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 데이 사저 라노베


https://twitter.com/nankagun/status/963792751283159040

시라토리 시로 "시라비 선생님이 그리신 밸런타인 사저 일러스트가 너무 끝내줘서 단편을 써봤습니다. 애니 1화의 한달 전 정도의 설정(아이쨩이 오기 한달 전)이라고 생각하고 읽어주세요. 이야기 마지막 장면에 시라비 선생님의 일러스트가 오는 감각입니다.

밸런타인 사저

2월 14일 관서 장기회관 기사실에서

"...졌습니다."

"후우...감사합니다."

"한 국 더"

"또요? 아무리 연습장기라지만 오늘은 너무 많이 둔 기분이..."

"한 국 더"

"네네. 알겠다구요."

"...졌습니다."

"사저, 어쩐 일이에요? 오늘은 내가 계속 이기기만 하는데요."

"...아무것도 아냐."

"아니, 어딘지 주의력이 산만하다고 해야 할지, 장기 이외의 무언가에 정신이 팔려 있다고 해야 할지.."

"..."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요? 다른 사람한테 말 못할 일인가요? 제가, 고민상담을 해드릴게요."

"아무 것도 아니라고 했잖아! 한 국 더!!"

"네, 넷!"

"으,음...또 내가 이겼,는데요..."

"....한 국 더"

"슬슬 돌아가지 않을래요? 이제 기사실에 거의 사람도 없는데요..."

"야이치, 뭐 예정이라도 있어?"

"아뇨 딱히 아무것도 없지만요."

"그럼 계속 둬."

"절레절레..."

"하아...결국 전부 없어질 때까지 뒀네요..."

"...그러게"

"그런데 오늘은 왠지 기사실에 사람들이 없어지는 게 평소보다 이른 것 같지 않아요?"

"...그러게"

"그나저나 오늘은 제가 전승했네요! 연습장기긴 해도 기분 좋은걸"

"..."

"고마워요. 사저."

"어?"

"요즘 나 공식전에서 늘상 지기만 하잖아요. 그래서 이기게 해준 거죠? 기운을 복돋아줄려고."

"..."

"뭐 밸런타인 데이니까 조금은 달콤한 선물을 주는 거로군요?"

"...알고 있었어? 오늘이 밸런타인이라는 거"

"그야 당연하죠. 남자라면 누구나 의식하는 날이잖아요? 뭐 나야 이제 학교도 다니지 않으니까 초콜릿을 받을 거란 기대는 안 했고 애시당초 사저가 나한테 초콜릿을 줄 리가"

"야이치"

"네?"

"바보"




 
그러나 전일담까지가 사저의 전성시대였다고 한다.

용왕이 하는 일-톱기사가 하는 일 2/2 라노베


다음날.

"여긴가...코베에 게임 개발실이 있었구나."

코베역에서 내려서 역앞에 있는 화려한 빌딩에 들어간 나는 수신처에서 직원에게 용건을 밝히고 약속이 잡힌 회사가 있는 층으로 향했다.

관서의 게임회사 하면 유명한 건 쿄토에 있는 그 회사다. 그 왜 포켓...므언이나 마리...으오로 유명한 거기.

"아무래도 거기만큼 큰 회사는 아니지만 생각보다는 번듯한 사무실이네."

이것도 용왕이라는 이름값 덕분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신출내기 기사한테 게임 감수 의뢰가 들어올 리가 없다.

"그나저나 회장이 신경쓰이는 말을 남겼단 말이지. 내가 잘 아는 사람의 의뢰라니...내가 아는 사람 중에 게임 업계 사람이 있었던가?"

애초에 나는 중졸이고, 동급생은 아직 고등학생이다. 지인이라고 해봐야 사회인은 장기 관계자밖에 없다.

대체 누굴까?

사무실 안에서 나를 기다린 것은─예상밖의 인물이었다.

"쿠즈류 선생. 우리 회사에 잘 왔다."

"어!? ...아키라 씨?"

