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즈&판처 스즈키 타카아키 인터뷰 ㄴ걸판

1.걸즈 & 판처는 당초 미소녀x쌍권총x서바이벌 게임이었다?


스즈키 타카아키

밀리터리 매니아로 주로 밀리터리 색이 짙은 작품의 세계관 설정이나 군사고증을 담당하는 일이 많다. 시마다 후미카네와 공동으로 기획한 스트라이크 위치즈를 라이프 워크로 삼는 한편으로 노가미 타케시 만화에 스토리 협력을 하기도 한다.

우선 본작에 참가한 경위부터 부탁드립니다.

애니메이션 제작회사인 액터스에서 '전차물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은데 지혜를 빌리고 싶다'는 상담을 받게 된 게 계기입니다. 그렇게 몇차례 만나는 사이 저 개인적으로 기획의 방향성에 대해서 생각한 점이나 앞서 존재하던 유사 작품에 대한 정보를 전달했습니다. <전차>와 <여고생> 조합은 그 때부터 이미 과제였죠. 그 후 반다이 비주얼에서 기획에 참가하면서 작품의 내용을 다듬는 단계에서 새삼 저를 불러주셨습니다.

본작에서 스즈키 씨는 고증 및 슈퍼바이저라는 직함으로 참가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론 무슨 일을 하셨나요?

한마디로 하자면 뭐든지 합니다. 기획단계에서의 어드바이스을 비롯해 대본 리딩을 할 때는 밀리터리적인 견해에서는 이렇게 하는게 낫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고, 1/35 사이즈의 전차 프라모델과 자작 지도를 사용해서 전차전의 방식을 제안하기도 하고요. 정말로 다양한 일을 합니다.

그리고 고증이란 작업에 대한 스탠스는 이번에는 제일 먼저 미즈시마 감독님이 영상으로서의 베스트라 판단되는 선택을 하신 다음, 그걸 뒷받침 하는 '구실'을 제가 생각한다...는 정도의 마음가짐이었습니다. 이론적인 부분을 우선한 나머지 작품의 재미를 망치면 아깝잖아요. 

그런 의미에서는 일반적인 고증과는 작업의 질이 다를지도 모르겠네요. 바꿔 말하자면 작품의 세계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이유를 보충하는 기믹 만들기였달까요.

그 과정 속에서 스즈키 씨가 제안하신 게 있었나요?

처음으로 제안했던 점은 학원함을 등장시키자는 것이었습니다. 소녀가 도심에서 전차를 모는 것 자체는 이미 새로울 게 없는 것이라서요, 기획의 신선함이나 작품 세계관을 한눈으로 시청자한테 전달할 수단으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그걸 보고나면 제 아무리 밀리터리 매니아일지라도 '이건 태클을 걸면 지는거 아닌가?' 하고 마인드 세팅을 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학원함이 가능한 건축기술과 토목기술이 실현돼 있는 세계라면, 그런게 성립해도 이상하지 않잖아, 하고요.

현실과의 거리감을 한마디로 전하고 싶었다는?

그렇습니다. 전차물은 지금까지 직접 쓴 소설, 그리고 노가미 타케시 군과 함께 작업한 만화로 두번 건드려 봤고, 학원함의 아이디어 자체는 전부터 묵혀둔 것이었어요. 그러니까 저한테 있어서 <걸판>은 전차물의 집대성적인 위치이기도 합니다. 

학원함 말고도 이런저런 생각해둔 아이디어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특히 해보고 싶었던게 세가지 있었고 그 중 하나가 3호 돌격포의 깃대입니다. 일본의 시가지에서 깃대를 단 3호 돌격포가 약국의 푯말에 숨는다는, 한마디로 도시미채의 바리에이션을 말이죠.


