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즈&판처 요시다 레이코 인터뷰 ㄴ걸판

1.걸즈 & 판처는 당초 미소녀x쌍권총x서바이벌 게임이었다?

제작진으로 현장에 합류하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이 뭔가요?

본작의 기획 의도를 이해하는 거였달까요? 전차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던지라 얼마나 공부하면 될지 조마조마 했는데, 노가미 타케시 씨의 <모에! 전차학교>를 참고 자료로 받았습니다.

전차에 대해서 해박하지 않다고 하셨는데, 걸판에 참여하기 전까지 전차에 관해서 어떤 이미지를 지니고 계셨나요?

가끔씩 전쟁영화를 보는 정도라서, 탱크 안에 수류탄을 던져 넣는다거나, 개선할 때 금발 미녀를 전차 위에 태운다는...그 정도 이미지였어요. 그래도 이 작품은 전차를 타고 전쟁을 하는게 아니라, 전차도라는 선택 과목을 골라 전차를 타는 걸 선택한 이야기니까요. 전자였다면 캐릭터의 심리를 이해하기 힘들었겠지만 그런 쪽이 아니었기에 저도 작품을 이해하기 쉬웠어요.

전차를 취재할 기회도 있으셨다는 것 같던데요?

네. 츠지우라 주둔지의 무기학교를 취재하고 89식 중전차도 직접 타봤습니다.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막상 타보니 아무튼 소음이 장난 아니라서요. 그 당시 사람들은 용케 이런 걸 타고 전쟁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을성이 얼마나 대단했던건지. 게다가 취재를 간 날은 무더운 날이라서, 전차 안은 굉장히 푹푹 쪘거든요. 전차를 탄 다음에는 목욕을 해서 땀을 씻어내지 않으면 괴롭겠다 생각하고 넣은 게 2화의 목욕신입니다.

전체적인 스토리 구성은 어떤 식으로 정해졌나요?

각국의 전차를 하나의 팀으로 삼아 서로를 겨루게 하는 심플한 이야기로 진행하는 건 상당히 빠른 단계에서 정해졌어요. 전차를 축으로 스토리를 전개하는 게 정해진 다음에는 스토리 전체에서 몇 시합을 해야하나를 미즈시마 감독님을 중심으로 다같이 의논했습니다. '역시 마지막에 싸울 상대는 독일군이지.' '그러면 준결승은 러시아군인가' 같은 전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기에 가능한 대화가 있었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제가 대회나 연습시합의 흐름으로 정리한 감각입니다.

등장시키는 전차 선택에는 기본적으로 노터치셨나요?

그랬죠. 모델링 작업도 있고해서 등장시킬 전차의 종류는 이른 단계에서 정해둘 필요가 있었는데요, 다른 분들의 말씀을 '이런 전차를 등장시키고 싶은가 보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가만히 듣고 있었습니다. 독일전차는 강할 것 같다거나, 미국 전차는 물량으로 압도할 것 같다거나, 아주 막연한 이미지는 있었어요. 

그래서 결승전의 시합 흐름도 순수하게 강한 독일과 게릴라 작전으로 이기고 올라온 미호 일행이 격돌하는 구도가 제일 재밌겠다 생각했죠. 아무튼 회의 때면 옆길로 새는 일이 흔히 있었어요. 그걸 지켜보면서 좋아하는 게 있다는 건 근사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다들 자잘한 스펙이 엄청 집착해요. '이 장갑은 몇mm포로는 뚫을 수 없다.'느니 '측면 장갑을 쏘면 뚫을 수 있다'느니.

그런 집착은 저한테는 없는 점이었고, 좀 부러워요. 이 작품은 그같은 잡담을 통해 얻은 힌트가 아주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 흥미깊었던 아이디어가 있다면?

이런 걸 해버리는구나 생각했던 게 11화에서 미호가 선보인 멀리뛰기였어요. 그건 미즈시마 감독님이 강을 건너려다가 강에 휩쓸리는 위기에 빠진다는 아이디어를 낸 걸 계기로, 구하러 가기 위해서 멀리뛰기를 한다는 시츄에이션이 정해졌어요. 실제로 시나리오에 포함시킬 때는, 허황되게 보이지는 않을까, 걱정 됐습니다.


그밖에는 미호와 마호의 일기토 전에 등장하는 마우스를 어떻게 격퇴할까로, 다들 머리를 모아 고민했던 게 인상적이었어요. 마우스를 등장시키고 싶은데, 이걸 어떻게 물리치면 좋을지 모르겠다,고(웃음) '이 각도면 장갑이 뚫리지 않을까?' '차체 위에 올라타면 포탑은 회전하지 못하니까 방어는 가능하겠다' 그런식으로, 언제나 현장에 놓여있는 프라모델을 만지작 거리면서 이런저런 궁리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즐거웠습니다.

전차 애호가 스태프가 많은 현장이니까, 회의에서 나온 내용을 정리하는 것만 해도 큰일이 아니었나요?

주인공측만 아니라 상대측도 전차가 있고, 시합마다 장면이나 상황도 바뀌니까요. 시합전개에 바리에이션을 가미하면서, 거기에 맞춰 캐릭터의 대사를 생각해 시나리오를 정리하는 작업은 아무래도 힘들긴 했어요.

