같은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진행하게 됨에 따라서 멘마의 존재가 점점 커졌어요. 지진 문제도 있고 해서, 이 아이가 죽었다는 사실이 점점 제 안에서 커진거죠. 처음에는 이야기의 계기가 될 장치나 다름없는 존재에 불과했는데, 장치로 머물기에는 너무나도 무거운 존재라서, 그럼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사이에 멘마한테 이야기가 옮겨간 느낌이죠.

폿포가 제일 먼저 성불이란 단어를 쓰기 시작합니다. 이야기의 절반을 넘긴 시점에서 성불은 이야기 속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하게 됩니다. 그리고 환생, 윤회의 개념도 도입됩니다. 여기서의 성불이나 윤회란 단어는 불교적인 개념이라기 보다 일본인의 일상에 녹아든 생활사상인거죠.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종교적인 의미라기 보다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일본인의 감각으로 갖추어져 있는 사고관으로 사용했습니다. 아이들의 지식 범위 안에서 사용가능한 최대한의 어휘가 성불이고, 환생이란 단어인거죠.

인터뷰의 사전준비로 아노하나 전편을 다시 보면서 메모를 했습니다. 신의 컷이나 앵글이나 캐릭터의 배치나 시점 등, 연출에 주목하면서 메모를 했는데요, 나가이 씨의 연출 기법에 감탄했습니다. 특히 후반 부분, 다양한 앵글로 세세하게 컷을 나누어, 각 캐릭터의 감정묘사를 풀어내는 점이 대단했어요. 

그건 한마디로 말하면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만듦새입니다. 영화같은 영상작품과는 달리, 애니메이션은 그림 콘티로 신을 관리합니다. 영화라면 촬영하면서 신의 구성을 생각할 수도 있지만, 느긋하게 촬영을 하는 식의 모험은 애니메이션은 물리적으로 불가능 하니까요. 사전에 컷을 나누어 신을 확정해야만 한다는 사정이 있습니다. 기왕 컷을 나눌 거라면, 하나 하나의 컷을 막연하게 흘려보낼 것이 아니라 각기 의미를 지니게 만들고 싶어요.

그림 콘티에서 행해지는 컷 배분은 TVA이 계속 엄수해온 제작기법인데, 얼마나 치밀하게 할지는 연출가 저마다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지만, 저는 의식적으로 리듬을 만들고 있습니다.

시나리오가 있고, 그걸 어떻게 효과적으로 선보일 것인가를 제시하는게 연출의 역할입니다. 시나리오에 지정된 것 이상의 정보를 어떻게 표현할지를 생각하고 작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사 정보에 관해서는, 애니메이션의 경우 성우 분들의 애드립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죠.

최종화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10화 하나비(花火)와 최종화 그 여름에 피는 꽃 2화는 몇번을 다시 봐도 압도됩니다. 캐릭터와 일체화 된 것 같은 성우들의 연기와 신 하나 하나를 정성들여 치밀하게 만든 제작 스태프의 마음이 하나의 장소로 집약된 느낌이 듭니다. 


마지막 두편은 한정된 시간 속에서 최대의 성취를 목표로 삼았기에, 특히 최종화는 생동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우 분들이 몰입해 열연을 해주신 사실에 고마운 마음입니다. 라스트 언저리는 동화의 완성이 스케줄을 맞추지 못해서, 거의 그림 콘티 레벨에서 소리를 입혔습니다. 물론 더빙 전에 모든 그림이 완성되어 있는 게 베스트이긴 한데요 (웃음)

작화가 분들은 성우 분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 점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성우 분들의 열연을 들으면서 그림을 그리는 경우와, 자신의 상상력만으로 그리는 그림은 자연히 달라지는 법이라서요. 캐스트와 제작 스태프가 서로 좋은 영향을 주면서 필름을 완성시킨 점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캐스트는 스토리를 모른 채로 애프레코를 하셨다는 모양인데요, 그 점도 생동감을 낳는 요인이었죠.

대사가 완전히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본을 제출할 수 없다는 사정이 있었습니다. '대충 이런 느낌으로 진행됩니다'라고 말만 해주고 나머지는 현장에서 그림을 보면서 연기를 부탁드렸습니다. 스토리를 모른 채로 녹음에 임하는 성우 분들의 긴장감이 일종의 생동감을 자아낸 것은 사실입니다.

한그루의 나무 옆에 멈춰 서있던 멘마가 산의 능선에서 아침해가 떠오르는 타이밍에 화이트 아웃하는 라스트의 그 신은 어떻게 생겨났나요?

의외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으나, 여흥이었습니다. 미술설정이 그리 많지 않은 작품이었으니까요, 최종화의 그 장면도 그림 콘티를 그리면서 떠올렸습니다.



오카다 씨의 시나리오에는 상세한 묘사는 없었나요?

장소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묘사가 없었을 겁니다. 비밀기지 앞에 있는 광장이란 표현이었다고 기억합니다. 라스트는 비밀기지가 아닌 다른 장소, 조금 더 개방적인 장소로 모두를 데려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요. 한그루의 나무와 그 앞에 펼쳐진 공간을 떠올렸습니다. 이 작품은 특히나 그 때 그 때 상황의 선택과 판단이 쌓아 올린 작품이었죠. 물론 만들고 싶은 그림이야 있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왜 그런 식으로 했는지 명확하게 떠올릴수는 없어요. 지금이라면, 완전히 다른 장소를 골랐을지도 모르죠.

작품을 만들다 보면, 그 때 그 때의 상황에 의존하거든요. 애니메이션 제작은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어쩌다 모이게 된 사람들에 의해 그런 우연이 생겨나는 법입니다만, 그건 노려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앞으로 만들어갈 작품도, 다양한 형태로 <아노하나>와 비교 당하게 되겠지만 그 점을 지나치게 의식하면 죽도 밥도 안됩니다. 덤덤하게 다음 작품, 다음 작품이란 식으로 작업을 해야만 하죠.

극장판 <아노하나> 팸플릿에 수록된 좌담회에서 나가이 씨는 '이번 극장판이 마지노선. TV시리즈의 범주에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TV시리즈에서 더 풀어내야 할 이야기는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은데요. <아노하나>는 아직도 해야할 이야기가 남아 있다고 보시나요?
 
픽션은 어느 정도 여백이나 행간을 남겨두는 편이 최선의 형태라고 항상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백을 망가트리고 채워 넣어본들 아마 좋은 모양새는 아닐 겁니다. 극장판에서 그려낸 범위가 공식에서 발표할 수 있는 마지막 모습이 아니었을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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