두번째가 입체 주차장에 숨는 전법. 그리고 세번째가 마우스 공략법이었습니다. 실은 어떤 소설을 집필할 적에 마우스 공략법을 연구한 일이 있거든요, 그 때 내린 결론은 위나 아래에서 노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소설에서는 마우스가 위를 지날 때 아래에서 격추하는 걸로 처리했는데요 이번에는 그 반대. 위에서 엔진 그릴을 겨냥한 형국이 되었습니다. 이건 대본 리딩 때 미즈시마 감독님이 내주신 마우스 위에 전차를 올리자는 아이디어가 힌트가 되었습니다.

밀리터리 매니아 사이에서는 유명한 사진으로 미군이 셔먼 위에 전리품인 95식을 올린 사진이 있는데요 미즈시마 감독이 전차 프라모델 두개를 그렇게 겹쳐 올리는 걸 보고 그 이미지가 제 머리속에서 떠올랐습니다. 이건 되겠다! 하고요. 마찬가지로 대본 회의를 하는 도중에 헷쳐로 들이박아 마우스 차체를 들어올리는 아이디어와 양쪽다 겸해서 공략법으로 삼았습니다.

작품의 핵심인 <전차도>란 아이디어는 어떻게 생겨났나요?

최초의 기획서에서는 부활동이었는데요, 그 때 프로듀서인 유카와 씨가 반쯤 농담으로 '다도부, 꽃꽂이부 옆에 전차도부가 늘어서 있으면 재밌을 거 같지 않아?'라고 말했습니다. 그 후 부활동이란 설정은 기존의 작품과 겹치니까 폐기하고 전차도라는 아이디어만 유도처럼 학교의 선택과목이란 설정으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주인공 학교의 전차는 빈말로도 높은 스펙이라고는 말 못하는데요 <전차도>의 룰 메이킹에도 영향은 있었나요?

물론이죠. 주인공 일행이 타는 전차가 먼저 정해졌고, 이런 전차로 강력한 적의 전차를 이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고민이 하나의 전제였습니다. 그렇게 되면 시합 형식은 플래그 전 밖에 생각할 수 없죠. 플래그 전이면 아무리 적에 압도 당하더라도 플래그기만 격파하면 이길 찬스가 있으니까요. 

그런 계산에서 적의 전차도 언뜻 보기에는 절대 이기지 못할 것 같으면서도, 플래그전이면 아슬아슬 이길 만한 걸 선택했습니다. 그밖에도 <진지 점령전>을 해보자는 안도 있었지만, 격파할 때의 상쾌함이 없다는 이유에서 결국 그 아이디어는 폐기했습니다.


오아라이의 전차는 어떤식으로 정해졌나요?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은 미즈시마 감독님입니다. 그리고 주인공 일행이 타는 전차는 4호 전차로 하고싶다는 제안은 처음부터 있었습니다. 이 선택은 혜안이었다고 생각해요. 4호는 대전 이전에 생산되어, 개조에 개조를 거듭하면서 종전 후까지 주력으로 계속 머물렀던 전차입니다. 이런 전차는 달리 사례가 없어요. 

다른 전차는 대전 중반에 등장해 주력이 되었거나, 처음에는 주력이었지만 도중에 그러지 않게 된 것이 대부분이거든요. 일본에서는 치하가 아슬아슬 비슷한 포지션이긴 하지만, 주력인가 어떤가를 따지면 의문의 여지도 있고요. 

미즈시마 감독님이 4호 전차를 추천한 이유는 어떤 시뮬레이션 게임의 존재가 컸다는 모양이더라고요. 게임처럼 전차가 버전업을 해서 강해지는 요소를 넣고 싶으셨는지, 그렇다면 4호는 대전 초기부터 말기까지 써먹을 수 있으니까 주인공기로는 안성맞춤입니다. 그리고 4호는 낡은 전차라서 햇치가 잔뜩 달려있죠. 그덕에 멤버 다섯명 전원이 얼굴을 내밀 수 있어 비주얼적인 측면에서도 재밌어요.