깔끔하게 검은 슈트를 입은 스무살 여성.
이케다 아키라 씨다.
내 제자인 야샤진 아이의 보디가드 겸 보살핌 담당.
...일 터인데.

"왜 그러지 선생? 내가 사무실에서 일하는 게 그렇게 이상한가?"

"아뇨, 그냥...하루종일 아이랑 붙어다니는 사람인줄로만..."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래서야 단순한 변태 아니냐."

크게 틀린 말도 아닌 것 같은데요...

"아무리 내가 아가씨 수행원이라고 해도 초등학교에 가계실 동안에는 동행할 수 없고, 그 시간에 놀고 있을만큼 우리 회사는 한가하지 않다."

"아아...그렇군요."

듣고보니 수긍이 갔다.

아이의 조부는 파칭코 사업이나 예능 프로덕션 같은 걸 경영하는 전직 야쿠...콜록콜록! 시, 실업가! 그래 실업가다.

아키라는 그곳의 사원. 일하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젊은 감성을 활용해 사업을 해보라기에 게임회사를 세워본 것이다."

"아키라 씨 프로그램 짤 수 있어요?"

"아니? 나는 그런 건 전혀 모른다."

그럼 어떻게 게임을 만들지?

"다만 약속을 지키게 만들거나 자금을 회수하는 건 특기라서 말이지, 그같은 특기를 활용하고 있다. 게임 부분은 개발실에 일임했다."

"그,그렇군요..."

얘기가 갑자기 블랙한 방향으로 들어섰기 때문에 나는 냉큼 용건에 대해 말을 꺼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장기게임을 만드는...거죠? 물론 힘을 빌려드릴게요!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말씀해주세요!"

"음 그게 말인데"

"장기 부분 감수는 물론이고 CM에 나가라면 나가고 판촉 방송에서 장기를 두라면 둘테니 뭐든지 말만 하세요!"

"아니 선생 잠깐..."

"아 맞아. 제목은 어떻게 지을거예요? 쿠즈류 용왕 장기비전이나 쿠즈류 야이치의 장기지도...아니면 차라리 심플하게 쿠즈류 장기로 할까요?"

"어이"

"아 근데 스마트폰 게임이니까 제목은 카타카나가 나으려나요? 워즈나 크레스트나 로드 같은 단어를 조합해서"

"잠깐 기다리라고 말하지 않았나"

"네?"

"누가 장기게임을 만든다고 했지?"

"네?"

멍해 하는 나를 향해 아키라 씨는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왜 굳이 그런 매니악한 소재로 게임을 만들어야 하지?"

매,매니악?

무슨 소리지...?

"스마트폰 게임은 남녀노소가 사전지식 없이 가볍게 즐기는 게 이상적이다. 장기는 룰이 어렵고 플레이 시간도 스마트폰 게임치고는 길다. 컨텐츠의 상성이 나쁘다."

"아니, 그래도...있긴 있잖아요? 스마트폰 게임 장기..."

그리고 꽤 히트도 했을 거다.

"그야 히트작이 있긴 있다만 그렇게 자주 대박이 날 것 같지는 않다. 실제로 발매되고 얼마 안 가 종료된 장기 어플도 잔뜩 있으니까."

"..."

논리정연하게 말을 하는 아키라 씨. 놀라서 말도 안 나온다.

이 사람...철썩같이 멍청한 로리콘이라고 생각했는데 머리 좋구나...아무리 시간을 들여도 장기룰을 외우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야...

"그,그치만...그러면 왜 감수 의뢰를 나한테?"

"선생의, 장기 외의 얼굴을 높이 샀다."

"내...장기 외의 얼굴...?"

뭐지 그게?

스스로 말하자니 한심하지만, 나는 진짜 장기 말곤 없다. 장기를 빼면 나같은 건 단순한 중졸에 멍청한 꼬맹이다. 세간에 도움이 되는 특기 같은 건 무엇 하나 없는데...

그런 나한테 아키라 씨는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쿠즈류 선생과는 아직 그리 오랜 교유는 아니다. 하지만 짧지만 농밀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나 나름대로 선생을 높이 사고 있다고...선생이 지닌 장기 외의 재능을"

"그래서 내가 가진 장기 외의 재능을 살릴 게임이 뭔가요?"

