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 이치시/안쓰러움의 종언 라노베


소드 아트 온라인이 중고생 여성 독자한테도 먹히는 이유-이다 이치시
라노베와 노블갑질물 세계관 차이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사야와카가 쓴 <10년대 문화론>이란 제목의 신간에 의하면 2010년대는 <안쓰러움>이 키워드란 모양이다. 일례로 <나는 친구가 적다> 등의 라이트 노벨이 거론되는데, 외견이나 성적은 좋지만 인간적으로는 좀 하자가 있는 히로인이 요즘 먹힌다-고, 내가 2012년 봄에 출판한 <베스트 셀러 라이트노벨의 구조>를 인용해서 써 놓았다. 뭐, 그 책을 쓴 시점에서는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2014년 현재 라노베 내부에서는 <안쓰러움>은 유통기한이 다했다.

그런 연고로 어째서 <안쓰러움>은 끝난 것인가? <SAO>을 참고용으로 생각해 보길 바란다. <SAO> 즉 <소드 아트 온라인>은 원래는 작가의 개인 사이트에 2002년부터 연재가 시작되어, 750만 PV를 기록. 2009년에 전격문고에서 간행되어, 시리즈 누계 920만부, 2014년 여름에는 애니메이션 2기가 방영할 예정인 빅 히트작. 일상 러브 코미디와 바톤을 터치하듯이 붐이 발생한 판타지(VRMMO/게임/이세계전생/이세계 여행)의 대표작이다.


유행의 속성은 항상 변화하니까, 어차피 이세계 전생이나 VR물도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독자들이 신물이 나 또 다른 무언가가 유행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이 자리에서 하고 싶은 말은 <다들 질려서 다른 장르로 이동한거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왜 <나친적>의 세나나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리가 없어>의 키리노 같은 <안쓰러운> 히로인은 기능하지 않게 되었고, 키리토처럼 꽃미남 최강이 패권을 잡는 속성이 되었는가. 이것은 내가 매번 쓰고 있는 10대에게 있어서의 애니메이션이나 라이트 노벨, 게임의 위치 변화와 관계가 있다.


세나나 키리노와 키리토의 공통점은 도를 넘어선 게이머라는 점이다. 그러나 그 취급이 판이하게 다르다. 2008년에 스타트한 <내여귀> 1권이나 2권에서는 키리노는 오타쿠 기질의 취미를 지니고 있다고 차별받는데, 이건 이미 요즘 10대한테는 리얼리티가 없다. 중고등학생을 취재해 보면,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뿐일까 부녀자도 코스프레를 하고 있어도 대부분의 부모는 그 취미를 이해해준다.


앙케이트에서는 라노베를 좋아하는 비율이 남자는 2할 이상, 여자도 15% 정도. 마이니치 신문사의 학교 독서 조사에 따르면 고교생의 미독률(책을 전혀 읽지 않는 사람)은 5할 정도. 그렇다는 말은 10대 중에 책을 읽는 사람의 두세명 중 하나는 라이트 노벨을 좋아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주인공이나 히로인이 ‘애니메이션이나 라노베, 게임을 좋아한다’= ‘안쓰러운 녀석'으로 인정이 될리도 없고 독자한테 있어서도 그 사실 자체가 특별한 감흥이 있는 것이 되지 못한다.


키리토는 어떠한가. 주변 사람은 키리토가 게임을 좋아한다고 해서 뭐라 참견하는 법이 없다. 똑같은 카와하라 레키 작품인 <액셀 월드>에서는 주인공 하루는 스쿨 카스트의 최하층에 있지만, 그건 게임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뚱돼지에 학교에서 소심하게 지내기 때문이다.


전후(戰後)의 SF팬처럼 ‘같은 취미라면 어떤 녀석이건 동지’ 이런 일은 이미 서브컬쳐 세계에서는 레어 케이스. 만화나 애니메이션, 라이트 노벨을 좋아한다고 친구관계를 맺는다기 보다는, 결국, 겉모습이나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인격에 의해 결정된다.


2000년대까지는 오타쿠 기질 취미를 지니고 있으니까 학급 내에서 붕 뜨거나 차별 받았지만, 2014년 현재는 반에서 붕 떠있거나 차별 받는 안쓰러운 녀석이 어떤고 하면, 오타쿠 기질의 취미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그것과 인과관계가 없다. 그래서 키리노를 베낀 것 같은 <안쓰러운> 히로인상은 싫증이 나 폐기된 것이 아니라, 애초에 확 와닿는 점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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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Dancer 2014/12/06 09:50 # 답글

    사실 오타쿠라는 말에 대한 선입견 자체가 잘 못된 거니까요
    오타쿠는 분명히 비하를 목적으로 사용되는 말이긴 하지만, 애초에 오타쿠가 뭔가 근본적인 문제가 잇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은 아니었죠.

    오타쿠라는 말 자체가 취향의 다양성을 기저로 하는 말이기도 하거니와

    꽤나 극단적인 취향의 사람들조차 온라인을 통해 집단을 이루기 쉬워진 현대에는 자기자신의 취향이 없는 무미건조한 사람이야 말로 안쓰러운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오타쿠 만도 못한 사람이 사회의 대부분이라는 소리죠.







    냉정하게 바라보면 올림픽 도 게임이니까요(Olympic Games)



  • ㅇㅅㅇ 2014/12/06 11:59 # 삭제 답글

    오 최근의 <오타쿠>에 대한 분석 중에 흥미있는 이야기입니다. 키모오타로서의 오타쿠는 슬슬 옛날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죠. 오히려 힙스터적 취향으로서의 '오타쿠'나, 그냥 누구나 보는 만화를 공유하는 것으로서의 오타쿠 같은...원전이 어디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 의지있는 크릴새우 2014/12/09 21:08 #

  • 잠본이 2014/12/06 14:52 # 답글

    다만 한국에선 아직 그 안쓰러움이 현재진행형이라 작품을 받아들이는 독자들간의 온도차라는게 확실히 존재할 듯 합니다.
  • 2017/09/25 13:2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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