기존에는 4호는 장포신에 쉐르첸이 달린 덕지덕지한 맛이 있는게 멋있다는 의견이 많았는데요, 걸판 이래 거꾸로 단포신이 멋있다는 의견이 늘어난 걸로 체감합니다. 저는 오랜 세월 밀리터리 매니아로 지내왔는데 4호 단포신이나 89식이 귀엽다는 말은 처음 들었습니다.

걸판을 계기로 극적인 패러다임 시프트가 발생한 거군요.

감격할 따름입니다. 그전까지 4호D형은 프라모델이 팔리지 않는 전차의 전형이었어요. 그런데 몇십년이고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던 프라모델이 걸판이 히트하자마자 단번에 매장에서 안 보이게 됐으니 말이죠. 

전차전의 구체적인 내용은 어떤 식으로 만들었나요?

처음에는 미즈시마 감독님이 '이런 걸 해보고 싶다'는 오더를 내리고, 그걸 바탕으로 기본적인 흐름을 제가 만듭니다. 구체적인 살붙이기 작업은 대본 리딩에 참가한 스태프 다 함께 여러 아이디어를 내면서 하죠. 스토리의 골격이나 캐릭터의 움직임은 시리즈 구성을 맡은 요시다 레이코 씨가 만들어주시고, 그 안에서 어떤식으로 전차의 싸움을 그릴 것인가,를 저 뿐만이 아니라 미즈시마 감독님이나 프로듀서인 스기야마 씨도 포함해 지혜를 합치는 식입니다. 

선더스 전 언저리까지는 상세한 지도를 준비했는데요, 전차 프라모델을 구비한 다음부터는 화이트 보드에 지도를 그리면서 프라모델을 만지작 거리는 걸로 대체적인 사실은 전달됐습니다.

프라우다의 포위망은 스탈린그라드의 공방전을 방불케 하는 싸움이었죠.

맞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저마다의 국가를 상징하는 요소를 넣고 싶었거든요. 그렇다면 러시아는 당연히 한번 후퇴한 다음에 이중포위죠. 시나리오 회의 때는 저랑 미즈시마 감독님과 스기야마 씨를 중심으로 밀덕 토크를 하는 시간이 엄청 길어요. 극중으로 따지면 역녀팀의 대화라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를지도 모르죠. 그런 대화에서 언급된 <전쟁에는 이런 것도 있다>에서 요시다 씨가 써먹을 수 있을 만한 걸 취사선택 해서 시나리오에 반영했습니다.

그러면 쿠로모리미네가 삼림지대를 돌파하는 건 벌지 전투겠네요.

네. 그것도 독일을 상징하는 전투니까요. 그 밖에도 세인트 글로리아나 전의 전반부는 튀니지의 사막풍 분위기를 노렸기에, 북 아프리카의 해안선을 지형의 모델로 참고하기도 했습니다. 그 세계에서는 오아라이 항구 바로 근처에 북 아프리카틱한 지형이 있는 겁니다. (웃음) 

선더스 전은 지형에 기복이 있는 섬이란 이미지였죠. 전망이 좋은 듯 보여도 기복이 있는 자리에서는 원거리 사격이 불가능한 환경입니다. 파이어 플라이가 3000m 밖에서 쏘면 이긴다는 메리트를 무효화 시킬수도 있고 능선 사격이라는 전법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전투의 바리에이션도 풍부했죠.

개별적인 전투를 고려할 당시 다양성은 물론이고, 이기기 위해서 매번 지혜를 짜내는 국면을 준비하면서도, 최종화에서는 그 모든 것들을 전부 발휘하는 전개를 의식했습니다. 그런 심정이었기에 미즈시마 감독님이 라스트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실 적에, 세인트 글로리아나 전의 라스트를 다시 한번 되풀이해서 성공시키면 되지 않을까요?하고 제안을 했죠.

그거야말로 왕도의 전개이고, 캐릭터의 성장을 보여주는데도 안성맞춤이니까요. 요시다 레이코 씨가 캐릭터의 성장을 완벽히 묘사해주셨으니, 거기에 걸맞는 전장을 우리도 준비해 드려야한다. 그런 마음은 항상 있었습니다.