"테마는...<유녀>다!!"

"당신도 나를 로리콘 취급하는 거냣!!"

장기보다 훨씬 매니악하잖아!
접근법에 따라서는 범죄라고!?

하지만 아키라 씨는 내 절규를 미풍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듯, 논리정연하게 특별히 나를 지목한 이유를 늘어놨다.

"선생은 게임의 프로고 유녀를 키우는 면에서도 확실한 실적이 있다. 아무리 재능이 있다고는 하나 장기에 대해 거의 초보자였던 히나츠루 양을 단기간에 그렇게까지 육성한 수완은 똑같이 유녀를 보살피는 입장에서 정말 감복하게 된다."

"그런...걸 까요?"

확실히 프로 기사는 게임 공략도 능숙할테고 실제로 게이머도 많으니까, 장기가 아닌 게임과 콜라보할 때도 있다. 최근에는 <인랑>이라는 게임으로 무대에 서거나 TV게임 소프트의 플레이 영상을 공개해 선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나랑 동세대인 칸나베 아유무 6단으로 말할 것 같으면 덱 같은 걸 짜서 싸우는 계통의 카드 파이트에서도 프로급 실력이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고...

제자 육성에 관해 높이 사주는 것도 기쁜 일이다.
나 나름대로 그 아이들의 재능을 키워주고자 시행착오도 하고 있으니, 고생이 보답받은 보람이 있다.

"하지만 왠지 석연치가 못한데에"

"자자 선생. 기껏 코베까지 왔으니 기획서를 읽고나서 판단해다오"

"그것도 그렇네요..."

나는 비싸보이는 소파에 앉아 아키라 씨가 내민 기획서를 받아들였다.
손에 쥔 기획서 서두에 쓰인 타이틀은

<로리콘GO>

"......."

현기증이...

"이 게임의 기획서라고? 놀라지마라? 놀랍게도...현실과 게임이 링크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위치고정 기능을 이용해 도로나 공터에 다양한 유녀가 출현한다."

"...그래서? 그 유녀를 어떻게 하는 건데요?"

"볼을 던져 붙잡는다."

"아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웃!!"

소파에서 일어서 양손으로 X자를 만들면서 절규했다. 아웃 카운트 1.

아키라 씨는 불만이라는 듯이 물었다.

"음? 어디가 문제지?"

"문제의 다중구조라구요! 안 되는 이유가 밀피유처럼 겹겹이 쌓여 있어요!! 구제할 도리가 없어!!"

"처음에는 볼이 아니라 왜건에 밀어 넣어 포획하는 방법을 채용했다만"

"제정신 맞아요?!"

"리얼리티를 추구했거든"

"너무 리얼해! 경찰이 가만 있지 않을 거야!"

쿠지락스 선생님처럼 될거라고!

"그래. 바로 그런 우려가 있어 볼을 던져 잡는 걸로 바꾼 거다. 그밖에도 길을 걸으면 유녀의 알을 품어 부화시키는 방법도"

"부화!? 유녀가 알에서 나오는 건가요!?"

"맞아. 여러모로 생각해봤지만 이런 표현을 하는 게 가장 온당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어린애가 플레이할 가능성이 있으니까 너무 노골적인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

그래?
오히려 노골적이지 않나?

"그, 근데...뭐예요 그 게임? 유녀를 잔뜩 모아봤자...평범한 사람이 그걸 재밌다고 느끼지 않을 것 같은데요..."

"너무 많이 모은 유녀는 <호텔>에 대기시킬 수 있다."

"...."

"거기에 같은 종류의 유녀를 대량으로 모아 '시설'에 보내면 롤리팝 캔디가 된다. 육성시키고 싶은 유녀한테 그 롤리팝을 주면 '진화'하여 보다 강력한 유녀가 되는 것이다!"

"진화시키면 어떻게 강해지는 건데요?"

"훨씬 어려져 귀여움이 증가한다."

그거 진화가 아냐. 유아퇴행이라고.