로봇 애니메이션 현장에도 참가하신 적이 있는데요, 똑같은 메카라도 전차와 로봇에 차이가 있을까요?

꽤 다르죠. 로봇 애니메이션의 경우, 로봇 자체에 캐릭터성이 있거나, 로봇이 드라마의 중요한 대목에서 파워업을 하는 등 스토리의 추진역을 맡는 일이 많아요. 하지만 전차는 캐릭터성이 거의 전무하고, 보다 취미성이 강조 되죠. 전차 그 자체에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없는만큼, 캐릭터에 기대는 측면도 자연스럽게 커지고요. 전차는 순수한 무대장치에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캐릭터의 세세한 설정은 어떤식으로 정해졌나요?

스토리의 전체상을 추려낸 다음, 먼저 메인이 될 주인공팀과 그녀들과 같은 학교를 다니는 동료들부터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사용하고 싶은 전차의 숫자는 미리 정해져 있었으니까 '이 전차는 정원이 몇 명이니까 전체 인원은 이 만큼 필요'하다는 사정에 인원수를 맞춘 결과 시작부터 상당한 숫자가 필요했죠.


그러면 주인공 미호의 캐릭터 메이킹 배경에 관해서 들려주세요.

좀전에 얘기했던 작품의 스탠스와도 겹치는 말인데요, '전차도'와 살짝 거리를 두고 있고, 그다지 적극적으로 전차에 관여하려 들지 않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삼자는 게 큰 방침이었어요. 전차를 좋아하는 사람 뿐만이 아니라, 딱히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재밌게 볼 수 있기를 바랐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처음부터 전차도에 푹 빠진 인물이면 다른 멤버만 그런게 아니라, 보는 시청자도 그 텐션을 따라갈 수 없으니까요. 그보다는 주변 사람이 힘을 실어주는 주인공상이 팀측면에서도 좋지 않을까 싶어서.


아귀팀의 다른 멤버는 어땠나요?

스태프가 다양한 캐릭터안을 내주었고, 회의를 통해서 정해나갔습니다. 제가 제안한 내용은 '텐션이 낮은 천재'란 아이디어가 마코 설정으로 이어졌지요. 그리고 주인공의 괴로움을 이해할 수 있을만한 존재로, 비슷한 길을 걸어온 아이를 제안했는데 그게 하나가 되었습니다. 

유카리는 한마디로 매니아인데요, 미즈시마 감독님이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매니아로는 그리고 싶지 않다'고 하셔서 전차에 관해서는 무척 적극적이지만 평소에는 살짝 눈치를 보는 캐릭터로 만들었습니다. 그녀같은 캐릭터를 마련해서 시청자한테 전차에 관한 지식을 강의하는 설명역 기능도 부여하자는 계산이었죠.


마지막으로 사오리는, 평범한 소녀를 대표하는 존재죠. 유카와 씨가 사오리를 몹시 마음에 들어하셔서, 자기 이상을 전부 때려박은 듯한 생각도 듭니다. 쉴 때는 안경을 쓴다는 아이디어는 시마다 후미카네 씨가 그린 디자인 스케치 중에 안경을 쓴 것도 있었어요. 그게 모두에게 호평이라 채용하게 됐는데요, 다만 안경소녀로 만들고 싶지는 않아서 그같은 쓰임이 되었습니다.

시나리오 작업과 디자인 작업이 동시진행 된거군요?

비슷해요. 회의 때 나온 캐릭터의 방향성을 피드백 해서 시마다 씨나 노가미 씨가 디자인 스케치를 아주 빠른 속도로 팍팍 내놓았습니다. 그 스케치를 보면서 다시 함께 의견을 조율하여 캐릭터를 확정시켰습니다. 오리지널 작품의 경우 시나리오가 전부 완성된 다음에 캐릭터 디자인이 정해지는 일도 많은데요, 이번에는 시나리오 2고째를 완성한 무렵에는 디자인 원안이 다 완성됐던 걸로 기억합니다. 덕분에 캐릭터의 이미지를 명확한 비주얼로 파악할 수 있었고, 시나리오를 쓰는데도 무척 도움이 됐어요.

아귀팀 외의 오아라이 멤버는 어떤 식으로 정해졌나요?

간추려 말하자면 우선은 스토리에 깊게 관여하는 학생회팀. 다음으로 아무것도 모르고 꺄꺄 떠들어대는 뉴비적 존재로 1학년팀을 등장시키자는 결론이. 그리고 유카리와는 다른 분야의 매니아에 해설역을 겸하면서 전차도를 즐길 포지션의 역녀팀. 아예 다른 부활동에서 참가시키면 어떨까? 하는 이유에서 배구부팀을 등장시키게 됐습니다.

시리즈 구성만이 아니라 시나리오도 집필하셨는데, 한작품의 각본을 전부 담당하신 건 처음이시라면서요? 처음부터 그렇게 정해진 일이었나요?