전차가 나온다곤 하나 기본은 스포츠물에 가까운 기조니까요.

약소 학교가 노력으로 올라가 우승을 하는 이야기니 말이죠. 낡은 전차에 비장미가 감돌더라도, 승무원인 소녀들까지 그럴 필요는 없어요. 그리고 밀리터리 매니아는 말기의 전투를 좋아하는 사람이 무척 많거든요. '1945년, 베를린'이란 느낌의 멸망하는 이야기에 로망을 느끼는 타입이라고 할까요. 물량으로 압도한다거나, 깔끔한 전술로 승리하는 것보다, 무언가가 부족해서 지는 모습에 매력을 느끼곤 하죠.

걸판의 주인공 일행은 결코 좋은 전차를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저런 느낌은 내고 싶지 않았어요. 배구팀으로 말할 것 같으면, 어쩌면 아귀팀 보다도 전차 조종 숙련도가 높을지도 모르는데, 스펙 면에서는 가장 떨어지는 전차를 타고 있으니까요. 그런데도 '더 좋은 전차를 타고싶다'는 감정이 실린 말은 하지 않죠. 

어디 그 뿐일까 89식에 애착을 품고 있고, 그걸로 할 수 있는 걸 최선을 다해서 합니다. 대전 당시부터 전차 승무원에게 있어서 전차는 '집'이었습니다. 그 안에서 자고 식사를 하니까, 말하자면 합숙을 하는 거나 마찬가집니다. 그런 식으로 매일 합숙을 하다보면, 잠을 자는 장소가 다소 낡았어도 애착이 생기는 법 아니겠어요? 배구부는 합숙에 익숙한 만큼, 그런 경향이 남들보다 한층 강해도 이상하지 않죠. 그같은 '집이란 감각'을 내고 싶다고 자주 말했습니다.

본작을 제작하는데 있어 각별히 고생한 점은 어떤 건가요?

전차에 따라서는 내부 자료를 손에 넣기 힘들었던 점입니다. 주역기인 4호도 숫자가 많은 것 치고는 의외로 알려지지 않아서, 특히나 전차의 주포를 발사하는 트리거의 모양을 파악하는게 큰일이었습니다. 다양한 자료를 조사해 봤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트리거 부분만 없었습니다. 결국 영국 박물관에 문의를 해 간신히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5호, 6호가 된다고 상세한 도면이 책으로 만들어져 있더군요. 일본에도 많은 사람들이 도해를 그리긴 했지만요. 그리고 독일 전차는 발로 주포를 선회한다는 인상이 강해서 4호도 그렇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조사해보니 4호에는 풋페달이 없었습니다. 그런 일들도 있었죠.

본작품에는 왕년의 전쟁영화를 의식한 듯한 연출도 많았죠.

최종화의 클라이맥스에서 선보인 웨스턴풍 연출을 비롯해, 저나 미즈시마 감독님이 좋아하는 <켈리의 영웅들(전략대작전)>이란 전쟁영화의 영향이 특히 지대했습니다. <켈리의 영웅들>은 진짜 즐거운 전쟁영화거든요. 80년대 이후에는 아무래도 반전 메세지가 짙은 작품이 많아진 탓에 즐거운 전쟁영화가 줄어든 것이 안타깝습니다. 

마지막으로 스즈키 씨한테 있어서 걸판은 어떤 작품인가요?

일전에 <스트라이크 위치즈>에 참가했을 당시 인터뷰 자리에서 라이프 워크라 답했습니다. 걸판은 제 2의 라이프 워크죠.


핑백

덧글

  • 지니 2014/04/09 21:44 # 답글

    어떤 시뮬레이션 게임은 월탱이려나요. 전차를 업데이트 해 나간다라는 점에서는 ...
  • S-3 2016/08/17 03:04 # 삭제 답글

    저 마우스 공략법을 극장판의 T28에서 다시 써먹은거군.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