"그런 수순이 귀찮다고 느낄 어른 플레이어는 간단하게 유녀를 '사는 행위'도 가능하다."

"야야야야야야야야임마아아아아!"

"왜 그러지 선생? 왜 그렇게 흥분하나?"

표현! 표효요요요여여여현!!

"유녀를 '산다'는 표현은 쓰지 말아주세요!"

"하지만 과금요소를 넣지 않으면 장사가 안 된다."

"그럼 조금만 더 표현을 뭉뚱그려 주세요! 그 뭐냐...용돈을 준다...거나.."

"그게 더 이상한 표현 아니냐?"

"그건 그래! 그치만 유녀랑 돈을 결부시키는 시점에서 뭘 어떻게 해도 저속해지잖아요!"

아웃 카운트 2. 더는 물러설 데가 없다.

"그럼 '오브'를 사는 걸로 바꾸지. 그리고 그 오브를 써서 유녀를 입수하거나 파워업 아이템을 입수할 수 있다는 구조는 어떠냐?"

"뭐...그 정도라면..."

단계를 거쳐 위법성을 약하게 만드는 건 이론적으로 돈세탁과 똑같다.
아슬아슬한...정말로, 아슬아슬한 공방이기는 한데...
이 정도로 신경 쓴다면 어떻게든 릴리즈는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아웃카운트에서 아슬아슬 버틸 수 있는데...

"그래서? 그외는 어떤 시스템이 있나요?"

"공원이나 초등학교는 '로리 스팟'이라고 하는데..."

"끝났어 멍청아!"

나는 손에 든 기획서를 통째로 바닥에 던졌다. 그 기세로 몸이 卍자가 되었다.
아웃카운트는 셋. 게임 종료다. 완전 콜드게임이다.

"왜지? 현실의 유녀한테 카메라를 들이대면 문제겠지만, 비실재 버철 리얼리티라면 문제 없지 않나?"

"공원이나 초등학교에 변태가 모일 거 아니에요!!"

초등학교 주변을 스마트폰을 든 아저씨들이 대집합 하는 광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이 게임 뚜드려 맞을 미래 말곤 보이지 않는다.

"아무튼 안 돼요! 이런 게 발매된 순간 난리가 나 서비스 정지 요구를 해댈거예요!"

"음...화제가 될거라는 생각은 했다만."

화제야 되겠지. 안 좋은 방향으로!
아키라 씨는 아직도 미련이 남은 듯, 샐쭉한 입술로 반론을 시도했다.

"히키코모리가 된 로리콘들이 집밖에 나와 사회복기를 하는 계기가 된다면 세상을 위한 일도 되지 않겠냐?"

"로리콘은 밖에 나오지 않는 게 세상을 위한 일이라구요"

"듣고보니 그렇군"

아키라 씨는 시원시원한 태도로 기획서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곤

"그럼 다음 기획서다. 실은 이게 진짜 기획이기도 하다."

"뭐야...나참! 아키라 씨 미리 말을 해달라고요!"

"하하하. 미안하다. 선생을 놀려주고 싶어서 말이지."

"이녀석. 하하하!"

한바퀴 굴러 화목한 분위기가 됐다.
그 미친 기획은 업계에서 말하는 '버리는 기획'임이 틀림없다.
통과시키고 싶은 기획이 있을 때, 누가 봐도 안 될 기획을 먼저 내밀어 허들을 내린다음 진짜를 꺼내면 진짜 기획이 통과되기 쉬워진다는 수법이다. 빠삭하지? 일단 사전에 조사해 왔거든.

"그래서? 다음은 무슨 게임이죠?"

"리듬 액션 게임이다."

"또 장기에서 벗어난 기획이네요..."

도대체 왜 나를 지목한건지 전혀 모르겠다...아니 로리콘GO 단계에서 이미 몰랐지만 말이다...

이럴거면 스승님을 부르는 편이 낫지 않나? 요즘은 하루종일 스마트폰 게임에 빠져있겠다, 그 사람도 일단은 명인한테 두번 도전도 해봤고.