처음에는 그럴 예정은 전혀 없었고, 나중에 참가하는 각본가 분이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등장인물이 지나치게 늘어난 탓에 집필을 부탁드리면서 필요한 정보를 설명하는데만도 상당한 수고를 들여야할 상황이 되었어요. 도중에 참여해서 이만한 캐릭터수와 전차전을 다루자면 에너지가 아주 많이 듭니다. 

그런 이유에서 몇 화정도 각본을 완성한 시점에서 유카와 씨가 면목없다는 투로 '이대로 전부 써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 하셨죠. 한순간 몸이 딱딱하게 굳었지만, 도중에 참가하는 사람은 더 힘들다는 것도 이해했으니까, 수락했습니다.

전차전 사이사이에 전개되는 캐릭터들의 드라마도 인상적이었어요. 이 대목은 어떤 걸 의식하고 시나리오 집필을 하셨나요?

이 작품은 미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들 저마다 크건 작건 무언가를 등에 짊어지고 있어요. 예를들어 하나는 미호랑 비슷한 프레셔를 받으면서도 자기 나름의 길을 찾으려 하고 있고, 마코는 언뜻 보면 그냥 못미덥지만 괴로운 과거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려 들고 있죠. 처음에는 고압적이었던 학생회만 해도 폐교의 위기에서 학교를 지키고 싶다는 절실한 마음이 있어요.

그같은 의미에서는 '전차도'를 떠나 다른 장소에 온 주인공이 새친구를 사귀게 되면서 새로운 길이나 새로운 감정을 배워가는 이야기입니다. 명확한 성장담까지는 아니지만 '전차도'의 '길'이란 측면은 의식했습니다. 길을 잃어버린 사람이, 다시 자신의 길을 걸어나간다. 그 과정을 제대로 그리고 싶었습니다.

요시다 씨는 케이온!이나 ARIA The ANIMATION 등 소녀간의 우정이나 일상을 그린 작품에 여러차례 참여하셨는데, 그런 작품과 걸판은 어떤 면에서 차이가 있나요?

승부요소가 들어있어서 이겨야만 한다는 목적의식이 있다는 점이 큰 차이지요. 하루하루를 소중히 생각하며 살아가는 모습과,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은 묘사하는 방향성도 크게 차이가 생긴다고 생각해요.

전자는 어딘가 여유가 있고, 나아갈 길은 아직 몰라도 지금 거기에 있는 나날이 이어지는 게 중요,하다는 느낌이죠. 그게 후자로 말할 것 같으면 목표를 위해서 다른 걸 버리고 노력할 필요가 있기도 하니까요. 스토익한 측면이 강조되기도 합니다. 물론 걸판은 후자죠.

약소학교가 대회에서 우승하는 전개는 스포츠물에서는 약속된 구도입니다만, 스토리를 만들면서 의식한 점이 있나요?

스토리의 구조는 비슷할지 몰라도, 소위 스포츠 근성물은 아니죠. 정신론을 강조하거나, 위에서 강요해서 하는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스스로 생각하고 나아가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예를들어 스포츠 근성물이면 엄격한 코치가 있고, 그 코치가 스토리를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맡곤 하죠. 그런 존재가 없어서 힘든 부분은 없었나요?

딱히 그런 점은 없었습니다. 미호 일행이 다양한 라이벌과 만나는 스토리였으니까요, '싸움'을 통해서 고민하고 깨달으며 '전진'으로 이어지는 겁니다. 스포츠 근성물처럼 근성을 단련하는 게 아니라, 이런 사람이 있고, 이런 전차가 있는 구조에서, 승리함으로써 쌓아올리게 되는 만남이나 체험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할까요.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져도 후련하다고 해야할지, 승자를 솔직하게 칭찬하는 감정을 품을 수 있는 이야기를 의식했습니다. 선더스전이 끝난 직후에 유카와 씨가 '이건 미호가 친구를 늘려가는 이야기네요'라 말씀하셨는데, 그 말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다루기 편했거나,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나요?

미호나 유카리는 움직이기 쉬웠죠. 미호는 자기 주장이 강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그녀가 만나는 것 그 자체가 스토리의 흐름이 되니까요. 언제나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존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감정을 담아 묘사하기 편했습니다.

그리고, 매번 대사를 떠올리는데 고생을 시킨 점도 있고해서 다즐링은 특히 애착이 갑니다. (웃음) 처음에는 영국식 농담을 하는 캐릭터였는데요, 이게 또 아주 난해해서. 영국인의 농담은 어디서 웃어야할지 머리를 쓰지 않으면 이해 못할 때도 있거든요. 그래서 본편에서는 더 이해하기 쉽게끔 격언에 빗대는 형식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팬들을 위한 메세지를 부탁드립니다.

시간을 들여 만든 작품이라서,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이 봐주신 사실 만으로도 무척 기쁩니다. 그와 동시에 전차라는 매니악한 물건을 테마로 삼은 작품이 이렇게나 인기를 얻게 된 사실이 놀랍기도 합니다. 극장판도 최선을 다할테니 꼭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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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냥이 2014/04/11 00:53 # 답글

    이 매니악 스러운 사람들이 셔먼파이어 플라이는 넣고 archer를 넣지 않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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