개운치 못한 마음을 품은 채, 나는 아키라 씨한테 질문했다.

"그래서? 제목은요?"

"<로리 라이브!>다"

너무 안이해...!

"아니면 <차일드 마스터>라도 상관 없다만, 요컨대 그런 게임이다."

"이해했어요. 대충 이해했어요."

방향성이 명확하다는 건 좋은 일이다.
고객을 모으기 쉬울 게 분명하다.

"실은 이미 캐릭터 모델링까지 작업이 진척돼 있다. 모델링은 기획서보다 이 동영상을 보는 편이 낫겠지."

아키라 씨가 노트북을 조작해, 화면을 내게 보여줬다.
나는 그 화면을 들여다 봤다.
드레스를 입은 소녀 캐릭터가 상당히 리얼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와아...이건 귀엽네요!"

무심코 그런 말이 나올만큼 화면 안의 소녀는 귀여웠다.
5살 정도일까?
앳된 모습에 살짝 드센 기질도 보여 내 취향이다.

"이 뚜레끼! 가까이 오히먀!"
"말타기 놀이 햘거야. 빨리 엎드려!"
"따,땩히 너 같은 건, 또뜡하지 않거뜬!"

혀짧은 말투도 아주 매력이다. 심쿵심쿵한다.

근데 이 유녀...

"어쩐지 아이를 닮았는데요. 이목구비도 그렇지만, 목소리나, 사소한 몸짓 같은게"

"아가씨 맞다만?"

"네?"

"아가씨의 유치원 시절 사진을 써서 모델링을 만들었다. 모션도 홈비디오로 촬영한 당시의 아가씨 동영상을 자료로 삼았다. 물론 목소리도 유소년기의 아가씨 것이다."

"어, 어째서 그런 짓을!?"

"그야 당연히 언제 어디서나 아가씨를 키우고 싶기 때문이다!"

아키라 씨는 주먹을 꼭 쥐고 단언했다.
아아...
역시 이 인간은 글렀다...

"이 게임의 기획이 떠오른 것도 아가씨가 초등학교에 가계실 시간대에 '아아 빨리 아가씨를 뵙고 싶다...' '아가씨랑 더 많이 노닥거리고 싶다...' 같은 생각을 하면서 시간 때울 용도로 스마트폰으로 리듬 게임을 하다가,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가 아가씨라면 완벽하겠다고 망상한 게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순 자기 욕망 뿐이잖아요..."

뭐 그래도 그런 욕망에 충실한 게임이 대박을 치는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다시 화면 안의 버철 리얼리티 아이 아가씨를 유심히 관찰했다.

"기분 냐뺘. 가까이 오지먀. 이 뚜레끼!"

"......"

화면에 얼굴을 가까이 댄 순간 유녀한테 매도당했다.
확실히 이건 아이로군. 변함없이 붙임성이 없네...
하지만 그러면서도 차츰 미소를 보여주게 되거나, 싫다고 말하면서도 부탁을 들어주는 등, 조금씩 거리가 줄어드는 양상에...참을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으음...
이건...

"솔직히........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냐! 입니다!"
"역시 이해해 주는구나!"

꼬오오오옥!하고 굳세게 악수를 나누는 나와 아키라 씨.
그치만 어쩔 수 없잖아. 귀여운 걸 어떡해.

그 오만하고 건방진 아이 아가씨도 이렇게 천진난만하고 귀여운 시기가 있었구나...
심지어 그 아가씨를 자기 입맛대로 키울 수 있다면...
내 취향의 의상을 입히고, 내 취향의 노래를 부르게 하거나 춤을 추게 만들 수 있다면...

"뭐야 이거!? 최고잖아!?"

아이를 다루는데 죽을만치 고생을 했기에, 다양한 망상...아니! 꿈이 펼쳐진다!

"아키라 씨! 이건 팔릴 거예요!"

"당연하지! 아이 아가씨를 독점할 수 있다고. 안 팔릴리가 없지 않느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진정해요! 네!? 조금...조금만 진정하세요!!"

흥분한나머지 코에서 피로 된 이슬이 철철 흘러내리기 시작한 아키라 씨는 비공에 티슈를 쑤셔박고 거친 숨을 내쉬며 물었다.

"서, 선생...어떠냐. 나랑 함께 최고의 게임을 만들지 않겠나?"

"....알겠습니다. 아키라 씨 당신을 따라가겠어요."

"가자"

"가자"

그렇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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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우리들은 사무실에 틀여박혀 게임 제작에 몰두했다!

"선생. 장기 연구는 괜찮은 건가?"

"장기 연구는 언제라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유녀는 어릴 때만 아껴줄 수 있어요."

"역시 선생은 인간 쓰레기로군....하지만 싫지는 않다"

히죽하고 눈으로만 웃음을 주고 받으며, 우리들은 계속 손을 움직였다. 1분 1초도 헛되이 쓰고 싶지 않다. 왜냐면 유녀는 성장하니까...

개발은 고난의 행군이었다!

게임을 만들거나, 아이의 어떤 몸짓에 뿅가는지 논하거나, 돈지루를 만들거나, 아이한테 어떤 의상을 입히고 싶은가로 떠들썩하거나, 게임을 만들거나, 돈지루를 만들거나, 아이가 말해주었으면 하는 대사를 놓고 진짜 주먹다짐을 하거나, 돈지루를 만들어 화해를 하거나...아무튼 사무실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않고 계속 일하는 나날.

다양한 장애물과 직면했지만...

"제길! 아가씨한테 어떤 란도셀이 가장 어울릴지 정할 수 없어!"

"여깄어 아키라 씨. 란도셀 최신 카탈로그야!!"

"선생 큰 공을 세웠다!"

그럴 때마다 기사회생의 한수를 두어 길을 개척했다!
게임제작도 장기랑 마찬가지다. 끈질기게 버틴다. 포기하지 않고 최선의 수를 계속 추구하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장애물도 넘어설 수가 있다!

그리고 마침내

"...마스터업이다!"

개발을 시작한지 며칠이 경과했을까...
이미 시간의 감각조차 잃어버린, 잠기운과 과로로 몽롱한 상태.

하지만 새벽녁에 플레이 화면을 본 순간, 그런 피로가 전부 보상받았다...대국에 이겼을 때 같은, 타이틀을 획득했을 때와 비슷할 만큼의 달성감을 맛보았다.

"이게 서비스 된다면..."

"틀림없이 스마트폰 게임의 역사가 바뀔 거예요..."

아키라 씨와 나는 힘차게 악수를 나눴다.
우리들이 만든 게임은 완벽했다. 모든 면에서 빈틈이 없었다.

타이틀은 즉 <아이(天衣)돌 마스터>로 지어, 스마트폰 유저 눈길이 가기 쉬운 느낌을 취하면서 동시에 아이 아가씨를 강조했다.

자금 및 시간적인 여유 때문에 캐릭터도 아이 하나 뿐이었다.
그 대신 의상도 노래도 모션도 좌우지간 호화.
의상 디자인은 로리 묘사에 정평이 난 인기 일러스트레이터한테 발주했고 노래도 록에서 아이돌, 급기야 동요까지 유녀가 불러서 '귀엽다!'는 생각이 들 만한 걸 전부 넣었다. 완벽해!

스마트폰을 조작하면서 나는 말했다.

"사전예약도 호평이에요! 데모 영상을 트윗하면 이 귀여움이 전세계에 방출될 거야...세계가 변할 거예요."

트윗의 문장을 짜내는 손가락이 떨린다.
그 어떤 대승부를 펼칠 때도 좀처럼 떨린 적 없는, 이 손가락이...

아키라 씨는 벌써부터 차기작 구상을 논하기 시작했다.

"이 게임으로 모은 자금과 기술을 기반으로 다음에는 VR에 도전하자! 아가씨를 3D공간에 재현해서 만질만질 할짝할짝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쩔어! 아키라 씨, 당신 쩔어 제기랄!"

그런 걸 만들면 대체 얼마나 많은 폐인이 생겨날까!? 진짜 이거 로리콘 제조기인뎁쇼?! 씹덕으로 품종개량되어버리는데요!?

우리들은...로리콘 호이호이라는 이름의 결코 열어서는 안 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게 아닐까...?

"좋아. 그럼 즉시 아가씨한테 발매 허가를 받으러 가자!"

"네?"

무심코 한 옥타브 올라간 목소리를 내버리고 만 나는, 믿기지 않는 심정으로 아키라 씨한테 확인을 했다.

"네? 잠깐만요? ...아직 아이 허가를 받지 못했어...요?"

"당연하지. 이런 기획을 아가씨한테 말해봤자 화를 살 뿐이지 않느냐."

그, 그야 그렇지...!

'하아? 기분 나쁘게 뭘 네 멋대로 만들고 있는 거야? 책임지고 죽어'

같은 말을 들을 것 같다.

응? 어라?

게임 제작에 몰두하느라 깨닫지 못했는데...이거 외통수 아냐?

"왜 불안한 표정이냐! 이렇게 완벽히 아가씨를 재현했다고!? 마음에 들어하실 게 분명하다! 그렇지!"

"그렇...지요!"

아아! 나는 뭘 불안해 했던 걸까?
기획서로는 결코 전해지지 않을, 우리들의 뜨거운 마음.
화면상에 구현화된 그 마음은...틀림없이 아이한테도 전해질 것이다!



이어지는 내용

용왕이 하는 일-톱기사가 하는 일 1/2 라노베


"바쁘실텐데 죄송합니다."

그것은 갑자기 찾아왔다.

계절은 초여름. 오월도 끝자락에 접어 들었고, 장기계도 새로운 순위전에 대비해 긴장감이 고조되는 시기.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제자 야사진 아이를 둘러싼 소동도 일단락이 나서 나 자신의 대국에 집중하고자 생각했는데...

관서 장기회관의 이사실에 나를 호출한 츠키미츠 세이이치 장기연맹 회장은 언제나 그랬듯 온화한 목소리로 이런 말을 꺼냈다.

"실은 용왕에게 장기 이외의 일 의뢰가 들어 왔습니다."

"큭!!"

─왔구나...!

벌떡! 일어선 내 모습을 보며 회장의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비서 오가 사사리 여류 초단이 놀랐다는 듯이 안경의 위치를 고쳤다.

"용왕? 왜 일어난 것이죠?"

"아, 아뇨...그게...ㅇ, 일이라고 하니 기합이 들어가서요..."

"흐음 듬직한 말씀이군요."

눈이 보이지 않는 회장은 크게 놀란 기색도 없이 살포시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오가 씨가 나를 힐끗 바라보며

"말을 계속해도 될지?"

"아, 죄송합니다. 하세요..."

천천히 의자에 앉자 오가 씨는 가볍게 기침을 한 뒤 연맹을 경유해 나를 지목했다는 '장기 이외의 일'의 내용을 고지하고자 했다.

그보다 앞서 잠시 설명해둘까 한다.
기사가 일을 받는 방식은 두개의 루트가 있다.

하나는, 기사가 개인적으로 일을 의뢰받을 경우.

장기연맹에 소속되어 있다고는 하나, 프로기사는 개인사업자. 즉 한명 한명이 독립하여 활동중이다. 당연히 의뢰가 온다면 그걸 수락하는 것도 거절하는 것도 자유. 

그리고 또 하나가 연맹을 통해 일감을 받게 되는 경우. 장기연맹은 일본 전국에서 장기에 관한 갖가지 의뢰가 들어온다. 장기대회의 심판부터 기업의 장기모임 고문이나 잡지 인터뷰, TV 출연 등. 

그처럼 연맹에 들어온 일은 내용이나 각 기사에 대한 공평성을 고려해 분배하는 것인데...

문제는 내가 타이틀 보유자라는 점.
심지어 최고위 타이틀인 용왕이라는 사실이었다.

타이틀 홀더에게는 그 타이틀의 격식을 지킬 의무가 있으니까...
무관의 기사와는 다르게 예를 들어 타이틀 보유자는 이벤트 같은 장소에서도 경솔하게 지도대국을 할 수도 없고, 다른 타이틀전의 입회인도 NG다. 요컨대 일거리가 극히 한정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대국 말고는 거의 일이 들어오지 않았었다...뭐 그덕에 제자를 둘 여유가 있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하지만 기껏 타이틀을 획득했는데 용왕으로서 세간에 나설 기회가 없는 것도 쓸쓸한 일. 그렇게 느끼던 차에 이렇게 호출된 것이다.

─즉 이제야 겨우...용왕(나)에게 걸맞는 일이 들어왔다는 뜻!

여태까지 '제아무리 용왕이라지만 갑자기 튀어나온 신인한테 부탁할 일 같은 게 어딨어!'라고 말하던 세간이 드디어 의뢰를 해준 것이다.

톱기사로서 세간의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

기합이 들어가지 않을 리가 없다. 완벽하게 소화해내어 앞으로도 마구마구 의뢰가 오게끔 분발해야지!

일찍이 여러 타이틀을 보유한 적도 있는 회장은 내 마음을 꿰뚫어본 것처럼, 뜸을 들인 다음 입을 열었다.

"우선, 첫번째 의뢰입니다만─"

"흠...!"

꿀꺽, 침을 삼키고 회장의 말을 기다렸다.

"월간 <유녀의 친구>에서 인터뷰 제의가 왔습니다."

"뭐땀시!!"

영세 명인을 향해 전력으로 딴죽을 날렸다. 뭐땀시!!
회장은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본인의 가슴에 물어보면 어떨까요?"

"지금 내가 로리콘이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말씀하신 거죠?! 그럼 저도 말하겠는데 나는 로리콘이 아니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헉...헉...헉...

어깨로 숨을 쉬는 나를 향해 회장이 물었다.

"진정되셨나요?"

"...조금은요"

"그래서, 어떻게 하실 겁니까?"

"기각입니다! 거절해주세요!"

"유감이군요."

크게 아쉬워하는 기색도 없이 회장은 미간을 좁혔다. 아무리 봐도 그냥 즐기는거지 이 인간...

"그러면 두번째 의뢰입니다만─"

또 로리 관련 일인 건 아닐지 온몸으로 불신감을 발산하는 나에게 들어온 두번째 의뢰는 아주 의외의 내용이었다.

"게임 감수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게임?"

"네. 게임 관련 의뢰는 비교적 많은 편이고, 연맹도 가능한 받아들이는 방침입니다."

"그런가요?"

"장기도 게임이니까요. 나도 <츠키미츠 세이이치의 장기지도>라는 패미컴 게임을 감수한 적이 있습니다."

"호평이라 3까지 나왔다구요!'

오가 씨가 자기 일처럼 자랑했다. 당신 패미컴 세대도 아니잖아요...

"용왕은 게임을 하시나요?"

"뭐 싫어하진 않고 요즘은 스승님도 스마트폰 게임을 즐기고 계시니까요"

"그럼 괜찮겠군요. 받아들여 주시겠습니까?"

"상관없지만...게임이라고 해도 종류가 다양하잖아요? 어떤 게임이죠?"

아마 장기랑 관련된 게임이기야 하겠지만, 컨셉 여하에 따라 내용도 크게 달라진다.

"글쎄요? 자세한 내용은 직접 만나 말씀을 나누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어디에 있는 회사인가요?"

"코베입니다. YMM온라인이라는 회사인데─"

"네!? 엄청 대기업이잖아요!"

게임 업계를 잘 모르는 나조차 알고 있는, 인터넷 시대에 급성장한 기업이다. 특히 스마트폰 게임에 힘을 쏟독 있다. 중학생 시절에 동급생들이 학교에서 자주 화젯거리로 삼곤 했었다...

"그런 대기업이 왜 나를? 용왕이라서?"

"그건 모르겠습니다만─"

회장은 나직히 고개를 가로 저은다음 의미심장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의뢰인은 용왕이 잘 알고 있는 분입니다만?"

내가 잘 알고 있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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